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4/11/18 07:03:18
Name 마스터충달
Subject [일반] [리뷰](스포있음) <그래비티> - SF의 낭만에 대하여

<그래비티>에게는 조금 미안하다. 왜냐하면 이 글은 <그래비티>를 다뤘지만 <인터스텔라> 덕분에 쓰는 글이기 때문이다. 개봉 전 예상대로 <인터스텔라>는 화제의 영화가 되었으며, 상당히 호불호가 갈리고 있다. 누군가에겐 지리는 영상 가득한 은총 같은 영화이고, 누군가에겐 ‘엉터스텔라’1)이다. 영화의 장단이 분명한 만큼 빠는 이야기나, 까는 이야기나 어느 쪽의 이야기도 모두 흥미로웠으며 수긍이 갔다. 헌데 한 가지 부분에 있어서는 동의하기가 어려웠다.
“<인터스텔라>는 SF 영화가 아니다.”
내가 본래 타인의 감상에 대해 왈가왈부 하는 타입은 아니다. 영화를 보고 느끼는 바는 사람마다 다를 수밖에 없으니깐. 하지만 누구나 절대 포기할 수 없는 마지막 보루는 존재한다. <인터스텔라>에 있어서 그 지점은 이 영화가 SF 영화라는 점이다.

<인터스텔라>가 SF인지 아닌지 따져보니, 과거 <그래비티>를 두고 오고간 평론가들의 공방이 떠올랐다. 이현경(씨네 21)의 리뷰 「삶과 죽음의 무한도킹」에 대해 듀나가 「‘그래비티’ 우주에 중력 없는 게 상식이라고?」라는 리뷰를 쓰며 반박한 것이다. 영화 보는 취향에 있어 듀나를 별로 탐탁히 여기지 않는 편이지만 이 글에서 드러나는 SF에 대한 그의 애정에는 매우 공감했었다. 이 글은 이러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그래비티>의 SF적 가치를 편파적으로 조명해보는 SF빠의 응원 격문이다.

※ 「삶과 죽음의 무한도킹」[사실 우주는 그냥 아름답기도 하다...]



우주서사시

SF 덕후, 우주빠 소년의 눈에 비친 <그래비티>는 마치 전설과 같았다. 우주 재난으로부터 생환하는 무용담만으로도 전설적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단순히 놀라운 업적이란 느낌을 넘어 보다 각별히 전설적이라고 느껴진다. 이유는 감독(알폰소 쿠아론)이 종교적 이미지를 통하여 우주비행사들을 신화적 존재로 치환했기 때문이다. 맷 코왈스키(조지 클루니)는 이 신화에서 신이자 예언자이다. 그는 사고 이후 라이언을 이끌며 지구로 귀환하는 길을 안내한다. 심지어 우주 미아가 되는 상황에서조차 라이언에게 소유스를 타고 톈궁으로 가서 선저우를 타라는 로드맵을 하달한다. 그의 계획은 마치 라이언에게 내려진 예언이자 신탁과 같다. 따지고 보면 영화 내용 전체는 맷의 계획이었다. 그렇게 맷은 배우의 이름값에 어울리지 않는 조기 퇴장을 했음에도 극 전체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예언자적 면모를 과시한다. (어쩌면 이러한 무게감을 준 것이야말로 배우의 이름값일지도...)

라이언 스톤 박사(샌드라 블록)는 이 신화의 주인공이자 영웅이다. 맷에게 신탁을 받고, 그것을 고난 끝에 이루어낸다. 맷과 라이언의 신화적 관계는 소유스의 연료가 떨어진 절체절명의 장면에서 죽었던 맷이 살아 돌아오며 극대화된다. 맷은 죽음을 넘어서는 기적을 통해 신격화되었으며, 다시 한 번 라이언에게 구원의 지혜를 전한다. 이는 결국 이산화탄소 중독에 의한 라이언의 환각으로 처리하였지만(아니라면 현실 감각의 끈을 놓아버리게 된다...), 나에게는 마치 아테네의 신탁을 받는 페르세우스를 연상시켰다.

많은 사람이 <그래비티>를 SF의 하위 장르인 ‘우주오페라(Space Opera)’라고 부른다. 이 단어는 ‘우주+드라마(Space+Soap Opera)’라는 어원과는 달리 현재는 통속적으로 우주공간에서의 모험을 다룬 우주 활극을 지칭한다. 그러나 <그래비티>는 <스타워즈>나 <스타트랙> 같은 전형적인 우주오페라와는 다른 작품이다. 충실한 우주의 재현은 과학적 개연성을 중요시하는 ‘하드 SF(Hard Science Fiction)’에 가깝다. 더불어 종교적이라 말할 정도로 다소 진지한 분위기 또한 우주오페라와 맞지 않는다. 하지만 라이언의 영웅성과 우주에 대한 낭만을 고양한다는 점에서 우주오페라의 감성이 녹아있기도 하다. 그렇기에 우주오페라보다는 신화적이고 엄숙한 분위기를 살려, <그래비티>를 우주서사시(Space Epic)라 부르고 싶다.

[맷 코왈스키는 예언자의 지혜는 물론 구세주의 숭고함까지 갖췄다.]




개인을 넘어 종으로서의 인간으로

<그래비티>가 한 개인이 겪는 드라마에 머물지 않고 우주와 인간에 대한 서사시가 되려면 라이언에게 인류를 대표하는 사명이 드러나야 한다. 이것은 국제우주정거장(ISS)으로 진입한 뒤 보여주는 태아의 이미지에서 찾을 수 있다. 태아는 첫 세포분열부터 출산에 이르기까지 인간이란 생물 종의 진화과정을 자신의 형태로 재현한다. 따라서 태아의 이미지는 생명의 기원이자 또한 진화이다. 그렇기에 이 장면은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1968)의 ‘스타차일드(StarChild)’와도 통하게 된다. 태아의 이미지를 거쳐 감으로써 라이언이 한 개인에서 종으로서의 인간으로 확장되는 것이다.

