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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12/07 23:23:42
Name 라라 안티포바
Subject [일반] [바둑] 라라의 바둑이야기 29. 농심배 2라운드 리뷰 및 2014년 KB바둑리그 종료
[1]
지난화 보기 - 28. 기성 오청원 별세, 바둑책 출간소식 등.
https://pgr21.com/pb/pb.php?id=freedom&no=55188

약 일주일만에 글을 쓰게 되었는데요,
아무래도 리그 텀이 긴 바둑의 특성 때문인지, 연말~연초에 중요도가 높은 대회가 몰려있는 경향이 있어서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또한 삼성화재배 결승이 이틀 후인데, 그 전에 비교적 짜잘한(?) 이야기들은 다 해놓는게 좋을듯하여
미리미리 글을 쓰도록 하겠습니다.

[2]
지난화 글이 올라온 때는 농심배 2라운드가 진행된 상황이었죠.
다음날, 한국은 박정환, 김지석 한국 랭킹 1, 2위의 원투펀치가 남았고 박정환 선수가 출격합니다.
중국은 2주자인 왕시선수가 아직까지도 살아남아 렌샤오, 미위팅, 스웨 선수까지 4명,
일본은 주장 이야마 유타 선수만 남아있는 상황.

박정환 vs 왕시 대결에서 박정환 선수가 백을 잡았습니다.

박정환 선수가 중앙에 자금성을 지어놨네요. 우하가 잡혔음에도 불구하고 형세기 돌려보니 백 20집반 우세...


좌하 3.3에 왕시 선수가 들어옵니다. 박정환 선수는 당연하다는 듯이 잡으러 가는데...


잉? 박정환 선수 위기입니다. 되려 백집을 만들던 백돌들이 역으로 잡히게 되는 상황.
대체로 정리가 되는 분위기인데...

이때 수상전 분위기는 이렇습니다.
백이나 흑이 먼저 서로의 좌하 호구자리에 들어가 패를 걸면 걸어간 쪽이 불리한 단패,
백이 꼬부려서 오궁도화를 만들며 수상전을 펼칠경우 수부족,
흑이 패를 없애버리면 오궁이 사궁이 되어 수부족.

사실상 흑 입장에서 패를 없앤다는건 불가능한 상황...단지 백의 대우세가 흑의 대우세로 변했고,
흑은 계속 패를 감안하고 둬야하는 반면
백은 바둑이 거의 정리된 상황이긴하나 어떻게든 변수를 만들어 패를 만들면 좌하 패로 양패를 만들면
역전할 수 있는 상황.


응? 좌상이 잡혀버렸어요. 이거 뭡니까?
그래도 여전히 흑이 많이 우세합니다.


우하에 마지막 승부수를 걸어가는 박정환선수


우와 패가 났어요! 여기서 패가 나버렸으니 좌하까지 맞보기가 되서 왕시선수가 돌을 거둡니다.
역전에 역전이 난무한 바둑이었고, OME+OME=명경기란 공식이 성립했던 재미난 경기였습니다.
박정환 선수가 1승도 못하고 광탈한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은 아마 거의 없었을거에요.
물론 이렇게 구사일생 하리란 생각도 거의 못했습니다만...갑자기 얼마전 지니어스에서 본 장동민 하연주 데스매치가 생각나는군요.

[3]
12월 3일, 농심배 2라운드 최종국은 한일랭킹 1위의 한일전이 펼쳐졌습니다.
일본 7대기전 중 6관왕을 차지하고 있는 일본랭킹 1위이자 2013년 상금랭킹 1위의 이야마 유타 선수와,
압도적 다승, 승률로 한국랭킹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박정환 선수의 대결.

특히나 분명 월드클래스이긴하지만, 자국기전만으로도 바빠 세계기전에서 좀처럼 모습을 볼 수 없었던
마치 고묘파같은 신비주의를 지닌 이야마 유타 선수를 세계기전에서 볼 수 있다는 것,
그것도 상대는 박정환 선수라는 것이었고,
작년 TV 아시아 결승에서 박정환 선수를 상대로 승리했던 적도 있어
이번 매치업은 상당히 기대가 되었습니다.

이번에도 박정환 선수가 백을 잡았습니다.

