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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12/02 17:30:43
Name 하나
Subject [일반] 저도 뜬금 없이 군 시절 이야기를 풀어봅니다.
밑에 군대 썰 읽고 이것 저것 생각이나서.. 사실 별 이야긴 없지만 추억거리가 많아서요. 생각나는대로 시간순으로 써봐야겠군요.


1. 강원도 화천에 있는 5연대에서 복무했습니다. 이 부대는 gop부대이고 전 당시 막 feba로 내려온 대대에 배치받았구요. 당시 훈련소의 미친듯한 불청결함 때문에( 훈련소 침상 간 바닥에서 부영화처럼 먼지덩어리가 굴러다닐 정도였으니) 사회에서 기흉까지 앓았던 저는 훈련소에서 폐렴판정을 받았고 입원치료때문에 2주 늦게 자대배치를 받습니다.


2. 지금이야 그럴리 없겠지만 2011년까지만 해도 생활관 분위기는 헬이었습니다. 1년 먼저간 친구들은 요샌 구타 하나도없다고 쫄지말라고 했는데 저는 전입 다음날 저녁 맞선임이 주먹으로 가슴을 맞아 침상 에서 끝까지 날아가는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3. 사회에서 사교성도 없던 저는 적응이 힘들줄 알았긴 개뿔. 생존본능을 느낀 저는 미친듯이 눈치를 보며 선임들이 어찌하면 좋아할 머리를 굴렸고 초기에는 나름 군생활이 풀리는듯 했습니다 그러나 폐렴이 완치되지 않았던것과 앞서 말한 맞선임의 존재가 제 초반 군생활 꼬임의 이유가 될줄이야..


4. 전입당시 한여름이었고 몇주후 대전술 훈련이 있었습니다. 이때 한달 후임이 바로 들어온 상태였고 아직 적응도 못한 저는 어버버 무작정 훈련을 따랐을뿐 후임을 챙길 여력도 없었습니다. 살벌한 훈련강도는 낙오를 불러왔고 낙오를 안한 후임과 저를 비교하면서 흡연금지를 당하게됩니다.(폐도 안좋은 놈이 담배는 폈으니..)


5. 훈련이 끝나고 생활관 생활은 나름 잘했기 때문에 별 탈이 없었고 저는 나름 눈치를 보며 체력훈련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이때 앞서 말한 맞선임의 고문질은 갈수록 막장으로 치달았고 이미 상꺾인데도 못난 후임을 챙기느라 스트레스가 폭발했던 맞맞선임은 '신병도 이대로 두면 지들 맞선임 하는짓만 배워서 막장될것이다.'라는 판단 아래 지옥이 시작됩니다.


6.사실 맞맞선임을 지금도 원망하지 않습니다. 그친구는 지할일 안하면서 애들 갈구는 타입이 아니라 상꺽인데도 지킬건 다지키고 심지어 막내들이 돌렸던 빨래도 같이도와줄 정도였기 때문이죠. 그러나 이미 맞선임으로 인해 그의 분노는 폭발했고 이후 아주 사소한 잘못을 해도 저와 제 후임은 엄청난 정신적 고통을 받았습니다. 다행히 군생활중 물리적 폭력은 방탄모쓰고 있는상태에서 방탄모로 맞은 기억밖에 없네요...

7. 사람이란게 불평등을 느낄때 좌절감을 느끼더라구요. 아무리 훈련이 힘들고 욕을 먹어도 버틸만 했는데 남들이 하면 괜찮은 사소한 잘못에 죽일 기세로 달려드니 멘탈이 무너지더군요. 생애 처음으로 자살 생각까지 해보았습니다. 이렇게 몇달간 정신적 곶ㅠ통ㅠ을 받다가 분대장에게 말했습니다. 이대론 자살할거 같다고. 당시엔 엄청난 용기였죠 하늘같은 분대장에게 말도 못거는 상황이었으니...
  분대장이 으슥한 곳으로 불러내더니 'a(맞맞선임)가 니들이 싫어서 그런게 아니라 맞선임 처럼 망치지 않으려고 그런거다. 니네 둘 충분히 잘하고 있다. 내가 a에게 잘 말해보겠다.'라고 말한 이후로 군생활이 거짓말처럼 풀렸고 그 이후는 군생활이 너무나 즐거웠습니다. 아..다시 가고싶진 않아요


8. 선임들이 하나 둘 전역하고 저는 분대장이 되었으며 그 맞선임은 유령같은 존재가 되어버렸습니다. 온갖 훈련에서 뺑끼치고 궂은일을 안할려고 꾀부린 자의 최후는 참 비참하더군요. 소위말해서 짬당해 버렸고 분대장 입장에서 위계질서의 파괴는 지켜볼 수 없었기에 최소한의 예의는 지키라는 선에서 끝냈습니다. 어찌보면 저도 나쁜놈이지만 당한게 워낙 커서 그땐 그랬나봐요...