마지막 시퀀스에서 등장하는 개구리도 이와 연결된다. 나는 그 장면에서 의아함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왜 하필 개구리인가? 3D 기술을 뽐내고자 했다면 수초나 물고기, 특히 은백색으로 반짝이는 물고기가 훨씬 좋았을 텐데 왜 개구리가 튀어나왔을까? 그 의문의 해답은 우주생활 때문에 다리 근육이 약해진 라이언이 기어가듯 육지로 상륙하는 장면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원시 양서류가 처음 육지로 진출하던 모습을 연상시켰다. 심지어 주변 풍경마저도 문명의 흔적을 찾을 수 없는 원시적인 느낌이다. 원시 양서류에게 중력이란 엄청난 압력이었으나 그들은 이를 극복하고 육지로 진출했다. 개인으로서는 과거의 아픔을 딛고 일어서는 발걸음이겠지만, 인류에게는 우주의 고난을 헤치고 돌아온 영웅의 발걸음이었으며, 닐 암스트롱의 그 발걸음을 상기시켰다. 감독은 전작인 <칠드런 오브 맨>(2006)에서 더 이상 아기가 태어나지 않는 재난을 그려냈다. <칠드런 오브 맨>이 종으로서의 인간에 대한 자각이었다면, <그래비티>는 종으로서의 인간의 사명을 보여준다. 그것은 고난을 극복하고 일어나 내일로 진화하라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 아닐까?

[작품적으로 중요했던 장면이지만, 사실 다른 의미로도 이 영화의 핵심이었던 장면이다.]




총평

<그래비티>를 개인의 귀환과 삶의 의미를 다룬 작품으로만 취급하는 것은 우주라는 낭만적 영역을 죽음과 재난의 은유적 표현으로만 여기는, 극 전개와 인물에게만 함몰된 제한적인 시각이다. 우주를 그저 이쁘고 돈 많이 들어간 병풍으로 바라볼게 아니라, 우주란 어떤 의미이며, 그 속에서 라이언이 어떻게 우주와 대등한 존재로 상호작용하는지 이해해야할 필요성이 있다. <그래비티>의 우주는 고전 서사시의 바다와 같다. 서사시의 주인공은 미지의 바다를 탐험하고 돌아와 인류의 영웅으로 성장한다. 바다라는 미지의 영역은 오늘에 이르러 우주로 치환되었다. <그래비티>는 그 미지의 영역을 향해 나아가라는 SF적 사명을 전해주는 우주서사시이다.



1) 이 표현은 구밀복검님의 리뷰글을 언급하고자 가져왔다.(https://pgr21.com/?b=8&n=54800) <인터스텔라>를 극찬하는 나와는 반대의 시각이지만, 그럼에도 재밌게 공감하며 보았다. 닥추글.

2) 나아가 과학적 개연성까지 갖춘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SF는 논문이 아니라 창작물(Fiction)이다. 어느 정도의 비 과학적 표현이나 장치들은 눈감아 주는 것도 필요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스타 워즈>를 SF로 볼 수 있는지에 관해서는 함부로 결단내리기가 어렵다...



※ <그래비티>가 SF 아닌 것 같다는 말이 부당하다면, <인터스텔라>가 SF가 아니라는 말도 같은 이유로 부당합니다. 이 글에서 <그래비티>를 SF 중심의 시각에서 풀어냈듯이 <인터스텔라>도 그렇게 바라볼 여지가 충분한, 아니 그런 시각에서 접근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한 작품입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14/11/18 07:38
수정 아이콘
전 <그래비티>의 인간 찬가가 참 좋았습니다.
마스터충달
14/11/18 08:11
수정 아이콘
그럼 전 우주찬가 크크크
낭만토스
14/11/18 08:43
수정 아이콘
그래비티는
저의 잃어버렸던.
우주덕후의 본성을 일깨워준
작품입니다

배경음악없이 고요하게 우주를
보고있는 것만 해도 왜 이리 좋던지..
14/11/18 09:12
수정 아이콘
제 개인적인 생각이고 뭐 근거도 없지만 그래비티가 인터스텔라보다 작품성도 영상미도 전부 압도했다고 봅니다. 우주영화로는 단연 최고였어요. 스토리도 끝까지 커다란 구멍없이 매끄럽게 이어졌구요.
카스트로폴리스
14/11/18 09:25
수정 아이콘
저도 크래비티>>>>인터스텔라.........
마스터충달
14/11/18 09:30
수정 아이콘
사실 놀란의 작품들은 고평가를 받는 것에 비해 구멍들이 많았죠.
그럼에도 저도 재미있게 보았고, 사람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그 이유에 대해서도 한번쯤 고민해 보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이 것만 가지고 놀란에 대해 따로 분석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https://pgr21.com/?b=8&n=54888&c=2042940
이건 전에 김연아님하고 나눴던 댓글인데
김연아님은 그런 구멍에도 불구하고 진지하고 뚝심있게 밀어붙이는
묵직한 스타일 덕분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저도 꽤 공감했던 말이었습니다.

구멍들도 많고, 황당할 수 있는 이야기임에도 그걸 꽤 장대하게 풀어내거든요.
그런 진지함을 좋아하는 분들도 많죠.

저는 두 작품에 대해선 우열을 가리기가 어렵네요.
두 작품에서 다룬 인간적 가치에 대한 이야기를 더 아름답고 더 섬세하게 그려낸 작품이 있거든요.
<라이프 오브 파이>라고...

<라이프 오브 파이>를 4.5 준다면 <인터스텔라>와 <그래비티>는 모두 4개는 주고 싶네요.
14/11/18 09:37
수정 아이콘
스타일에 관한 문제로 보면 개인적인 취향차이로 환원되어버리죠. 인터스텔라의 작품성/영상미도 아주 훌륭합니다. 다만 동일한 장르의 작품으로 봤을땐 아쉽다는거죠. 인간적 가치에 대해서 다룬 영화로 라오파가 훌륭한 작품인건 동의합니다. 그래도 전 그래비티 손을 들어주고싶네요. 셋중에선 10점 만점에 9.5정도.
14/11/18 19:14
수정 아이콘
파이 이야기는 아무래도 원작빨이...
Serapium
14/11/18 09:52
수정 아이콘
저의 개인적으로는 인터스텔라가 그래비티보다 영상미에서 우월했다고 생각합니다. 스토리 부분에서, 그리고 몇가지 철학적인 연출을 녹여낸 부분은 그래비티가 좀더 훌륭하다고 생각하고요. 물론 둘 모두 종합적으로는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걸작이라고 생각하고요.

