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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5/02/21 21:29:44
Name 신불해
Subject [일반] 강희제가 범죄자의 인권과 백성들의 인명 가치에 대하여 고심하다
파일



(중략)……강희 20년, 그는 법률 집행 기관에서 올린 상소를 통해, 사형이 너무 많이 행하여진다는 것을 알고 형부와 대리사, 도찰원의 관리들을 불러 놓고 이렇게 말했다.



 "군주는 도덕으로서 백성을 감화시켜야 하며, 형벌로써 백성을 교화하는 것은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 형벌은 경고의 역할을 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그대들이 공정하게 법률을 집행해야 백성들이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을 것이다."



 "백성들이 무지몽매하여 법을 어기고 죄를 저지르는 것은, (그들이 죄를 지을 의도가 있어서가 아니라) 그저 교육을 잘 받지 못하였을 뿐일 수도 있다. 아니면 생활이 궁핍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습관이 되어 국법을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다. 나는 이런 모든 백성들을 측은하게 생각한다."


(중략)


 "짐은 백성들의 목숨을 소중하게 생각하며, 그들이 살길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형부에서 판결기록을 올릴 때마다 짐은 그것을 몇 번이나 읽고 또 읽어 죄인을 살릴 수 있는 이유가 있을지 찾아보고 있다. 죄인이 죄를 저지른 것이 사실이라고 할지라도, 즉각 처형하기보다는 감옥에 가둬 놓고 이듬해에 다시 관찰해보도록 하자."



"하지만 죄인들은 자신들이 곧장 처형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 살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겠지만, 감옥 안에서 몇달을 지내다보면 개과천선을 하고 싶어도 별다른 방도를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짐은 그들을 생각하면 너무나 불쌍하게 여긴다."



……강희제는 친정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형부에 명하여 유배를 보내는 시기를 바꾸도록 하였다.



"10월에서 1월까지는 겨울이다. 그리고 유배되는 죄수들은 몹시 가난하여 옷도 제대로 입지 못한다. 그러니 대단히 추울 것인데, 그들이 죄를 짓기는 하였으나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길에서 얼어죽어 마땅한 것은 아니다. 이들이 몹시 불쌍하니 앞으로 10월에서 1월까지는 죄수들을 유배지로 보내지 말며, 한여름인 6월에도 마찬가지다."


(중략)


……삼번의 난을 평정한 후, 동북 지역에 있는 선조의 능에 제사를 지내러 갔다가 유배된 죄인들의 비참한 생활을 보고 놀란 강희제는 다음과 같은 지시를 내렸다.



 "짐은 이제껏 영고탑과 오라의 죄수들이 이토록 고초를 겪고 있는지 알지 못했다. 그들은 몸을 쉴 수 있는 집도 없고 농사를 지을 돈도 능력도 없다. 게다가 남방 출신인 그들은 약한 몸으로 이렇게 추운 곳에 끌려와, 고향과는 전혀 연락도 하지 못하고 있으니 정말로 측은하기 그지없다. 그들이 비록 스스로 지은 죄값을 치르고 있다곤 하나, 요양과 같은 지역으로 유배된 것만으로도 능히 대가는 치렀다고 할 수 있다. 그들에게 농사지을 땅을 주어 생계를 꾸리도록 하고, 집을 지을 수 있게 하라."


(중략)


……어사 황경기가 팔기 소속의 노비들 가운데서는 자결하는 자가 많다고 하자, 강희제는 노비 박해를 금지시켰다. 같은 해 6월, 그는 팔기의 포의좌령 소속 노비들이 주인이나 남편이 죽으면 순장되는 악습을 금지시켰다. 1688년 예부에서 관례에 따라 선서성의 열부 형씨 등이 남편이 죽자 함께 순장되었다며 상과 표창을 내려 달라고 상소를 올리자, 강희제는 이렇게 말했다.



 "남편이 죽는다고 따라 죽는것은 이전에 금지시킨 일이다. 근래에도 각지에서 순장이 공공연하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들었는데, 사람의 목숨은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다."



"이미 남편이 죽은 것만으로도 불쌍한 일 아닌가? 그런데 어찌하여 스스로 또 목숨을 버린다는 말인가? 생명을 귀하게 여기지 않고, 남편이 죽었다고 따라 죽는것은 황당무계한 일이다. 그들에게 표창을 내린다면, 앞으로 더 순장을 성행시키라고 상을 내리는 일 아닌가? 


