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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11/17 16:26:27
Name 제리드
Subject [일반] 최근에 재미있게 읽은 미스테리 작가 - 하라 료
하라 료(原 りょう, 1946~)는 일본의 하드보일드파 미스테리 작가입니다.
본명은 하라 다카시, 규슈대학 문학부 미학미술사학과를 졸업하고 재즈피아니스트로 활약한 특이한 이력을 가진 작가로 레이먼드 챈들러의 필립 말로 시리즈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고 합니다.
필립 말로에 대한 경애는 그의 시리즈 전반에 녹아들어있다고 할 수 있죠.
다소 늦은 나이인 43살에 첫 작품 <그리고 밤은 되살아난다>를 발표하면서 미스테리 계의 독보적인 스타일리스트로 자리잡게 됩니다.
그의 작품 세계는 신주쿠에 위치한 '와타나베 탐정 사무소'에서 일하는 중년 사립탐정 사와자키를 주인공으로 하고 있습니다.
89년 <내가 죽인 소녀>로 나오키상(102회)를 수상하였고, 95년에 <안녕 긴잠이여> 2004년에 <어리석은 자는 죽어야한다>를 발표하였습니다.
88년 데뷔 후 에세이와 단편집을 제외하면 장편 단 네편만을 발표한 대표적인 과작 작가죠.
국내에는 <안녕 긴잠이여>까지가 최근 번역되었습니다.
다음편은 언제가 될지 궁금하네요, 사회상을 실시간으로 반영하는 그의 작품 특성상 사와자키도 이제 50이 훌쩍 넘었을텐데, 현역으로 활약하기에 힘이 부치는게 아닌지 염려스럽습니다.

제가 하라 료의 작품을 접한 것은 군 시절 후임의 권유에 의해서였습니다.
당시 시간 때울 것이 필요했던 저는 닥치는 대로 사회파라던지 신본격 미스테리 소설을 읽고 있었는데, 그러던 도중 추천받은 책이었죠.
하드보일드의 충실한 재현이라고 하는데...저는 이전에 하드보일드를 읽은적이 없어서 어떤지 모르겠습니다.
이 책의 번역가인 권일영씨는 <안녕 긴잠이여>의 후기에서 '레이먼드 챈들러에 대한 이해 없이는 하라 료의 작품을 읽어도 의미가 없다'라고 까지 얘기했는데요.
다만 저는 기존의 하드보일드에 대한 이해가 없이 접하더라도, 충분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작품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작품은 대부분 사와자키의 일인칭으로 진행되지만, 철저히 무감정하고 건조하게 서술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객관적 서술에 가깝습니다.
또 문장 표현력 자체가 좋아서 두께가 꽤 있습니다만 막히지 않고 술술 읽어나갈 수 있습니다.
세 작품을 한번에 읽어나가면서 문장력과 치밀한 구성에 감탄하면서 읽었던 기억이 나네요.
또 이 작가가 히가시노 게이고처럼 많은 작품을 내주지 않는 다는 것에 슬퍼했죠.
미스테리 자체는 약합니다. 아무래도 신본격처럼 미스테리와 트릭 자체에 무게를 두는 편이 아닙니다.
대부분의 정보는 독자들에게 불친절하게 주어지며, 말미에 사와자키에 의해 일반적으로 해설되는 편이죠.
작위적인 트릭은 거의 없고 사건 역시 사실주의적입니다. 사실 범인의 트릭이 아니라 진짜로 우연이었다...라는 식도 있었죠.
그래도 등장인물이 많고 이야기 구조가 복잡해서 미스테리적 재미는 충분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래에는 국내에 출간된 작품과 등장인물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보겠습니다.



그리고 밤은 되살아난다.
탐정 사와자키 시리즈의 데뷔작.
어느날 와타나베 탐정사무소에 등장한 오른손을 감춘 남자가 나타나 사에키 나오키라는 르포라이터를 알고 있느냐고 묻고는 20만엔의 의뢰비를 주고 사라진다. 정작 그 르포라이터는 와타나베 탐정 사무소라는 메모를 남긴채 실종된 상태.
영문을 몰랐던 사와자키에게 또 한통의 전화가 걸려와 사에키 나오키에 대한 정보를 묻는다.
결국 나오키의 아내 나오코에게 사라진 남편의 수색 의뢰를 받는 탐정 사와자키.
나오키의 실종 사건에는 당시 정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도쿄 도지사 저격사건, 그리고 괴문서 위조사건이 관련되어 있음이 밝혀진다.




