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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5/06/18 12:48:46
Name Neandertal
Subject [일반] 아이작 뉴턴...표절 시비???...

아이작 뉴턴...


천재 물리학자 아이작 뉴턴...아인슈타인이 상대성 이론을 내놓기 전까지 물리학을 지배하던 절대적인 운동법칙을 제시했던 그는 1676년 역시 당대의 과학자였던 로버트 후크에게 편지를 한 통 보냅니다. 그 편지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적혀 있었습니다.

“If I have seen further it is by standing on the shoulders of giants.”
(만약 내가 더 멀리 보았다면 그것은 거인들의 어깨위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

유명한 말이지요. 자신의 업적을 선배 과학자들의 결실 때문이었다고 하는 뉴턴의 겸손함을 엿볼 수 있는 말로서 인구에 회자가 되던 표현입니다. 피지알 회원님들도 다들 아시고 계시지요.

그런데 그거 아십니까?...이 표현이 표절일지도 모른다는 사실?...


영국의 성직자이자 “우울의 해부(The Anatomy of Melancholy)”라는 책을 쓴 로버트 버튼은 1621년에 다음과 같은 글귀를 남겼습니다.

“A dwarf standing on the shoulders of giants may see farther than a giant himself.”
(거인의 어깨위에 서 있는 난장이는 거인보다 더 멀리 볼 수 있다.)

뉴턴의 편지의 글귀와 아주 흡사합니다. 아이작 뉴턴의 편지에 쓴 글귀와 로버트 버튼이 쓴 글귀의 유사성은 단지 우연의 일치였을까요?
증거는 더 있습니다.


1651년 “성당 (The Temple)”이라는 유명한 시집을 낸 종교 시인이었던 조지 허버트는 다음과 같이 썼습니다.

“A dwarf on a giant’s shoulders sees farther of the two.”
(거의의 어깨에 있는 난장이들 둘 중에 더 멀리 본다.)

이건 또 무슨 상황인가요?...시인이라는 사람마저도 표절에 가담한 걸까요?

좀 더 살펴보겠습니다.


1659년에 청교도인이었던 윌리엄 힉스라는 사람 역시 다음과 같은 글귀를 남겼다고 합니다.

“A pygmy upon a gyants shoulder may see farther the [giant] himself.”
(거인의 어깨위의 피그미족은 (거인 자신보다) 더 멀리 볼 수 있다.)


뉴턴보다도 훨씬 전에 뉴턴이 썼던 내용과 비슷한 표현들이 많이 발견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결국 뉴턴은 이러한 글들을 표절한 것일까요? 그렇게 보긴 어렵고 이러한 표현들은 주로 17세기에 “자신의 업적을 좀 낮추고 겸손함을 보이기 위해서 흔하게 쓰던” 표현들이였다고 합니다...
요즘은 이런 주례사를 보기 어렵지만 예전에는 왜 결혼식 할 때 주례 선생님들이 흔하게 쓰는 표현으로 “검은 머리가 파뿌리가 될 때까지...”하는 표현이 있었잖습니까? 위의 표현들도 일종의 그런 류의 표현이었던 것 같습니다.

결국 결론은 “뉴턴의 작가로서의 실력은 과학자로서의 실력만 못했다”가 되는 것 같습니다. 좀 더 참신한 표현을 개발해서 써도 좋았을 텐데...진부하게 당시에 남들이 흔하게 말하는 표현을 그대로 옮겨왔던 것 같습니다. 단지 뉴턴이 제일 유명하다보니 마치 뉴턴이 처음으로 쓴 표현처럼 잘못 인식이 되어 왔던 것이지요.

