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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1/14 02:09
정말 잘 읽었습니다. 원자력공학과 학생이 아니다보니 한미 원자력협정 관련해서 싸울 때도 그렇다면 어떤 대안(alternative)가 있는지 늘 궁금했었는데 크크. 북한의 핵이 플루토늄이 아니라 농축우라늄이라는데 차이가 어떻게 되고, 또한 생산설비는 어떤 차이가 있으며, 한국은 현재 어떤 문제에 있는지 질문드려도 될까요?
14/11/14 02:23
플루토늄을 만들려면 사용후 핵연료가 있어야 합니다. 사용후 핵연료를 구하려면 상업용 원자로나 연구용 원자로가 있어야 하는데, 보통 연구용 원자로를 6~7개월 돌리고 연료봉을 몰래 빼서 재처리를 하거나 합니다. 근데 재처리 설비가 원심분리기 라인보다 훨씬 비쌉니다. 재처리를 하면 플루토늄이 나옵니다.
우라늄은 상대적으로 구하기가 쉽습니다. 위에 말한 대로 원심분리기 수만 대짜리 라인을 만들어서 미친듯이 돌리면 되니까요. 대신 발각당하기도 쉽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미친듯이 돌려도 90% 정도의 농도를 가진 순수한 우라늄-235를 뽑아내는 게 쉬운 게 아닙니다. 그래서 농축을 하는 다른 방법(레이저 농축, 확산 농축 등) 이 있는데 이건 제가 전문가가 아니라서 잘 모르겠습니다. 효율이 더 안 좋고 비싸다는 얘기는 들어봤습니다. 한국은 지금 미국이 70년대에 연구하다가 버린 파이로를 가져와서 90년대부터 열심히 연구해서 이제 우리가 파이로를 할거다! 하는 단계까진 온 걸로 압니다. 근데 사실 파이로 연구시설을 실제로 돌리려면 어떤 방식으로든 소량으로라도 재처리를 해 봐야 한다는 말인데 이게 안 됩니다. 이게 지금 한미원자력협정의 쟁점이고, 얼마 전에 실험용도 재처리는 합의가 됐습니다. 물론 관련된 분들은 이거 갖고 좋아하면 안 된다고, 미국 의회 통과하는게 몇 배는 더 어렵다고들 합니다. 하지만 이런 분야의 전문가가 부족한 상황에서 몇몇 분들이 정말 열심히 미국을 설득하고 계시는 상황입니다. 근데 이게 박정희 향수 / 김진명 소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 최근 동아시아 정세에 대한 불안감이랑 맞물려서 핵무기 주권론이 이상하게 대세를 이루고 있습니다 . 한국에서 설문조사를하면 재처리 및 핵무기 주권론이 50%가 넘어가는 상황이고, 북한뉴스 터지면 60%, 일본 재무장 뉴스 한번 터지면 70%까지 왔다갔다하는 상황이라 미국은 더 의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참 어렵습니다.
14/11/14 02:10
먼저 같은 전공을 공부하는 입장으로 반갑습니다! 물론 저는 아직도 수박 겉핥기 수준의 지식이지만...
이용효율을 높이기 위해서 어찌 되었건 어느 방법으로든 사용후 연료 재처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미국대장님의 핵 노이로제가 없어지지 않는 이상은... 우리나라는 절대 핵무기 안 만들거야! 라는 믿음을 주기가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북한 탓도 있을까요. 당장은 어렵더라도 앞으로 핀란드나 스웨덴이 어떻게 되어가느냐가 지층 처분 고준위 방폐장을 검토해볼 수 있을려나요. 물론 자연량 수준에 도달하는 게 10만년 걸리니 이것도 20년~30년 가지고는 답이 안 나올 문제지만요. 제가 수업을 들은 교수님께선 오클로광산을 언급하시면서 방폐물 지층 처분의 환경 영향이 그리 크지않을 거라 말씀하시던데 저는 잘 몰라서.. 어쩌다보니 댓글이 그냥 본문의 반복이 되어버린 것 같지만, 참 어렵네요. 원자력 전공자지만 이런 문제를 보면 원전반대하시는 분들에 공감이 가기도 합니다 휴...
14/11/14 02:27
뭘 해도 임계량에 도달할 수가 없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중성자가 우연히 충돌해서 자연적으로 핵분열을 해서 다른 중성자가 연쇄적으로 한번 나왔다고 치면 그 중성자가 "감속"을 해서 다시 부딪쳐야 하는 상황인데, 중성자가 "감속"을 하려면 물이 있어야 하거든요. 그래서 참 물이 신기한 물질입니다. 그래서 사용후 핵연료 임시보관 수조에는 중성자 흡수 물질인 boron acid(한국어로 이게 뭐더라..) 를 섞어놓습니다. 그래서 파랗게 보여요.