 
(중략)


……삼번의 난을 진압하고 있을때, 팔기 관병들은 한족을 잡아다가 노비로 삼는 일을 빈번하게 자행했다. 정남왕 경정충의 부대에서 청나라군에게 자식을 빼앗긴 사람만 해도 절강 출신이 500명, 강서 출신 500명으로 총 1천명에 달할 정도였다. 강희제는 지방 총병과 장수들이 민간인들의 재물과 자식을 뺏지 못하도록 하였다. 강희제는 장군이 백성들에게 피해를 주었다면 관직을 빼앗고, 패륵이라면 종인부에 넘겨 죄를 처벌하도록 했다. 


(중략)


…… 대만의 정씨 왕조 때문에 북건 지역에서는 해안가에 경계선을 긋고 경계선 밖에 사는 백성들을 모두 경계선 안쪽으로 이주시킨 후, 경계선 밖과의 왕래를 완전히 끊도록 했다. 이로 인해 수천리에 달하는 해안에 사람 그림자를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이때 내륙으로 이주한 사람들은 대부분 정착하지 못하고 떠돌다가 만주족 관리들에게 잡혀 노비로 전락했다.



총독 요계성은 팔기병의 노비로 전락한 사람들을 풀어줄 것을 요청했고, 팔기병은 팔기병 대로 '거액의 몸값을 받아야만' 노비를 풀어 주엤다고 하였다. 이렇게 되어 20만 냥이라는 거금이 팔기병에게 제공된 끝에, 무려 2만여명이나 되는 노비들이 다시 자유의 몸으로 돌아갔다. 



출처 : 수신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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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에서
15/02/21 21:35
수정 아이콘
강희제의 정말 대단한 점은 그 무시무시한 업무 능력보다 자신에게 철저히 엄격하고 약자에게 관대하다는 점인 것 같습니다 오늘도 좋은 글 감사합니다
Shandris
15/02/21 21:44
수정 아이콘
강희제는 재위기간에 있었던 일 랜덤으로 찍어서 복붙해도 교훈이 될거 같은...
여자친구
15/02/21 21:56
수정 아이콘
선추천후독!
내일은
15/02/21 21:56
수정 아이콘
송나라 유학자들이 꿈꾸었던 도학 군주가 정작 그들이 가장 미워했던 여진족이 세운 청나라에서 이뤄졌다는 점이 역사의 아이러니죠.
키스도사
15/02/21 22:07
수정 아이콘
순장이 청나라때까지 존속되었나요? 흠좀무..
Shandris
15/02/21 22:27
수정 아이콘
이민 왕조 때 부활한겁니다. 원래 순장은 공자부터 강력 비판한거니...
15/02/21 23:49
수정 아이콘
순장은 명나라 때도 공공연히 있었습니다.

조선에서조차 중국 전통이지만 저런 건 배우지 않는 게 맞다. 이러며 비판할 정도였고요.
vlncentz
15/02/21 23:54
수정 아이콘
명 초기에 허조가 그리 비판했죠. 근데 명 중기부터 없어졌다고 들은 것 같은데...
Shandris
15/02/22 00:00
수정 아이콘
아마 원나라때 부활했다가 명나라때 그 습속이 남아있게 된걸로 기억하는데 제가 확실히 기억하는건지 좀 애매하긴 하네요.
15/02/21 22:09
수정 아이콘
이런 범죄자 인권에 대해서 고민한 왕이 조선에도 하나 있죠. 세종이라고...
신하들과 벌인 범죄자에 대한 처벌 수준에 대한 논의를 간단히 가져와봅니다.

세종이,
'지금 나라에 도적이 많이 다니니, 이건 백성들 살림살이를 제대로 마련해주지 못한 내 탓이라 심히 부끄럽다.
죄인에 대해 법을 무겁게 써야하는 것은 맞으나, 대명률이나 당률소의를 살펴봐도,
3번 절도를 했다고 사람을 함부로 죽일 수 있다는 법조문이 없는데, 어찌 가볍게 법을 고쳐서 사람을 죽일 수 있겠는가.

형벌이란 건 없을 수도 없고, 형벌을 시행하는 것도 부득이한 일인지라 우리나라에선 법조문에 의거해 처벌하는데,
사람 하나를 죽이는 것은 마음으로도 차마 못하겠거늘, 어찌 법조문을 고쳐가면서 많은 사람을 죽일 수 있겠는가.

요사이 사형될 자가 많았는데, 허후가 형조 일을 맡아 보면서 항상 이 일에 마음을 깊이 쓰고,
나도 또한 유의하여 살아난 사람이 많았다.'

