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5/01/16 11:40:31
Name 리니시아
File #1 movie_image.jpg (150.5 KB), Download : 66
Subject [일반] One Chance 2014년 최고의 영화


원챈스는 폴포츠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이다.
휴대폰 판매 하던 사람이 노래로 스타가 된 이제는 식상해져버린 이런 이야기로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그리고 왜 이 영화가 나에게 2014년 최고의 영화가 된걸까?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의 감독 데이빗 프랭클이 이 식상한 소재를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낸다.
뭔가 다른게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미 사람들이 아는 뻔한 결말에 딱히 새롭거나 다른게 없었다.
폴포츠 라고하는 인물이 힘들게 살다가 한 프로그램에 나와 일약 스타가 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런 뻔한 소재가 나에게 크게 다가왔을까?


폴포츠라는 인물을 잘 몰랐을 때는 그냥 노래좋아하던 휴대폰 판매원이 오디션에서 화제가 되는 정도로만 알았다.
근데 영화를 보니 내가 단순하게 생각했던 것과는 많이 달랐다.
그리고 그의 이야기는 나와 닮았다.
그는 어렸을 적부터 노래를 굉장히 좋아했고 대학에 진학하게된다. 그러나 무대공포증과 여러 사연으로 학교를 중퇴하게되고.
종양수술로 목소리를 잃어버리는 일도 생겨버린다.
결혼후 핸드폰을 팔며 노래는 그냥 목욕할때 취미삼아 잠깐잠깐 불러보는 수준에 머물게된다.

나도 노래를 참 좋아했었다.
중학교때부터 고등학교때까지 항상 축제, 중창단, 합창단 등등 노래를 업으로 삼고자 살았고, 결국 대학에 가긴 갔다.
그러나 내 실력을 너무 자만했던건지, 그 학교를 뛰쳐나와 하루에 세타임씩 알바를 하면서 레슨비를 벌며 공부하였다.
좀더 실력을 쌓고자, 좀더 좋은 대학에 가고자 부단히 노력했다.
그렇게 재수 삼수, 사수, 군대에서 병장때도 입시를 보고 7번 정도는 입시를 본 것 같다.
시간이 지날수록 부담감 때문인지 이상한 버릇만 생기고 노래실력은 오히려 후퇴 하는 이상한 현상이...
노래가 잘되는 날은 정말 온세상이 내것 같았고, 안되는 날은 그보다 더한 절망이 없었던 것 처럼 지냈었다.
그렇게 20대의 대부분을 보내고 음악을 그만 두었다.
그런 삶을 살고나니 폴포츠의 인생에 더 깊게 공감하면서 눈물짓지 않을 수가 없었다.


영화중 여러장면에 크게 공감했다.
한 장면은 노래를 부르며 자전거를 타다 교통사고가 나는 장면이다.
종양 수술로 인해 목소리를 아주 못내는 상황이 되어버렸고, 그렇게 몇개월동안 말도 제대로 못하는 상황.
그렇게 몇개월 지나고 노래를 하는데 너무나 잘되는 거였다.
너무나 기쁜나머지 자전거를 타면서 노래부르며 가다가 옆에 차가오는지도 모르고 교통사고가 나는 장면.
어찌보면 그냥 개그요소 정도로 넘어갈 수 있지만.
노래가 잘되는 날 내 세상 같던 그때를 추억하니 그냥 개그로만 느껴지지 않았다.

또 다른 장면은 결혼후 그냥 본업에 충실하며 살아가게되고, 샤워하면서 노래를 하는데
그 모습을 참 안되었다는 듯 안쓰러운 눈빛으로 쳐다보는 아내의 장면.
정말 하고싶은게 있어서 노력하다 끝나버리고.
샤워할때나 잠깐 불러보는 그 모습을 보니 지금의 내 모습 같아 마음 깊은 곳에서 안타까움을 느꼈다.



작년에 괜찮은 영화들이 몇 있었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나를 찾아줘, 한공주, 끝까지간다. 1500만명의 명량까지.
하지만 내가 앞으로 만날 영화들 중에 나의 20대 추억을 이렇게 깊게 떠올리게 할 수 있는 영화가 있을까?
누구에겐 관심도 없을 법한 이 영화를 통해 그때의 나를 추억할 수 있음에 감사하게 생각한다.
그리고 앞으론 나의 선택에 후회없는 날들이 펼쳐졌으면 좋겠다.

-본 내용은 저와 pgr회원인 '구밀복검' 과 함께하는 팟케스트    영화契    에서 못다한 이야기를 작성해 보았습니다.
http://www.podbbang.com/ch/8720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검은책
15/01/16 12:46
수정 아이콘
영화의 완성도를 떠나서 자기만의 서사라는 게 분명있죠.
그런 의미에서 제게 작년 최고의 영화는 [킬유어달링]인데
비트제너레이션을 이끈 잭 케루악이나 윌리엄 버로우즈, 알렌 긴즈버그의 이야기가 정말 흥미진진했거든요.
제가 peer pressure에 관한 소설과 영화를 그 만듦새를 떠나서 엄청 즐기기도 하구요.
튀고 싶고 동시에 동화되고 싶은 심리는 '이중적 존재'로서의 인간에 대한 첫 자각이지요.
그리고 그러한 분열을 성숙함인듯, 때론 타락인듯 어루만지고 살아가는 저 자신에게 비수가 되기도 하구요.