14/11/14 02:30
우리나라는 경주 짓는데도 심지층으로 지었는데, 고준위를 지층으로 한다고 하면 군수 폭행 정도가 아니라 발전소 홍보관 테러 정도는 일어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전문가 분들 중에 경주를 왜 이렇게 쓸데없이 안전하게 지었느냐고 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이게 전례가 되면 나중에 고준위 지을때 미국 케이스보다 훨씬 더 비싸질건데.. 하시면서요.
14/11/14 02:41
'전문가'분들의 견해야 '지을 수 있는'경우에 '효율'측면을 따지는 거지만, 그 부분은 사실 '심지층' 아니었으면 못지었을 수도 있는 문제라 ㅡㅡ;
비싸다가 못짓는다 보단 낫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봅니다.
14/11/14 02:45
어차피 심층일 거라 그냥 지층으로 썼는데.. 깊게 안 묻으면 지역 주민들이 관계자도 같이 묻어버릴지도 모릅니다 흐흐..
미국도 오바마정부 들어서 돈 문제와 반발 때문에 yucca산 방폐장이 백지화됐는데 쇼미더머니도 못 치는 우리나라는 흑흑...
14/11/14 02:11
우라늄 방사능의 문제는 그로 인한 결과물인 플루토늄이 방사능은 아주 강한데비해 반감기는 너무 길기 때문에 너무 오랜 기간을 필요로한다는 점이지요.
십만년은 너무 긴 시간이고 사실 어느 누구도 안전을 보장할 수가 없습니다. 인류자체가 아직 십만년을 살지 못했습니다. 재처리의 명분은 너무나도 충분합니다. 기술개발이 필요하다는 말입니다. 반면 재처리를 하면 핵병기를 만드는 일은 아주 쉬워질 것도 분명합니다. 우리는 핵무기를 만드는것만 금지된 것이 아니라 어떠한 재처리도 금지되었으므로 기술 개발도 사실상 불가능 합니다. 노무현 대통령때 무언가를 연구하던 몇몇 연구원이 대전에서 쫓겨났다는 뉴스가 나왔었지요. 딜레마군요.
14/11/14 02:51
2000년에 있었던 우라늄 농축 사건도 미국의 시선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아직 한국이 생각보다 핵 쪽에서 신뢰받는 국가가 아니더라고요.
14/11/14 02:47
전 환경단체에도 개인적으로 관심이 많습니다. 아마 제가 원자력계에서 쫓겨나면 환경단체에서 먹고 살아야 하지 않을까요? 사실 개인적인 생각과 관계없이 사실만 나열하면서 말만 바꾸면 그럴듯한 논리가 되는 것이 이쪽 분야이니까요.
14/11/14 02:35
항상 원전관련 논의를 들을때마다 궁금한 것이,
발전단가에 이 '재처리'를 포함한 폐기물처리비용하고, 원전폐로비용이 얼마나 '정확히' 산정되어 있는가 입니다. 폐로는 (한국에서는) 해본적도 없고, 그 과정에서 대량의 '폐기물'이 나와서 폐기물 처리비용이 늘어날거고(폐로비용에 포함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폐기물은 그냥묻으면 10만년, 재처리기술은 '개발중'인 건에 대해서 비용산정이 가능한가 부터가 의문이어서요 ㅡㅡ; 비용산정이 되야 얼마나 자원을 투하해야 할지를 논하고 해당하는 발전양식을 '어느정도' 써야 할지에 대한 논의도 좀더 의미있는 수준에서 가능할 듯 합니다. (물론 일본의 모 발전소처럼 사고나면 원전발전단가가 하늘로 날아오르겠지만 , 그런경우 말고요 ㅠㅠ)
14/11/14 02:45
폐로는 진짜 한국에 전문가도 많이 없는 상태입니다.