제가 뒤늦게야 보게 됐는데, 볼때는 이미 이야마 유타 선수가 꽤 유리했습니다.
듣기로는 최근 포석에서 거의 밀리지 않았던 박정환 선수가 초반부터 대차게 망했다고 들었습니다.


이야마 선수는 백 일곱점을 시원하게 따냈고, 박정환 선수는 우하 흑을 봉쇄해서 우변 백돌 구출작전을 펼칩니다.


근데 백 여섯점이...도망갈 수 있나요?


몇 발자국 못 갈것 같은데요.


일단 5수 vs 5수 이므로 먼저 두는 쪽이 이깁니다. 이해득실로 따지면 수상전을 메우면 40집정도 득이네요.
근데 그거 잡고도 선수를 뺏기면 백이 잘 안 되는 모양이라,
40집짜리를 두지않고 이야마 선수의 흑 대마를 잡으러가는 승부수를 펼치는 박정환 선수.


저자리를 뺏겨서는 백이 잘 안 될것 같아 보이는데요.


백 넉점이 그대로 수상전으로 흘러서는 척 보기에도 흑대마와 수싸움이 될리가 없죠.
흑은 대충만 봐도 열다섯수는 넘을 것 같아 보입니다.
찌르고 끊어서 승부수를 던지는 박정환 선수. 백 수가 메워져서 자체로 40집 손해라는 어마어마한 결과가...
이제 백은 흑대마 잡아야 계가바둑으로 갈 수 있습니다.


요석인 흑 다섯점을 잡아야하나...


깔끔하게 살아가면서 백 완패.
박정환 선수가 155수만에 돌을 거둡니다.

이야마 유타 선수가 비록 세계기전에 잘 출전하지는 않지만.
작년 TV아시아에 이어 이번 농심배까지 박정환 선수를 연파하면서
세계기전에 나오지는 않았을 뿐, 나오면 충분히 세계타이틀을 획득할 수 있는 선수임을 입증했습니다.

일본은 글로비츠배 세계신예선수권전에서 우승한 일본에서 가장 기대되는 유망주 이치리키 료 선수가 1승,
이야마 유타 선수가 한일 랭킹 1위의 한일전에서 1승을 챙겼기 때문에
설령 이야마 선수가 다음에 패배하더라도 소기의 목적은 나름대로 달성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제 한국, 일본은 각각 1명, 중국은 3명 남은 상태에서
중국이 압도적으로 유리한 가운데 최종국까지 가는 것이 확정이 되었습니다.
중국의 3주자는 작년 몽백합배 우승자이며 랭킹 2위인 미위팅 선수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야마 선수가 미위팅 선수를 이기면 다음은 김지석 선수와의 한일전 데스매치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한국과 일본 중 하나는 3라운드 초반에 탈락할 운명에 놓여있습니다.

일본은 간단명료하죠. 현재 살아남았고 등판한 이야마 선수가 한중 나머지 선수를 4연속으로 연파하면 우승할 수 있습니다.
한국도 간단명료합니다. 이야마 선수의 결과와 관계없이, 김지석 선수가 3연승을 거두면서 무쌍플레이하면 우승합니다.
단지 그 상대가 이야마 선수+중국 선수 2명인지, 아니면 중국 선수 3명인지의 차이만 있을 뿐이죠.

중국은 현재 최유력 우승후보입니다. 미위팅 선수가 이야마 선수에게 승리하면, 김지석 선수와 3:1 매치업을 펼쳐 1번만 이기면 되구요.
이야마 선수가 승리한다면, 한일전 후 살아남은 선수와 2:1로 싸워 1번만 이기면 됩니다.

[4]
이세돌 선수가 '이세돌 바둑연구소'를 개설했다고 합니다.
사실 기존에 있던 '골든벨바둑도장'을 개명했다고는 합니다만...
저번 중국 칼럼 번역글에서 비춘 이세돌 선수의 마음과,
신민준 선수를 내제자로 들인 것을 감안했을 때,
승부사로서 가망이 없다 생각하면 은퇴하고 캐나다로 가서 바둑보급에 힘쓰겠다는 계획에서
한국에 남아 후학양성에 힘쓰겠다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한 듯 보여집니다.

http://www.tygem.com/news/news/viewpage.asp?pagec=&seq=19410&gubun=&find=&findword=

아마 애시당초 해외바둑보급 계획이 기러기아빠가 된 상태에서 미국에 있는 가족들을 고려한듯 하나...
시간이 지나 냉정을 되찾고 계획을 바꾼게 아닌가, 싶네요.

