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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5/02/18 23:01:37
Name 기아트윈스
Subject [일반] 일본어 공부 단상

1.

동사의 어미를 변화시켜 명사를 꾸며주는 형태로 만들 때 일본어는 동사원형 (지쇼케)을 사용한다. 예컨대


食べる こと 먹는 일(것)

다베루=먹는; 코토=일,것


眼鏡を かけて いる 人 안경을 쓰고 있는 사람

메가네=안경; 오=을; 카케테 = 쓰고; 이루=있는; 히토=사람


이건 뭐 1:1 대응....

여기서 동사원형이 맡는 문법적 역할은 우리말 조사 "는"이 갖는 문법적 기능과 사실상 일치한다.

일본어 수업 중 해당 문법을 익히는 시간에 일부 학생들이 다음과 같은 실수를 반복했다.

眼鏡を かけて いる [の] 人

중간의 [노]우리말 "의"와 그 용법이 거의 일치하는 조사로, 바로 앞에 나오는 명사 혹은 명사구를 받아서 뒤따라오는 명사 혹은 명사구를 수식해준다.

예컨대,

요리 [의] 달인

같은 경우를 들 수 있다.

문제는, [노]는 동사원형 뒤에는 붙일 수 없고 오직 명사 뒤에만 붙일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규칙은 한국인들에겐 대단히 쉽고 명백하게 느껴진다. 왜냐하면 [의] 역시 명사에만 붙기 때문이다.



2.

바로 이 때 일본어 선생님이 씩 웃으면서 말했다.

[외국인에게 일본어를 오래 가르쳐왔는데 이 부분에 오면 중국어 사용자들이 꼭 이 실수를 하더군요. 전 중국어를 잘 모르지만 아마 중국어 문법 특성 때문이겠지요?]

그러자 위의 실수를 연발했던 학생들이 크게 웃으면서 이마를 무릎에 탁 치는데 그제서야 자세히 보니 다 중국인 혹은 중국계 학생들이다.

나 역시 무릎에 이마를 탁 쳤다.

[요놈들이 的랑 の를 헷갈렸구먼]

중국어에선 위와 같이 동사를 변형시켜 수식구로 만들기 위해 그 뒤에 的를 붙여서 명사구로 바꾸는 문법이 있다. 물론 이 的는 동사 뒤에만 붙는 게 아니라 뭐 다 붙는다. 당연히 명사 뒤에도 붙고 말이다.

따라서 이들이 처음 일본어 조사 の의 해당 용법을 배웠을 때 머리 속에서 이른바 [的の 일체화 현상]이 발생하는 건 거의 필연적이다. 그리고 후에 的와 の의 문법적 기능이 달라지는 지점, 중국어에선 的 앞에 동사가 올 수 있지만 の는 안 된다와 같은 지점에 부딪힐 경우 자연스럽게 위와 같은 파열음이 생기는 것.



3.

여담을 좀 펴보자면, 한국어와 일본어의 문법은 아찔할 정도로 유사해서 위와 같은 구간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이걸 일본어를 배우는 한국사람들은 마치 고기가 물의 존재를 모르듯 잘 느끼지 못하지만, 양놈들은 물론이요 중국인들 역시 같은 반에서 일어를 배워보면 한국인이 가진 이점이 얼마나 거대한 건지 쉬이 알 수 있다.

그냥, 배움의 효율 측면에서 게임이 안 된다. 한국 학생이 놀고 먹고 예습복습 안하고 숙제 안하고 탱자탱자 놀아도 그냥 수업에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매일밤 울면서 공부한 서양인보다 빨리배운다. 한자가 문제인 것도 아닌게 중국인들의 일본어 학습 효율 역시 한국인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 그냥 큰게 아니라 많이 떨어진다.


4.

게르만 놈들이 영어 배우는 것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고놈들이 영어 배우는 데 탱자탱자 놀고 먹고 대충대충해도 매일밤 울면서 공부한 동양인보다 빨리 배우는 건 갸들이 똘똘해서가 아니라 그냥 독일어나 영어나 네덜란드어나 다 거기서 거기라서 그렇다.


5.

한국어 사용자들은 일본어 학습에 있어 단언컨대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유리한 위치에 있다. 게임으로 비유하자면, 영어 스킬을 배우는 데 스탵 포인트가 10개 들어간다면 일본어 스킬은 1개만 들어가는 것과 같다.

