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5/04/12 14:02:39
Name swordfish-72만세
Subject [일반] 로마사에서 등장하는 강력한 스포츠 서포터들

고대 로마 양대 엔터테이먼트로 스포츠는 검투 경기와 바로 전차 경기였습니다.
그런데 콘스탄티누스 1세 때 기독교가 공인화 되면서 검투 경기는 여러 이유로 한물 가게 되고(솔직히 너무 잔인하니까, 거기에 순교 문제까지)
이 당시 원탑으로 자리 잡게 된게 전차 레이스였죠.

이 때문에 새로운 로마로 불려 졌던 콘스탄티노플에도 새로운 전차 경기장의 건립됩니다. 이게 위의 이미지의 그 저 경기장이죠.

당시 콘스탄티노플에는 양대 전차팀이 있었습니다. 하나는 청색, 그리고 다른 하나는 녹색.

이들의 인기는 도시에서 절대적이었는데 이 때문에 강력한 서포터 층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보통 이들은 계층과 직업, 사는 지역, 종교적 특성에 따라서 명확히 응원팀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예를 들면 청색당은 전통주의자나 지주들의 비호를 받으면 가톨릭(로만 가톨릭 말고 정통보편교회란 뜻) 신봉자였고
녹색당은 신흥세력이나 상공업자의 지지를 받으며
단성론(예수의 신성과 인성의 양립을 믿지 않고 신성만 존재한다고 주장) 신봉자들이었습니다.
이런 특성상 이들은 아주 정치적이었고 사실 스포츠팀은 이 정치성을 표출하는 아이콘이 되었던 거죠.

스포츠 훌리건 질 말고도 황제의 정책이 마음에 안들면 폭동에 협박, 그리고 주요 이슈가 도시를 지배하면 폭력 사태 및 폭동, 살인까지
다양한 정치적 행동의 배후로 자리 잡게 됩니다.

그래서 심지어 황제 마저도 양자간을 잘 다스리지 않으면 다른 한쪽이 일으킨 정치적 행동에 의해 폐위 당할 수 있었고 제위를 탐내는
자는 이들과 잘 연계해서 황제를 실각 시킬 수도 있었죠.

유스티아누스 1세 당시 이들의 위세는 절정에 다달아 심한 정치적 충돌 사태를 야기하며 양 서포터들 간의 살인 사건까지 자주 발생하게
됩니다. 결국 유스티아누스 1세는 청색당과 협력을 통해 국정을 운영하 나갈 수 밖에 없었죠. 물론 반대인 녹색당 반발을 샀습니다.



이걸 고대로 보았던 조카 유스티니아누스는 양당 모두를 압박하기 시작했고 결국 이에 분노한 양당은 532년 전차 경기가 있던 전차 경기장에서
황제가 보는 앞에서 반란을 일으킵니다. 그게 바로 니카의 반란이죠.

황제는 서둘러 자리를 피했고 이 두 서포터들은 승리를 뜻하는 니카를 외치며 콘스탄티노플 전역을 점령해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 두 서포터 지도자들은 황제를 폐위하고 새 황제를 옹립하게 됩니다. 이때 갓 건립된 하기아 소피아도 아주 잘 불탔죠.

이 기세에 눌린 유스티니아누스는 콘스탄티노플을 뜬 후 후일을 도모하고자 하지만 이에 황후인 테오도라의 일침에 탈출을 포기 합니다.

<천민에서 황후까지 미모와 능력으로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 테오도라, 정치적 능력도 출중하여 거의 유스티니아누스 당시 공동 통치자가
아니었을까 하는 의문을 만든 여인이죠.>

그 일침은 바로 [보라색 황제의 옷은 좋은 수의] 였습니다.

결국 황제는 두 사람의 측근을 동원하여 이 두 서포터를 박살냅니다.

한명은 선조- 이순신 관계랑 자주 비교되는 로마 최고의 명장 벨리사리우스.


다른 한명은 환관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벨리사리우스 못지 않은 명장인데도 묻히는 나르세스

벨리사리우스가 군대를 지휘하고 나르세스가 모략을 맡으면서 엄청난 숫자의 양쪽 서포터 폭도 집단은 진압 되어 버렸고
그 결과 수천명이 죽고 지도부는 사형이나 유배에 처해지게 됩니다.

훗날 유스티니아누스는 다시 하기아 소피아를 재 건립하는데 현재 이스탄불에서 유명한 건축물로 남아 있습니다.

한편 이 후 양 서포터의 기세는 약간 박살나게 됩니다. 하지만 완전히 끝난게 아니라서 후의 헤라클레오스 당시 사산조와 동로마간의
거의 혈전과 다름 없는 싸움에서 양 서포터의 입김을 받은 정치인이나 군인은 서로를 모함해 댔고
이슬람 발흥 당시 청색당은 이슬람군에게 졸전을 해대면서 콘스탄티노플을 함락의 위기에 몰고 갑니다.

당시 황제 레온티우스는 청색당였는데 이슬람군에게 패하자 녹색당은 게르만 장군 아프시마우스를 밀어 그를 티베리우스 3세로 만들어
레온티우스를 실각 시키죠.