[5]
2014 KB한국바둑리그 챔피언 결정전이 오늘 끝이 났습니다.
먼저, 3차전까지 2선승제로 치뤄지는 챔피언 결정전에서 1차전은 정관장 3:2 승리, 2차전 티브로드 3:1 승리의 상황에서
어제 3차전 전반전이 치뤄졌는데...웃지못할 해프닝이 일어났습니다.

네...티브로드 박민규 선수가, 다 이긴 바둑에서 팻감을 쓰지않고 상대가 따낸 패를 되따내면서
반칙패를 당한 것입니다.
http://gall.dcinside.com/board/view/?id=baduk&no=30363&page=1&exception_mode=recommend

바둑판을 보시면 아시겠지만...거의 다 둔 상황에서 서로 초읽기에 몰려 있었고, 우하귀는 만년패가 걸려있었으며
좌하귀에서 양패모양이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다른쪽 패를 따냈어야 하는데 그만...
원래 해설들 말까지 같이 들어야 제맛인데, 제가 유튜브에서 영상을 찾아보니
이부분은 무음처리가 되어있더군요;; 아쉽습니다. 해설도 조훈현 해설이었는데...
박민규 선수의 뜬금없는 반칙패로 1:1 상황으로 전반전이 마무리됩니다.
반칙패만 아니었어도 티브로드는 2:0으로 전반전에서 우승을 거의 확정시킬 수 있었는데...참 아쉬웠지요.
게다가 티브로드는 이미 1승카드인 박정환 선수를 사용했고,
정관장은 1지명 나현, 2지명 김정현 선수가 남아있는 상황이었기에
자칫하면 스갤에서 흔히 말하던 '1승만 해라 xx들아'가 나올 수 있는 상황.

[6]
오늘은 챔피언 결정전 3차전 후반전이 치뤄졌습니다.
양팀 모두 더이상 물러설 곳은 없는 상황...
3국에서 정관장 김명훈 선수가 티브로드 2지명 김승재 선수를 상대로 승리하면서
상황은 2:1, 게다가 정관장은 1지명, 2지명이 모두 남은 상황이라 우승을 코앞까지 남겨두고 있었습니다.

4국은 정관장 1지명 나현 선수가 팀우승을 마무리짓기 위해 출격합니다.
티브로드 상대선수는 강유택 선수.

나현 선수가 백, 강유택 선수가 흑을 잡았습니다.

흑이 곤마이긴하나, 하변 입구자를 두면 언제든 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중앙 백이 엷어서 끊고 싸워 하변 백도 곤마로 만들며 살겠다는게 일반적 생각일 것이라는 송태곤, 박정상 해설.


좌하 백이 맛이 나빠 패가 나기 때문에...젖혀잇습니다.


이 싸움도 백이 만만치는 않은데요. 석점도 약하고 곤마도 걸려있는 모양새라...


어느정도 수습이 되고나서 백은 대세점을 두어갑니다. 집으로도 크고, 중앙 흑돌을 엷게 만드는 수입니다.


흑의 들여다봄에 대해 해설들은 다소 의아해했는데요.


후수잡고, 연결을 차단한 것도 아니고, 집으로 큰 득을 본 것도 아닙니다.
만약 이 바둑을 진다면 아까 들여다 본 수는 패착수 그 자체인데요.


백도 기회를 잡고, 흐름을 역전시켜 공세로 전환합니다.


흑이 우변 두번 뒀는데, 백은 무시하고 벽을 쌓았습니다. 흑 갑자기 위기. 중앙도 걸리고, 중앙 곤마 살리겠다고 하다가
두번 둔 흑돌 석점이 그대로 백 수중에 들어가면 망했죠. 해설들도 망스멜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차단될 수 없으니 보강. 백은 젖혀가며 강수를 둡니다.
아까 들여다본 전후가 강유택 선수가 초읽기에 몰렸던 상황이라고 들었는데...
박정상 해설에 의하면, 초읽기 진입 타이밍이 가장 위험하다고 합니다.
초읽기에 일찍이 몰린 상황이라면 어느정도 초읽기 호흡에 맞춰서 수읽기를 하는데 익숙하나,
시간이 넉넉하다 초읽기에 몰리면 당황하기 쉬워 악수가 나올 수 있다는 이야기죠.


