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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5/02/14 13:56:57
Name aSlLeR
Subject [일반] 킹스맨(스포일러 가득) - 똘끼 충만한 감독의 패기
1. 매튜 본의 전작과 비교하면, 킹스맨은 엑퍼클(엑스맨 퍼스트 클래스)보다는 킥애스의 발전형에 가깝습니다. 기존 영화의 클리셰를 비틀어버리는 것이나 액션씬에 흐르는 경쾌한 음악, 소소한 유머가 엄청 새로운 것은 아니죠. 이미 킥애스에서 대부분 봤던 것이니까요.
하지만 킹스맨은 킥애스에서 더욱 발전했습니다. 주인공의 입을 통해 기존 스파이 영화의 진부함을 비난하고, '영화와 현실은 다르지'라고 말하며 대놓고 클리셰들을 박살냅니다. 스토리가 새로운 것도 아니에요. ‘평범한 소년이 외부의 도움으로 멋진 요원이 되어가는’ 내용과 ‘인간적인 스파이’ 모두 어디서 봄직한 소재들입니다. 하지만 그 뻔한 소재와 스토리를 가지고 매튜 본은 B급 감성을 듬뿍 담은 멋진 영화를 만들어 냈습니다.

2. ‘새로운 스파이 영화’라고 홍보하지만, <킹스맨>은 스파이 영화의 고전적 모습과 새로운 흐름 모두를 제대로 버무렸습니다. 해리 하트와 에그시를 보세요. 멋진 엑센트와 끝내주는 수트 간지, 임무를 위해 희생도 감수하는 철저함, 뛰어난 실력까지! 해리 하트는 스파이 영화의 전형적인 존재입니다. 반면에 에그시는 적당히 인간적이고, 허점도 있는 친구죠. 그는 뛰어난 요원이지만, 끝까지 인간적인 면모를 놓지 않고 스웨덴 공주와 뜨거운 밤을 일을 완수합니다. 이 두 캐릭터가 너무나 잘 맞물려있어요. 에그시 때문에 해리 하트는 더 멋져보이고, 해리 하트 덕에 에그시는 더 인간적으로 보이죠. 콜린 퍼스는 너무나 멋있지만, 그렇다고 테론 에거튼이 그에 묻혀버리지는 않습니다.

3. <킥 애스> 최고의 캐릭터가 힛걸이라면, <킹스맨>은 해리 하트(콜린 퍼스)에요. 술집 시퀀스와 교회 시퀀스를 보고나면 이 캐릭터에 반할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감독은 이 매력적인 캐릭터를 영화 중반에 죽여버립니다. 에그시는 그의 죽음을 계기로 다시 스파이의 길로 돌아가죠. 그러나 그의 죽음은 단순한 ‘복수의 계기’가 아닙니다. 감독은 해리 하트에 기존 스파이를 투영하고, 그를 교회에서 타락시키고, 죽여버림으로써 기존의 캐릭터와 결별합니다. 해리 하트는 기존의 클리셰를 상징하면서, 스스로 죽어줌으로써 새로운 스파이 영화로 나아가는 발판이 되어줍니다. 

4. 장르 비틀기와 B급 감성도 매력적이지만,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액션입니다. 액션신의 편집과 연출, 액션, 음악 모든 면에서 대만족이에요. 특히 교회 시퀀스에서 그의 능력은 빛을 발합니다. 잔인한 살육에 가까운 교회 액션씬은 빠른 재생속도와 경쾌한 음악의 힘으로 하나의 놀이처럼 보여집니다. 살육이 끝나고 나서야 씬은 원속도로 돌아오고, 그제서야 ‘무슨 일이 벌어졌나’ 싶어지죠. 그리고 마지막은 ‘탕!’ 악당이 죽었습니다. 이 흐름이 한 호흡으로 이어지며 관객에게 쾌감과 충격 모든 것을 선사합니다. 마지막 액션씬 역시 그렇습니다. 세계가 멸망하는 상황에도 둘의 결투는 경쾌한 음악에 맞춰 춤을 추듯이 그려지죠. 아니 춤을 춥니다. 가젤은 대놓고 윈드밀을 돌고, 에그시의 회심의 일격은 발레의 한 장면 같아요. 액션씬만으로도 이 영화는 충분히 매력적입니다. 액션 외에도 매력이 너무 많다는 게 영화의 장점이고요.