9.분대장이 되고나서 악습을 싹없앴습니다.
대체 춘추복 동복 혼용은 왜 상꺾만해야하며 빵에 우유말아먹는것도 상꺾만 가능한지 참 크크 이런 의미없는 레벨제한 싹다 풀어버리고 전역할때 전역모 이런것도 알아서 사고 후임들한테 알게모르게 금품갈취 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전역 후 어찌돌아가냐고 물어봤더니 반년도 못가서 원상태가 되더군요. 관성이란 참 무섭습니다. 흐


10. 중간에 언급했지만 훈련 강도가 지옥이었습니다.

대대전술훈련 유격훈련 625전사자유해발굴 백키로행군 혹한기훈련 다시 대대전술 중대전술 연대전술훈련 유격훈련 철조망보수(노크귀순) 혹한기훈련 백키로 훈련... 중간에 자잘한것 빼도 이정도였고 제일 힘든건 3주간 진행했던 전술훈련이네요. 3주동안 이도 제대로 못닦고 옷도 못갈아입고 원시인 코스프레 제대로 했습니다. 흐흐흐
특히 백키로 행군은 자면서 걸을 수 있는 기술을 가르쳐 줬구요.



쓰고보니 막상 재미는 없네요. 사람과 사람간의 자세한 썰을 풀고싶은데 혹시나 그 중 누가 볼까쉽게말도못하겠습니다. 크크 아무튼 군대란곳은 온갖 인간군상을 볼 수 있단 점에서 한번 쯤은 갈만 했던 것 같네요.. 이젠 다 추억이니 말이죠.

그래도 두번은 안갈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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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이강이별이
14/12/02 17:35
수정 아이콘
7사단이시군요. 전 00군번인데 분위기 좋았는데..
원탑임팩트
14/12/02 17:35
수정 아이콘
주파령인가요? 5연대는 정말 최악이죠
14/12/02 17:38
수정 아이콘
악 주파령 맞습니다. 이 부대 시설에대한 썰만 풀어도 참..

갈수기엔 씻지도 못하고 장마엔 흙탕물로 씻어야하며 일년에 두세번은 장염이 돌죠.. 애초에 계곡물이 바로 정수기로 들어가는데 정수기가 무슨 신의 기계도 아니구요 크크
wish buRn
14/12/02 18:13
수정 아이콘
콜레라&이질없는걸 보면,강원도 물은 역시 1급수입니...
14/12/02 17:35
수정 아이콘
두번은 안가야죠... 결국 사람이 중요하다 라는걸 배우게 한 곳이 군대였던것 같습니다.

부대장의 진급열의(Max), 주임원사의 꼼꼼함(Max), 행보관의 눈치(Max), 중대장의 서열순위(Min), 중대간부의 개념도(Min)

오위일체가 된 그 부대는 .......... 크크크크크크크크..