여기서 국면이 완전히 역전된게 아니냐는 해설들. 흑이 넉점을 이어가지않고 단수를 쳤습니다.
안에서 살아가는 궁도는 도저히 나오지 않을듯하고...백을 차단해서 수상전으로 가는 방법밖에는 없습니다.


중앙 두점을 잇자, 하변 대마사활이 걸려 흑이 선수를 뽑습니다.


흑의 선택은 두가지. 좌하귀 백돌과 수상전을 할 것이냐, 아니면 뚫고 나가서 백 넉점이나 우변 백돌과 수상전을 할 것이냐.
쓰고보니 세가지네요.


강유택 선수의 호구에 2선에 붙이지 않는걸 의아해한 송태곤 해설.
그러나 강유택 선수는 한칸건너 붙임의 묘수를 이미 읽고있었습니다.


수상전은 1수차이로 패배. 백은 마지막 승부수로 1선 단수치는데, 저걸 잇거나 그냥 건너가면 먹여쳐서 살거나 패가 나버립니다.
가만히 잇는게 호수. 결국 나현 선수 돌을 던집니다.

[7]
이제는 3차전 2:2, 바둑리그 최종국만 남겨두고 있습니다.
티브로드의 최후주자는 명인전 준우승을 거둔 신예 이동훈 선수.
정관장의 최후주자는 2지명으로 부진했던 1지명 나현 선수를 대신해 팀을 캐리한 김정현 선수.

일단 무게감은 김정현 선수에 실리지만, 김정현 선수가 포스트시즌 3연패중이라는 것은 부담입니다.
또한 큰 무대, 우승상금 2억이 걸린 마지막 무대에서 어린 이동훈 선수가 얼마나 부담감을 느끼지 않고 제 실력을 펼칠 것인가도 변수입니다.

김정현 선수가 흑, 이동훈 선수가 백을 쥐었습니다.

실리를 악착같이 파먹은 김정현 선수가 깊숙히 침투를 해옵니다.
이 돌만 수습된다면, 백이 더 집지을 곳이 없다...는 계산입니다.


쌈지뜨고 알토란같이 살았습니다.
본래는 다 싸발려서 안 되는데, 어차피 바둑이 정리가 되어서 중앙에 그렇게 큰 집이 지어지지 않는다는 계산.
사실 목진석 해설도 집이 부족한 백이 이렇게 간단히 살려주진 않을거라 했는데...조금 당황하더군요.
이동훈 선수가 바둑을 좋다고 보고있는게 아니라면 이렇게 쉽게 살려줄리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참, 목진석 해설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LG배 8강 한국선수 전승하던 11월 17일에 바둑갤러리에 출몰하시더니
고정닉까지 파셔서 가끔씩 활동하시더군요.
다음팟에서 바둑방송을 하시는 손근기 프로에 이어 바둑갤러리에 활동하시는 프로 2호가 되셨습니다.


본론으로 다시 돌아와서,
이동훈 선수는 하변 흑돌의 연결을 강요하며 자연스레 중앙 집을 쌓아갑니다.
흑이 무난하게 받아준 뒤, 상중앙을 틀어막으면 중앙이 꽤 큰 집이 된다는 계산.


흑도 당연히 반발하면서, 어떻게든 득을 보며 연결하려 합니다.
백도 이어라, 그 후에 난 한점 잡아서 집으로 득보며 연결하겠다는 생각.


이동훈 선수가 2선 한칸뜀의 묘수를 선보입니다.
여기서 단수된 백돌을 그대로 쭉 몰고가면, 2선 한칸뛴 백돌이 올라서면서 흑 석점을 잡으며 연결되기에 수가 나는 모양입니다.
결국 석점을 이어서 버티면, 한수 늘어진 패정도 날 것 같다는 목진석 해설.
가일수를 할지, 아니면 흑이 손빼고 패를 버틸지 상황을 봐야할것 같다고 합니다.


흑도 가일수 안하고 버텼습니다. 이렇게 되면 패는 피할 수 없습니다.


