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5/04/10 00:26:28
Name WhenyouRome....
Subject [일반] 아버지... 그 애증의 이름...
안녕하세요. 참  기껏해야 한달 정도만에 pgr에 연속으로 글을 올려봅니다.

모처럼 아내도 없고 술도 맥주 다섯캔쯤 마시니 평소에 써보고 싶었던 아버지에 대한 글.. 그리고 그 영향을 받은 저에 대한 글을 써보고 싶네요..

(아내는 친정이 아닌 시댁에 애 대리고 혼자 간건 함정...)

저는 중2에 아버지를 떠나보냈습니다.. 어리다면 어린.. 그렇다고 완전 어린이도 아닌 시기에 아버지를 떠나보냈죠..

원인은 사고사였지만 사실 과음에 의한 실족사가 더 맞는 표현 같습니다..

제 집은 산 중턱에 있었고 아버지는 집에서 언덕 밑으로 떨어졌습니다. 술에 자신의 몸도 못가눌 정도로 취해서 말이죠...

전 아버지를 가족 그 이상으로 사랑해본 적이 없습니다.

어려서부터 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집에서 tv를 보며 누워있던 모습과 술 마시고 엄마와 저를 신나게 패던 기억..

그리고 맨날 술마신 아버지를 피해 도망 다니던 기억이 대부분이거든요..

몇년전에 안 일이지만 아버지는 정신적인 장애.. 분노조절장애를 가지고 있엇습니다.

평소에는 멀쩡하다 술만 마시면 분노를 제어를 못하는 모습을 많이 보였죠...

아버지는 어렸을쩍 그 동네에서 할아버지 이름이나 할아버지가 하시던 한약방 이름을 대면 모르는 사람이 없는 동네 유지 집의

막내였습니다..

그래서 돈도 실컷 쓰고 먹고싶은 것 마음껏 먹고 온갖 망나니짓을 해도 할아버지가 다 막아주던 집안에서 살았습니다..

심지어 삼청교육대를 갔는데도 1개월만에 나왔다는군요.. -_-;; 할아버지의 재력이 어마무시 했나 봅니다...

그래서 소위 친구들 엄마가 놀지 말라고 하는 친구 첫손에 꼽히던 존재였습니다.

그에 비해 독실한 크리스찬집안의 금지옥엽 딸이었던 어머니는 순진한 처녀였죠..

그런데 제 아버지는 그런 어머니에 한눈에 반했고 어머니를 꼬셔 결혼에 성공! 합니다. (잘 생기긴 했습니다. 젊을 때 사진 보면 귀공자예요.)

하지만 분노조절장애가 있었죠.. 이게 평소에는 천사처럼 착하다가 술만 마시면 정신이 나가버립니다.

온갖 폭력은 다 휘두르고 집안 집기 다 부시고 난리가 납니다..

제 어머니는 그 덕에 저를 임신했을때 아버지가 일하러 나갔다가 술마시고 오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매일 울었답니다..

그덕에 전 눈물이 많습니다..

참 재밌는게 이 양반이 능력은 좀 있었습니다.

용접사였는데 1990년에 일당으로 13만원을 받았다는군요...

지금 제가 설비하면서 용역 부르면 10만원에서 12만원 주는데...-_-;; 1990년에 13만원이면 물가 상승률 감안하면... 덜덜덜..;;

제가 기억하는 아버지의 tv보며 누워있는 모습은 한달에 6일 일하고도 생활비는 버는 남자의 여유라고나 할까??

근데 전 너무 싫었습니다. 아버지가 집에 있는게.. 물론 일하러 나가는 것도 싫었시만(술 먹고 들어와서 깽판 진상 다 부림..)

집에 있으면 술 마시고 엄마 패고 저 패고 ...; 누나는 이뻐해서 안 팼습니다. 그래서 주로 누나는 말리는 역할이었죠..

어찌돼도 누나는 잘 안때리더군요.. 그덕에 저는 동네북...;;; 엄마는 북어 수준이었죠...

이를 갈며 싫어했습니다. 내가 빨리커서 저 아버지란 작자를 죽여버리겠다고 결심할 정도였으니까요...

같이 일하던 사람들은 다 집 사고 땅 사고 건물 사고 부자되는데 우리 집만 여전히 가난했습니다..

아버지란 사람이 일을 안 하니까요.. 한달에 6일 이상 일을 안 합니다.. 생활비는 되거든요...

제가 그래서 어렸을 때 두 가지 결심한게 있습니다..

절대 여자는 안 때린다.. 절대 아버지처럼은 안 산다.. (폭력은 안 쓴다.. 집에서 놀면서 일 하러 안나가는건 못할 짓이다)

그 덕에 고등학교 다니면서까지도 여자들도 못 이기는 바보라고 무시당했습니다... (사실 여자들이 한주먹 감이라도 될까요.. 건장한 남자한테)

차라리 여자한테 맞고 말지 때리긴 싫더군요..

그리고 취업함과 동시에 정말 열심히 일 했습니다.. 뭐 그건 지금도 그렇네요.. 일 있는데 노는 건 취향이 아니니까...