내가 죽인 소녀
사와자키 시리즈 제2편.
탐정 사와자키는 어느날 행방불명된 가족에 대한 논의를 하고 싶다는 한 통의 의뢰 전화를 받는다.
하지만 사와자키를 만난 의뢰인은 느닷없이 6천만 엔을 안겨주며, 딸을 돌려달라고 하소연한다.
영문도 모른 채 잠복하던 형사들에게 붙잡힌 사와자키는 경찰서에 끌려가고, 겨우 의심을 벗지만 유괴범에게 몸값을 전달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유괴된 소녀는 한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몸값 전달인으로 선택된 사와자키는 범인의 요구에 따라 거래에 나서지만 도중에 불량배들의 습격을 받아 기절한다.
결국 돈은 증발해버리고, 범인과의 협상은 결렬. 유괴된 소녀는 변사체로 발견되며, 경찰의 곱지 않은 시선이 더해진다.
그 가운데 사와자키는 유괴된 소녀의 외삼촌에게 어떤 의뢰를 받게 된다.




안녕, 긴잠이여
사와자키 시리즈 제3편.
1년이 넘는 시간동안 사무실을 비워놓았던 탐정 사와자키의 귀환을 반긴 것은 사무실 벤치를 차지하고 있던 한 노숙자였다.
심부름을 맡았다고 하며 건네준 명함 하나. 원래 명함에 휘갈겨 쓴 전화번호를 눌러보지만 의뢰인을 찾을 순 없었다.
사와자키에게 의뢰하려고 했던 사람은 고교 코시엔 출전 투수 우오즈미 아키라.
그는 11년전 고교선수 시절 한 승부조작 사건과 연루된 적이 있었고, 그 무렵 의붓 누나가 자살한 것에 의문을 품고 있었다.
그러나 그가 사와자키를 찾아왔다가 만나지 못하고 근처 노숙자에게 명함을 맡기고 간 것은 한달 전,
지금은 의뢰를 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고 한다.
그러나 무언가 석연치 않은 느낌을 받는 사와자키. 우오즈미 역시 뭔가를 숨기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그러던 와중, 우오즈미가 괴한에게 습격당해 의식을 잃는 사건이 발생하고,
기절하기 직전 우오즈미는 사와자키에게 자신의 예금 통장을 건네주며 사건의 의뢰를 부탁한다.
본격적으로 11년전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탐정 사와자키.
11년전 우오즈미의 승부조작 사건과 누나의 자살에 얽힌 증언들이 속속들이 거짓으로 밝혀지기 시작한다.

<공통 등장인물>

와타나베 - 와타나베 탐정 사무소의 원래 주인. 전직 유능한 형사출신이며, 은퇴 후 탐정사무소를 개업했다.
주변에 있는 종이를 전부 비행기로 접는 버릇을 갖고 있는 사람으로, 원래 술을 마시지 않았지만 가족이 전부 사고로 사망한 이후 알코올 중독자가 된다.
그 후 경찰과 조직폭력단 사이에서 각성재 거래 사건의 중간책으로 개입했다가, 현금 1억엔과 각성제 3킬로그램을 중간에서 가로 챈 후 잠적. 경찰과 야쿠자 양쪽에서 추적을 받고 있다.
그 후 본편 시점에서는 사와자키의 회상이나 도중 지나가는 행인으로 간간히 등장하며, 종이비행기로 자신의 근황을 알려온다.