오잉? 원래 1선 젖힐때 흑이 따내서, 흑 넉점의 건너감을 백이 차단해서 한수 늘어지는 패가 되는데,
이 패는 한수 늘어졌지만 지면 흑도 전체가 잡혀서 부담스러웠던 모양입니다.
흑은 넉점을 건너가서, 단패가 되는 대신 패의 대가를 흑 여섯점으로 줄이는 책략을 씁니다.
나름 일리있는 작전이라는 목진석 해설.
그러나 문제는 백이 워낙 두텁다보니 팻감이 없어서...흑이 어디에 두번둘지가 고민이라고 합니다.

일단 좌하귀 소목쪽에 두번 붙임 2연타로 좌하귀 주인을 바꾸는 작전과,
상중앙 진출과 좌상귀 끝내기 이렇게 두군데를 보는 목진석 해설.


김정현 선수는 상중앙 2연타로 백의 두터움을 지우는 쪽으로 갑니다.
이것은 집으로 크게 득본게 아니라 두터움을 지운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제 미세한 계가바둑 구도가 되었다는 목진석 해설.


우중앙 젖힘까지 통해서, 중앙 집이 생각보다 엄청 토실토실하게 났습니다. 순식간에 열집도 더 불어났는데...
두터움의 힘이 뭔지를 보여주는 이동훈 선수. 이렇게되면 집으로 오히려 역전에 백이 두텁지 않나 하고 생각된다는 목진석 해설.


이동훈 선수의 마지막 묘수가 나옵니다.
원래 흑집으로 계산하던 곳에서 백이 건너가면서 백집이 알토란같이 나버렸죠.


결국 비세를 느낀 김정현 선수도 승부수를 던져보지만...
이건 흑이 2의 1 급소에 치중-차단하면 젖혀이어서 단패인데, 흑이 단 한패도 없다고 합니다.
유일한 패가 우변 백대마 안형을 파오하는 패인데...문제는 우변 백대마가 연결되있다는 것이죠.

이미 김정현 선수의 표정이나 몸짓은 패자의 그것이었습니다. 반면 이동훈 선수는 과거 돌부처라 불렸던 이창호 선수처럼
평온하고 침착합니다. 바둑리그가 좋은건 이런 선수들의 표정을 생생하게 볼 수 있다는 것인데요.
세계기전은 보통 중국에서 하다보니 복기맨들의 착수를 보다보니, 그런점이 아쉽더군요.


김정현 선수의 최후의 승부수입니다.
여기는 진작 선수했어야하는데...막는 교환이 미리 되있더라면, 백 대마를 차단하는 수가 생기므로 한 팻감이 나오게 되는 것이죠.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받아줄리 없습니다. 좌하귀를 가만히 내려뻗자 김정현 선수가 돌을 거둡니다.
이때 김정현 선수 표정이...분노로 가득차서 이동훈 선수 한대 칠 기세더군요;; 물론 표정이 그랬지만,
정말로 열받은 대상은 자기자신이었겠죠. 분명히 유리했던 바둑이었으니...

복기중에 역시 가장 먼저 두 선수의 손이 간 것은 우하귀. 우하귀에서 한 수 늘어진 패를 버티는게 결과론적이지만 맞았다,
라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실리가 많아 유리했다고 느낀 흑 입장에서는 변수를 줄이고 싶어 단패로 간 대신 규모를 줄였던 것이었죠.
바둑에서 역전이 자주 나오는 이유가 아닐까 합니다. 유리하면 마음도 느슨해지고, 그만큼 수에서도 느슨함이 보여지는 것이죠.
목진석 해설도 두번 두고 싶었던 부분이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냥 한수 늘어진 패를 버텼으면 어땠을까, 아쉬워합니다.

표정이 없던 이동훈 선수는, 복기가 되서야 활짝 핀 웃음을 보이더군요.
여튼 확실한 1승카드, 바둑리그 11승 2패로 작년에 이어 올해도 다승왕을 차지한 박정환 선수의 티브로드 팀이 막판까지 가는 치열한 접전끝에
우승을 차지합니다.

[8]
이틀 후인 9일부터, 드디어 2014년 한중전의 대미를 장식할 김지석 vs 탕웨이싱의 삼성화재배 결승전이 있습니다.
춘란배 8강, 4강이 12월 말에 있긴 하나, 아무래도 삼성화재배 결승전이 한해의 마지막 결승전이 되다보니
한해 농사를 마무리짓는 분위기가 물씬 풍기죠.
그런면에서 LG보다는 삼성이 머리를 더 잘 쓴게 아닐까, 싶습니다.
LG배 결승은 연초이지만, 사실 결승 전까지의 과정이 다 작년에 쏠려있어서 한해의 시작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으니까요.