그런데 사실 인터스텔라의 영상미의 백미는 Accretion disk구조를 가진 블랙홀의 묘사라고 생각하는데, 이걸 알아보려면 어느정도 전공지식이 필요합니다. 놀란 동생이 이 영화를 위해 4년간 상대성이론을 공부했다고 하는데, 제 생각에는 이런 전공지식을 영상미에 녹여내는 걸 훌륭하게 해냈지만, 압도적인 다수의 비전공자가 그걸 알아보지 못할 꺼라는걸 미처 예상하지 못한게 아닐까 싶습니다. '아는 게 많을 수록 보이는 것도 많다'고 하는데, 아무래도 비전공자 입장에서 블랙홀 근처를 다룬 '인터스텔라'보다는 지구근처를 다룬 '그래비티'를 더 많이 알다보니 자연스레 그래비티를 조금 더 높게 쳐주는 것도 있지않을까 싶네요.
음란파괴왕
14/11/18 10:07
수정 아이콘
전 쌍성계도 아닌 블랙홀이 그렇게 빛날 수 있다는 게 좀 의아합니다. 중력렌즈 효과로 그정도의 빛을 뿜어낼 수 있다는게 이해되지 않거든요. 아니, 그보다 블랙홀 주변에 골디락스 존이 있다는거부터가 좀...
Serapium
14/11/18 10:47
수정 아이콘
영화에서 중성자별과 블랙홀이 쌍성계를 이루고 있다고 살짝 언급하지 않았던가요? 저도 기억이 희미해서..

+ 블랙홀 주변이라면 골디락스존은 차치하고서라도, 생명체에 해로운 쏟아지는 X선때문에라도 사실 힘들것 같습니다. 그냥 시적허용어 같은 느낌으로 봐주시는게...
음란파괴왕
14/11/18 10:48
수정 아이콘
음.. 제가 화장실 갔을때 언급했을수도 ;;;

뭐, 사실 그부분에 대해서는 저도 태클 걸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그정도는 놀란적 허용으로 눈감고 넘어갈 수 있거든요. 다만 이게 sf로 들어가면 이야기가 다른지라.
14/11/18 10:26
수정 아이콘
저도 블랙홀 묘사에 대한 전공적 지식이 아예 없고 이곳저곳에서 인터스텔라 개봉때문에 같이 올라온 지식정도만 알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제 생각에 놀란이 예상 못했을거라고 생각하진 않고, 스스로가 영화에 대해 가진 엄격함때문에 이론적인 배경을 탄탄히 한 것 같네요. 물론 감독의 이러한 성격이 영화 작품성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는 건 사실이죠. 제가 그래비티를 높이 평가하는건 지구근처에 대한 얘기니 알아보기 편해서....이건 아니고 일관성때문입니다. 전 작품을 보면서 뭔가 미심쩍은, 혹은 영화에 녹아들지 못하는 요소가 보이면 몰입도가 확 떨어지는데 인터스텔라는 그런 장면이 너무 많았어요. 개연성을 만드는게 눈에 계속 보이고 뭔가 많은걸 담아내고자 하는 욕심?같은게 끝까지 드러나구요. 작품성과 흥행성 둘 다 잡기 위해서 그런 측면도 있지만 제 생각엔 너무 많은 캐릭터에게 개성과 각자의 스토리를 주려고 하니까 그런게 아닐까 합니다. 그래비티는 둘-사실은 하나-의 이야기란게 몰입도 측면에서 아주 뛰어났고 덕분에 무리가 없었죠. 동시에 한 사람이 이야기를 인간 전체에 대한 이야기로 확장시켜서 강요하지 않고 공감하게끔 유도한게 아주 훌륭했다고 봅니다.
Serapium
14/11/18 10:39
수정 아이콘
아 그렇군요. 일관성이라.. 맞는 말이십니다. 제가 스토리를 알아보는 감각이 약해서 왜인지는 몰라도 그래비티가 좀더 이야기가 부드럽게 흘러간다고 생각했는데, 일관성이라는 키워드가 많은걸 설명하네요.
동네형
14/11/18 09:15
수정 아이콘
지극히 개인적으로.

인터스텔라는 그래비티에 비교할 클래스가 못된다고 봅니다.
14/11/18 09:26
수정 아이콘
좋아요 버튼 있으면 누르고싶네요. 크크
Serapium
14/11/18 09:37
수정 아이콘
「‘그래비티’ 우주에 중력 없는 게 상식이라고?」 이 기사 보고 빡쳐서 선댓글 후감상... 아니 그 영화에서 중력을 빼면 대체 뭐가 남는가 싶기도 하고, 한편으론 일반인의 지구밖 세계에 대한 상식이 이정도뿐인가 싶어서 씁쓸하기도 하네요.
PoeticWolf
14/11/18 09:38
수정 아이콘
전 솔직히..
충달님 글이 - 전부 동의하지는 않지만 - 영화보다 더 좋네요;; 진심입니다.
제가 집에서 애기 둘을 안고 달래고 어르면서 영화를 봐서 그런지...
댓글을 봐도 '이게 그 정도 영화였나?'하는 의아함이 들고요. 다시 봐야겠어요. 저도 어렸을 때부터 우주 사진만 봐도 황홀했던 우주 덕후라면 덕후인데...
덩달아 인터스텔라도 꼭 보고 싶어지네요. 별 생각 없었는데 흐흐;;
마스터충달
14/11/18 10:20
수정 아이콘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서두에도 밝혔지만 편파적인 글이라... 많은 부분에서 동의하기 어려울거라 생각합니다.
다만 <그래비티>도 SF를 열심히 다뤘다는 것만 인정되면 바랄게 없겠네요 흐흐
Serapium
14/11/18 09:56
수정 아이콘
두번째 이미지는 정말 저도 감독이 신내림을 받아 만든 연출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장면과 최후의 지구귀환시 유성우처럼 조각조각나며 환하게 타오르는 중국 우주정거장의 모습, 그리고 마지막에 조디 포스터가 힘겹게 육지에 올라와 걸음을 내딛으며 'GRAVITY'라는 문구가 오버랩 되는 장면 이 세가지가 그래비티에서 압도적이었던 부분이었습니다.
PoeticWolf
14/11/18 10:00
수정 아이콘
조디 포스터는.. 컨택트...
마스터충달
14/11/18 10:07
수정 아이콘
ㅠ,ㅠ 산드라 누나 까지마여...

정확히 기억은 안나는데 그 톈궁이 유성우처럼 떨어지는 장면을 난자를 향해 정자가 달려가는 모습으로 설명한 글도 있었어요;;;;
그거 보면서 '평론가들도 참 어마무시 하구나...' 했었더랬죠 크크
Serapium
14/11/18 10:37
수정 아이콘
으악 산드라 누나를 이름 헷갈렸... 죄송합니다..
음란파괴왕
14/11/18 10:05
수정 아이콘
sf가 과학적 엄밀함을 가져야 한다는 것에 동의하신다면, 같은 이유로 그래비티도, 인터스텔라도 sf가 아닌거죠. 적어도 저에겐 은하영웅전설이 인터스텔라보다는 과학적 엄밀성을 갖추고 있다고 여겨지는데 그렇다고 은영전이 sf는 아니잖아요.

