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과 올해는 sf영화 덕후들에게는 어쨌든 큰 축복이 아닌가 싶습니다. 완성도가 높은 두 영화 [그래비티]와 [인터스텔라]가 1년 시차를 두고 같은 시기에 개봉해서 sf영화팬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주고 있으니까요. (피지알에 이 두 작품이 과연 (하드)sf냐를 놓고 토론이 벌어지고 있기도 하지만 제 글의 취지와는 큰 관련이 없기에 저는 그냥 일단 두 작품 다 sf라고 하고 싶습니다.)

물론 영화라는 것은 개인의 감상의 영역이 크고 호불호 역시 그러한 개인의 취향에 따라 갈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것을 무슨 투표로 국회의원 뽑 듯 우열을 가리는 게 말이 안 되는 거라는 점을 잘 알지만 최근에 [인터스텔라]에 대한 수준 높고 흥미로운 감상평들을 읽다보니 우리 피지알러들은 과연 이 두 영화들 가운데 어느 영화를 더 선호하는 지 궁금해 졌습니다.

그래서 [영화의 객관적인 우열을 논하는 것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두 영화들 사이에 순수한 선호도를 한번 알아보고 싶습니다. 그냥 어떤 영화가 더 마음에 들었는지 말입니다. 두 영화를 간단하게 비교해 보자면...


그래비티 (2013)



감독: 알폰소 쿠아론
주연: 샌드라 블록, 조지 클루니, 오르토 이그나티우센, 에드 해리스(통제실 목소리)
러닝타임: 90분
흥행성적: 미국 내 $274,092,705 해외 $442,300,000
피지알 대표 리뷰:
<그래비티>를 개인의 귀환과 삶의 의미를 다룬 작품으로만 취급하는 것은 우주라는 낭만적 영역을 죽음과 재난의 은유적 표현으로만 여기는, 극 전개와 인물에게만 함몰된 제한적인 시각이다. 우주를 그저 이쁘고 돈 많이 들어간 병풍으로 바라볼게 아니라, 우주란 어떤 의미이며, 그 속에서 라이언이 어떻게 우주와 대등한 존재로 상호작용하는지 이해해야할 필요성이 있다. <그래비티>의 우주는 고전 서사시의 바다와 같다. 서사시의 주인공은 미지의 바다를 탐험하고 돌아와 인류의 영웅으로 성장한다. 바다라는 미지의 영역은 오늘에 이르러 우주로 치환되었다. <그래비티>는 그 미지의 영역을 향해 나아가라는 sf적 사명을 전해주는 우주서사시이다. (출처: 마스터충달 님 리뷰 중에서)



인터스텔라 (2014)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주연: 매튜 메커너히, 앤 헤서웨이, 마이클 케인, 제시카 차스테인
러닝타임: 169분
흥행성적: 미국 내 $96,927,481 해외 $225,800,000 (현재 상영중)
피지알 대표 리뷰:
인터스텔라에서 감독은
여러 차원과 여러 우주를 오가지만 그 모든 것들을 관통하는 상수인 사랑을 이야기합니다.

감독은 미시적인 휴머니즘과 우주만큼 거대한 휴머니즘을 동시에 노리고 있어요.

애타게 그리워하며 끝끝내 우주 양쪽 끝에서 아주 오랜, 아니 엉켜진 시간의 틈을 뚫고 재회하는 가족의 모습과
기필코 답을 찾기 위해 '자신의 의지로' 희생을 마다하지 않고 개척하고 탐험하는 인류의 오랜 문명에 대한 찬사.
관객이 이 영화에 압도되는 건 단지 웜홀과 블랙홀의 비주얼 뿐만이 아닌 우주만큼 장구한 드라마를 퍼붓는 지점일 것입니다.

그것의 성공과 실패 이전에, 저는 이런 스케일의 대담한 시도를 본 적이 없습니다.

이 감독의 야망을 보세요.
소름끼칠 정도의 스릴러적 소재를 가지고 철학을 논하고(메멘토)
열등감에 이은 복수극을 소재로 sf를 이야기하고(프레스티지)
너무나도 철학적일 수밖에 없는 소재로 액션영화를 찍으며(인셉션)
이제는 양자역학을 넘나들면서 드라마를 만들었어요. (출처: 리듬파워근성 님 리뷰 중에서)


위와 같은데요...여러분들은 어느 영화가 더 맘에 드셨나요?
일단 두 영화 다 훌륭한 영화들이다라는 전제를 깔고서 저는 아무래도 간결한 러닝타임 속에 고난을 극복하는 인간의 자유의지, 치유와 회복의 메시지를 밀도 있게 담아 넣은 [그래비티]쪽에 조금 더 손을 들어주고 싶습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무언가 자꾸 제가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성향의 감독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