하기야 지금도 자신만의 독창적인 표현을 쓴 다는 게 생각처럼 쉬운 일은 아니지 싶습니다. 제 생각에 그런 독창성은 아마도 “가뭄에 콩 나듯” 나는 게 아닌가 합니다.


p,s. 점심을 아직 못 먹었더니 "뱃가죽이 등에 붙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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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ndris
15/06/18 12:53
수정 아이콘
링컨의 게티즈버그 연설에서 그 유명한 부분도 예전에 누가 썼던 표현이었다는게 생각나는군요.
사티레브
15/06/18 13:40
수정 아이콘
게티스버그연설은 의도적으로 페리클레스의 장송연설을 오마주한겁니다
마스터충달
15/06/18 12:58
수정 아이콘
근데 겸손때문에 뉴턴이 저런 말을 했다니 좀 아이러니하네요. 크크
솔직히 자기 발 밑에 있는 거인이 자기 보다 작았던 사람이 아닐까 싶은데 -_-;;;;
광포한톱니이빨곰
15/06/18 13:00
수정 아이콘
음 유머로 올리신건가요 거인의 어깨 위에 있다는 표현은 관용적인 표현인데...
아 이게 뉴턴이 시작한걸로 되어있는 자료가 많네요 죄송합니다
단약선인
15/06/18 13:08
수정 아이콘
키가 작은 후크를 까기 위해서 였다는 이야기도 있지요. 후크는 은인중의 은인인데...
Neandertal
15/06/18 14:03
수정 아이콘
나중에 둘 사이가 아주 안 좋아졌다는 말이 있더군요...무슨 일이 있었는진 모르겠지만...--;;;
단약선인
15/06/18 14:35
수정 아이콘
네 후크와는 사이가 나쁜게 맞습니다. 후크가 비아냥거림을 잘 하는 성격인데... 뉴턴은 또 그런걸 아주 발끈하는 스타일이라...
그 사이에서 헬리가 진땀을 흘렸죠... 헬리는 숭고한 목적에서 뉴턴의 업적을 끌어내고 싶었기 때문에...
제가 저 경구의 대상을 헬리하고 헷갈리는거 같은데 집에가서 책을 봐야겠습니다. 죄송....
15/06/18 13:28
수정 아이콘
그런데 코스모스라는 다큐를 보니 후크가 은인이라고 보기에는 후크와 뉴턴 사이가 그리 좋지는 않았더라고요.. -_-;;
단약선인
15/06/18 14:03
수정 아이콘
음... 제가 후크와 헬리를 착각한거 같기도 합니다. 집에가서 찾아봐야겠습니다. ^^;
15/06/18 15:09
수정 아이콘
코스모스 다큐를 보니 헬리와는 서로가 조력자 관계, 후크는 거의 철천지 원수급이더라고요. 그 다큐에서 평가하기로는요.. ^^
강동원
15/06/18 13:32
수정 아이콘
거인이 난장이 어깨위에 올라가 놓고는... 부들부들.
황기단화랑
15/06/18 13:37
수정 아이콘
뉴턴이 편지에 쓴게 표절이면 우리가 속담 인용하는 것도 모두 표절인건가요?
Neandertal
15/06/18 13:52
수정 아이콘
뉴턴이 처음으로 쓴 표현인 줄 아는 사람들이 있어서 그게 아니라는 것을 말씀드리려는 취지였고 제목은 요즘 신경숙 작가 일도 있고 해서 그냥 한 번 써 본 것입니다...너무 노여워 하지는 마시길 바랍니다...^^
멀할까나
15/06/18 18:09
수정 아이콘
신일숙 표절 사건으로 충격을 받거나 분노를 표하는 분들이 많으시자나요. 표절이란 트렌드에 위트를 섞은 게시물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여긴 유게가 아니라 진지 먹어도 된다면서요? 지나가던 인용쟁이가 올림 ㅠ.ㅠ
Sydney_Coleman
15/06/18 13:37
수정 아이콘
원 문구에 대해선 난장이의 눈높이가 거인의 어깨위에서 거인의 눈까지의 거리보다 길어야 비로소 난장이는 거인보다 멀리 볼 수 있는 걸로..!
출판물도 아닌 편지글에 적힌 글귀이기에 표절이라기보다는 경구에 대한 간접적 인용이라고 봐야겠지요. 애초에 까치발 드는 대신 난장이들을 밟고 올라선 거인이 뉴턴의 실체라고 봐야 할 테지만 말이죠. 크크
소독용 에탄올
15/06/18 13:38
수정 아이콘
뉴턴 자신을 가장 만족시키던 실력은 '연금술사'로서의 실력이 아니었을까 합니...
ohmylove
15/06/18 14:10
수정 아이콘
뉴튼이 대단하긴 했지만 케플러, 갈릴레이 등이 없었으면 뉴튼의 업적도 불가능했었죠. 저 표현은 결코 과장이 아닙니다.
Neandertal
15/06/18 14:15
수정 아이콘
사실 어느 한 천재가 판을 확 뒤엎는 경우 보다는 과거서부터 차곡차곡 쌓인 것을 바탕으로 업적이 이루어 지는 경우들이 대부분인 것 같습니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 역시 그런 측면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ohmylove
15/06/18 14:19
수정 아이콘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도 맥스웰의 전자기이론, 로렌츠의 로렌츠변환, 마흐의 철학 등에서 영감을 얻었지요.
無識論者
15/06/18 14:18
수정 아이콘
동의합니다. 케플러, 갈릴레이도 이전 시대 학자들이 쌓아놓은 방대한 연구자료가 없었다면 그 업적이 불가능했을테고 말이죠.
ohmylove
15/06/18 14:20
수정 아이콘
케플러는 티코 브라헤의 30년(!!) 동안의 천문 관측이 없었다면 역시..
無識論者
15/06/18 14:23
수정 아이콘
스승이 천동설 옹호하려고 평생을 바쳐 모아놓은 자료 가지고 지동설을 증명하는데 잘써먹은 제자...
ohmylove
15/06/18 14:26
수정 아이콘
크크

