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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5/06/17 21:11:08
Name Eternity
Subject [일반] 부끄럼을 부탁해
부끄럼을 부탁해


부끄럼을 잃어버린 지 일주일째다.

허핑턴 포스트에 기고하던 한 소설가는 궁리 끝에 글 한편을 만들어 부끄럼을 잃어버린 세상을 향해 전단지처럼 뿌리기로 했다. 일단 기고문 초안을 짜보기로 했다. 올드한 방식이다. 부끄럼을 잃어버렸는데, 그것도 문학적 자존심을 뻔뻔하게 헌신짝처럼 내던졌는데, 남은 우리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몇가지 되지 않았다. 기고문을 쓰는 것, 고인 물처럼 썩어빠진 그들만의 세계를 환기시키는 것, 당사자의 각성을 촉구하는 것, 각종 사이트에 기고문과 언론 보도를 게시하며 부끄럼을 잃어버린 이중성과 위선을 질타하는 것, '부끄러운 줄 알라'고 마음속으로 일갈하며 그녀의 서적을 절독하는 것. 이 사태에 대해 냉정하고 공정하게 혹평해줄 평론가를 찾아다니고 싶었으나 이 문학계에서 이해관계와 유불리를 떠나 객관적으로 냉혹하게 평론해줄 이는 아무도 없다는 것을 우린 이미 알고 있었다. 오히려, "이런 일은 '글을 쓰는 사람'에겐 상처만 남는 일이라 대응하지 않겠다."는 그녀를 뒤로 한 채 출판사가 앞장서서 실드를 쳤다. 글을 쓰는 사람. 나는 들어서는 안 될 말을 듣다가 들킨 것처럼 귀밑이 새빨갛게 붉어졌다. 과연 그녀가 구사하는 어느 문장에서 우린, 잃어버린 부끄럼을 찾을 수 있는지.







*이 글은 인터넷에 떠도는 한 기사(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3&oid=001&aid=0007667169)를 읽고 쓰여진 '순수창작소설'(?)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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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호오빠
15/06/17 21:19
수정 아이콘
무엇보다 창비의 대응에 실망입니다. 매번 계간지를 통해 부르짖는 불의에 대한 저항, 사회 정의는 어디다 팔아먹었나요? 다른 출판사라면 몰라도 창비는 부끄러운줄 알아야죠. 이래놓고 세월호 이후의 한국문학에 대해 운운할 자격 있습니까?
15/06/17 22:14
수정 아이콘
비슷한 표현이라고 하기엔 그 문단 자체가 온전히 똑같은 흐름인데, 어찌하여 이게 표절이 아닌지.. 창비 계간지 정기구독 중인데 정이 확 떨어지네요.
아무리 예술계가 고인물이라고 하지만 진짜 정떨어집니다.
도들도들
15/06/18 08:01
수정 아이콘
문학계가 앞으로 시국선언 같은 걸 할 자격이 있을까요. 부끄러움을 넘어 혐오감이 듭니다.
사람의아들
15/06/18 11:08
수정 아이콘
창비에서 일하는 것도 매력적이겠다라고 생각했던 시기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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