5. <킹스맨>은 밸런스를 잘 맞춘 영화입니다. 웃기지만 오버하지 않고, 액션은 환상적이나 그 액션이 이야기를 잡아먹지는 않습니다. 적당한 흐름에 다음 이야기로 넘어가며 영화는 꾸준히 생명을 얻습니다. 감독의 똘끼마저도 기 - 승 - 전 - 결이 있는 것처럼 보여요. 뜬금없이 똘기를 대방출 하는 것이 아닌, 소소한 유머와 코드로 간을 보다가 결정적인 타이밍에 폭죽쇼와 마지막 결투로 대폭발시키죠. 매튜 본은 각 시퀀스마다 강약을 조절하며 관객을 자기 마음대로 들었다 놓으며 집중하게 만듭니다. 뛰어난 감독의 좋은 컨트롤이에요.

6. 스토리는 뻔하고, 캐릭터도 아예 새롭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킹스맨>은 정말 잘만든 영화입니다. 감독 특유의 똘기와 B급 감성이 너무나 잘 버무려져 보는 내내 재미를 줍니다. <나이트 크롤러>를 보고 '좋은 영화다'라고 생각했는데, <킹스맨>은 그 이상의 느낌이네요. 배우들의 연기력, 감독의 연출력, 재밌는 각본까지 모든게 좋았던 영화였습니다.

P.S 1. <킹스맨>은 4D로 보셔도 좋습니다. 경쾌한 액션과 맞물려 특수효과가 잘 녹아있어 14000원 값은 한다고 생각이 들더군요.  

P.S 2. <킥애스>보다 잔인한 장면이 많지만, 적절한 절단 신공과 만화적으로 표현이 되서 잔인한거 못보시는 분도 그냥저냥 보실 수 있습니다.. <300> 수준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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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e Shake Hide
15/02/14 14:05
수정 아이콘
입벌리고 봤습니다 정말. 마지막 폭죽쇼에서 진짜 뒷통수 한대 맞았어요 최고였습니다 ㅠㅠ
녹용젤리
15/02/14 14:35
수정 아이콘
저도 그장면에서 그냥 육성으로 크하하핫 터져버렸습니다.
15/02/14 16:04
수정 아이콘
그건 정말 최고였죠 크크 어떻게 표현할까 싶었는데 그런식일줄은 상상도 못했어요
지나가다...
15/02/14 14:15
수정 아이콘
저는 콜린 퍼스의 포스, 간지, 캐릭터, 이 모든 것이 테론 에거튼을 잡아먹었다는 생각입니다. 중후반에 콜린 퍼스가 퇴장하고 마지막에야 조금 활약을 하지만, 그럼에도 테론 에거튼이 페이크 주인공으로 보일 지경이었습니다. 뭐랄까, 연의 삼국지에서 제갈공명이 죽어 버린 뒤의 강유의 활약을 보는 기분이라고나 할까요.. 개인적으로 테론 에거튼이 딱히 불만은 아닌데, 매력이라는 측면에서는 좀 심심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초반에 퇴장한 랜슬롯의 인상이 더 강렬했을 정도라..
여담인데, 주인공이 무장하는(여기에서는 슈트로 갈아입는) 장면은 액션 영화의 로망과도 같은 것임에도 테론 에거튼이 슈트로 갈아입은 모습을 보면서 별 느낌이 없더군요. 이미 콜린 퍼스의 초 울트라 슈퍼 킹왕짱 슈트 간지를 봐 버렸기 때문에...( '-')

결론은 콜린 퍼스 찬양합니다. 크크크
15/02/14 15:39
수정 아이콘
공감합니다. 슈트 갈아입을때 뭔가 그래도 주인공답게 똑같은 슈트가 아닌 좀 특이한 복장이길 기대했는데
15/02/14 16:05
수정 아이콘
그렇죠 콜린 퍼스가 너무 사기에요 ㅜㅜ
힛걸에 파묻혔던 킥애스보다는 애그시가 조금 더 나았다는 이야기죠 크크
王天君
15/02/14 15:41
수정 아이콘
전 나이트 크롤러를 먼저 보고 그 다음날 바로 킹스맨을 봤는데 두 영화 중에서는 나이트 크롤러가 조금 더 좋았네요.
콜린 퍼스 너무 멋졌어요. 영화 중반에 사망한 게 아쉽더라구요
15/02/14 16:05
수정 아이콘
나이트 크롤러도 정말 좋은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생각할 거리는 나이트 크롤러가 훨씬 많죠
진눈깨비
15/02/14 16:04
수정 아이콘
폭죽씬 하나만으로도 영화 값 뽑죠 크크크크크
15/02/14 16:06
수정 아이콘
무슨 약을 먹고 그런 걸 생각했는지 의심들정도였습니다 크크
성동구
15/02/14 16:41
수정 아이콘
저 이거 한번 더 보려구요. 진짜 꿀잼임
15/02/15 01:13
수정 아이콘
저도 왕십리서 다시 보려구요 크크 성동구민이시군요
Jon Snow
15/02/14 18:21
수정 아이콘
정말 꿀잼이었습니다.. 친구들에게도 강추 날려서 보게 만들 예정입니다
15/02/15 01:13
수정 아이콘
부담없이 추천해줄 영화라서 더 마음에 들어요
아지르
15/02/14 18:29
수정 아이콘
감독이 영화내내 똘기를 발산하길래 대략적으로 머리를 폭파시키려나 라고 잠시 추측은 되었었는데 제 생각보다 딱 4배정도 더 또라이같이 연출하더라구요 크크

