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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8/05/01 21:27:46
Name Eternity
Subject [일반] 정치에 관련된 글을 읽다보면.
대한민국에는, 그리고 대한민국 시민들에게는 습관이 하나 있습니다.
큰 소리로 먼저 외치고 말하는 사람을 보면,
'쟤 뭐냐' 하면서 눈꼴시려 하는 습관이지요.

그런 것이 그대로 드러나는 속담이 바로 '모난 돌이 정 맞는다' 라는 것이겠고요.



제가 PGR에 드나들기 시작한 이래, 요 근래처럼 정치관련 주제들이 많은 적은 없지 않았나 싶습니다.
뭐, 정치라는 것 또한 사람살이의 한 부분인만큼,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갈 수 있을겁니다.


그런데.. 요즘 이런저런 정치관련 글을 읽어보면 말입니다.
현 정권의 이런저런 부당한 점을 짚어내는 글을 죽 읽다보면...
현 정권이 추진하는 정책의 문제점, 실수를 지적하는 글을 읽다보면...

현 정권을 '누가 지지했는지 궁금하다' 라는 도발도 있고 뭐 그렇습니다.



저 개인으로 따지자면야 지난 대선에도 현 정권에 표를 던지지 않았고, 총선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하지만 그런 저라고 해서 '이것 봐라 내가 이래서 이 사람 안 찍은거다' 라면서
당당해하거나 자랑스러워해도 될 그 어떤 이유도 없습니다. 저는 그저 저 자신의 주관에 따라 한 표를 던진 것 뿐이니까요.


중고교시절에 시험 답안이 몇 번 보기가 맞느냐고 언성을 높이는 것과 차이가 있을까요?



하지만 어찌되었든, 제가 지지한 쪽과는 정 반대의 결과가 나와버렸습니다.



그렇다면... 제가 생각하기에는, 저 같은 사람이 취해야 할 가장 적절한 방책은, '다음에는' 이길 수 있도록 하는 게 아닐까요.
굳이 정치적인 수사를 써 가며, 나와는 정치적인 대척점에 있는 분들과 지금 싸울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현 정권의 실수나 실책들을 지적하는 선 까지면 몰라도... 굳이 '누가 찍었느냐' 라며 도발을 할 필요가 있을까요.
아무리 듣기좋은 말일지라도 계속해서 들으면 질려버리는 것이 사람인데,
그렇게 계속해서 따져봐야 전략적인 관점에서 득이 되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요.



현 정권이 하는 실수는 그 때 그 때 지적하는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지요.
거기에서 더 나아가 '누가 뽑았어' 하고 열불내봐야... 돌아오는 소리는 없고, 지켜보는 이들의 반감을 살 뿐이겠지요.
앞으로 5년 후에도 똑같은 참사가 나오게 하지 않으려면.. 현재는 일단 숨을 고르는 것이 어떤가 싶습니다.



*            *             *

그리고 하나 더, 저와는 정치적으로는 아마 반대입장에 계실, 현 정권쪽으로 투표하셨던 분들께 한 마디 던져볼까 합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하는 대화와, 게시판에서의 의견교환의 본질은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게시판에서의 의견교환은, 대화와는 달리 오직 문자만으로 서로를 표현하고 드러내기에 좀 더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하구요.
뭐, 이런 절차가 번거롭긴 하지만, 그것이야 어쩔 수 없는 온라인의 한계이겠지요.


대개, 이런 게시판에서 악다구니(!)를 하는 사람들은 현재가 마음에 들지 않는, 그래서 바뀌었으면 하는 사람들입니다.
바뀌기를 열망하기 때문에, 시간과 정력을 쏟아 게시판에 글을 쓰고, 한 사람이라도 더 읽어봤으면 하고 있는 것이지요.
이런 사람들은.. (뭐 적어도 저는), 그렇게 글을 쓰고 나면 '내 의견과는 다른' 사람들의 반응을 애타게 기다립니다.
물론,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이들의 찬동도 좋습니다만, 항상 반론을 기다립니다.
반론이 있어야 글에 의미가 생기고, 지나가는 다른 사람들도 지켜보게 되거든요.


하지만.. 그러한 반론이 진정한 의미에서의 반론이 아니라,

PGR에 정치 이야기는 금지 아니냐.. 왜 이리 잘난 척이냐.. 너 말고 다른 사람들은 죄다 생각이 없는거냐..


이러면..  글을 쓰는 이들은 문자 그대로 맥이 빠집니다.
어차피 저는, 애초에 저와는 반대입장을 가진 분들이 제 글에 설득당하기를 기대하면서 글을 쓰지 않습니다.
빈약한 글솜씨에 주절주절거린 제 얄랑한 이야기를 듣고 설득이 되리라 믿지 않거든요.
저는, 제 글에 대한 반론, 반론에 대한 저의 재반론.. 이런 피드백이 이어지는 와중에 '국외자' 분이 그걸 읽고
내 입장과 내 반대입장 중에 어느 쪽이 좀 더 그럴 듯 한지를 보아주시길 바라고, 그래서 글을 쓰는 겁니다.


저는 특별히 잘나서 글을 쓰는 것도 아니고, 제가 특별히 다른 사람보다 생각을 많이 해서 글을 쓰는 게 아닙니다.
좁게는 저와는 다른 생각을 가진 분과 의견을 교환하기 위해서 글을 쓰고,
좀 넓게 봐서는 피드백을 지켜보신 분들이 제 의견에 공감해주시기를 바라면서 글을 씁니다.
처음 시작이 힘든 일이지,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지요.



그래서 결론은.. 저와 비슷한 입장을 가진 분들이 쓰는 글에 반감이 있으시다면,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니니.. 성의를 담아 한 말씀 해 주시면 더 낫지않을까.. 하고 부탁을 드리고 싶습니다.
며칠 전 어느 분의 말씀처럼, 보기 싫은 글이 있다면, 좋은 글로 보기 싫은 글을 밀어내버리시면 되지 않을지요.
어차피 저 같은 사람이야 귀가 얇은 만큼, 그 글에 넘어갈지도 모르는 일이고,
설령 그렇게 되지는 않을지라도, 글을 보면서 다른 어떤 분이 당신과 공감할지도 모르는 일이니까요.



하지만, 그럴 여력이 되지 않으시다면,
최소한 PGR의 누군가가 정성을 들여 쓴 글에 손가락질을 하시거나..
무슨 잘난 척을 저렇게 하느냐고 받아들이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모자란 필력으로 중언부언 하고 갑니다.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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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그래
08/05/01 21:40
수정 아이콘
정말 동감합니다.
天TERRAN上
08/05/01 21:41
수정 아이콘
정말 동감합니다. (2)
The)UnderTaker
08/05/01 22:15
수정 아이콘
공감하네요.
용호동갈매기
08/05/01 22:43
수정 아이콘
정말 동감합니다. (3)
08/05/02 00:53
수정 아이콘
추게로! 꾸욱 누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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