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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11/04 17:35:53
Name 민머리요정
Subject [일반] [야구] 김성근만큼 잘렸던 그 사람, 빨간장갑의 마술사, 김동엽
안녕하세요. 민머리요정입니다.
오랜만에 야구글로 다시 찾아왔습니다. :)

얼마전 한화이글스에서 김성근 감독을 영입했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한화이글스의 전임감독들이 언급되었는데,
김인식, 김응룡, 김성근이 모두 거쳐갔다고 하여, 3김이라고 기사에서 그러더군요.
한발자국 더 생각해보면, 빙그레 시절 김영덕 감독까지 포함하여 4김이 됩니다.

그러면서 3김, 4김하다보니,
자연스럽게 과거 실업야구, 프로야구 초창기의 3김이 떠올랐습니다.
그 시절의 3김은, 김영덕, 김응룡, 김동엽 이었습니다.

프로야구에 들어와 단 한번의 우승컵도 들어보지 못한 감독,
해태 초대감독으로 13경기만에 잘려버린 감독.
왜 오늘날 다시 김동엽 감독이 머릿 속에 떠오른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시 깊이 생각해본 김동엽 감독은, 오늘날 야구판에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해주는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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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엽은 황해도 사리원 태생입니다.
아버지 역시 야구선수 출신이라고 하는데, 여러가지 사정탓에 어린시절을 할아버지와 함께 보냈다고 합니다.
어린 시절부터 할아버지께서 손자에게 몸에 좋은 것들을 모두 챙겨 먹였고,
어린 시절 먹었던 보약탓에, 김동엽은 할아버지처럼 어마어마한 장사가 되었다고 합니다.

6.25 전쟁이 터지고, 부모님과 월남을 하게된 김동엽은 피난지였던 부산에서 처음 야구를 시작하게 됩니다.
토성초 - 토성중 - 경복고를 거쳐, 성균관대를 졸업.
실업야구팀 한국전력에 들어가 선수생활을 하는데,
폭행사건에 연루되어 퇴단을 당하게 됩니다. (당시 싸움이 붙은 쪽에서 1명이 쇄골이 부러지는 중상을 당했다고 합니다.)

한전에서 짤려, 감독님의 주선으로 조흥은행에 입단하려 노력을 했지만,
그해 조흥은행 본사에 화재가 발생하게 되어 운동부를 운영할 능력이 사라져버린 조흥은행은,
야구부와 여자농구부를 해체시켜버리게 되죠. 덕분에 김동엽은 현역에서 은퇴를 하게 됩니다.



현역에서 은퇴한 이후, 심판으로 잠시 활동을 하다가 대한체육회 코치 아카데미를 수료한 이후,
71년 건국대 야구부의 창단 감독으로 지도자 생활을 처음으로 시작하게 됩니다.
이후, 창단감독으로는 4번이나 팀을 우승시키는 저력을 보이며, 우승청부사가 됩니다.

71년 11월 건국대 야구부 창단 감독 - 72년 춘계 연맹전 우승
74년 11월 성무야구단 창단 감독 (공군야구단) - 제 2회 부산시장기쟁탈 전국야구초청대회 우승
75년 6월 롯데 자이언츠 실업야구단 창단 감독 - 76년 춘계리그 우승, 추계리그 우승

이런 좋은 성적에도 김동엽 감독은 이미 실업야구감독 시절에만 10차례나 팀에서 짤렸습니다.
고집도 워낙 세고, 필터링 없이 직설적인 화법에, 다혈질, 강성......
이런 막무가내인 성격 탓에, 구단 고위관계자들과의 충돌도 많았고,
심지어 선수들과의 마찰도 심해서 한 팀에서 오래 버텨내질 못했습니다.

지도자 생활이 워낙 다이나믹한 탓에 틈틈히 해설자로도 활약했는데,
입담이 워낙 좋아서 프로야구 이전에 TBS, KBS에서 해설자로도 많이 활동을 합니다.