이번학기에 이제 막 공업경제를 배우는 제 미천한 지식으로 말씀드리자면, 원자로를 건설할 때 폐로비용을 산정해서 적립해 두는 게 있습니다. 근데 보통 원자로가 50~60년은 돌리고 정지를 하고 또 정지 다음에도 어느 정도 기다리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자율" 에 따라서 경제분석 결과가 미친듯이 바뀝니다. 예전에는 이자율 연 7.5%로 계산해 보니깐 폐로비용이 현재가격으론 별로 안 들고, 2%로 하니까 미친듯이 올라가고, 그런 식이죠. 재처리 기술도 마찬가지로 미국은 엄청나게 비싸다고 하고, 원자력연구원은 우리들이 기술개발해서 이제는 별로 안 비싸게 만들 수 있다고 하고, 저는 학부 졸업논문으로 양측 주장 정리하다가 멘붕하고, 그렇습니다. 근데 원전 폐로비용 예상이나 화력발전 탄소세 예상이나 불확실성이 하늘로 치솟기 때문에.. 이게 예측이 가능한 건가 모르겠습니다. 그나마 정확한 게 전기수요예측밖에 없네요. 비용 산정은 저도 정말 잘 하고 싶은 분야 중에 하나인데, 이런 문제점들이 있기 때문에 제 석박사 6년을 걸기가 참 힘든 분야라고 생각해서 지금은 잘 안하고 있습니다.
14/11/14 02:52
원전 설계수명이 40년으로 잡혀있으면, '40년 굴리고 폐로'를 전제로 초기에 잡아놔야 하는것이 아닌가 합니.....
수명연장이 (기술적, 특히 정치적으로) 더이상 얼마나 '가능'할지 모를 시점에서 폐로전문가 양산을 위해 지금부터라도 '돈'을 뿌려야 할텐데 걱정이네요...
14/11/14 03:07
제가 발전쪽 전문가가 아니라 주제넘치게 이런 말을 하면 안되겠지만.. 미국에서 똑같은 모델 30년+30년으로 돌리니깐 우리도 들여올떄부터 똑같이 30+30으로 돌릴 계획으로 들여온거 같습니다.
14/11/14 14:12
"설계수명 30년(40년)이라고 했지만 (최초설계한) 기존사용자들도 30+30하니 우리도 30+30 함"이라는 형태가 되고,
현재 가동기간연장에 관련한 조치들이 해당하는 +30부분을 하는것이 되겠군요. 원래 화장실 갈때(정책통과까지...) 다르고, 쓰고 나왔을때(통과 이후) 다른것은 경제정책/사회정책에서 현저하고, 다른 정책바닥에서도 흔한일이긴 한데, 이 경향을 보일려면 과학적엄밀성 같은건 내다 버려야 하는 일이라... 잘 아시는 내용일 테지만 정책결정은 '정치활동'이고 과학적 지식은 기본적으로 그 결정에 대한 '참고자료'기 때문에, 과학적으로 안전할 가능성이 높아도(6시그마는 아니겠지만 ㅡㅡ;) 정치적으로는 그렇지 않다고 볼 수 도 있지요. 지금까지야 어찌어찌 버텼습니다만, 앞으로 연장이 '계획'만큼 될지 모르겠습니다. (인구밀집지역이 원전인근까지 넓어지며 점점 더 어려워 지고 있...)
14/11/14 12:26
잘 읽었는데 결과적으로 reprocessing통해서 쌀이 나오던 보리가 나오던 IAEA에서 그걸 무조껀 핵폭탄 재조에 사용할거라고 비난 하기 때문에 "연료 재사용"이란 개념이 사실상 불법화 되어버렸다. 맞나요?
14/11/14 15:24
1949년에 소련이 핵무기를 개발합니다. 이전까지 미국은 핵무기 기술을 무조건 숨기겠다는 자세를 취했으나, 이 사건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핵무기가 전세계로 퍼져 나가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1953년 미국의 아이젠하워가 "Atoms for Peace"를 주창하면서 핵무기를 만들지 않는다면 원자력 발전을 위한 기술을 제공하겠다는 선언을 합니다. 어차피 우리가 핵 기술을 숨겨봤자 다른 나라들이 개발할 테니 원자력 기술만 써라 이겁니다.