사와자키 - 본편의 주인공. <안녕 긴잠이여>편에서 40줄쯤 되는 중년 탐정. '와타나베 탐정사무소'를 실질적으로 운영하며 자신의 이름이 와타나베가 아님을 의뢰를 받을 때 마다 설명하고 있다.
평소에는 사설 경비일이나 신상 조사등의 소일거리로 연명하는 듯 보이지만, 본편에 나오는 등의 큰 사건도 4~5년마다 해결하는듯.
와타나베의 건으로 인해 야쿠자나 경찰 양쪽에서 주시대상으로 찍힌 상태. 와타나베가 사라진 당시에는 야쿠자에게 끌려가 모진 고문을 당했다고 한다. 이 때의 인연으로 야쿠자 간부와도 안면이 있다.
묘하게 여성에게 인기가 많지만 솔로인 것으로 추정되며, 높으신 분 앞에서도 건방진 말투를 잃지 않는 낭만마초.
현 시점에서는 나이가 많이 들어서 현역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

하시즈메 - 폭력단 '세이와카이'의 간부로 사와자키와 인연이 있는 폭력단 간부. 와타나베의 건으로 사와자키를 끊임없이 감시하고 있으며, 낌새가 있을 때 마다 쳐들어와 사와자키를 협받한다. 그러나 실력적인 면에서는 사와자키를 신뢰하는 듯, 총에 저격당해 죽을 고비에 처했을 때, 사와자키를 불러 거액의 돈을 주면서 자신의 죽음에 관련된 진상을 파헤져 주기를 부탁했다. 그러나 수술이 잘 되어 살아났기 때문에 의뢰는 파기. 시리즈 전체에 고정 출연중이며 야쿠자 집단이지만 하시즈메와 부하들은 작품에서 약방의 감초 같은 개그 캐릭터를 담당하고 있다.

니시고리 - 신주쿠서 형사. 와타나베가 현역이었을 무렵 그에게 수사를 배웠으며, 와타나베를 아버지처럼 믿고 따른 듯.
그 탓에 와타나베가 장물과 돈을 가로채 잠적했을 때 큰 충격을 받은 듯 하다.
다만 그 작전 자체에는 극렬히 반대했기 때문에 그 이후 서에서 입지는 좋은 듯.
사와자키와는 볼 때마다 으르렁대는 사이지만 그 역시 탐정의 실력은 인정하는 듯 사건이 있을 때 마다 협력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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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쟁이
14/11/17 16:42
수정 아이콘
하라 료도 전권을 읽었지만 죽은 챈들러가 새 작품을 써줄 순 없으니 읽는달까... 챈들러 작품 이상의 의미를 주진 못하네요.
드라고나
14/11/17 18:56
수정 아이콘
하라 료의 작품이 결국 챈들러 되짚기이긴 해도, 미국의 여러 작가들부터 대만의 고룡까지 챈들러 따라한 사람은 많지만, 챈들러가 보여준 정서를 그냥 따라하기도 아니고 미국이 아닌 동아시아 정서로 담아낸 사람은 하라 료 뿐이라고 봅니다.
Neandertal
14/11/17 16:42
수정 아이콘
내가 죽인 소녀를 읽었네요...이제와서 큰 줄거리 말고는 별로 기억나는 건 없는데...--;;;
기회가 되면 다른 작품들도 읽어보겠습니다...
드라고나
14/11/17 18:55
수정 아이콘
내가 죽인 소녀보다는 그리고 밤은 되살아난다가 더 재밋더군요. 이시하라 신타로와 이시하라 유지로를 안다면 재미는 두 배입니다
드라고나
14/11/17 18:55
수정 아이콘
안녕 긴잠이여는 제목부터가 레이몬드 챈들러의 안녕 내 사랑과 빅 슬립의 조합이니까요. 하라 료가 좋다면 챈들러가 쓴 안녕 내 사랑을 꼭 한번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제리드
14/11/17 19:19
수정 아이콘
네 한번 읽어봐야겠네요
14/11/17 20:41
수정 아이콘
하드보일드 탐정소설이라는 표현이 정확할까요. 추리도 있고 사회상도 있고 어쩌면 브로맨스(?)도 있지만 결국 고독한 탐정이 결말을 향해 힘겹지만 열심히 달리는 소설이죠. 근데 굉장히 흡입력이 있습니다. 위에 3권이 3부작 같은거라 순서대로 읽는게 가장 좋지만 확실한건 마지막편인 안녕 긴잠이여는 가장 마지막에 읽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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