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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12/04 21:48:28
Name Neandertal
Subject [일반] 왜 뇌는 커졌는데 활용을 못하니?...
다른 동물들과 우리 현생인류를 비교해 볼 때 가장 두드러진 점이 상대적으로 큰 두뇌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지요. 보통 포유류의 경우 체중이 약 60kg 정도 되는 경우 뇌의 용적은 약 200 세제곱센티미터 정도가 됩니다. 약 2백5십만 년 정도 전에 살았던 원시인류의 경우 뇌의 용적은 약 600 세제곱센티미터였습니다. 현재 우리 현생인류의 뇌의 용적이 약 1,200-1,400 세제곱센티미터 정도이니까 그간에 뇌의 크기가 많이 커졌음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인류가 진화를 할수록 뇌의 용적이 커졌다는 것은 일견 너무 당연해 보일 수도 있지만 여기에는 아직까지도 학자들이 해결하지 못한 수수께끼가 숨어 있습니다. 일단 뇌의 용적이 커지는 것이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현재 우리 현생인류의 경우 뇌는 전체 체중에 약 2내지 3퍼센트 정도를 차지하지만 몸이 쉬고 있을 때 뇌는 몸이 사용하는 에너지의 약 25퍼센트 정도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우리와 사촌 지간이라는 침팬지 같은 다른 유인원들은 몸이 쉬고 있을 때 뇌는 겨우 전체 에너지의 약 8 퍼센트 정도만 사용하고 있다고 하니 우리 호모사피엔스의 뇌는 유별나게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는 놈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원시인류서부터 호모사피엔스에 이르기까지 뇌의 용적이 커지면 그 대가로 내놔야 하는 것들이 있게 마련입니다. 일단 큰 뇌를 갖는 대신 우리 인류는 더 많은 시간을 음식을 구하는 데 써야 했고(게걸스러운 뇌님을 먹여 살려야죠...--;;;) 뇌가 커지는 대신 근육이 약해져야 했습니다. 근육을 키우는 데로 가야되는 에너지를 뉴런을 발달시키는 데 써야 했으니까요. 이제 침팬지하고 말싸움에서는 이기게 되었는데 몸싸움에서는 답이 없는 상황이 되고 만 것입니다. (여러분들이 맨몸으로 무기 없이 침팬지와 싸우게 된다면??...삼가 명복을 빌겠습니다...)



어이, 거기 호모 사피엔스...웬만하면 눈 깔지?...


물론 오늘날 우리의 커진 두뇌와 그로 인해 정교하게 발달한 사고 프로세스는 처먹는(!) 에너지 값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휴대폰 쓰고 있고 자동차, 비행기 타고 다니고, 인터넷 하고 있습니다. 달에도 갔다 왔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커진 뇌로부터 이런 효도(?)를 받게 된 것은 인류 진화사에 있어서도 아주 최근에야 일어나기 시작한 일이었습니다. 그전 거의 약 2백만 년의 기간 동안에는 그렇게 생존에 필수적일 수 있는 근육을 잃어가면서까지 뇌를 키운 보람이 가시적으로 드러나는 게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그 시기 동안 도구가 급격하게 발달한 것도 아니고 찬란한 문화를 꽃피운 것도 아니었습니다. 인류가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어 낸 것은 진화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아주 최근부터입니다. 그러니까 뇌를 키우지 않은 침팬지나 고릴라들에 비해도 그다지 나을 것 없는 삶을 우리 인류는 오랫동안 지속해 왔던 것입니다.  그럼 여기서 “왜 인류는 당장 활용할 것도 아니면서 뭐가 급하다고 그렇게 일찍부터 뇌를 키우는 방향으로 진화를 한 것일까? 그것도 생존에 절대적일 수 있는 근육을 포기해 가면서...”라는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게 됩니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존재 자체가 사라져버릴 위험도 있었는데 말입니다...

아직 학자들은 이 문제에 대한 신뢰할 만한 답을 내놓고 있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글은 Yuval Noah Harai의 저서 [Sapiens: A Brief History of Humankind]를 참고로 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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흘레바람
14/12/04 21:59
수정 아이콘
우와.. 마지막 질문은 정말 흥미롭네요.
긴 기간에 걸친 돌연변이 같은 거 아닐까요?
우연히 뇌 쪽으로 발전을 해서 그 덕분에 결국 인류가 지구를 지배하게 된 것일지도요.
야율아보기
14/12/04 22:01
수정 아이콘
챔팬지 사진을 볼때 쯤 저는 생각했습니다. [선사시대까지는 뇌 발달 보다 근육 발달이 더 생존에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라구요. 바로 다음 문단에 그에 관련된 내용이 있어서 놀랐네요.