이건 써먹지 않고 썩혀두기엔 너무 아까운 자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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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덤여신
15/02/18 23:06
수정 아이콘
이마가 많이 아프셨겠네요...
기아트윈스
15/02/18 23:30
수정 아이콘
일주일이 지난 지금도 얼얼하네요
지켜보고있다
15/02/18 23:07
수정 아이콘
본격 일본어 공부하고 싶게 만드는 글이네요!
일본여행을 수도 없이 다니지만... 본토인 앞에서는 음식 시키는거밖에 할 줄 모르는 사람으로써...
일본어 정말 배우고 싶어요 ㅠㅠ
까막눈이 되더라도 말 섞는것만은 하고 싶은데, 이런 경우 어떻게 공부하는게 좋을까요?
랜덤여신
15/02/18 23:11
수정 아이콘
저도 까막눈인데다가 일본어를 안다고는 절대 말 못 합니다만...

저 같은 경우에는 애니메이션을 8년쯤 보니까 대충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전형적인 '애니메이션으로 배운 일본어' 수준이죠. 여행 갔을 때 현지인하고 이것 저것 간신히 대화할 수 있는 수준이고, 여기서 더 늘지도 않지만, 여행에서 써먹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합니다.

그러니까 우리는 토익을 멀리하고 애니메이션을 보는 게 낫습니다. (?)

그런데 사실 이렇게 배우는 건 너무나 비효율적인 것 같아서 권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저는 게을러서 정규 교육으로 일본어를 제대로 배우는 건 앞으로도 어려울 것 같긴 합니다만...
지켜보고있다
15/02/18 23:20
수정 아이콘
크크크크 저도 그렇게 애니를 좋아했다면 여행에서 참 유용히 써먹었을텐데요..
여행 횟수가 여섯번정도 넘어가니, 간판에 있는 히라가나는 어느정도 읽혀지더라구요 덜덜..
읽는것도 이정도인데.. 역시 애니가 최고군요
기아트윈스
15/02/18 23:24
수정 아이콘
그냥 학원 끊어서 다니는 게 좋습니다.
그게 귀찮고 번거로워 보이지만 제일 효과적이에요.

조금 더 본문을 부연해서 용기를 드리자면 제 와이프가 히라가나부터 시작하는 생초보 시사 일본어 코스를 석 달 다니면서 배운 교재 진도를

영국에서 2년간 진행된 코스가 아직도 못따라잡고있습니다 -_-;

3년째는 되어야 따라잡을 듯 해요.

이정도면 한국인이 학원 다니면서 일본어를 배우는 건 투입 시간과 자원 당 뽑아내는 아웃풋이 그냥 세계 최고인거지요.

세계 최고 수준의 일본어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국 일본어학원에 다녀보시길 권합니다. (흐흐)
coolasice
15/02/18 23:08
수정 아이콘
그러나 한자문화권이라는 점에서 중국인이 한국인보다 압도적으로 유리한 입장에 처해있죠.
독해 백날첫날 머리싸매고 봐도 일알못인 중국인이 슬쩍보고 어느정도 내용 알아맞추는걸요...
기아트윈스
15/02/18 23:18
수정 아이콘
흠... 아마 제가 특이한 경우이겠지만 한자 읽는 데 별 무리가 없어서 그런지 저도 일본어 독해는 말하기 듣기에 비해 훨씬 쉽습니다. 오히려 일본어 특유의 베베 꼬는 어투 때문에 독해숙제 맞춰볼때도 중국인 친구들이 저한테 물어보지요.

그리고 한자에 익숙하지 않은 한국인의 경우 일본어 공부 초반에야 중국인에 비해 불리해보일지라도 기실 조금 더 들어가면 중국인이 결과적으로 불리해지는 구간이 옵니다. 그건 한국어와 일본어 상용단어의 유사성이 중국어-일본어의 경우보다 훨씬 높아서 그렇지요.