애초에 굳이 sf에 집착할 이유도 없습니다. 인터스텔라는 우주를 배경으로 한 미국식 가족영화 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게 이 영화의 가치를 더 떨어뜨리지는 않죠.
마스터충달
14/11/18 10:17
수정 아이콘
저는 그렇게 엄격하게 따지기 보다는 좀 더 포괄적으로 과학적인 고찰을 다루면 족하다고 봅니다.
조금 더 엄격해지자면 영화에서 묘사되는 상황이 과학적 개연성을 갖추면 더욱 좋구요.

제가 글을 올린 이유는
그렇게 엄격한 기준으로 SF인지 아닌지를 따져 <인터스텔라>의 SF적 가치를 등한시 하면 안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가족영화이지만 SF적으로 추구해야 할 가치를 표현하는 데에 많은 노력을 할애했고,
그 점이 관객에게 감동으로 다가왔던 작품이니 SF라고 봐야하겠죠.
그렇지 않고 오직 가족영화로만 본다면 <그래비티>를 인간승리로만 보는 것과 같은 오류라는 것이 이 글을 올린 계기입니다.
단순히 생각해도 가족영화이면서 SF인 영화입니다.
이걸 굳이 SF가 아니라고 한다면, SF 아니라고 하는 것에 너무 집착하는게 아닐까요?

그리고 음란파괴왕님은 은영전을 SF로 구분 안하신다지만 대부분 SF로 구분합니다.
굳이 엄격하게 구분하자면 '스페이스 오페라'로 구분해야겠고
'스페이스 오페라'도 SF냐 아니냐로 논란이 있긴 하지만
그야말로 자기들끼리의 찻잔속 회오리일 뿐,
대중적으로는 SF로 보는게 타당하겠죠.
음란파괴왕
14/11/18 10:34
수정 아이콘
제가 처음으로 은영전을 sf라고 불렀을때 누군가 그건 스페이스오페라라고 말했었죠. 충달님이 말씀하시는 sf가 그런 의미의 sf라면 전 그 의견에 동의할 수 있습니다.

그것관 별개로, sf의 장르 구분법 중 하나가 '과학적 엄밀성'입니다. 제가 오독하는 지는 모르겠지만 충달님의 말씀이 제 부족한 눈에는 '우주적 스케일에 대한 어떤 경이', 그리고 '그것을 더듬어 알기 위해 들이는 여러 노력들'. 이라고 읽히는 데 이게 사실은 명확히 정의내릴 수 있는 부분은 아닙니다. sf의 정의라고 명확하기야 하겠습니까만... 어쨌든 위의 이해한 내용이 얼추 맞다면 충달님의 말씀은 sf가 달성하고자 하는 정신적 가치를 추구하고 있다면 과학적 엄밀성 정도는 좀 내려놓아도 괜찮지 않겠냐고 말씀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지점에서 전 이 영화가 sf를 포기했다고 생각합니다. 하드sf를 바라는 것이 아닙니다. 제가 말하는 과학적 엄밀성은 그야말로 최소한의, 그러니까 블랙홀이 항성처럼 빛을 내고, 블랙홀 주변에 사람이 살수 있는 행성이 있고 이런 것에 대한 최소한의 설명입니다. 어떤 설명도 없이 이런 가공할 거짓말을 툭 던져 놓으면 이걸 과연 sf적 상상력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Serapium
14/11/18 10:57
수정 아이콘
블랙홀이 빛을 낸다기보다는, 쌍성계에서 파트너 항성의 물질을 빨아들이면서 강착원반을 형성하고, 그 원반자체가 엄청나게 밝은 것이죠. 물론 그렇다고 해도 허점은 도처에 산적해있는게, 우선 파트너 항성이 중성자별인듯 한데 어떻게 강착원반을 형성할 만큼의 물질을 조달받는 것인지도 의문이지요. 또 근처의 행성이 존재할 수 있는지, 존재한다고 해도 목성의 이오같이 조석력에 의해 터질듯한 지각활동을 보여주고 있어야 정상이지 첫번째 행성같은 바다는 꿈도 못꿀 것이며, 설령 우연의 일치로 적당한 거리에 바다를 소유한 행성이라도, 쏟아져나오는 X선을 어떻게 감당하는지.. 등등 과학적 오류가 너무 많죠.

하지만 SF든 아니든 이 영화의 가치가 변함없다는 것에는 백번 동의합니다...
음란파괴왕
14/11/18 11:00
수정 아이콘
그건 제가 쌍성계라는 설명을 할때 화장실 가서 그런걸로... 흐흐.

어쨌든 굳이 따지자면 블랙홀이 생기기 위한 초신성 폭발이 있었을때 이미 저 행성들 날아갔어야 하는거죠.
14/11/18 11:27
수정 아이콘
제가 영화는 보지못했지만.... 태양질량의 1억배 정도의 블랙홀이라면 아직까지 정설로는 초신성 폭발로 생기는 블렉홀이 아니라 다른 이유로 생기는 블랙홀 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발생 원인은 아직 정설이 없고요...)
마스터충달
14/11/18 11:10
수정 아이콘
댓글들에 쭈욱 보이는 음란파괴왕님의 관점은 제 기준에선 너무 가혹하다고 느껴지네요.

특히 블랙홀과 쌍성계에 관한 부분을 '놀란적 허용'이라고 하신다면 SF에 대한 기준이 대중적 기준보다 엄격하시다고 봅니다.
이건 놀란이라 허용되는 부분이 아니라 그냥 대게 SF들이 이런 정도는 묻고 넘어가는 거죠.
<스타 트랙> 정도면 훌륭한 SF라고 생각하는 저에게 이런 엄격함은 좀 답답하네요.
(하지만 <스타 워즈>는 흠.. 이건 좀 고민을...)
영원한초보
14/11/18 11:23
수정 아이콘
아바타도 장르구별은 SF아닌가요?
만화로 따지면 총몽도 SF만화고
space opera와 science fiction이 교집합이 있는데 그걸 정량적으로 측정하기 상당히 애매하죠.
마스터충달
14/11/18 11:35
수정 아이콘
근데 사실 장르 구별 만큼 소모적이고 무의미한 논쟁이 없는지라...
단지 <인터스텔라>나 <그래비티> 작품에서 SF적 가치를 구현하려 했던 만큼
그 부분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의미였습니다.

