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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11/20 01:07:51
Name yangjy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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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일반] 어느 섬의 가능성


프랑스 작가 미셸 우엘벡의 디스토피아 소설인데 최근 PGR의 떡밥중 하나인 인구 감소와 고통받는 젊은이에 대한 내용들이 좀 통하는 데가 있어 몇군데 발췌해 올려 봅니다.

[잡지 이름은 이미 <롤리타>로 정해져 있었지. <연령 차 문제가... > 나는 그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금방 이해할 수 있었어. 예를 들어 <스무 살>의 주 독자층은 성적으로 자유로워 보이길 원하는 열다섯 혹은 열여섯 살의 계집아이들이었어. 그는 <롤리타>로 그 반대 현상을 노리고 있었지. 그는 엄마들이 점점 더 딸들을 모방하려 들 거라는 데 승부를 걸었어. 물론 서른 살 먹은 여자가 <롤리타>라는 제목이 붙은 잡지를 사는 건 좀 우스꽝스럽긴 해. 하지만 몸에 꽉 끼는 탑이나 반바지만큼은 아니지. 그는 프랑스 여자들에게 있어서 우스꽝스러워 보이면 어떡하나 하는 감정은 점점 사라지고 대신 무한한 젊음에 대한 동경이 확산될 거라는 쪽에 내기를 걸었어. 내가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건 적어도 그가 내기에서 이겼다는 거야. 현재 우리 독자의 평균 연령은 스물여덟 살이야. 그것도 매달 조금씩 올라가고 있지. 사람들이 늙는 걸 두려워하는 건 정상이야. 특히 여자들은. 옛날부터 늘 그랬어. 하지만 이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걸 초월해. 내 생각엔 여자들이 완전히 미쳐 버린 것 같아.]
                                                                                                                                                        
어느 시대고 젊음이 좋지 않았던 시절이 있었겠냐만은 이러한 경향은 확실히 최근들어 심해진거 같긴 합니다. 언제부턴지 모르게 사람들 만날때 "몇살로 보여요?"라고 묻는게 인사말 비슷하게 될 정도로 '동안'에 대한 강박이 생긴것도 같고... 운동이나 화장품, 패션에 있어서도 전에 없이 젊음을 강조하는 거 같거든요...

[이자벨은 이제 막 40 고개를 넘은 우울한 성격의 여자였다. 하지만 출산 전 검사들은 발전에 발전을 거듭했다. 나는 그것이 문제가 아
니라는 것을 잘 알고있었다. 문제는 바로 나였다. 나에게는 <아기>를 봤을 때 정상적으로 성장한 모든 남자를 사로잡는 그 정당한 혐오
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아이가 잔인한 본성을 지니고 태어난 일종의 못된 난쟁이라는-아이들에게 인간이라는 종의 잔인한 특성들이 즉각적으로 발현된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아는 가축들은 그들만 보면 슬그머니 꽁무니를뺀다- 근거 있는 확신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내 내부 깊은 곳에는 인간의 삶이라는 그 끝없는 고난에 대한 공포, 진정한 공포가 있었다. 동물 중에서 오로지 인간의 새끼만이 끊임없는 고통의 울부짖음으로 자
신의 존재를 즉각적으로 세상에 드러내는 것은, 물론 그가 고통을 겪고 있기 때문에이다. 그것도 참을 수 없는 고통을. 그것은 실제적
으로 기생 생물의 공격은 막지 못하면서 피부를 온도의 변화에 민감하게 만드는 털의 상실 때문일 수도 있고, 비정상적인 신경의 민감
성, 어떤 구성의 결핍 때문일 수도 있다. 어쨌거나 공정한 관찰자에게 인간은 결코 행복해질 수 없는 것으로, 인간은 결코 행복을 누리
도록 만들어지지 않은 것으로, 단 하나 가능한 그의 운명은 주변에 불행을 퍼뜨려 다른이들의 삶을 자신의 삶만큼이나 견디기 힘든 것
으로 만드는 데 -첫 번째 희생자는 일반적으로 그의 부모다- 있는 것으로 보인다.]