예컨대 한국어 사용자인 저는 작문 숙제를 하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難局を打開する (난국을 타개하다) 라는 표현을 떠올리고 즉석에서 써먹을 수 있지만 중국인은 위의 표현을 매우 생소하게 받아들이더군요.
15/02/18 23:20
수정 아이콘
한자 용법은 오히려 일본하고 한국이 비슷합니다.
중국어는 완전 다른 게 많아요.
15/02/18 23:25
수정 아이콘
한자어도 일본-한국이 중국보다 훨씬 비슷하고, 글자 역시 현대 중국의 간자체와 한국의 번자, 일본의 한자체는 서로 달라서 그다지 메리트가 없습니다.
damianhwang
15/02/19 02:53
수정 아이콘
대만사람이면 그럴텐데...요즘 중국인은 또 모르겠습니다;
번체를 못알아보는 경향이 점점 심해진다 해서요;

뱅쿠버에서 아큐펑쳐 공부했던 형님이 말씀하시길.
(아..한자 배운 세대입니다. 40대시죠)

한국 한의대 교재 가져와서 공부하는데 중국애들이 되게 낯설어 한다 하더라고요;
굳이 표현하자면 우리가 용비어천가 원문 보면서 어버버 해 하는 느낌?
아케르나르
15/02/19 12:59
수정 아이콘
다른 분들이 말씀해주셨지만, 우리가 아는 한문은 중국에서는 고대문자입니다. 거의 한나라때 쓰던 글자들이고, 지금 중국은 그걸 간략화한 간체자를 쓸겁니다. 뭐 우리나라도 스무살 미만은 한자를 접할 기회가 많지 않았겠지만요.
사악군
15/02/18 23:09
수정 아이콘
저도 일어를 하는 건 아니지만.. 일어공부는 정말로 단어공부뿐이죠. 문법이 똑같기 때문에..
단어만 공부하면 일어는 그냥 할 수 있습니다.
기아트윈스
15/02/18 23:27
수정 아이콘
심지어 단어공부도 일상어휘가 오히려 더 어렵고 고급어휘로 들어갈 수록 그냥 공짜로 줍는게 많아서 즐겁지요.

더불어 "아 우리말 이 단어가 이런 한자어였군" 같은 경험을 통해 한국어에 대한 이해가 향상되는 건 보너스구요 -_-;
양념게장
15/02/18 23:14
수정 아이콘
영어 스킬을 배우는 데 스탵 포인트가 10개 들어간다면 일본어 스킬은 1개만 들어가는 것과 같다. <- 이거에 진짜 공감합니다 크크
루키즈
15/02/18 23:15
수정 아이콘
10년 전에 영어선생님이 뉴스시청이 언어 습득에 좋다고 얘길 하셨던 기억이...
15/02/18 23:16
수정 아이콘
그래도 일본어도 다 똑같은 건 아니더군요.
(뭐 다른 나라말이니까 당연한 거겠지만)
가령 お 접두어라고 단어 앞에 お 붙이는 거라던지..
お酒 おすし...
기아트윈스
15/02/18 23:20
수정 아이콘
접두어 お 같은 경우는 우리말에서 "왕" "개" "핵" 을 접두어로 사용하는 경우 처럼 생각하면 납득이 되더군요.

왕짜증 개구림 핵노답 등등... '-';;

물론 우리말은 대개 부정표현인데 반해 일본어는 전적으로 긍정표현이란 건 함은정.
15/02/18 23:26
수정 아이콘
아 ! 그렇게 설명하시니까 납득이 되네요 흐흐
15/02/18 23:54
수정 아이콘
고를 붙일때도 있던데 그건 뭐에요?
기아트윈스
15/02/19 00:00
수정 아이콘
御를 훈독하면 "고" 음독하면 "오"인 걸로 알고있습니다.

그래서 훈독이 늘 그렇듯 본래 한자어에서 유래한 말의 경우 "고"가 붙고
음독이 늘 그렇듯 본래 한자어가 아니라 생 일본어의 경우 "오"가 붙지요.

다만 차(お茶)처럼 워낙 일상생활에 깊이 침투한 한자어의 경우는 "오"가 붙습니다.
15/02/19 00:26
수정 아이콘
아 그렇군요 애니 맨날 보면서 대충 용법은 알겠는데 왜 다른지 몰랐었는데 감사합니다
핫초코
16/07/22 10:37
수정 아이콘
반대로 설명하셨네요.
御의 음독은 '고', 훈독은 '오'.
한자어 -음독- 고
고유어에한자붙임-훈독-오