아바타도 SF로 구분하는 것에 무리는 없다고 봅니다.
새로운 행성 환경과 외계인에 대해 나름 심도있게 고찰하려 했으니까요.
음란파괴왕
14/11/18 11:43
수정 아이콘
저 역시 스타트랙은 훌륭한 sf라고 생각합니다. 허면 은영전은 어떻게 될까요? 이 구분은 참 애매한 경계선에 있는거죠. 제가 말하고 싶었던 부분은, sf냐 아니냐에 따른 구분은 과학적 엄밀성에 바탕을 두고 있어야 하는 것이지 '정신적인 가치'에 의해서 구분되어서는 안된다는 겁니다. 그렇게 되어버리면 sf의 정의가 더욱 모호해지고 결국 sf는 추상적인 개념이 되어버리니까요.

쌍성계니 블랙홀이니 하는 것들은 그저 이해를 돕고자 덧붙인 말이었구요. 저도 사실 그렇게 신경안씁니다.
마스터충달
14/11/18 11:50
수정 아이콘
은영전은 본 적은 없고, 그냥 위키 백과에서 접한 수준이라 뭐라 평가를 못 내리겠네요.
다만 그런 사전 형식의 컨텐츠에서도 SF로 구분하는 만큼 대중적으로는 SF로 보고있다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사실 대중적으로는 <스타 워즈>도 SF로 구분하긴 합니다.
이걸 SF다 아니다 하는 거야 덕후들끼리 재밌게 놀려는 정도가 아닐까 싶네요. 뭐 저도 그렇게 놉니다 흐흐
후라이드슈타인
14/11/18 10:31
수정 아이콘
SF라는 장르에 더 충실한 작품이라면 그래비티보다는 아풀로13이
좀더 나은게 아닐까하네요
물론 작품성은 그래비티가 조금도 떨어진다고는 보지않습니다
오히려 끌어들이는 매력은 그래비티가 한수위라고 봐요
인터스텔라는 아직 못봐서 패스
구밀복검
14/11/18 11:37
수정 아이콘
<그래비티>의 경우 소재는 과학이지만 주제와 배경과 사건 등에서 과학성은 읽어내기 어렵죠. 물론 그래비티의 우주는 작품의 본질과 불가분의 대상입니다. 광막한 우주 공간은 우리네의 갈피 잡기 힘든 현실이나 인간의 필연적인 고독 등을 환기하며, 우주 공간에서 관객이 느끼는 공포는 세상살이의 힘겨움이나 죽음, 무의미 등에 대한 원초적인 두려움과 맞닿아 있죠. 우주 공간을 정교하게 형상화하니 주제의식과 내러티브의 밀도는 향상되고, 그로부터 관객의 인상은 더 섬세해지게 되었죠. 그러나 그와 별개로 우주를 다루었다고 해서 SF라고 볼 수는 없을 것입니다. 특히 <과학은 앞으로 우리에게 무엇이 될 것인가?>라는 대주제를 논하는 데에 SF의 본질이 있다면, 그래비티는 SF라고 부르기 어렵습니다. 말그대로 재난물이죠. 보통의 재난물이 지구를 배경으로 한다면 그래비티는 우주를 배경으로 하고 있을 따름이고...투모로우 같은 것을 SF라고 부르지 않는 것과 동일한 이유죠. 그런 의미에서 듀나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반면 <인터스텔라>는 SF기는 하죠. 위에서 말한 <과학은 앞으로 우리에게 무엇이 될 것인가?>라는 대주제를 논하고 있으니까요. 이 대주제를 논하고 있는 이상 이미 작품 스스로 SF임을 천명한 것이며, 따라서 '이 영화는 SF가 아니니 SF의 기준으로 평가하면 안 된다'고 말해서는 안 됩니다. 그건 복지 정책을 논하면서 실질적인 복지를 시행하지 않는 정부를 두고 '원래 복지 정부 아니고 자유주의 정부였으니 까면 안 된다능'이라고 말도 안 되는 옹호를 하는 것과 같죠. 또한, 인터스텔라 자체가 SF적인 부분을 제외하고 보면 별로 남을 것이 없습니다. 휴머니즘과 가족애를 다룬 영화는 널리고 널렸으며 그만큼 명작이 많을 수밖에 없고, 그 명작 대열에 합류는 것은 경쟁이 치열하며 자칫 잘못하면 진부해지기 쉽죠. 인터스텔라를 인간과 가족에 대한 영화로 치자면, <동경이야기>라든가 <멋진 인생> 같은 고전은 접어두고라도, <인생>이나 <아들>, <아이 엠 샘>, <리틀 미스 선샤인>,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 <그을린 사랑>, <가족의 탄생> 같은 작품들보다 인터스텔라가 낫다고 볼 근거가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불만으로 느끼는 것은, 인터스텔라에 대해 '흔한 헐리웃식 가족영화에 불과하다'는 식의 비판을 하는 이들에게는 '이것은 단순한 가족 영화 아니라능! SF로서의 스케일을 보라능!'이라는 식의 반박이 가해지며, 반대로 'SF로서 아쉬운 점이 많다'는 식의 비판을 하는 이들에게는 '이거 단순한 SF 아니라능! 인간과 가족과 사랑의 위대함을 논하는 작품이라능!'이라는 식의 반박이 가해진다는 것이죠. 다분히 편의주의적이라는 불만을 갖게 됩니다.

그와는 별개로, '과학적 엄밀성'은 SF인지 아닌지를 논하는 기준이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엄밀성]이 무엇을 의미하는지가 명확치 않으며 그만치로 오해의 여지가 많습니다. 단순히 과학적 묘사가 꼼꼼해야한다는 것인지, 작품 내 세계관의 룰로서 가상의 과학법칙을 작가가 잘 주조해야한다는 것인지, 과학적인 개연성 정도만 충족하면 된다는 것인지, 혹은 현재 알려진 과학법칙에 부합하는 것 이상을 다루면 안 된다는 것인지 가늠하기가 어렵죠. 만약 엄밀성이 마지막 개념을 의미한다면, 파운데이션 시리즈도 SF의 범주에서 날아가버리게 될 테고요. 해서 하드 SF냐 소프트 SF냐를 현실적으로 가르는 것은 [과학적 덕후력]이 오히려 실질적인 기준이라고 봅니다. 누가봐도 덕후력 넘치게 쓴 작품들은 과학법칙에 부합하고 말고를 떠나서 일단 하드의 범주로 분류되곤 하고, 그렇지 않은 것들은 소프트하다고 분류되며, 전혀 덕후력이 없으면 SF가 아니라고 언급되곤 하죠.