[거의 비슷한 시기에 플로리다에 첫 <차일드프리 존> 다시 말해 울음, 침, 변 등 일반적으로 <유아 양육>에 동반되는 환경적 불편을 도저히 견딜 수 없다고 솔직히 털어놓는 삼십대들을 위한 호화 주택 단지가 출현했다. 13세 이하의 아동에게는 단지 출입이 아예 금지되었다. 가족과의 접촉을 위해 단지 입구에 패스트푸드 음식점 형태의 면회소가 설치될 예정이었다. 중요한 발걸음이 내디뎌졌다. 몇십 년 전부터 서구의 인구 감소는(사실 그 현상은 서구에만 특별히 나타나는 것은 아니었다. 일정한 경제적 수준에 도달하기만 하면 나라, 문화와 관계없이 어디서나 일어났다.) 모두가 입을 모으는 것으로 보아 어딘지 모르게 수상쩍은, 위선적인 한탄의 대상이었다. 좋은 교육을 받았고, 사회 경제적으로 상당 수준에 도달한 젊은이들이 사상 처음으로 더는 아이를 <원치 않는다>고, 자녀의 양육과 결부된 소란을 견뎌 내고 부담을 짊어지고 싶은 의사가 없다고 털어놓았다. 물론 그 거리낌 없는 태도는 모방자들을 만들어 낼 수밖에 없었다.]

우리나라에서는 경제적 여력이 없어서 아이를 낳고 싶어도 못 낳는 것에 비교하면 꽤 배부른 소리 같긴 하네요. 어차피 허구지만..

[망가지고 추하게 변한 노인의 몸은 이미 일반적인 혐오의 대상이었다. 그리고 그 현상에 대한 의식화가 시작된 것은 아마 살인적인 폭염이 프랑스를 덮쳤던 2003년 여름부터였을 것이다. 첫 수치들이 알려진 이튿날 <리베라시옹>지는 '노인들의 시위'라는 제목으로 그 사실을 대서특필했다. 단 2주 동안 프랑스에서만 1만 명 이상의 노인이 죽음을 맞았다. 어떤 노인들은 병원이나 양로원에서 사망했지만 어쨌거나 모두 '보살핌 부족'으로 죽었다. 같은 신문은 몇 주에 걸쳐, 물로 열을 식혀 주거나 물잔을 건네주는 사람 하나 없이 찜통 같은 공동 병실에 기저귀를 하나 달랑 차고 벌거벗은 채 침대에 누워 하루 종일 신음하며 죽어 가는 노인들의 사연을, 바캉스를 떠난 가족과 연락이 닿지 않아 속속 도착하는 환자들의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시신들을 처리해 버리는 간호사들의 원무를, 강제 수용소에 버금가는 사진들을 곁들여 가며 전하는 참혹한 연속 르포를 게재했다. <현대 국가라는 말이 무색한 장면들> 기자는 이렇게 썼다. 그 장면들이 바로 프랑스가 현대 국가가 되어 가고 있는 증거라는 것을 깨닫지 못한 채. 진정 현대적인 국가만이 노인을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쓰레기로 취급할 수 있다는 것을, 그러한 조상 경시는 아프리카나 전통 아시아의 국가에서는 생각조차 할 수 없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 채. 그 이미지들에 의해 야기된 작위적인 분노는 금세 잦아들었고 인위적인 - 혹은 점점 더 많은 노인들이 자유롭게 동의하게 되는 - 안락사의 발달이 이후 몇십 년 간 그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작가가 뭔가 전통 아시아 국가의 노인공경에 대해 환상을 가지고 있는거 아닌가 합니다. 제가 볼땐 우리나라도 크게 나을거 없는거 같아서요...



아무튼 소설 얘기를 조금 더 하자면..

인류에게 미래가 없다는 말을 꽤 설득력 있게 그리고 비참하게 내뱉는 소설입니다.

그런데도 뭔가 아름답다는 느낌이 있어요 개인적으론 흐. 출구 없는 미래 대신 어쩔 수 없는 최후의 보루를 제시하는데 그게 참 뇌리에 박혀요.