이후 프로야구가 출범하고 김동엽 감독은, 해태 타이거즈의 초대 감독으로 선임됩니다.
다른 팀들이 연고지를 서울로 달라고 한다거나, 아마 선수에 대한 보유권을 창단조건으로 내세운 반면에,
해태 타이거즈는 창단 조건으로 정말 특이하게도 김동엽 감독을 선임하게 해달라는 조건을 내걸었습니다.
당시, 김동엽 감독의 인지도가 얼마나 높았는가를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하지만 김동엽 감독은,
시즌이 개막하고 13경기만에 코치들과의 불화로 인해서 해태로부터 해임당하고 맙니다.
(조창수, 유남호 코치 잠적사건으로 유명한 사건)

이후, 1년간 MBC에서 해설위원으로 활동을 하던 김동엽은
83년 백인천 MBC 감독이 감독직에서 이탈을 하게 되며, 후기리그에 감독으로 투입됩니다.



다시금 특유의 카리스마로 선수단을 장악하여,
후기리그를 우승으로 이끌고 한국시리즈에 진출하게 됩니다.
공교롭게도 상대는 1년전 자신을 해임했던 해태 타이거즈.
해태에게 복수를 다짐하며 전의를 불태웠지만,
아웅산 테러 사건으로 한국시리즈가 1주일이나 연기되는 일이 발생했고,
보너스 지급과 관련해 구단과 선수들이 작은 오해가 생기면서 사기가 급감.
1무 4패로 해태에게 처참하게 패배하며 준우승에 머무르고 맙니다.

준우승 감독임에도 불구하고, 김동엽 감독은 MBC로부터 해임을 통보받게 됩니다.

http://i.imgur.com/00GzWo4.gif

85년 중반 MBC 어우홍 감독이 사임하고, 다시 시즌중반 감독으로 선임되고,
86년 플레이오프 티켓을 손에 쥐는 듯 했지만......
시즌 최종전에서 OB가 롯데 최동원을 상대로 9회말 극적인 역전을 거두며,
OB가 플레이오프에 직행을 하게 됩니다. (덕분에 최동원의 3년 연속 20승도 날아감)

그리고 이듬해였던 87년에는 선수단들의 불신임 여론에 휘둘려, 시즌 중에 다시 해임이 됩니다.
이 마지막 해임을 끝으로, 김동엽 감독의 16년간의 감독인생은 끝나버렸습니다.



감독 인생으로만 본다면, 김동엽 감독은 어찌보면 다소 평범한 감독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마시절 4차례 우승을 시킨 전력을 빼고는, 팀에서 13차례나 짤린 감독이며,
프로에 와서는 준우승 1번을 시킨 경력 빼고는 특별할 것이 없는 감독이죠.

우승만을 따지면, 김응룡 감독이나 김재박, 김성근 감독같은 분들이 단연 최고로 인정받을 것입니다.
김동엽 감독은 우승을 떠나, 프로야구가 시작되기 이전에,
이미 프로로써의 모습을 팬들에게 보여줬고, 그런 의미에서 한국 야구를 한템포 빠르게 이끌었던 감독입니다.

아마추어 롯데자이언츠 감독 시절, 경기 시작 전에 싸인볼을 관중들에게 던져주는 이벤트나,
경기 중에 심판에게 달려나와 빨간장갑을 끼고 삿대질을 하며, 심판에게 배치기를 하는 등,
쇼맨쉽으로 팬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감독이었습니다.

재밌는 어필도 야구 흥행의 요소 중 하나라고 생각해왔던 김동엽 감독만의 야구지론이,
그의 야구감독 현장에 그대로 실천해왔던 것이죠.



급기야, 경기전에 심판에게 찾아가서,
"오늘 한 10분정도 나가서 어필할꺼니까 퇴장시키지 말아달라"고 통보를 하기도 했고,
이에 심판들은 바닥에 선을 그으며,
"이 선만 안넘어오면, 퇴장시키지 않겠다"라고 응수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실제로 이렇게 사전에 통보한 날에는, 경기 중간에 여지없이 심판한테 뛰어나가,
어필을 가장한 노가리로 한참 수다를 떨었고, 칼같이 시간을 지키고 다시 덕아웃으로 들어가버렸습니다.
어필로 가장 유명한 김동엽 감독은, 이렇게 철두철미하게 시간을 지켜준 탓에
프로감독으로 활동한 기간동안 퇴장을 당한 일은 단 한차례도 없었다고 합니다.