대만족이었습니다
15/02/15 01:14
수정 아이콘
대놓고 오바마를 그려내는 패기까지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Arya Stark
15/02/14 18:30
수정 아이콘
콜린퍼스는 진짜 콜린포스라고 불려도 될정도로 멋있었습니다.

다음작이 나온다면 프리퀄이 나오기를 바랄 정도로요.
15/02/15 01:14
수정 아이콘
콜린 퍼스는 미중년이 정점이었죠. 사람은 간지나고 행동은 아름다웠습니다ㅜㅜ
여자같은이름이군
15/02/14 18:37
수정 아이콘
한껏 약빨았더군요. 크크 근래들어 가장 멋진 영화였어요.
15/02/15 01:14
수정 아이콘
크크크 약에 한껏 취했던 2시간이었어요
Anti-MAGE
15/02/14 18:55
수정 아이콘
나쁜넘들은 다 죽이는 통쾌한 영화였습니다. 크크크크
15/02/15 01:15
수정 아이콘
쾌감이 쩔어줬죠 크크
15/02/14 19:51
수정 아이콘
약간 19금이긴한데
맨 마직막에 그 공주님 거기가 살짝 보이지 않았나요?
전소된사랑
15/02/14 20:17
수정 아이콘
이분 최소 몽골리안 아이즈.
사티레브
15/02/14 20:38
수정 아이콘
인식이 존재를 구성하신듯
15/02/15 01:16
수정 아이콘
음 글쎄요....
다시 볼때 사륜안뜨고 본 뒤 말씀드릴게요
15/02/14 21:54
수정 아이콘
오늘 봤는데 정말 대만족이었습니다. 원래 약끼 충만한 감독이 방해없이 맘잡고 만들면 이런 끝내주는 영화가 나오는구나 싶더군요.
특히나 콜린 퍼스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빠짐없이 멋졌고 그 칼같은 신사가 야수처럼 날뛰는 교회 액션은 역대급, 아니 역대최고
수준이었습니다. 작년 기대했던 영화들이 대부분 기대이하였기에 이것도 걱정이 좀 앞섰는데 이건 기대 이상 그 이상으로 나왔네요.
아쉬운 점은 여주의 활약이 거의 없다시피했던 거, 그리고 가장 치명적인 주인공의 키.....였습니다; 어려보이고 부족해보이는 건
애초에 역할이 애송이였으니 어쩔 수 없다고 해도 키가 작으니 정장빨이 너무 안받더라고요. 그러다보니 액션도 좀 부족해보이고;
15/02/15 01:18
수정 아이콘
교회 액션신은 상황설정이나 액션의 합, 편집과 음악까지 모든게 완벽한 씬 아니었나 싶습니다.
여주는 다음 편을 위한 세이브가 아니었나 싶었습니다. 여주 에피까지 다루기에는 약을 덜 먹거나, 콜린 퍼스가 줄었을 것 같거든요.
주인공은.... 콜린 퍼스에 눈이 정화되서 더 엄격해 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_-; 킥 애스보다는 나았다고 생각해요
Starlight
15/02/14 22:29
수정 아이콘
싱글맨에서도 정장의 매력이 뭔지를 보여준 콜린 퍼스 였는데, 거기에 절제된 액션을 끼얹으니 정말 크크
작년에 참 몇개 빼곤 극장에서 재미없게 봤는데 올해는 처음 본 작부터 너무 재밌었네요.
15/02/15 01:19
수정 아이콘
전 올해 이미테이션 게임, 나이트 크롤러, 빅히어로, 킹스맨 봤는데 정말 다 마음에 들었습니다. 올해는 초반부터 뭔가 엄청 쏟아지는 느낌이네요
15/02/15 16:30
수정 아이콘
영화는 잘모르지만 쿠엔틴 티란티노 보다 약삘이 충만 한거 같더라구요.

공주님은 진자 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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