진화적인 관점에서 아주 최근이라 함은 어떤 시점부터를 말하는 건가요? 구석기 시대인가요?
Neandertal
14/12/04 22:06
수정 아이콘
호모 사피엔스가 아프리카 대륙에서 나와서 전세계로 펴저나가기 시작한 게 약 7만년 전 정도라고 보고 있습니다...적어도 이 시점 이후로는 호모 사피엔스에겐 적수가 없었습니다...
swordfish-72만세
14/12/04 22:09
수정 아이콘
아무튼 인간은 인간 생각보다 안특이한 존재이긴 하지만 특이한 종은 특이한거 같아요.
쓸데 없이 긴 유년기. 쓸데 없이 긴 1년간 성행위 시간, 쓸데 없이 큰 유방과 성기. 이렇게 낭비적인 족속은 드문듯요.
마브라브
14/12/04 22:34
수정 아이콘
제목이 '머리활용?'인데 200만년동안은 활용을 제대로 못하지않았을까? 하는 말이군요.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찾아보시면 나름대로 많은 도구를 사용했습니다.

그리고 네안데르탈인은 지능이 우리와 거의 차이없다고 추측되는데 힘은 무지 셌습니다.(뇌도 더 컸죠) 개인적으로 힘과 뇌는 큰 관계가 없다고 봅니다. 오히려 식량이 더 많아야되니 불편하죠.
Neandertal
14/12/04 22:38
수정 아이콘
오스트랄로피테쿠스와 나중의 인류들의 도구 사용에 있어서 도구 자체의 비약적인 발전은 없었습니다. 뇌 용적은 거의 2배 이상 더 커졌지만요...
호모사피엔스에게 극적인 변화가 일어난 것은 약 70,000만년 전부터 30,000년 사이라고 합니다...
마브라브
14/12/04 23:47
수정 아이콘
비약적인 발전이야 당연히 없었겠죠. 인간이 1400cc인데 절반도 안되는 500~700cc의 유인원에게 비약적 발전을 기대하시면 안되죠. 250만년전의 유인원이 처음 석기를 사용했는데 동물을 해체하는데 사용을 했고, 200만년전엔 석기가 조금 더 발전해서 그걸로 코끼리를 잡고 가죽 벗기기에도 충분했다고 합니다. 150만년전쯤에 이르게되면 뇌가 많이 커져서 초등학생 정도의 지능을 가지게 됬다고 추측하고요. 이때부터 아쉘문화를 형성하게 됩니다. 그리고 100만년전,50만년전 계속해서 조금조금씩 발전해 능숙하게 식량(포도당)을 공급할 수 있는 환경이 형성되면서 20만년전에 현생인류가 탄생하기에 이릅니다.