오래된 글이지만 우연히 보실 분들을 위해 댓글 남깁니다.
김삼관
24/03/05 09:46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2024년에
랜덤여신
15/02/18 23:21
수정 아이콘
'오하요우'라든지...
15/02/18 23:24
수정 아이콘
"오야스미" 라든지....
15/02/18 23:17
수정 아이콘
사실 일본어 습득에 가장 좋은건 확장프로그램과 번역기 등으로 원문과 번역문을 같이 보는 식으로 진행하는 스토리 있는 게임입니다.(주로 19금이지만 슈타인즈 게이트처럼 아닌 경우도) 남주인공 1인칭 시점이 많기에 말투문제도 없고 글자도 같이 나오고 보이스도 있어서 완성형 교재라고 해도 무방하죠.
15/02/18 23:20
수정 아이콘
크크 그래서 미연시를 즐기는 덕후들이 일본어 전공하는 애들보다 교양 일어를 더 잘하는 거군요
기아트윈스
15/02/18 23:29
수정 아이콘
교양일어시간은 덕후들의 놀이터지요 ㅠㅠ

당해낼 수가 없다능.
15/02/18 23:35
수정 아이콘
크큭.... 공부를 안해도 성적이 나온다능
15/02/18 23:20
수정 아이콘
그래서 애니를 많이 보면 일본어가 들리지만 미드는 아무리 봐도 영어가 안 들리죠.
랜덤여신
15/02/18 23:38
수정 아이콘
제가 외국인 친구들끼리 만나면 늘 하는 말이,

자기들끼리 외국어 배우기 어렵다고 쏼라쏼라 거리고 있으면 제가 '야 임마! 너네는 그래도 죄다 인도유럽어족이니까 사정이 낫잖아. 우리는 한국어랑 비슷한 게 일본어뿐이라서 쉽게 배울 수 있는 게 그것밖에 없다고'라고 해줍니다.

슬픈 일이긴 합니다만... 그래도 일본어라도 어딥니까. 덕후로서 감사한 일이죠.

(그런데 다른 나라에서 태어났으면 또 그쪽 기준으로 접근성이 괜찮은 덕후질을 하고 있었을 텐데... 그때는 어떤 언어를 제가 유용하다고 생각했을지 궁금하네요.)
15/02/18 23:40
수정 아이콘
그래도 문화생활하기 좋은 언어는 영어와 일본어밖에 없지 않나요? 아마도...
사실 아시아 기준으로 한국어도 꽤나 상급에 들어가긴 할거같은데... 여성 한정하면 오히려 일본어보다 위에 있을지도
기아트윈스
15/02/18 23:41
수정 아이콘
양대 덕어(더쿠고)를 뽑자면 역시 영어와 일본어 아니겠습니까.

양대 덕어에 대한 접근성이 모두 떨어지는 사람들도 있는데 우리는 그래도 일본어에 대한 접근성이나마 확보했으니 이드기여(!?)
루키즈
15/02/19 03:31
수정 아이콘
최근 떠오르는 언어가 있죠. 중국어라고...
그 억소리나는 머릿수에서 나오는 데이터량이 어마어마합니다.
탈리스만
15/02/18 23:44
수정 아이콘
저도 일본어 배워봤는데 정말 놀랄정도로 어순이 똑같더라구요.
그리고 둘 다 한자를 쓰다보니 비슷한 발음이 많아요. 전혀 안 배운 단어인데 왠지 이런 발음인 것 같은데.. 하면 정말 그 발음인 것도 많죠. 흐흐
게르다
15/02/19 00:05
수정 아이콘
어디서 다큐 같은 거 보고와서 유럽애들은 4~5개 국어씩 하는데 한국애들은 10년을 해도 영어도 제대로 못 한다고 우리나라 교육이 문제라고 헛소리 하는 사람 있으면...

쟤들은 한국말, 경상도말, 북한말, 제주도말, 일본어 이렇게 5개 국어 하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그냥 그말이 그말이라 금방 배우는 거라고 설명해주고는 합니다.
기아트윈스
15/02/19 00:10
수정 아이콘
저희과 교수 중에 네덜란드에서 학위 한 독일인 교수가 있습니다. 가끔 옛날이야기를 해주는데 본인이 네덜란드어를 하나도 모른채로 그냥 무작정 유학을 왔는데 3주만에 일상 회화를 터득했다고 하더군요.

말씀하신 것처럼 서울 사람을 제주도 한 가운데 던져놓으면 제주도 말 알아듣고 어영부영 흉내내는데 한 3주 쯤 걸리지 않겠습니까.