* 그나저나 이현경 씨의 리뷰는 참 개판이다 싶네요. 우주 자체에 대해 작품 내내 보여지는 관심과 그로부터 전달되는 우주의 무게감, 내러티브에서 우주가 가지는 의미 등을 논하자면 그래비티보다 밀도 있는 작품이 아마 거의 없을 텐데요. 더 문도 가타카도 콘택트도 인터스텔라도 솔라리스도 마찬가지.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 정도 아니면 뭐..
마스터충달
14/11/18 11:46
수정 아이콘
말씀하신 부분 특히 우주라는 배경, 거기에 공들인 과학적 노력이 작품의 주제로 승화되지 못하는 점 때문에
<인터스텔라>를 통해 놀란의 연출력을 높게 평가해 주기가 어렵더라구요.
하지만 블랙홀이나 5차원 공간의 '묘사'수준은 굉장히 탁월했기에, 독립적 미장센으로서는 매우 높게 평가하고 있습니다.
그래봤자 배경을 잘 꾸몄을 뿐, 극 전개가 얼기설기 엉성하다는 점은 변함이 없지만;;
개인적으로 그런 배경에서도 좋은 감흥을 받았기에 영화 전체에 대한 평가는 후하게 주었습니다.

그리고 <그래비티>에서 우주와 무중력을 죽음으로 보는 시각, 그로인해 <그래비티>를 재난물로만 바라보는 것에 저는 반대합니다.
영화 속 상징들과 감독의 전작을 통한 문제제기를 연결시키면
'앞으로 우주가 우리에게 무엇이 될 것인가?'라는 메시지를 다루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나저나 <인터스텔라> 비판 글 중에서 구밀복검님 글을 가장 재밌게 봤습니다. 인터넷에서 본 것 전부 합쳐서요.

*댓글을 다시 쓰셔서 저도 답변을 옮기겠습니다.
수정하신 글에서 말씀하시는 부분은 거의 다 저도 동감합니다.
하드냐 소프트냐 같은, 아니 아예 영화 전체에서 장르 구분이라는 것이 큰 효용이 없다고 보기에
그저 각 작품이 SF적 가치를 어떻게 살려냈는가를 살펴보는 것 만으로도
SF로서 영화를 판단하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구밀복검
14/11/18 11:54
수정 아이콘
아; 댓글 달고 미흡하다는 생각이 들어 거의 쓰자마자 지우고 내용 추가해서 다시 쓴 것인데, 그 사이 읽으시고 대댓글을 다셨더군요; 충달님의 피드백 성실성에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글 재미있게 보셨다니 감사하네요 하하.

뭐 그래비티 같은 경우 시각차가 다소 있을 것 같습니다. 아마 SF로 볼 이유가 결단코 없다...정도까지 나아갈 것은 없겠지요. 다만, 그래비티를 평가함에 있어 SF적인 척도가 본질적인 평가 틀이 될 이유는 없다는 점은 좀 강조하고 싶습니다. 현재 그래비티가 SF로서 운위되는 케이스의 대부분이 '그래비티도 SF이지만 이러저러한 약점들이 있다! 그러니 이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니다!'라는 식의, 그래비티를 붙잡고 늘어지려는 <정치적인 의도>가 깔려 있다고 생각되기도 하고.
마스터충달
14/11/18 12:00
수정 아이콘
사실 본문에도 '편파적'이라고 언급한 만큼 <그래비티>의 보다 중심적인 부분은 인간에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 부분이 분석도 인과관계도 자연스럽게 맞아 떨어지니까요.

그런데 그냥 그런 부분을 잘했다 라고만 하면 될 것을 "정작 우주에는 관심이 없다."는 식으로 나와 버리니 발끈하게 되고, 발끈하고 나니 평론가들이 쓰는 비평은 죄다 인간만 보고 우주는 등한시 한다는 걸 발견하게 되죠. 제 글은 그런 것에 대해 반박하는 글이라고 자평합니다. 어쩌면 위 본문이야 말로 상당히 <정치적인 의도>가 깔려 있다고 봐야겠네요.
김연아
14/11/18 11:48
수정 아이콘
마지막 줄로 따지면...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보다도 그래비티가 더 밀도있다고 생각해요. 흐흐흐.
구밀복검
14/11/18 11:50
수정 아이콘
뭐 이 경우는 시대 보정을 좀 해야겠죠 흐흐;
김연아
14/11/18 11:51
수정 아이콘
시대보정도 있고.. 아서 클라크가 사실 치밀한 플롯을 가진 작가가 아니다 보니 태생적으로;;
구밀복검
14/11/18 11:55
수정 아이콘
네. 뭐 달리 생각하시는 분도 있겠지만 저는 아서 클라크의 좀 시시한 원작을 큐브릭이 작살나게 구원했다고 생각합니다.
김연아
14/11/18 13:52
수정 아이콘
크크크 그래서 혼자 평점 주면서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는 클라크 원작만 아니었으면 만점이야!! 키득키득 거리고 놉니다.
행복한인생
14/11/18 12:17
수정 아이콘
스페이스 오디세이 자체가 치밀한 플롯이나 스토리 때문에 걸작 취급받는게 아니라서......
영화가 소리와 시간의 예술이라는것을 다시금 확인하게 해줘서 그런거죠
소설 그림 음악 등 다른 예술이나 문화산업의 영역이 보여줄 수 없는 영화만의 고유의 문법이 잘 드러납니다.
김연아
14/11/18 13:56
수정 아이콘
그렇죠. 전 어디까지나 그래비티가 구밀복검님이 말한 밀도에서만큼은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보다 낫다고 한 것 뿐예요. 사실 이런 반박 댓글로 큐브릭 찬양 댓글 달리기도 기대했구요. 구밀복검님이 말한 저 삼박자가 맞아떨이지는 밀도란 측면에서 그래비티는 영화사에 손꼽을 만한 작품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더한 부분도 덜한 부분도 없이 꽉 차있는 영화랄까. 단순히 SF를 떠나서도 쉽게 떠오르지가 않아요.
행복한인생
14/11/18 11:59
수정 아이콘
제 개인적인 의견이라면 아직까지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보다 우주의 분위기를 잘 녹여낸 작품이 없는것 같습니다.
말도 안되게 긴 롱테이크 씬과 대사 한마디 없이 진행되는 수십분간의 정적을 통해 단순히 배경이 우주인 작품이 아니라
영화 자체가 우주를 표현한 작품 같아요. 이건 절대 현대 상업영화로서는 성공할 수 없는 방식이고 유럽쪽 예술 영화를 보는듯한
기분도 느껴지던데 우주를 통해 어떤 주제를 이야기한다기보다 순수하게 우리가 상정하는 우주의 분위기, 정서를 체감하게 한다는 측면에서
이 이상의 작품은 전무후무하다고 보입니다. 보시면 커다란 사건도 없고 사람을 놀라게 하는 어떠한 장치도 없지만 적막 속에 울리는
할의 한마디 한마디가 섬뜩하게 느껴질만큼 그 분위기 자체를 묘사하는데 천착한 작품이죠. 말 그대로 영상예술이라는 표현에 딱 알맞는
작품 같습니다.
王天君
14/11/18 12:22
수정 아이콘
2222222222222222222222222222222222222
음란파괴왕
14/11/18 11:56
수정 아이콘
미처 생각지 못한 부분이었습니다. 특히 인터스텔라 자체가 sf를 제외하면 볼게 없다는 점에서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시네요.

