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IL 의 사진 중에서 정말 고르고 고른 순한 사진. 참수 사진같은 것은 굳이 관심이 있으시면 그다지 어렵지 않게 찾으실 수 있습니다]

엔하위키에서 간략하게 골라본 ISIL 의 악행. 이 모든 것이 겨우 지난 2 년만에 일어난 일입니다:
- 역사, 문화, 기독교에 관한 수업은 금지
- 모든 교육기관을 폐쇄하였으며, 초등학교 역시 폐쇄되었다
- 시아파, 수피즘 사원을 파괴하는데다, 같은 수니파 사원까지도 파괴하고 있음
- 모술의 공공도서관에서 대량의 도서를 강탈하고 광장에서 불에 태웠다.
- 야지디교는 그냥 '악마숭배자'로 몰려서 '묻지마'식 떼죽음 당하고 있다
- 시리아 기독교도들을 십자가형에 처했고, 라마단 기간에 금식을 지키지 않았다고 10세 소년을 십자가형에 처함
-  400만명의 여성들에게 할례를 강요하고 있다
- 이라크 모술지역의 한 여성 인권 변호사를 이슬람을 버렸다는 이유로 고문한 뒤, 공개 처형
- 유부녀는 강제로 이혼시키고 이교도는 개종시킨 뒤 지하디스트와 결혼을 시키고는 새 아내니까 율법상 문제가 없다며 강간

대충 이런 집단입니다. 근데 대략 엄청나게 흥하고 있지요. 그래서 글을 쓰고 싶었습니다.

사실 제가 역덕도 아니고 정치 사회 종교쪽으로 상식이 많은 사람도 아닌 지라 원래 이런 글을 올리면 안되는데, 일단 뭔가를 올리면 피지알의 역덕 분들이 '뭬야? XXXX 부분이 틀리잖아!' 라고 수정을 해주실 것 같아서 일종의 종잣글로 올립니다.

1. 중동의 테러 집단이라고 해서 대충 비슷한 게 아닙니다.


[헤즈볼라]

예를 들어서 레바논의 헤즈볼라를 생각해보면, 지난 수십년 동안 미군 수백명 사살, 이스라엘 초계함 격파 등의 혁혁한 전공(?)을 세운 집단이지만 민간인을 대상으로 하는 테러는 저지르지 않습니다. 물론 싸우다보면 민간인이 본의아니게 희생되는 경우가 있긴 합니다만, 그건 어디까지나 싸우다보니 그런 거고 의도적인 테러와는 전혀 다른 얘기지요. 이 친구들은 자기들이 장악한 지역의 여자 아이들이 기초 교육을 받는 것을 적극 권장하며, 아예 헤즈볼라 장교집단에도 여자들이 많습니다. 같은 테러집단인데도 왜 이렇게 다른 것인지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습니다만, 제가 생각하는 큰 이유는 헤즈볼라가 어디까지나 세속주의자들의 집단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 사람들도 대부분이 이슬람 교도들이지만, 이 사람들에게는 이슬람보다는 이스라엘을 축출하고 자기들이 잘 먹고 잘 사는 게 중요합니다. 즉, 이 사람들이 추구하는 이상향은 어디까지나 현실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2. 그럼 ISIL 은 왜 그러나요?


[유럽에서 데모중인 이슬람 근본주의자들. 이 양반들아 민주주의가 없으면 너희는 거기 서 있지도 못해요...]


[코미디 프로나 각종 밈에서 기독교나 불교는 희화해도 이슬람을 희화하는 건 별로 보지 못하는 이유.jpg]

이 집단은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입니다. 인터넷에서 까이는 소위 '개독' 이 커피라면 진성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은 TOP 이고,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이 커피라면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은 TOP 입니다. 그리고 ISIL 은 이슬람 근본주의자들 중에서도 최상위 0.1% 를 모아놓은 집단이지요. 이 사람들이 추구하는 이상향은 인간을 위한 것이 아니라 신을 위한 것입니다 (라고 주장하면서 진짜 원하는 건 강간의 왕국). 물론 종교라는 것 자체가 인간을 초월한 어떤 것을 추구하는 면이 있고, 따라서 극단적으로 흐르다보면 이상한 모습이 되기 쉬운 것은 모든 종교가 마찬가지겠지요. 하지만 중동의 이슬람은 구조적으로 근본주의로 빠지기 쉬운 측면이 몇 가지 있는데,