유럽애들 다개국어 하는 건 그런의미에서 좀 사기지요 -_-;;
15/02/19 00:58
수정 아이콘
예전에 독일체류한 경험이 있었는데,
독일인들은 네덜란드어를 방언취급하더군요.
"저지 독일어"라고 북독일하고 네덜란드에서 쓰는 독일어 방언이 있는데,
그게 나중에 네덜란드어로 변했다고 합니다.
http://ko.wikipedia.org/wiki/%EC%A0%80%EC%A7%80_%EB%8F%85%EC%9D%BC%EC%96%B4
타임머신
15/02/19 00:25
수정 아이콘
대체적으로 어순이 유사한 건 맞고, 그래서 훨씬 유리하다는 데는 동감입니다.
하지만 깊이 들어가면 결국 한자나 장음/촉음, 합성동사 (주로 取る, 付く 등이 활용되는), 사역수동, 경어, 특수구문, 지명/인명 같이 어려운 부분은 수도 없이 나옵니다.
결국 외국어는 외국어예요.. 완벽하게 1대 1로 대응하는 언어란 없더라구요.
기아트윈스
15/02/19 00:39
수정 아이콘
맞습니다. 외국어는 외국어지요. 다만 한국인 입장에서 보았을 때 현존하는 모든 주요 외국어중에 학습부담이 아마 가장 적을겁니다.
우주모함
15/02/19 00:29
수정 아이콘
일본어는 단순히 어순만 같은게 아니라
배워본 분들은 알겠지만, '어투'까지 너무나 흡사합니다.

그래서 일본어와 한국어는 아주 오래전에는 '같은 언어'였다는 학설도 있죠.
기아트윈스
15/02/19 00:36
수정 아이콘
맞아요. 주어진 재료로 문장을 만들어내는 논리가 거의 같지요.
그래서 한국 학생들은 이미 배운 일본어 문법과 단어를 통해 다음 단계를 [연역]하는 게 가능합니다. (이 표현이 이랬으니 저 표현은 저런 거 아냐? 오 진짜네!)
그런데 다른 나라 사람들은 그게 불가능해요 -_-;
영어 사용자가 일본어 배우는 걸 보면 그런 구조가 눈에 안들어오니 영어로 생각한 문장을 일단 통째로 갈아서 분해하고 그걸 하나하나 일본어로 치환한 뒤 간신히 재조립하지만, 재조립한 게 어색해서 지적받고 좌절하고 그러곤 하지요.

그런데 생각해보면 우리가 영어 배울 때도 그렇다는 게 함정.

어떻게 두드려봐도 연역이 안되니까 그냥 모든 표현을 통째로 외워서 꾸겨넣는 식으로 배우게 되지요 ㅠㅠ

한국어와 일본어의 공통조상설은 그냥 그런 학설이 있다 정도가 아니라 그게 정설입니다.

물론 [한국어가 일본어의 조상이다]라고 하는 건 국뽕 마신 표현이고, [한국어와 일본어가 같은 뿌리에서 갈라쳐나왔다]라고 해야 옳습니다.

마치 침팬지가 인류의 조상이 아니라 어떤 분기점에서 헤어진 형제인 것처럼요.
우주모함
15/02/19 00:43
수정 아이콘
이렇게 하는 편이 좋다가 일본어로(こうしたほうがいい )인데
こう = 이렇게
した = 하는
ほうが = 편이
いい = 좋다

라고 각 단어나 조사가 한국어랑 정확히 1:1로 대응되는데,
솔직히 아예 어족이 다른 언어는 이런 표현자체가 1/1로 대응되는게 사실 불가능해서 어느정도는 번역할 때
역자의 자의적 해석이 불가피하죠. 그런데 일본어는 그렇지가 않아요
정말 신기하죠.

이런 뭐라하지. 세세한 관용구들? 그런게 한국어에서 단어만 바꿔놓은듯한 표현이 일본어에 너무 많더라고요.
이거 진짜 단어만 바꾼 한국어 아닌가? 옛날에 우리랑 저것들이랑 동족이었나? 싶을 정도였습니다.
자갈치토스
15/02/19 01:38
수정 아이콘
.
우주모함
15/02/19 02:01
수정 아이콘
그런 관용어 몇개 뿐만 아니라 제 위에 분이 써놓으신 대로
단어를 모아서 문장이 만들어지는 과정, 논리 자체가 굉장히 비슷합니다.