다들 가지고 있는 뇌는 충분히 사용했어요. 베이징원인이 20만년전까지 있었는데 50만년동안 농사도 안짓고,철기생산도 못하고 대체 모했냐? 하면 할말이 없긴하네요.
Neandertal
14/12/04 23:54
수정 아이콘
나중에 한번 관련 글을 써볼까 생각인데 저 70,000만년에서 30,000년 사이의 변화가 정말 흥미롭습니다...이게 직선적인 발전이 아니라 그냥 상당한 leap이 일어났거든요...거기에 대한 이론이 좀 흥미로운 것 같습니다...
기러기
14/12/05 00:47
수정 아이콘
왠지 외계인 개입설등이 나올것 같네요 흐흐 사실 그 또한 나름 근거가 있는 주장이라고 생각합니다.
14/12/04 22:49
수정 아이콘
인간이 근력이 약한 대신 근지구력은 꽤 강력한 편 아닌가요?
어차피 무기 들면 딜은 충분하니까 인트에 몰빵한듯...
swordfish-72만세
14/12/04 22:56
수정 아이콘
인간과 늑대의 사냥법이 상대를 탈진시킨다인 걸 보면 생각보다는 폭발력 보다는 지속력에 몰빵한 듯.
아케르나르
14/12/05 07:57
수정 아이콘
저도 이게 먼저 떠올랐는데요, 우리의 조상이 7만년 전 수천명 정도의 집단이라고 들었습니다. 개체수가 거의 멸종 위기급으로 줄어들었다고 하는데, 그 정도의 위기를 가져올 만한 사건이라면 기후의 급격한 변화정도일겁니다. 그런 환경이라면 단순히 강력한 근육을 갖고 있다고 해서 생존에 유리한 건 아니었을 거 같아요. 집단 사냥을 하면서 사냥감의 자취를 쫓거나 사냥 방법을 발달시키거나 하면서 뇌가 더 발달하고 근지구력이 발달하는 쪽이 살아남는 데 더 유리하게 작용한 게 아닐까 싶어요.
14/12/04 23:47
수정 아이콘
뭐... 진화의 원리를 생각해보면 결국 자연선택이니 뭔가 그 부분에 있어서 실마리가 있겠죠. 인류가 전 세계로 퍼져나가면서 수많은 거대 포유류가 거의 모든 대륙에서 엄청 멸종된걸로 아는데 걔네 사냥할때 협동을 통해서 무리지어 살아가야 했으니 아마 그때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떨어지는 개체들은 죽거나 번식에 불리했거나 하지 않았을까요.
매직동키라이드
14/12/04 23:56
수정 아이콘
미래가치에 투자했습니다?
Neandertal
14/12/04 23:59
수정 아이콘
호모사피엔스는 조지 소로스 뺨 치는 투자의 귀재...--;;;
ThreeAndOut
14/12/05 01:29
수정 아이콘
그 커진 머리를 주로 여자 꼬시는데 썼답니다. -_-;;
짝을 찾기위해 동성끼리 경쟁을 하죠. 그 경쟁이 힘의 경쟁 뿐아니라, 지략의 경쟁, 더 나아가서는 권모 술수의 경쟁이 되면서 남을 속이기 위해, 그리고 거짓말을 탐지해내기 위해 뇌가 커졌답니다. 지금 우리는 상대방의 미묘한 표정 변화나 단어선택, 억양, 제스처를 동시에 프로세싱하면서 상대방이 믿을만한 얘기를 하고 있나를 본능적으로 실시간으로 알아챌수 있답니다.

이 글에서 말하는 수학적/공학적 두뇌는 사실 부차적인 effect 이죠. 사실 여자들은 공돌이보다는 달변가, 사업가 혹은 사기꾼에게 유혹을 더 잘 당한답니다. 그쪽이 진화에서 앞서 있는지도..
14/12/05 04:20
수정 아이콘
윗분과 비슷한 의견인데, 인간은 자연과만 경쟁하는 게 아니라 동료인간과도 경쟁을 해야한다는 점이 키 아닐까 싶습니다. 진화는 생존력 + 번식력의 조합으로 이루어지는 것이고, 생존력은 단지 전투력 하나로 정해지는 게 아니라 주거지 선정능력, 협동능력 등 다양한 요인으로 정해지지요. 실제로 침팬지보다 별로 나을 것 없어보이는 유인원들도 나름대로 다양한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은 훨씬 앞서있었을 지도 모르지요

번식력도 단지 근육 큰 게 다가 아니지요. 암컷에게 선택받는 기준은 꼬리가 긴 것부터 좋은 선물을 주는 것까지 아주 다양합니다. 그리고 이런 요인은 생존력과는 별로 관계가 없기도 하지요. 유인원 암컷이 구라 잘 치는 수컷을 좋아하는 성질이 있다면, 그거 하나만으로도 뇌 발달은 충분히 설명 가능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애초에 진화 자체가 '발전' 이라는 개념과 무관하지요. 우리가 달에 간 것은 일종의 시스템 오류에 가까운, 이상한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바고
14/12/05 08:58
수정 아이콘
앞으로도 학자들은 이 문제에 대한 신뢰할 만한 답을 내놓지 못한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군요...
지하생활자
14/12/06 16:50
수정 아이콘
제가 이야기 하고 싶었던 내용이 위에 있네요.
초기에 다른 동물과 경쟁할 때에는 신체적 우위가 더 유리할 수도 있었겠지만 같은 개체 내에서 경쟁할 때에는 두뇌가 더 큰 역할을 한다고 봅니다.
집단 내에서는 더 영악한 개체들이 더 많은 자손을 남길 수 있었겠지요..
또, 주관적으로 운동 선수들을 보았을때 탑급의 운동선수는 신체능력 뿐 아니라 머리도 비상합니다. 멍청하고 힘만 세면 호도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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