그런데 한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어렸을 때 정신적 충격을 받으면 평생 간다고 하나요??

그래서 폭력적인 집안에서 자라면 자식도 폭력적이 된다고 하죠....

전 정말 미치도록 노력해서 폭력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 되고 부지런한 사람이 되서 정말 좋은 남편 좋은 아빠가 되기위해 노력했습니다.

지금도 노력중이구요..

그래서 굉장히 부드러운 남편이자 아빠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정말 어렸을 적 경험이랄까요? 순간적으로 욱해서 분노가 조절이 안되는 시간이 3초정도 있습니다..

그럴때 평소에 안 쓰던 ic 같은 단어를 쓰기도 하고 아내에게 무섭게 쳐다보기도 하고 그렇게 됩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 굉장히 관대하려고 노력한 대신에 저 자신에게 굉장히 엄격합니다.

나 자신에게 화가나면 주체를 못해요.. 흡사 분노조절장애처럼 자해를 해서라도 나 자신에게 벌을 주지 않으면

견딜 수가 없을 만큼 화가 납니다..

이런게 어렸을 적 나쁜 경험의 후유증인가 싶을 정도에요...

그리고 결혼을 했을때 까진 아버지에 대한 미움이 원망 정도였은데 아이를 낳으니까 증오로 바뀝니다.

견딜수 없이 화가나서 가족들이 아빠 이야기만 하면 욕부터 튀어나옵니다.

제가 애를 키워보니 너무너무 소중해서 뭐라도 더 해주고싶은데 제 아빠란 작자는 자기 분노 조절 못해서 동네 북처럼 팼던 사람이거든요..

충분히 돈 벌 능력 있으면서도 노는게 좋아서 가족들 고생 시켰거든요..

참고로 그당시 제 아버지 친구들은 6개월에 아파트 하나씩 샀습니다... 지금은 다 부자들이에요... 1년이면 건물 하나 살 정도였으니까요..

미치도록 밉고 생각하면 화가 납니다.. 그래도 사랑이 있는건 단지 가족이었고 일찍 죽어서(40세에 돌아가심) 개과천선할 기회도 못 얻았다는 거 정도군요..

지금 제가 영향받아 괴로워하는 거의 대부분이 제 아버지 덕분이라 생각하니 더 열받네요..

어머니는 항상 걱정하십니다. 제가 아이를 기르면서는 더 걱정하시네요..

갈수록 아버지를 더 미워한다고.. 이제 그만 용서하라고...

가족으로선 사랑하는데... 도저히 아버지로서는.. 내가 아버지가 되보니 용서할 수가 없습니다..

세상에서 손꼽히는 잉여인간 수준이니....

참 애증의 존재입니다...

그 덕에 저는 분노조절장애를 물려받고도 다른 사람에게 피해주는 대신 저 하나 괴로워하며 끝내서 고맙긴 합니다..

제가 아버지에게 고마워하는게 두 가지 있는데 한 가지는 아버지 닮은 손기술이고

나머지 한 가지는 빨리 돌아가시면서 나에게 아버지처럼 살지 않게 하도록 굳게 다짐하게 해준 거네요...

지금도 생각하면 이가 부드득 갈리지만 너무 일찍 세상을 떠나버려서 안타깝기도 합니다..

심경이 참 복잡한데 이 심경이 평생 갈거 같네요...

애증의 존재... 참 슬픕니다.. 아버이에 대한 좋은 기억은 거의 없고 안 좋은 기억만 있는데... 그래도 가족이라 사랑하는 것이...

여러분.. 남자라면 가장이 되려고 준비하시거나 가장이시라면 정말 저같은 아들 만들지 않게 노력하시길 바랍니다..

아버지 돌아가신 날에도 일찍 돌아가셔서 아들이 아버지 안 죽이게 해줘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하는 아이가 또 생기면

얼마나 슬프겠습니까...

항상 행복하세요...

p.s 아내가 어렸을 적 제 이야기를 저와 어머니를 통해 듣고 울며 저에게 감사하단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런 비참한 경험에도 너무너무 좋은 가장이자 아버지가 돼줘서 고맙다고요..