방송 잘 듣고 있어요.
리니시아님이 세분중 어느 분인지 대충 짐작이 갑니다.
오늘 올려주신 2014년 결산 1부 방금 듣고 왔어요.
올해도 재밌는 방송 부탁드려요. 일하면서 듣고 있어요. ;)
리니시아
15/01/17 03:44
수정 아이콘
이야 킬유어달링 안볼수가 없는 말씀을 해주시는군요!
개인적으로 데인 드한 굉장히 좋아하는배우인데 꼭 봐야겠어요~
방송 잘 들어주신다니 감사합니다 ㅠ_ㅠ
새롭게 서버를 찾는게 좀 어려웠습니다..
아직 저퀄리티지만 열심히 방송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검은책
15/01/17 08:21
수정 아이콘
데인 드한 말인데 남자가 그렇게 예뻐도 되는 건가요? 크크크
구밀복검님 비평이야 비평받는 타겟이 조각조각 썰려나가는 쾌감에다가 쟝르에 대한 철저한 이해가 기본 바탕이 되어 있죠.
솔직히 평론가 간판달고 뻘소리 침튀기면 하는 사람들이 널렸는데, 믿고 듣습니다.
세분의 아기자기한 조화가 참 근사합니다.
아름다운 우정 변치 마시길...

[킬유어달링] 꼭 보세요.
놓치긴 아까운 영화에요.
복말전도
15/01/16 13:08
수정 아이콘
방송 재밌네요 이따 퇴근하면서 들어봐야겠습니다 녹음은 어떻게 하시는건가요?
구밀복검
15/01/16 14:30
수정 아이콘
일반 가정집에서 스마트폰 어플과 탈부착용 소형 마이크를 통해서 녹음하고, 이후 편집을 거쳐서 사운드 클라우드에 업로드하고 호스팅을 받습니다.
Helix Fossil
15/01/16 17:25
수정 아이콘
다른건 모르겠구 피지알에 항상 좋은 글 올려주시는 구밀복검님이 진행하는 팟캐스트는 이제 꾸준히 들어야겠군요
리니시아
15/01/17 03:44
수정 아이콘
거의 전적으로 구밀복검에 의지하는 방송입니다 크크크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59806 [일반] ‘수원 실종’ 여대생 납치 사건 동선의 재구성 [168] 자전거도둑18429 15/07/15 18429 1
59773 [일반] 5163 부대는 누구를 감시하려고 했을까??? [38] Dj KOZE8697 15/07/13 8697 3
59737 [일반] 순욱 문약 [60] D.TASADAR9708 15/07/11 9708 4
59709 [일반] [해축] 어제의 bbc 이적가십 및 선수이동 [32] pioren4895 15/07/10 4895 0
59692 [일반] [기사펌] 최저임금회의에서 나온 '황당 발언' 모음 [56] swordfish-72만세9259 15/07/09 9259 11
59648 [일반] 스마트폰 추천해주세요 에 관한 팁 (안드로이드 한정) [107] CoMbI CoLa10090 15/07/07 10090 5
59598 [일반] 의미부여의 제왕 [26] Eternity7347 15/07/05 7347 36
59472 [일반] AMD 유저를 웃게 하는 루머 [20] swordfish-72만세7561 15/06/30 7561 0
59250 [일반] 떠나지 못하는 이 곳, 10,20,30대를 함께해온 이 곳 [50] 워크초짜4127 15/06/21 4127 13
58616 [일반] 안타보다 타점이 더 많은 타자와 이승엽 400-1홈런 [33] style6155 15/05/30 6155 0
58280 [일반] 안쓰는 사이트 한번에 정리하는 법.jpg [16] 김치찌개7660 15/05/18 7660 5
58159 [일반] 2015년 숙영이 포함된 동원 예비군 훈련 후기 + 팁 [32] CoMbI CoLa18707 15/05/13 18707 1
58055 [일반] 아이핀 2차 인증을 못하겠네요 [50] style14787 15/05/08 14787 1
57999 [일반] 가족 때문에 빡친 아데바요르가 장문의 글을 올렸습니다. [45] 어리버리15131 15/05/06 15131 3
57860 [일반] [데이터주의,스압] 환율도 떨어졌는데 일본 여행을 가볼까? - 1.여행준비편(後) [13] 페르디난트 3세6268 15/04/30 6268 7
57631 [일반] 이별이란 항상 어렵네요... [11] 나이스후니4272 15/04/18 4272 1
57549 [일반] 진격의 TM(SK 알뜰폰) [11] 공룡5918 15/04/14 5918 1
57539 [일반] 청소년 스마트폰 음란물 차단, 16일 적용 시작 [126] Leeka9940 15/04/14 9940 1
57447 [일반]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 사망 (기사링크 첨부) [69] 그것은알기싫다10747 15/04/09 10747 1
57055 [일반] 방통위 '초고속인터넷 경품' 칼 뽑았다 [37] 마르키아르6572 15/03/19 6572 0
56711 [일반] 2월 22일. 두 잔째. 커피. [12] The xian4249 15/02/24 4249 3
56701 [일반] 김현중 "임신 확인 안돼. 결혼 말한적없어" vs 전 여자친구 "임신10주째" 그리고 잠적... [60] 발롱도르12419 15/02/23 12419 1
56698 [일반] [잡담] 유재석 좀 내비둬라 대한민국아. [108] 언뜻 유재석15076 15/02/23 15076 15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