그리고.. 유럽의 개인주의 라는 것에 대해.. 우리나라 사람들은 당연히 선진국의 개인주의를 부러워 하겠지만 정작 그쪽에 사는 사람들은 파편화된 삶에 대한 공포 같은걸 어느정도 가지고 있는듯 합니다. 이 소설이 프랑스의 현실을 얼마나 반영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프랑스 정도 되는 선진국의 작가도 저렇게나 괴로워하고 절망적인 전망을 가지고 있는데 하물며 한국이나 한국보다 못한 후진국들은 어찌 살라는 것인지.. 하는 생각도 들고. 그냥 인간은 대다수가 고통받을 수밖에 없는 운명인가 싶습니다.

현실이 너무 막장이다 보니 꽤 파격적인 설정의 디스토피아 소설을 읽으면서도 뭐 이정도쯤이야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 아닌가.. 라고 받아들이게 되는... 크.. 나온지 몇년 된 소설이긴 하지만.. 하긴 멋진 신세계나 1984도 이미 현대에 구현된지 오래라고 보는 분들도 계실테니까요...

혁명에 대한 관점도 인상적이었는데요.. 세상이 암울할 때 개인이 취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응 방안 중 하나가 풍자인데, 그것은 혁명에 필요한 폭력을 웃음으로 변환시킴으로써 혁명적 에너지를 소모시키는 부역 행위가 되어버린다는 겁니다. 실컷 비웃어서 풀고 또다시 지금 현실에 충실한 톱니바퀴로 돌아간다는 거지요... 그냥 노답의 연속..

아.. 그리고 차라리 포르노가 위안이라는 댓글을 밑에 어디서 본거 같은데.. 정말 그 역할이라도 충실히 하려는 것인지 야하긴 무지하게 야합니다.

[질 주변에 있는 비계를 뭐라고 부르는지 알아? / 아니 / 여자]

[내가 성에 지나친 중요성을 부여했을지도. 그것은 명백했다. 하지만 내가 편안하게 느낀 유일한 곳은 여자의 품. 여자의 질 깊숙한 곳이었다. 그리고 내 나이에 그것이 바뀔 이유는 전혀 없었다. 보지의 존재는 그 자체로 이미 하나의 축복이었다. 그곳에 있을 수 있다는, 그곳에서 편안함을 맛볼 수 있다는 단순한 사실이 이미 그 고달픈 항해를 계속해야 할 충분한 이유가 되었다.]

대충 이런 식입니다... ㅡㅡ; 이런 책이 시중에서 19금 딱지도 안붙이고 버젓이 팔리고 있는게 신기할 정도입니다...

그러고 보니 어째 이 작가한텐 농담이 아닌거 같기도 하네요. 이도 저도 답이 없고 남은건 외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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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1/20 01:15
수정 아이콘
소립자에서도 거의 비슷한 시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아요. 물론 성적 묘사도 거기서도 상당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처음 소립자를 읽고는 그 적나라함에 큰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나는군요.
yangjyess
14/11/20 01:24
수정 아이콘
약간 소립자 후속편 같은 느낌도 있습니다. 소립자 마지막 부분에 출현하는 존재를 화자로 설정한 것 같은?
프리온
14/11/20 01:37
수정 아이콘
재밌게 읽었던 책입니다 기억에 남는건 젊은 신인여배우를 만나서 즐기는 짧은 기간에서 주인공이 느끼는 행복감에 대해서 나름 질투심을 느꼈더랬지요 (그 스스로도 왜 이렇게 행복하게 지내지 않았을까 되뇌이던,, ) 하지만 이에반해 늙어가는것에 대한 추함과 두려움의 표출이나 혹은 생명연장의 꿈이 종교에 이어지는 부분은 그렇게 와닿지는 않았습니다 주인공 스스로가 그만큼 절박해 보이지는 않아서 ,,다만 교주의 아들 예술가가 더 처량해 보이더군요
yangjyess
14/11/20 01:41
수정 아이콘
주인공은.. 평생 놀고먹을 돈 벌어놓고 그렇게 우는 소리 하니까 뭔가 진정성이 없어 보여요 크
소독용 에탄올
14/11/20 02:02
수정 아이콘
그들의 디스토피아가 우리의 현실조차 따라잡지 못한다는 것이 참...
14/11/20 02:08
수정 아이콘
우리의 현실이 그들의 디스토피아조차 따라잡지 못한다는 말이 하고싶으셨던거죠?
소독용 에탄올
14/11/20 02:22
수정 아이콘
넵...
누가누가 더 못하나의 경쟁에선 이기고있는듯 하지만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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