하니, 권제가 그에 대해 반발하면서

'도둑이 마을의 소를 도둑질 해 마을에 소가 거의 없다 시피하고,
시골에선 도둑에게 해코지를 당할까 후환이 두려워 고소도 하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고려 때는 도둑이 성행하니 군대를 동원하여 소탕한 적도 있고, 나라가 도둑들로 고통받고 있는데
성상의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은 이해하나 마땅히 미리 잘못되지 않게 엄하게 다룸으로써
이런 상황이 더 번지지 않게 하지 않으면 후회막급이 될 것입니다.'

하니 세종이 대답하기를,

'뒷날의 일을 미리 생각하여 무거운 벌칙을 경솔하게 쓸 수는 없다.'

하니 김종서가 다시 뭐라뭐라 반대하니, 세종은,

'은사라는 것은 임금된 사람이 전날의 죄악을 탕감해 씻어주어서 새 사람이 되게 해 주자는 것인데,
사소한 물건을 훔쳐 간 자까지 모두 중죄로 다스리는 것은 옳지 못한 것 아니겠는가.'

하니 권죄와 박이창이
"3번 도둑질 한 사람은 사형에 처한 것을 의논한 것을 알고는
범죄가 줄어들었다 은사로 죄를 면한다하니 다시 도둑질이 성행합니다" 라고 말하니,

세종은 다시 '도둑이 비록 이런 말을 들었다 해도 그 효과가 이렇게 빠를 순 없다.'

반발하니 황치신이 또 반대하기를,

'도둑의 발꿈치를 베어버려도 후에 또 도적질을 계속하니 그들을 용서해 줄 수 없습니다.'

하니, 세종은 '그러고도 계속하는 자가 있다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발꿈치를 어떻게 베는지 모르는 거 아닌가.
그렇다면 도둑질한 물건의 많고 적음을 정해서 장 1백대와 3천리 유배로 하자.'

하니, 권제가 '3천리 밖으로 귀양보낸다 해도 얼마 안 가서 또 도망쳐 전처럼 도둑질을 할테니 의미가 없습니다.'

하니 세종은 ' 비록 도망해 돌아온다 해도 그 왕래하는 동안 이미 고생과 고난을 겪은 게 된다. 처벌로써 충분하다.'
하며 홀로 신하들과 무쌍난무를 시전한 적이 있지요.
tannenbaum
15/02/21 22:27
수정 아이콘
이분은 진짜 뭐하나 꿀리는 게 없죠. 그죠?
지식, 내공, 깡(?) 등등등
닉네임을바꾸다
15/02/21 22:30
수정 아이콘
뭐 계급부터 안꿀리니까요...
tannenbaum
15/02/21 22:31
수정 아이콘
!!!!!!!!
닉네임을바꾸다
15/02/21 22:35
수정 아이콘
계급빨로 밀어부친 느낌이 가장 강한건 훈민정음 창제정도지만서도요...
15/02/21 23:01
수정 아이콘
바로 밑 후임 부려먹는데도 일가견이 있었죠.
닉네임을바꾸다
15/02/21 23:10
수정 아이콘
뇌물을 먹어도 안자르고 결국 그 이상 토하게 만드는...?
절름발이이리
15/02/21 23:28
수정 아이콘
몸매가 별로인걸로..
아이지스
15/02/22 00:14
수정 아이콘
현재 중국 지배층보다 인권개념이 확실히 서 있네요
삼공파일
15/02/22 01:11
수정 아이콘
천년 단위로 전해져오는 인권 감수성... 후덜덜하네요
마나통이밴댕이
15/02/22 01:16
수정 아이콘
뭔가 생각이 엄청 근대적인데요 후덜덜...
진짜 아이지스님 말 대로 현재 중국보다 훨씬 나은듯......
15/02/22 09:45
수정 아이콘
뭐 강희제라고 해서 말년에 허물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손에 꼽힐만한 성군인건 분명하니...
15/02/22 10:26
수정 아이콘
워낙 황제 중에서도 역대급인 분이라...
구들장군
15/02/22 10:44
수정 아이콘
글 잘 읽고 갑니다.
대학시절에 형사정책 보면 뜬구름 잡는 소리에 갑갑하다가, 정약용의 흠흠신서 보고 훨씬 낫다 싶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서세동점 시기에 서양의 법제/법사상을 받아들이고 원래 있던 법제/법사상이 사라져버렸죠.
식민지배가 없었더라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을 겁니다. 그들이 앞섰었으니까요.

다만, 다른 분야는 몰라도 형사정책 쪽은, 우리가 가지고 있던 것들을 잘 가꾸었어도 좋지 않았을까 싶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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