첫 번째로 이슬람이라는 종교 자체가 요구하는 '사고를 정지합니다' 라는 특성입니다. 사실, 이슬람 이라는 단어 자체가 '완전한 복종' 이라는 뜻입니다. 즉, 종교의 슬로건 자체가 신에 대한 복종이고, 쿠란은 단순한 종교 경전이 아닌, 지상에 건설할 낙원 사회에 대한 자세한 청사진을 제시하며 모든 이슬람 구성원들이 쿠란에서 이야기하는 세세한 도덕율에 완전히 복종할 것을 요구합니다. 물론 이건 기독교도 비슷하긴 한데, 기독교에서 해당 역할을 하는 경전은 구약의 레위기나 신명기이고, 실제로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이 동성애자 등을 공격하고 싶을 때에는 이 부분에서 마음에 드는 구절을 취사 선택해서 인용하곤 합니다. 하지만 기독교에서 보다 중요시하는 것은 신약이고, 대부분의 기독교인들은 구약에 뭐가 쓰여있는 지도 잘 모를 정도로 해당 종교는 많이 세속화되었지요. 신약에서는 예수의 유명한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신의 것은 신에게' 라는 (조... 좋은 타협이다!) 문구가 있고, 이 문구를 통해서 대부분의 기독교인들은 신의 명령과 사회의 룰이 충돌할 때 꽤 탄력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근거를 얻었습니다. 물론 저는 기독교인도 아니니 세속화된 기독교라고 해서 그게 옳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만, 일단 이 사람들은 같이 공존할 수는 있습니다. 이슬람은 그게 없습니다. 이 사람들은 이슬람의 종교법인 샤리아가 유일한 법이고, 일반법이 헌법과 충돌하면 효력을 상실하듯, 세속법이 샤리아와 충돌하면 효력을 상실합니다. 즉, 미국인들의 대다수가 미국 헌법에 앞서서 구약의 레위기나 신명기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상황을 상상해보면 중동에 퍼져있는 이슬람 근본주의와 비슷한 모습이 되겠지요.


[런던에서 '이슬람은 모든 인류에게 적용되는 완벽한 해답이다' 를 들고 있는 여성. 당신의 생각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냥 이슬람이 답입니다. 반론은 받지 않습니다]


[프랑스에서는 부르카를 여성 인권에 대한 탄압으로 규정하고 공공 장소에서 부르카를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을 추진 중입니다. 물론 그런 법안이 나온다고 해서 순순히 따를 사람들이 아닙니다만]

두 번째로는 중동인들이 이슬람을 본인들의 정체성의 근본이라고 생각한다는 점입니다. 이 지역 사람들은 19-20 세기에 걸쳐서 그동안 깔보던 서구 세력에게 일방적으로 밀린 역사가 있지요. 해서 그런 흑역사를 극복하는 방법으로 제시된 것이 크게 두 가지였는데, 하나는 아랍 민족주의였습니다. 중동의 아랍인들이 다 같이 힘을 합쳐서 위대한 아랍 연합의 역사를 만들자? 뭐 이 쪽도 이집트의 나세르 대통령부터 리비아의 가다피까지 좋은 사람부터 개막장까지 여러 부류의 사람이 있긴 합니다만, 그래도 이 사람들은 앞에 말씀드린 헤즈볼라처럼 세속주의자긴 하고, 따라서 최소한의 개념은 있는 집단입니다. 근데 앞서 말씀드린 아랍 민족주의가 이스라엘한테도 밀리고 독재자들이 점점 흥하면서 민중들의 지지를 잃게 되었고, 그 대안으로 두 번째의 해결법인 이슬람 근본주의가 흥하게 됩니다. 이 모든 문제는 우리가 이슬람에 신실하지 않았기 때문이니 모든 외세를 몰아내고 순수한 이슬람으로 돌아가자는 겁니다. 근데 이런 종교적 이데올로기는 세속적 이데올로기와는 다른 그만의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세속적인 이데올로기는, '야 논리적으로 생각을 해봐. 그런 식으로는 너네 국민 밥 못 먹음. 근데 나랑 이렇게 딜 치면 걔들 밥 먹음. 딜?' 이라고 말을 하면 '어 듣고 보니 그렇네. 딜 오케이' 라는 대답이 나올 여지가 1 그람은 있습니다. 하지만 종교적인 이데올로기는 그렇지 않지요. 이미 최종 목적이 국민들 밥 먹이기가 아니라 신의 나라를 건설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 사람들에게는 이교도와의 타협은 그 자체만으로도 죄악입니다.

3. 하지만 이슬람 근본주의자라고 해서 다 ISIL 처럼 하는 건 아니잖소?


[화학탄이 터진 시리아의 시가지. ISIL 이 오기 전에도 여긴 이랬어. 적어도 ISIL 은 우리한테 나쁘게 하진 않잖아?]

그건 그렇습니다. 아무리 중동의 일반 민중이 이슬람 근본주의에 휩쓸려 있다고 해도 ISIL 같은 개막장 집단에 순순히 응한다는 것은 말이 안되지요. 해당 지역의 주민들이 ISIL 에 암묵적으로 동조하는 것은 'ISIL 이전도 별로 달랐던 것 같지 않은데?' 라는 기조가 있기 때문입니다. ISIL 이 내전을 통해 땅을 빼앗은 나라들은 시리아와 이라크지요. 시리아? 여기를 지배하던 아사드 정권은 전형적인 독재 정권이었는데, 이 놈들이 질서를 유지한답시고 화학 무기를 반군 지역에 쏘아서 민간인을 학살한 게 겨우 1년 전입니다. 이라크? 후세인이 무너진 이후에 들어선 미국의 힘으로 들어선 정권은 시아파 이슬람인데, 이 친구들이 후세인 시절에 정권을 잡고 있던 수니파에 대한 피의 복수를 단행해버렸죠. 거기에 반감을 품은 이라크인들이 대규모로 ISIL (은 수니파 근본주의자들입니다) 에 가담한 것이 이라크 내전의 양상을 근본적으로 뒤흔들었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4. 그래서 뭐 어떻게 되나요?

여기 답 없는 것 같습니다. 피지알 역덕 정치덕 님들의 고견을 듣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