요즘같으면, 1점 1점이 소중에 급박한 상황에서는 비디오판독을 요청하고,
팀의 실리적인 움직임에만 어필을 할 뿐이지,
이처럼 어필을 쇼맨쉽으로 활용하는 감독은 김동엽 감독 이후에는 아예 사라졌습니다.



이 외에도, 3루 코치로 나와 주자가 주루사를 당한 상황에서
3루 바닥에 엎드려 대성통곡을 하는 퍼포먼스를 한다던가,



86년 어린이날 식전 행사에서 김용수를 데리고 그라운드로 올라가,
치어리더들과 함께 춤을 추는 등.....

여러가지 기행들로 팬들로 하여금 즐거움을 주던 그런 감독,
그런 사람이 바로 김동엽 감독이었습니다.



미국의 3대 스포츠 가운데, 감독의 연봉이 가장 적은 스포츠는 야구, 메이저리그라고 합니다.
그들의 판단에서는 야구가 감독이 차지하는 비율이 조금 적다고 생각하는 것이겠지요.

하지만 한국프로야구는 다릅니다.
한국은 아직까지도 감독의 역량에 따라서 팀이 좋은 성적을 거두기도, 나쁜 성적을 거두기도 합니다.
한국야구에 있어서 감독이 팀에 미치는 영향이 아직은 엄청납니다.

야구는 분명 선수들이 뛰고, 치고, 던져서 점수를 내는 스포츠지만,
해당 팀 선수들이 어떤 야구를 할 것인가에 대한 방향을 제시해주는 건, 바로 감독입니다.
훌륭한 감독은 깨어있는 생각으로 팀을 이끌고, 좀 더 나은 방향으로 팀을 이끄는 것이죠.



김동엽 감독의 끝은 분명 좋지 못했습니다. 프로야구 감독으로써도 성공을 거두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시대를 앞서, 팬들을 즐겁게 해줬으며, 선수단을 장악하여 팀을 이끌던 카리스마.
그가 그라운드 위에서 시도했던 수많은 쇼맨쉽들......

시대를 앞서나가, 감독으로써 신경지를 개척해나갔던 그의 개척정신은,
프로야구사에 가장 특이했던 감독으로, 아마야구, 프로야구가 남긴 가장 특이한 유산으로 남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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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andertal
14/11/04 17:50
수정 아이콘
빨간 장갑의 마술사...
저는 야구팬은 아닙니다만 깊게 각인되는 사람들이 좀 있죠...
박철순 선수도 저에게는 그런 사람이고...
14/11/04 18:12
수정 아이콘
진짜 사진마다 다 빨간 장갑을 끼고 계시네요 @_@
철석간장
14/11/04 18:28
수정 아이콘
저는 명 감독으로 기억합니다.
다혈질의 성격을 온몸으로 표현하셨던..

김성근 감독님과도 아주 친하셨다고 들었네요 (어찌보면 두분다 타향살이..)
김성근 감독님의 등번호 38이 광땡의 의미로 다신게 아니라
김동엽 감독님 돌아가시고난 후, 38을 쓰셨다는 (원래 김동엽감독님 등번호 38) 얘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사실인지 궁금해지네요..

사실이던 아니던 각종 일화를 듣다보면 김성근 감독님은 캐면 캘수록 진한 국물이세요~~
민머리요정
14/11/04 18:43
수정 아이콘
음, 김성근 감독의 38하고는 의미가 좀 다릅니다.
김동엽 감독의 38은 38선을 넘어온 38 따라지라는 의미에서의 38번이에요.
두분께서 친했는지는 잘 모르겠네요 ㅠㅠ
감전주의
14/11/04 18:37
수정 아이콘
김동엽 감독은 저 까까머리가 더 기억납니다..크크
카리스마가 넘쳤던 분이었지요..
Matt Harvey
14/11/04 22:48
수정 아이콘
김용수는 무슨 죄로.. 크크
지니팅커벨여행
14/11/04 22:53
수정 아이콘
글 잘 읽었습니다.
저는 김동엽 감독 시절을 경험하지 않아 잘 모르지만, 김성한 감독이 해태를 물려 받고 초장기에 의도적인 어필을 좀 했었죠.
그 쇼맨십이 그리워 요즘도 김성한 감독이 다시 복귀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요즘 감독들은 경기 외적으로 개성이 좀 없다고 해야하나...
그나마 양상문 감독이 뭔가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스타일이라고 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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