김지석 선수는 본좌로드의 시험대에 제대로 올라서게 되었습니다.
농심배 3라운드에서는 한국 선수로 주장으로 남아 3연승을 거두면서 한국을 우승시켜야하는 상황이고,
국수전 4강전에서도 박영훈 선수에게 승리하며 도전자 결정전에 진출,
내년 초 LG배 결승전에서 한국랭킹 1위 박정환 선수와의 대국도 기다리고 있습니다.

현재 프로기사의 최전성기의 나이라는 27세, 춘추전국시대에서 김지석 선수는 과연 조훈현, 이창호, 이세돌 선수에 이어
한국의 4번째 본좌선수로 거듭날 수 있을지 흥미진진합니다.

또한 티브로드 우승, 그것도 꽤 극적으로 우승하면서
다승 1위, 승률 1위였지만 임팩트가 약해 가려져있던 박정환 선수도
새로이 2014 한국 바둑대상 경쟁의 대열에 합류한 느낌입니다.

김지석-이세돌 양파전에서 박정환 선수까지 합류한 삼파전...과연 2014 한국 바둑대상은 누구에게 돌아갈까요?

[9]
다음 글은 언제가 될지 모르겠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삼성화재배 결승전이 끝나고 바로 쓰고 싶은데,
최근 텀이 너무 짧아져서...춘란배가 끝난 이후에 쓸까 생각중인데요.
사실 텀을 특별히 의식하기보다는, 정말 바둑글을 쓰고 싶을때 쓰는 경향이 강해서
올해가 지나기 전에는 한번 쓸 것 같네요.

[10]
아 맞다...플래시 기보 업로드 기술개발 완료해놓고 새까맣게 잊었군요. 뱀다리로 뒤늦게나마 올려봅니다.



http://gokifu.com
[농심배 왕시 vs 박정환]



http://gokifu.com
[농심배 박정환 vs 이야마 유타]



http://gokifu.com
[국수전 4강 김지석 vs 박영훈]

보니까 세계기전, 국내기전 및 중국기전, 갑조리그만 올라오고 한국바둑리그는 올라오지 않는듯 하네요. ㅠㅠ
소리따위 없는데, 이게 플래시 태그다보니 소리주의 메세지가 뜨는군요. 제 바둑글에 자동재생같은거 올라올 일 없으니, 염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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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2/07 23:36
수정 아이콘
오늘 챔프전 최종전 재미있게 봤네요 ..

개인적으로 극단적 실리파를 싫어하는지라 (남자라면 우주류!)
김정현 선수 여기저기서 싹싹 긁어서 파먹는 모습보고 티브로드를 응원하게 되더군요 ..
배팅이 1.3:3.0 정도 기울어져 있을때 올인하고 응원했는데 후후후후 대박을 +_+