다만 저는 '주제의식'이 sf를 규정하는 것이라고는 여전히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그렇게 되면 수많은 sf명작 들이 탈락하게 되거든요. 저는 어디까지나 '과학적 상상력을 기반으로 한 이야기'라면 sf라고 보는 쪽이고 그것을 세분해서 여러 범주로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범주를 나누는 것의 기준점 중 하나가 바로 과학적 엄밀성이구요.

따지고보면 '상대성이론에서 말하는 시간'이라는 것에서 이야기를 착안한 인터스텔라는 또 sf의 범주에 들어가게 되네요. 그런데 또 그런것 치곤 과학적 논리는 너무 뭉개버렸죠. 어쨌든 애매한 영화입니다. 제게는.

참고로 과학적 엄밀성이 과학적 덕후력이라는 말과 동치될 수 있다는 데는 크게 동의합니다. 크크.
구밀복검
14/11/18 12:02
수정 아이콘
네 저도 주제의식만이 SF를 규정한다고 생각지는 않습니다. <과학은 앞으로 우리에게 무엇이 될 것인가?>라는 대주제를 논하는 방법이 작품의 주제로 내세우는 것만이 있지는 않을 테니까요. 오파츠에 가까운 기술품을 소재로 활용하는 방법도 있을 테고, 현재 이 세상에 없는 상상하기 어려운 미래 사회를 세세하게 묘사하는 방법도 있을 테고 등등..다만 여하간 미래의 과학 기술에 대한 인간의 상상력을 자극해줄 수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이 경우 대체 역사 SF물이 약간 껄쩍지근 하긴 합니다만.;
마스터충달
14/11/18 12:03
수정 아이콘
인터스텔라는 SF 말고는 볼게 없군.
어? 근데 주제가 SF랑 동떨어져 있잖아?

그래서 전 <인터스텔라>를 보고 놀란 짱짱맨은 안되더라구요.
음란파괴왕
14/11/18 12:04
수정 아이콘
이게 참 본의 아니게 충달님과 대립하는 모양새가 됐는데 두사람 다 영화에 대해 가지는 소회는 크게 다르지 않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토성신이나 블랙홀 신 같은거 재미있게 봤거든요.

어쨌든 즐거운 대화였습니다. 저도 많은 걸 배워가네요.
마스터충달
14/11/18 12:09
수정 아이콘
저야말로 제 글에서 이렇게 꽉차있는 댓글들 달아주시니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흐흐
사실 피지알이라 이런 덕후 놀이를 흥분하지 않고 할 수 있다는 생각도 드네요.

SF 커뮤였다면 이런 거로 폭발했을텐데 크크크크크
14/11/18 12:01
수정 아이콘
정말 훌륭한 지적이네요. 보면서 감탄했습니다. 무엇이 SF가 되는가에 대해서 깊게 생각해본적이 없었는데, 정확히 짚어주신 것 같습니다.
김연아
14/11/18 11:50
수정 아이콘
SF냐 아니냐는... 영화의 과학적인 요소가 주제와 밀접한 연관을 가지게 되느냐가 가장 큰 요소라고 봐요.
대표적으로 HER 같은 영화를 생각하면 편하죠. 처음부터 끝까지 인간의 고독과 사랑을 다룬 영화지만, 명백한 SF 영화거든요.
마스터충달
14/11/18 11:53
수정 아이콘
그럼 <인터스텔라>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중심 소재이고, 나아가 극 전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주제를 드러내 주는 수단이긴 한데
가장 중요한 주제 그 자체와는 동떨어져 버리다 보니 SF다 아니다 라는 논란이 있는 것 같습니다.

뭐 저야 그렇게 끌고 간다는 점만으로도 SF적 소양은 갖췄다고 봅니다.
더구나 독립적으로 봤을 때 그 묘사가 굉장히 훌륭해서 '훌륭한 SF'로 보기도 하구요.
구밀복검
14/11/18 12:48
수정 아이콘
저는 주제 자체는 문제가 안 된다고 봅니다. 진짜 문제는 표현에 있었다고 봐요. 인터스텔라는 결국 블랙홀 내부의 차원 관문;에 사활을 건 영화였죠. 차원 관문을 통해 공존할 수 없을 것 같던 시간축이 쿠퍼의 눈 앞에서 포개어지고 그로 인해 서사 전부가 마치 블랙홀마냥 [한 점으로 응축]되어 감동이 농축되는 효과가 백미일 겁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전까지의 과학적 후까시는 간 데 없이 이 차원 관문이 작품의 세계관 내의 룰로서의 [구상된 과학법칙]으로 '설명'되는 것이 아니라 미지의 존재의 배려에 의해 '해결'되어 버립니다. 그러면서 작품 내의 룰은 의미가 없어지죠. 과학덕력은 사라지고 불가지론적 유신론이 남은 셈입니다. 이 지점이 'SF로서' 비판 받을 부분이고요. 쿠퍼와 머피와 브랜드-_-;의 사랑을 구원한 것은 과학이 아니었으며, 룰은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새로이 창조되어야만 했습니다.
마스터충달
14/11/18 13:11
수정 아이콘
전 그 5차원 공간에 대한 묘사, 그게 미지의 배려라는 점은 빼고, 오직 미장센에 감격을 해버렸습니다.
예전에 만화 중에 <스프리건>에서 노아의 방주에 비슷한 개념이 등장하는데
그걸 보면서 '시간을 넘나드는 공간이라면 이런 식일 거야' 라고 생각하던걸
그대로 화면에 제 상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완벽하게 구현해줘서 정말 입이 떡 벌어졌었거든요.