그래도 분대장의 능력(Max), 내무군기(Max) 덕분에 생각외로 크게 군생활이 힘들다 느끼진 않게 되긴 했습니다.
아 분대장을 다니 오위일체의 공포를 새삼 느끼게 되더군요.. -_-;;
소독용 에탄올
14/12/02 21:28
수정 아이콘
부대장-행보관-중대장이 진급심사 대상자인 경우도 참 즐거웠(?)다는 경험보고를 들은적이 있습니다. (면회갔다가...)
특히 이번에 못달면 '끝'인 분이 한분 계셔서 아주... 하다던 말이...
14/12/02 17:46
수정 아이콘
저도 짬을 먹고 악습을 많이 없앴었는데 그게 그러다보니 필요이상으로 친해지기도 하고, 일을 내가 더 하게 되는 것도 있고 그렇게 되더군요.
전역 2~3달 쯤 앞뒀을 때는 우리가 너무 풀었나... 하는 푸념을 제 맞선임과 하기도 하고 그랬죠.
10년째학부생
14/12/02 18:44
수정 아이콘
아 100키로 행군 생각나네요... 전날8시에 시작해서 다음날 4시에 복귀했는데 산을 몇개를 넘었는지.. 12시쯤에 막사가 보이길래 다왔다고 좋아했는데 막사 바로옆 산길로 다시 올라갈때의 절망감이란... 근데 행군하던날밤에 다 널부러져서 쉬고있는데 하늘에 무언가가 8자를 반복해서 그리며 동에서 서로 날아가던데 그게 진짜 뭐였을까 아직도 궁금합니다... 100명이 본거라서 잘못본것도아니고..
에바 그린
14/12/02 18:44
수정 아이콘
방탄에 방탄내려치는 것과 전투모 쓰고 있을때 모자챙을 치는게 수치심 장난 아닌데....ㅠ
저는 진지하게 맞은게 아니라 이런게 있었다. 하면서 그냥 경험해보라고 선임들이 맛뵈기만 보여준거긴 한 건데도 순간 화가나서 얼굴 벌개졌습니다.

저도 훈련복이 터져서 RCT를 두번에 말출 전에 두번째 유격까지... 부들부들...

저도 있을때 정말 힘든 시기도 있었지만 그래도 전체를 돌아본다면 후회가 남지 않는 생활이여서 다시 해보고 싶기도 합니다.
담배상품권
14/12/02 19:11
수정 아이콘
20사단 복무했었습니다. 지독하게 훈련 많이 뛰었고 공사판에서 무릎다치고 뭔놈의 공사판을 그렇게 많이 갔던지... 말출전에 유격도 뛰고 별짓 다해봤죠.
군생활을 못한것도 있었고 사람들이랑 맞지도 않아서 농담아니고 운좋아서 포상휴가라도 자주 나갔다 오지 않았으면 임병장꼴 났을거 같아요.
다신 가고싶지 않습니다. 재입대 하라고 그러면 그냥 범죄자 되는게 낫겠다 싶을정도로요.
14/12/03 10:53
수정 아이콘
저도 20사단 입니다.
20사단 91대대 입니다 어디 대대셨어요?
담배상품권
14/12/07 02:45
수정 아이콘
20사단 직할수색대였습니다. 20사단 분이시라니 반갑네요.
라이즈
14/12/02 19:36
수정 아이콘
27사단 보병 05년 군번입니다.
다만 연대마다 분위기가 달랐고
저희연대는 2대대는 또 따로 독립적인 위치에 있어서 분위기가 달랐습니다만 저희 연대내에서는
짜잘한 악습 있었으나 2006년 들어 대대장이 다 없앰.(샴푸.폼클렌징등 목욕용품 이등병 못씀. 매트리스 깔아주고 관물대정리해주기 등등)
원래 청소 업무등은 업무분담제에 의해 나눠서 함.
말년이라고 열외하는거 없음.
구타는 입대당시에도 없었음. 내무생활 그리 빡세지않음. 대신 훈련량은 글쓴이보다 더괴랄.기본적으로 군생활730일중 300일정도는 밖에서텐트치고잔듯..feba부대의숙명.. gop같은 경계근무가없고 오로지훈련 또 훈련.훈련시 군기 더럽게잡음. 가끔 정신못차리는 후임들의 하이바가격등의 순간적 구타는 묵인됨.
훈련은 실전같이. 내무생활은 편하게가 일반보병소대에선 기본마인드였음.
내무실에선 선후임하하호호 즐거운분위기가 많이연출. 언어적 갈굼은 적당량 있었으나 피말릴수준은아니였음. 죄송합니다 시정하겠습니다 연발로 어정도 상쇄가능.
휴머니어
14/12/02 20:24
수정 아이콘
4달 후임을 사랑으로 대해주고, 제대 후에 학교 숙제까지 도와줬습니다.