하지만 이 때는 농축과 재처리 기술을 제한하지 않았습니다. 우라늄 농축과 재처리를 한다고 무조건 핵무기를 만들 수 있게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많은 나라들이 1960년대까지 우라늄 농축과 재처리 기술을 포함한 원자력 발전에 뛰어들었습니다. 하지만 1974년 인도가 캐나다형(CANDU) 연구용 원자로에서 나온 사용후 핵연료로 플루토늄을 만들고, 그걸로 몰래 핵무기를 만들어버렸습니다. 이에 놀란 미국이 더 이상의 핵 확산 방지를 위해 IAEA와 NPT를 만들고 농축과 재처리 기술의 이전을 제한해버립니다. 이 때 인도를 따라하려던 한국과 타이완의 재처리 프로그램이 (미국에 의해) (자발적으로..) 종료되고, 그 전까지 농축과 재처리에 성공한 국가들이 다른 나라들에게 농축과 재처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체제가 만들어집니다. 이에 동의하는 국가들은 IAEA와 NPT에 가입했고, 브라질/아르헨티나가 반항하다가 포기했고, 리비아(카다피)가 반항하다가 포기했고, 남아공은 핵 만들고 난 다음 그 권리를 포기했고, 서독은 농축과 재처리 권한만 가지고 핵개발을 하지 않았고, 일본은 재처리 권한만 가져갔습니다. 파키스탄은 무시하고 핵을 완성했고, 북한도 그러하다고 보이며, 이란은 열심히 농축 공장을 돌리는 중입니다. 이게 현재 상황입니다. 결론은 인도 핵 때문에 놀란 미국이 재처리를 금지하고 다른 핵 국가들을 설득해서 IAEA를 만들었다는 겁니다.
14/11/14 16:30
감사합니다.
그러나 제 질문은 역사/이념적인 개념이 아닌 단순히 천연 우라늄 수요가 감소할수 있는 원인, 즉 우라늄 연료 재사용이 외부 기관의 압박을 통해 "불법화"되어 있는지 여부입니다. 파이로프로세싱처럼 실질적으로 무기형 플루토늄이 배출되지 않는다는 걸 증명해 줘도 안된다고 하는 맥락, 그리고 미국이 금지한다는게 단순히 압박의 개념인지 아니면 실질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강압성이 부여되는지도 궁금합니다... 그건 그렇고 자꾸 따지듯이 질문 드리는것 같아 죄송하네요; 덕분에 정말 많이 배워가고 있는데 ㅠㅠ 감사합니다!!!
14/11/14 18:43
국력의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옆나라 일본이 재처리를 하고 플루토늄을 빼돌렸다는 의심을 받는데도 무사한건 순전히 일본의 파워가 세기 때문이겠죠. 우리나라가 아마 일본정도의 파워를 가졌으면 파이로 프로세싱에 목숨을 걸지도 않았겠죠..
14/11/14 19:12
이걸 말씀드리고 싶었는데 역사적 배경 얘기하다가 까먹었네요. 죄송합니다.
국제 사회에서 어떤 나라나 국제적인 단체가 다른 나라의 활동을 법적으로 금지할 명분은 없습니다. 그 나라가 조약을 어겼을 때 그에 대한 제재를 가할 수 있다는게 다죠. 그래서 어떤 국가든지 농축하거나, 재처리하거나, 핵무기를 개발할 수 있습니다. 인도와 파키스탄은 NPT (핵무기 확산 방지 조약)에 가입하지 않았으므로 국제 사회가 이들의 핵 개발을 저지할 명분이 없습니다. 그냥 성명서 내서 규탄하고 각 국가가 '개인적인 판단으로' 경제 제재를 걸거나 하는거죠. 북한도 NPT 탈퇴하고 대놓고 핵 개발했는데, 자기들은 이거 핵 개발 아니라고 하면서 협상 다 하고 나서 IAEA 사찰단을 받아들였다가 갑자기 내쫓으니 사찰단이 발전소를 보지도 못하고 그냥 나가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었습니다. 이란 같은 경우에도 우리의 우라늄 농축은 평화적 목적을 위한 농축이라고 우기니깐 할 수 있는게 말싸움밖에 없죠. 그런데 우리나라가 재처리를 할 수 없는 근거는 처음에 우리나라가 미국으로부터 원자력 기술을 들여올 떄 맺었던 한미원자력협정에 사용후 핵연료의 형질 변환은 어떠한 형태로든 금지된다라는 내용이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1953년 이후 여러 나라에 원자력 기술을 수출하면서 이 조항을 넣어 놨습니다. 파이로가 위험하던 아니던 간에, 일단 사용후 핵연료를 건드려서 뭔가 하려면 미국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상황인거죠. 만약 이걸 무시하고 하면 한-미간 협정의 일방적인 파기가 되는거니깐 미국이 협정 파기에 따른 보상을 요구할 명분이 생기죠. 근데 이 조항이 1974년부터 40년, 즉 2014년에 만기가 왔고 2년을 연장했습니다. 한국에서는 그래서 이 조항을 개정하려고 안간힘을 쓰고있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IAEA는 해당 국가의 허락을받고 사찰단이 들어가서 사찰하고, 보고서 내고, 거절당하면 규탄 성명서 내고, 이 문제를 유엔 안보리에 회부하는 역할까지만 할 수 있습니다. 얘들은 군대를 가지고 있지 않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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