문법 자체가 너무 비슷하다는거죠. 그런건 단순히 현대에 수입되었다고 보기에는 힘들 것 같습니다.
한국어보다는 동남아와 연관이 있다는것도 별로 동의하지 않고요.
랜덤여신
15/02/19 05:54
수정 아이콘
제가 알기로 한국어와 일본어는 같은 어족이 아닙니다. 따라서 같은 뿌리에서 갈라져 나온 것도 아닙니다. 자세한 건 아래 댓글에...
수면왕 김수면
15/02/19 00:32
수정 아이콘
사실 전 일본어 배우기 시작할 때 히라가나 가타가나 쓰고 읽을 줄도 몰랐습니다. 그냥 일본 영화 드라마 애니 자막보면서 하나씩 외우다 보니 몇년 지나지 않아서 일본인 친구들하고 대화가 되더라고요. 그 다음에 아 이거 읽을 줄은 알아야 겠다고 한자독음 배우니 마무으리.
15/02/19 00:57
수정 아이콘
그런데 그래도 한국어랑 일어가 같은 어족으로 분류되지는 않죠? 중고딩땐 한국어는 알타이어족이라는 식으로 배웠는데 요즘엔 그냥 고립어라보는게 맞다 뭐 이러던데

아 그리고 무릎에 이마를 탁 치셨다니... 유연하시네요
랜덤여신
15/02/19 05:57
수정 아이콘
주류 학설이 바뀐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같은 어족이라고 부르려면 양 언어의 기초 어휘(소위 "고유어") 중에 비슷한 게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게 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원래는 다른 언어였지만 오랜 세월 동안 영향을 주고 받으면서 비슷해졌다고 보는 게 정설인데 이를 언어 동조대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가설에 따르면 한국과 일본은 언어가 비슷해졌는데 한국과 중국은 안 비슷하니까 이것도 신기하죠. 중국은 한국이나 일본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독자적인 언어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일까요.
기아트윈스
15/02/19 06:37
수정 아이콘
음, 고구려-일본어 가설이 꽤 설득력있는 주류학설 아니었나요? 고유어에 해당하는 "물"이나 숫자 셈법이 대단히 유사하다고 배웠는데 반론이 많은가보죠 -_-;?
15/02/19 01:30
수정 아이콘
일본어는 높임말이 너무 어려운것 같아요. 저 같이 야매로 배운 인간한테는 특히...
damianhwang
15/02/19 02:56
수정 아이콘
일본사람들도 한국어 높임말에 머리를 싸맬껍니다; 아마도 ;-)
yangjyess
15/02/19 02:30
수정 아이콘
어쩐지 덕후 친구들 공부도 안하는데 지나치게 일본어 잘한다 했더니 다 이유가 있었군요
15/02/19 08:03
수정 아이콘
최소한 일본어는 한국어로 90%이상 직역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암기 및 경험이 실력으로 직결될 수 있죠.
(뭐, 사람 이름, 지명 이름이야 학습에 노가다가 많이 필요하지만..최소한 서구권 애들보다야 쉽죠)
15/02/19 08:36
수정 아이콘
영어번역기와 일본어번역기의 번역간의 갭만 봐도 어마어마하지요