아인슈타인의 ideas and opinion을 보면 케플러가 얼마나 위대한 분인지 알 수 있죠.
Darwin4078
15/06/18 14:18
수정 아이콘
미적분가지고 라이프니츠하고 니가 표절했네 내가 표절했네 거하게 싸운 얘기일줄 알았고 팝콘 들고 왔는데 약간 실망입니다.
ohmylove
15/06/18 14:22
수정 아이콘
뉴튼은 후크하고도 엄청 싸웠지요..
Neandertal
15/06/18 14:23
수정 아이콘
죄송합니다...ㅠㅠ...제가 워낙 미적분에 안 좋은 기억이 있어서...미적분 없는 세상에서 그렇게 살고싶었더랬습니다...ㅠㅠ
Darwin4078
15/06/18 15:32
수정 아이콘
아닙니다. 저도 미적분은 네안데르탈님 못지않게 싫어합니다. 뭐한다고 이과 가서 미적분에 삼각함수로 그렇게 고통받았을까 싶어요. ㅠㅠ
닭장군
15/06/18 14:27
수정 아이콘
"다 차린 밥상에 숟가락만 얹었을 뿐"
단약선인
15/06/18 14:43
수정 아이콘
실로 엄청난 겸손의 표현인데...
어쩐지 조금 품위가 떨어지는 듯한 느낌이... ^^
Interview
15/06/18 15:45
수정 아이콘
지금 움베르트 에코의 <장미의 이름>을 읽는데 이 책에도 거인과 난쟁이에 관한 표현이 이곳저곳에서 나오더군요. 이전 시대 사람들을 '거인'으로 표현하기도 하고요. 어쩌면 중세시대에서 거인과 난쟁이는 흔한 표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Neandertal
15/06/18 15:46
수정 아이콘
실제로 그랬다고 합니다...거인과 난장이, 혹은 거인과 피그미 조합이었다고 하네요...
15/06/18 16:01
수정 아이콘
oasis의 4집 제목이 standing on the shoulder of giants입니다. 노엘은 뉴튼의 문구를 따왔는데 술에 취했는지 shoulders에 s가 빠졌다고 합니다. 참 좋아하는 앨범이라 급 생각이 납니다.
양념게장
15/06/18 17:21
수정 아이콘
뉴튼은 관용적 표현의 기쁨을 아는 몸이 되었다.
멀할까나
15/06/18 18:11
수정 아이콘
으잌 크크크크크 이 드립이 성행해서 계속 표절 이슈가 파헤쳐 졌으면 좋겠습니다!
자코토
15/06/18 17:44
수정 아이콘
제가 알기로 이 문구의 가장 오래된 출처는 12세기 신학자 베르나르두스입니다.
https://en.wikipedia.org/wiki/Standing_on_the_shoulders_of_gia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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