하지만 이 위상은 점차 쇠락하여 나중에 가면 찾아 보기 힘들 정도로 몰락합니다. 하지만 무려 12세기까지 이들은 생존하면서
심심하면 제국 법정에서 싸워 댔으니 역사 면에서 현재 서포터들을 능가하는 샘이죠.

한편 전차 경기 자체는 콘스탄티노플에서는 도시가 외세에 의해 첫번째 함락되었던 제4차 십자군 원정 당시까지 생존했습니다.
그후 라틴 제국이 들어 서면서 사라지게 되었죠.
전차 경기장의 경우 지금은 이스탄불에 흔적만 남아 있죠.

아무튼 이 서포터들의 위세나 역사를 생각하면 앞으로 어떠한 훌리건이든 서포터들도 이 청색과 녹색을 이길 수는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15/04/12 14:54
수정 아이콘
얼마전에도 평소 앙숙이던 서포터 그룹이 뭉쳐 반정부 시위에 나섰던 곳이 터키 이스탄불인데.. 유구한 전통이 존재했군요.
15/04/12 18:01
수정 아이콘
잼나는 글 정말 잘 읽었습니다! 근데 중간에 보라색 황제는 무엇을 뜻하는건가요? 권력에서 밀려난 죽은 시체 같은 보라색 황제를 뜻하는건가요??

근데 반란도 일으키고 황제도 갈아치우다니 크크 검투사가 저시절까지 인기 있었다면 서포터 리더가 황제됐을지도 덜덜..
swordfish-72만세
15/04/12 18:22
수정 아이콘
옷이요. 로마 황제의 옷은 보라색이거든요.
15/04/12 18:26
수정 아이콘
아하 반어법이였군요 흐흐 감사합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58690 [일반] 한 자기계발서 작가가 생각하는 고조선 역사? [19] 인벤7673 15/06/02 7673 0
58617 [일반] 동아투위 사건 관련 대법원 판결이 나왔네요 [5] 이순신정네거리4472 15/05/31 4472 3
58032 [일반] 짧은 문장에 정서와 이야기 담기 (헤밍웨이와 이화백, 그리고 김훈의 글을 중심으로) [21] Eternity5989 15/05/08 5989 36
57661 [일반] 징비록, 아 이제 도저히 못보겠네요... [47] 발롱도르11046 15/04/19 11046 1
57563 [일반] 징비록, 임진왜란 들어서면서 정말 실망이네요. [59] 발롱도르7988 15/04/15 7988 9
57525 [일반] 안녕하십니까 뉴비입니다 [15] 이순신정네거리3993 15/04/13 3993 1
57499 [일반] 로마사에서 등장하는 강력한 스포츠 서포터들 [4] swordfish-72만세5182 15/04/12 5182 1
57214 [일반] 수신료의 가치 - KBS 역사저널 그날 [37] 조던8499 15/03/27 8499 4
56957 [일반] 2014년도 한국인이 좋아하는 분야별 인물 [46] 10328 15/03/12 10328 0
56801 [일반] 화폐 인물을 전부 새로 뽑는다면? [97] 그라믄안돼10092 15/02/28 10092 1
56631 [일반] 임진왜란 해전사 - 후기 [12] 눈시BBand6974 15/02/18 6974 25
56571 [일반] 임진왜란에 비해 병자호란은 왜 사극화가 잘 안될까 [77] 발롱도르13484 15/02/15 13484 0
56489 [일반] 임진왜란 해전사 - 完. 이 적을 무찌를 수 있다면 [16] 눈시BBand8130 15/02/11 8130 5
56456 [일반] 임진왜란 해전사 - 14. 노량으로 가기까지 [16] 눈시BBand5401 15/02/09 5401 10
56225 [일반] 다음달 방영되는 KBS 사극 징비록 [34] Dj KOZE7009 15/01/28 7009 0
56083 [일반] 임진왜란 해전사 - 13. 조선 수군 재건, 그리고 무서운 떡밥 하나 [13] 눈시BBand7317 15/01/21 7317 10
56011 [일반] 《삼국지》 제갈량이 신중하게 북벌을 했던 이유. [47] 靑龍9156 15/01/17 9156 0
55811 [일반] 임진왜란 해전사 - 12. 구국 [30] 눈시BBand6681 15/01/05 6681 8
55709 [일반] 코리아 - 코리아 사진으로 보는 남북한의 대조 [25] Dj KOZE8684 14/12/30 8684 1
55439 [일반] 임진왜란 해전사 - 11. 명량 [19] 눈시BBand7631 14/12/15 7631 26
55248 [일반] 임진왜란 해전사 - 10. 신에게는 아직 열두척의 배가 있습니다 [31] 눈시BBand8331 14/12/04 8331 11
55095 [일반] 헨리키신저의 신작, 세계질서 [12] 콩콩지4918 14/11/25 4918 5
54955 [일반] 임진왜란 해전사 - 9. 한산이 무너지다 [19] 눈시BBand6540 14/11/18 6540 1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