번역하는 게임을 오래 하다보면 번역투가 알아서 치환되는 건 당연하거니와 번역체를 거슬러 올라가서 '아 이 말은 XX라고 나와 있겠군'이라고 유추가 가능해지지요 -_-;;
15/02/19 08:52
수정 아이콘
처음 진입장벽은 한국인이 유리한 것 같아요
전 중국어도 할 줄 알아서 가나 외우고 회사에서 아침 수업 세달 배우고 제이피티 445점을 받았어요
그런데 이전 일본 여친이 전화 일본어책 사는거 보고 참 어려운 언어라 생각되더군요
15/02/19 09:20
수정 아이콘
저는 일본에 살면서 일본회사에서 근무하고 있지만 처음에 일본 왔을때는 저 역시 히라가나도 볼 줄 모르고 왔었거든요. 전형적으로 그냥 살면서 넘겨배운 일본어로 어느 순간부터는 전혀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다라는 자신감에 차있을 무렵 취직을 하여 회사에 근무하기 시작했을 때는 정말 새로운 세계를 만났습니다.. 비즈니스상에서 쓰이는 일본어는 전혀 다른 세상이더군요.ㅠㅠ 또 한자가 같은 의미로 발음도 비슷한 것들이 물론 많지만 같은 한자에 전혀 다른 의미를 뜻하는 것도 있어서 조금 심도있게 공부하실 때는 많은 부분이 새롭게 다가옵니다.. 예를 들어서 팔방미인이라는 말은 우리나라에서는 여러가지 재주를 가진 사람이라는 좋은 의미지만 일본에서는 쓸데없이 오지랖넓고 나대는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이거 회의중에 잘못 썼다가 아주 곤란했던 경험이..크크.
카랑카
15/02/19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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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중국인도 영어를 배우기 쉽죠. 일단 어순이 같으니....
영어와 일본어 둘 다 공부해봤는데 생각외로 어순이라는 것이 무시무시하더군요.
damianhwang
15/02/19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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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것보다도;;
전공 학술 서적을 살 때;
왠만한건 영어원서를 보지만, 급하기 읽어야 할 때는 번역본을 사게 되는데 ;
일본책 번역본을 먼저 찾게 됩니다;
번역 퀄리티가 틀리거든요 ;-)
15/02/19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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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일본애니 보는데, 몇초간이나 정적이 흐르던 상황에서 복도바닥에 여자속옷 떨어져있는게 화면에 잡히니까 "앗,브라자잖아!!"라고 외치는 주인공목소리가 들려서 깜짝 놀랐던 기억이.. 그래서 여러번 돌려서 확인해봤지만 완벽하게 우리말과 발음이 같았음.
차하라
15/02/19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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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글 감사합니다.
일본어로 먹고 사는 사람으로서 굉장히 흥미진진하게 읽었습니다.
확실히 일본어는 한국사람이 공부하기 쉬운 언어인 것 같아요.
문법이 정말 많이 비슷하죠.
다만 이게 또 자연스러운 회화쪽으로 가면 그렇지만도 않더라구요.
특히 억양면에서.....
자연스러운 회화 배우고 싶다고 회화과외 하다가 억양 훈련이 전혀 안 먹혀서 빡친 적이 한 두번이 아닙니다.......................
특히 억양이 거의 없는 수도권 출신에게 자연스러운 일본어 억양 가르칠 때 어마어마한 인내심이 필요해요......ㅜㅠㅜㅠ
챠밍포인트
15/02/19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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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양이 거의 없는 서울사람은 회화가 좀 난감하고
사실상 최대고비는 동사변형 정도죠
한자는 학습할수록 쉬워지고요
사랑의사막
15/02/19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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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읽었습니다. 아 한 가지. 타베루 코또에서 동사원형의 역할은 [조사 '-는']이 아니라 [우리말 어미 '-는']과 용법이 비슷한 것이라고 수정해주면 좋겠습니다.
2막4장
15/02/19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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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어 공부중인 입장에서 공감이 됩니다. 아직 초보수준이라 맞다 틀리다를 논할 수준은 아니구요 ㅡㅡ;;
재미있긴 해요. 같은 반에 프랑스 청년이 있었는데 어느샌가 안보이더라능..
그 사람은 외국어로 또 다른 외국어를 배우다니 욕심도 크네 싶었어요.
15/02/20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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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만해도 매일 생활하고 일하면서 쓰는 영어보다 일년에 두어번 할까말까한 일본어로 할 수 있는 말의 깊이와 표현의 풍부함이 다르다는걸 정말 많이느낍니다. 영어는 많이 쓰니까 주머니에서 바로바로 꺼내쓸 수 있는 느낌이라고 하면, 일본어는 제 생각 구석구석까지 뉘앙스를 정확히 전달할 수 있는 느낌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영어는 아무래도 문법실수도 잦기 마련인데 한국 사람에게 일본어는 몇가지 큰 가지만 잡아내면 문법실수라는게 사실 있을 수가 없고요. 한국사람이 도달할 수있는 일본어 능력은 사실 다른 어떤나라 사람도 따라올 수 없다고 느낍니다. 반대로 대학시절 한국어학당에 다니던 외국인 친구들 보면 몽고나 일본출신의 친구들이 타 국가 출신들보다 압도적으로 한국어 습득이 빠르고 정확한 걸 많이 봤지요.
김삼관
24/03/05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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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일본어 공부 시작했는데 미리 했으면 하는 생각만 드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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