저처럼 안좋은 가정 환경을 가지셨더라도 노력으로 90%는 극복할 수 있어요..
모두 행복하세요..!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서린언니
15/04/10 00:49
수정 아이콘
제가 연락 안하는 사람이 있는데 아버지 주사가 너무 심해서 가족이 다 싫어하더군요. 절대 아버지처럼 되지 않겠다고 하더니만
연애하다가 술먹고 여친 때리더군요.... 주사를 똑같이 물려받았나봅니다...
지금은 결혼해서 애낳고 잘 지내는 것 같은데.... 글쓴분 처럼 좋은 아버지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WhenyouRome....
15/04/10 01:01
수정 아이콘
본인이 의식하고 뼈를 깍는 노력 안하면 극복하기 힘듭니다.. 전 여자애들한테 맞는거 친구가 도와주다 15:1(여자 15 남자 1)로 쳐 맞는거 보면서도 여자는 안 때렸어요.. 그덕에 여자애들한테 여자한테 맞는거 무서워서 친구 안 도와줬다는 쌩 병god같은nom 됐지만..(그게 무서웠을리가......) 그정도로 노력안했면 저도 여자 무지하게 팼을거에요.. 본게 그거니..;;;
Seonowon
15/04/10 01:08
수정 아이콘
저도 가끔씩 제 행동에 아버지란 사람의 행동이 오버랩돼서 되게 힘들어요. 자괴감이라고 해야할지. 십수 년을 같이 살다 보니까 무의식중에 배웠나 싶으니 정말 끔찍하더라고요.
WhenyouRome....
15/04/10 01:09
수정 아이콘
힘내세요. 의식하고 노력하면 거의 극복가능합니다.. 100%는 아닐지라도..
배에힘줄
15/04/10 14:20
수정 아이콘
저희 아버지 얘긴줄.. 정신병원 모시고 가서 겨우 분노조절장애 인정하시고 그 후로는 개과천선 한편이지만 초딩때부터 스무살 초반까지도 정말 지옥같았네요. 혼자 갑자기 자기 화에 못이겨 결국에 응급실에 실려갔을때 그냥 죽었으면 하기도 했고 정신병원에 감금시키려고 노력도 해봤지만 참 자식들이 속썩이는게 아니라 부모가 속썩이는 집구석이었어요.
지금은 아버지 신경안쓰고 나름 회사다니면서 그럭저럭 잘살고있지만 어릴때부터 십수년간 시달렸던지라 반자폐증 걸릴뻔했네요--;
맘을 열려고 해도 열 수 가 없어요 한참 당할 때 나중에 시간이 많이 지나서라도 혹시나 아버지에 대한 분노가 사그라들지언정 이 인간을 절대 동정하거나 용서는 하지 말자고 몇번이나 다짐을 해서인지.. . 아직 결혼은 안했지만 아버지 반대로 살면 참 잘 사는 인생일거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저도 글쓴이분처럼 살려고 항상 생각하고 있어요 허허..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57610 [일반] 벽 위에 핀 꽃 [2] SaiNT2069 15/04/17 2069 4
57597 [일반] 세월호 1주년, 다시… 별 헤는 봄 [10] 두괴즐2602 15/04/16 2602 5
57577 [일반] 세월호를 읽다. [8] Chabod3237 15/04/16 3237 6
57565 [일반] 지금 돌고 있는 엠바고 (세월호 관련입니다) [105] 로빈11763 15/04/15 11763 3
57461 [일반] 아버지... 그 애증의 이름... [5] WhenyouRome....3403 15/04/10 3403 8
57266 [일반] 캠핑이 궁금하신 분들을 위한 어느 캠퍼의 안내서 (부제 : Q&A Best 10) [43] 제랄드9242 15/03/30 9242 34
57066 [일반] 흔한 인터넷서점 물류센터 2개월 째 일한 사람의 이야기 [15] for(int Miracle)22259 15/03/20 22259 6
56955 [일반] 이완구 국무총리 부정부패 관련 대국민 담화 발표 [63] 최종병기캐리어5660 15/03/12 5660 1
56935 [일반] I don't know what to do [25] DogSound-_-*4209 15/03/11 4209 1
56877 [일반] 우리마당 테러사건(1988.8.17) [31] kurt9994 15/03/06 9994 3
56660 [일반] 진상은 세계 어딜가나 있네요... [18] 디자이너8748 15/02/20 8748 0
56608 [일반] 모터 달린 제품은 삼성꺼 사면 안된다? by 노트북 [100] 막타못먹는원딜11691 15/02/17 11691 5
56508 [일반] 우리 아이 개인정보,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 [22] 이상한화요일4222 15/02/11 4222 6
56202 [일반] 세월호 유가족들이 다시 거리에 나선 이유. [243] Dj KOZE13427 15/01/27 13427 13
56175 [일반] 사용 후에는 자리에 놓아두시면 됩니다. [56] 태바리6253 15/01/25 6253 3
55938 [일반] 젊은 사회에서 보는 어린아이에 대한 인식. [212] i제주감귤i12765 15/01/13 12765 13
55928 [일반] 신기한 3d 프린터 [32] crossfitmania8231 15/01/13 8231 0
55898 [일반] 영화관의 새로운 진상을 봤습니다 [91] 카스트로폴리스15411 15/01/11 15411 0
55808 [일반] 서비스업이 만만한가? [56] 성동구10284 15/01/05 10284 2
55611 [일반] 말해봐요...나한테 왜 그랬어요? (feat. 크리스마스 선물의 악몽) [25] 쉬군7500 14/12/24 7500 3
55474 [일반] 갑의 횡포를 욕하는 나 또한 갑의 횡포를 부리진 않았을까? [44] 하정우5810 14/12/17 5810 0
55457 [일반] 나를 찾아줘 : 매너리즘을 탈피하지 못한 범속함 [32] 구밀복검12291 14/12/16 12291 7
55441 [일반] [야구] 넥센 비활동기간 단체훈련 적발?+선수협대응추가+넥센반응추가(2) [107] 향냄새10757 14/12/15 10757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