하지만 말씀대로 이게 완전 신적 존재 같은거라(말 그대로 데우스 엑스 마키나)
독립적 미장센의 훌륭함에 비해
영화의 본질을(SF던 가족애던) 망치는 요소라는 점에는 공감합니다.
하지만 뭐 <콘택트>에서도 비슷한 부분이 있었던 만큼
이 점은 놀란 뿐만 아니라 영화 산업 전체가 해결해야 할 부분이 아닌가 싶네요.
김연아
14/11/18 13:47
수정 아이콘
전 뭐 인터스텔라는 당연히 SF라고 봐요. 우주는 주제를 구체화시키는 중요한 공간이자 방식이니까요. 과학적 요소가 주제 자체가 될 필요는 없죠.
구밀복검
14/11/18 13:31
수정 아이콘
위에서 의견을 교환하면서 정리된 생각을 요약하자면

1. 인터스텔라가 SF를 천명했음은 의문의 여지가 없습니다.

2. 당연히 인터스텔라는 SF로서의 평가 기준을 강요 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SF로서의 부실함에 대해서 SF가 아니라는 식으로 발뺌해서는 안 되는 거고요. 그래봐야 남는 것은 미미합니다.

3. 인터스텔라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는 분들이 인터스텔라를 SF가 아니라고 하는 것은 이해는 갑니다만, 이건 '너도밤나무' 론이라고 생각합니다. 말하자면 'SF영화면 SF다워야 하는데 그렇지가 못하다'는 입장이 "저런 것도 SF냐."라는 식의 비유적인 표현으로 드러나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죠. 소트니코바를 두고 "저런 것도 피겨냐."라고 해서 소트니코바가 피겨 아닌 다른 것을 하는 것은 아니며, 그저 '피겨답지 못하다, 허섭한 피겨다'라는 견해를 표출하기 위한 수사인 것처럼요. 오히려 인터스텔라의 SF적 본질을 부정해버리면 이 영화를 [SF로서] 비판하는 것이 불가능해지며, 이것은 작품을 평가하는 데에 있어 왜곡을 낳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4. 고로 (비판적인 입장에서는) 결점이 많은 SF로 정리하는 것이 깔끔하지 않을까 싶네요.
마스터충달
14/11/18 13:48
수정 아이콘
깔끔한 정리 감사합니다!
김연아
14/11/18 13:51
수정 아이콘
깔끔하네요~ 저야 재밌게 봤고 '호'쪽의 입장이지만, 찬사를 보내든 비평을 하든 SF라는 건 전제로 깔고 가야죠.
꽃보다할배
14/11/18 14:41
수정 아이콘
그래비티는 가장 나한테 가까운 우주라고 봅니다 그래비티가 리얼리틱을 담았다고 인터스텔라나 스타워즈 스타트랙을 깔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62985 [일반] Futurama 이야기 1 - 당신이 sf Animation Futurama를 봐야할 이유. [20] Jace Beleren6469 16/01/08 6469 1
61793 [일반] [sf 단편] 달의 위성 [28] 마스터충달9390 15/11/01 9390 51
61790 [일반] 한국산 sf는 힘든 것일까요? [174] 레드후드13242 15/11/01 13242 0
61389 [일반] [짤평] <마션> - 과학 만세, sf 만세 [84] 마스터충달8026 15/10/08 8026 7
61341 [일반] (<마션> 개봉 기념) 우주를 배경으로 하는 sf 영화들 [99] 마스터충달11456 15/10/06 11456 17
57213 [일반] 역대 sf영화 등급 [137] 삭제됨13085 15/03/27 13085 1
57170 [일반] [정보] 이영도작가 신간 - sf판타지 단편선 [39] 여자친구6176 15/03/25 6176 1
55033 [일반] 롤링스톤지 선정 21세기 최고의 sf 영화들... [58] Neandertal28726 14/11/21 28726 4
54988 [일반] [그래비티]...[인터스텔라]...그리고 [The Martian]...sf 3 연타석 홈런?? [32] Neandertal7101 14/11/19 7101 0
54958 [일반] [리뷰](스포있음) <그래비티> - sf의 낭만에 대하여 [63] 마스터충달5880 14/11/18 5880 3
54753 [일반] 인터스텔라 보고 떠오른 sf소설 두 편-스포 없음 [18] Zelazny5764 14/11/07 5764 0
54571 [일반] [리뷰](스포없음)<인터스텔라> - sf 덕후에겐 은총과 같은 작품 [30] 마스터충달7345 14/10/29 7345 1
54130 [일반] [리뷰] <그녀(her)> - 멜로인 듯, sf인 듯 (스포있음) [13] 마스터충달4829 14/10/04 4829 4
53979 [일반] [웹툰추천] 양영순, <덴마>1부 [2012]: 명작 sf 웹툰 [41] 쌈등마잉6770 14/09/25 6770 0
51995 [일반] [펌] 봉준호의 괴물은 sf 판타지 영화가 아니다. [47] eLeejah8624 14/05/29 8624 0
50268 [일반] sf 기대작 두 편 - Interstellar & Transcendence [26] OrBef7799 14/03/06 7799 0
49582 [일반] [MLB] 윤석민의 sf와 BAL 상대로 트라이아웃 실시 [11] Wil Myers4326 14/02/01 4326 0
49251 [일반] sf 초보에게 권하는 20권의 명작들 (1) [60] jerrys63760 14/01/12 63760 10
48561 [일반] 역대 할리우드 sf영화 세계 흥행수입 Top10 [7] 김치찌개3820 13/12/16 3820 0
47149 [일반] sf전설이 돌아 온다고 합니다.! [36] 마빠이8631 13/10/18 8631 0
40421 [일반] [MLB] sf catcher, Buster Posey wins NL MVP award! [6] 도니버거3219 12/11/16 3219 0
37656 [일반] 역대 최고의 sf영화 베스트 25 [63] Neandertal49502 12/06/11 49502 0
29785 [일반] sf mmorpg 로 나름 기대작이던 '베르카닉스' 팀이 해체됐네요. [8] This-Plus5123 11/06/16 5123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