그나저나 이동훈 선수는 최종전과 인연이 깊군요 .. 살면서 한번 기회오기도 힘들텐데 이건 뭐 -_-;
라라 안티포바
14/12/07 23:38
수정 아이콘
후후 전 초상부동산배에서 나현 선수의 선전 이후 양이가 있던 신안 메인에 세컨드로 정관장 응원해서 나현-김정현 베팅했다가 1/4토막 났습니다. ㅠㅠ
랍상소우총
14/12/08 00:02
수정 아이콘
삼성화재배를 처음부터 해설로 보여주면 좋을텐데, 공중파라서 그렇지 못한 점이 아쉬움으로 또 남을 것 같아요......
김지석 사범이 꼭 이겨줬으면 합니다^^
오승아
14/12/08 00:04
수정 아이콘
박정환 선수의 현재까지의 발자취에 대한 평가는 어느정도인가요? 보니까 랭킹1위는 많이 유지한 것 같던데,,
레모네이드
14/12/08 00:27
수정 아이콘
올해 102전 78승24패로 다승1위 승률1위인데다 18연승을 기록하며 한달동안 무패행진을 기록했죠. 바둑리그 및 갑조리그 승률이 보여주듯 의심할 바 없는 한국의 탑이긴 한데 올해는 세계대회4강에서 2번좌초하며, 많은 바둑팬들이 박정환에 대한 실망감을 표출한 해이기도 합니다. 올해 1월에 천원타이틀을 딴 뒤, 8월에 한중통합천원까지 오른 이외에는 타이틀은 없습니다. 배태일박사의 비공인 세계랭킹에서도 1위에 오르며 많은 기대를 받았지만 ,여러 중국신예들과 마찬가지로 세계대회 우승1회에 그치고 있기때문에 아직 세계1인자다라는 평가는 못 받고있는 상황입니다. 요즘은 2개의 세계대회결승에 오른 김지석에게 더 기대하는 팬 및 관계자들도 많이 생긴 모양입니다.
두부과자
14/12/08 00:28
수정 아이콘
객관적인 실력은 랭킹1위에 부족함이없고 기풍도 완벽에 가까운기사입니다.
비공식적인 랭킹이긴 하지만 세계랭킹도 1위죠.
하지만 중요한대국에서 어이없는 착각으로 허무하게 지거나 예상외의 완패를 당하는경우가 많습니다.
신예시절 차지한 후지쯔배우승 이후로 세계대회 우승은 없습니다. 항상 4강언저리에서 탈락하거나 준우승입니다.
후지쯔배 우승하고 랭킹1위 차지할때만해도 이세돌 다음타자는 무조건 박정환이라고 팬들이나 기사들이나 이야기했지만
중요한경기에서 지속적으로 무너지고있고 박정환보다 살짝 윗세대인 김지석인 늦게나마 포텐을 대폭발시키면서 김지석에게도 최근기세는 밀리고 있습니다.
내년 LG배 결승에서 김지석과 대결하기때문에 거기서마저도 패배한다면 김지석에게 1인자 자리는 완전히 내줄듯 싶습니다.
그렇지만 랭킹1위인 지금도 20대초반의 어린기사고 김지석이 20대가 꺾이는 무렵에 포텐을 터트리는걸 보면 박정환도 더 올라갈 여지는 있다고 봐요.
라라 안티포바
14/12/08 02:36
수정 아이콘
한 09이영호 정도의 포지션? 생각하시면 될듯 싶어요. 프로리그 성적이나 경기력은 괴물인데 이상하게 중요한 무대에서 자꾸 밀리는...
랭킹 1위 13개월째 유지중인걸로 알고 있습니다. 2012년도에 삼성화재배 우승한 이세돌 선수에게 잠깐 뺏긴 적이 있습니다.
레모네이드
14/12/08 00:37
수정 아이콘
이틀 뒤부터 펼쳐지는 삼성화재배결승에 너무 많은 게 달렸네요. 김지석의 승리를 의심치는 않지만 왠만하면 탕웨이싱은 2 vs 0으로 꺾어줬으면 좋겠네요. 바둑 두다가 상대방얼굴에 트림발사하는 건 진짜 아닌 거 같아요.
기세파
14/12/08 03:14
수정 아이콘
김정현 선수의 마지막 수를 보니 괜히 제가 다 괴롭네요. 패배가 거의 확정된 상황에서도 자리가 자리인 만큼 최후 선고가 내려질 때까지 안되는줄 알면서 수를 두어나가야하는데 그 심정이 어떠할지요. 특히나 유리한 상황에서 역전을 허용한 상황이라면 말이죠.
강유택과 나현의 바둑을 보니 나현이 초반에 정말 대차게 말아먹었네요.. 초반 교전 이후 차이가 어마어마하네요.
터치터치
14/12/08 06:20
수정 아이콘
오늘도 잘봤고 드릴 건 추천 뿐... 감사합니다.
14/12/08 13:35
수정 아이콘
잘봤습니다.
어제 생중계를 보며 느낀건 정말 이동훈 선수는 대단하더군요. 정말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었습니다. 17살의 기사가 특유의 제스쳐나 계가하기 위한 습관도 없이 판을 이끌어나가며 꾸역꾸역 역전시키는 것을 보고 저놈 정말 대단하구나 느껴졌네요.
금천궁
14/12/08 14:06
수정 아이콘
꾸준 바둑글 항상 감사드립니다~
중반까지 김정현선수가 워낙 실리를 많이 먹어서 그냥 흑 완승국으로 끝나지 싶었는데
그걸 꾸역꾸역 만만디 역전해내는 이동훈선수 덜덜덜;;; 전성기 이창호가 이랬을가 싶네요 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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