그 후임은 현재 제 처남입니다. ;)
라이즈
14/12/02 20:31
수정 아이콘
크크킄크
Made in Winter
14/12/02 20:59
수정 아이콘
저도 5연대 였습니다 크크크
저는 운좋게도 신병때부터 GOP에 있어가지고 feba에 짬 좀 차고 내려와서 내무생활은 크게 힘들진 않았던거 같아요
feba 내려와서는 주파령 독립중대에서 생활했는데 일단 PX가 없어서 불편했고
간부가 적어서 편했습니다(?)
14/12/02 21:17
수정 아이콘
몇년군번인지 궁금하네요 크크;
Made in Winter
14/12/02 21:49
수정 아이콘
06년 1월 군번이었슴다 크크크
3대대 였고요
14/12/02 22:37
수정 아이콘
독립중대면 주파리중대 말씀하시는거 같네요. 후방CP에 px가 그때도 있었는지 궁금하네요. 흐흐 반갑습니다..
바우어마이스터
14/12/03 00:45
수정 아이콘
9번에서 설레었다가 마지막에 다시 헛... 안타깝네요. 개인의 습관도 고치기 어려운데, 단체의 관습은 더욱 그러겠죠...
보라빛깔 빗방울
14/12/03 09:35
수정 아이콘
11년도에 주먹으로 가슴을 맞아 침상 끝까지 날아가는 모습을 보셨다니...

요즘 이병장 사건도 그렇고, 군대가 거꾸로 가는 느낌이네요.

제가 입대한 02년도에도 갈구는거야 있었지만, 구타는 전혀 없었는데 말이죠.. -_-;;
역삼동화력발전소
14/12/03 11:03
수정 아이콘
7사단 민통선 수색대 옆에 기생(?) 하고 있던 정비대대 근접2중대(영외중대) 05군번 운전병입니다. 반가워요
저는 군생활을 너무 즐겁게 한지라.. 흐흐흐

간단히 풀어보자면,
1. 자대전입 후 몸좋다고 그날 바로 끌려가서 (다부진 몸매지만 겁나 좋진 않습니다 키두 작구요) 중대 팔씨름 3, 2, 1위와 차례로 붙었습니다
(차례로 붙음 당연히 지는데,.,. 는 꿀꺽 삼키고) 일단 3위 꺾었는데, 힘빠져서 2위에게 졌죠..
그 이후, 팔씨름 순위권 강자가 없었던 저희 분대 상꺾들이 좋아하며 바로 전입 일주일도 안되서 일과 후 운동을 같이 할수 있게 해줬죠..
(그때 저희 중대에서 이등병은 운동금지였어요.. 그럴 힘 있으면 일 더하라고)

2, 근데 이 사건이후 못되먹은 일병 두명이 이 일로 저를 아니꼽게 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일로 갈구기 시작했죠.
(정비대대 소속 운전병이기에, 미션 내리고, 엔진 내리는 정도 아니면 직접 정비를 다 했어야 했습니다)
운전보다 정비로 갈굼을 당했다는,, 그래서 열받아서, 5톤을 제외한 1/4톤, 5/4톤, 2 1/2톤(2돈반)의 모든 정비 교본을 한달정도 이해 될때까지
읽고 또 읽고, 기동 정비반 고참들에게 계속 물어가면서 완전히 이해한 후에 군생활이 활짝 폈습니다.
모두가 인정하는 인재가 되었..

3. 모두에게 인정받으면서 멘탈을 잘 간수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애들 안괴롭히고, 상병 달자마자 인정받았고 고참들은 집에 갈 날만 기다리고 있었기에
레벨제한 다 풀어버리고, 생활관에서 욕한마디도 잘 안나오게 맹글었습니다. 그리고 병장되고 나서도 이등병 일병이랑 똑같이 일하고, 애들 많이 챙겨
주려고 노력 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악습을 바꿀수 있을지 고민도 많이 했구요

4. 여튼 제대 전일, 제 윗 선임들 모두가 당하던 멍석말이(모포로 말아서 불끄고 밟는.. 지금까지의 울분을 내 터보 발바닥으로 분출!)를 처음으로
안당했습니다. 제 후임들이 타 분대에 하면 죽인다고 절 지켜주었더군요 (사실 각오했었는데 살짝 감동)

5. 담주 일요일에 절 갈구다가 인정한 1년 선임병이 결혼을 합니다. 근데 시간없다고 모바일 청첩장을 줘서 갈까 말까 고민중입니다 크크크

근무시간에 짬짬이 써봤는데, 집중이 안되서 그런지 글이 두서가 없고 내용도 없고,, 그렇네요 크크
하고 싶은 말은 참 산더미인데.. 나중에 저도 정리해서 올려볼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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