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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10/05 16:52:01
Name 랜덤여신
Subject [일반] 토미노의 신작 '건담 G의 레콘기스타'가 묘사하는 인종 차별
토미노 요시유키 감독은 최초의 건담 애니메이션이었던 '기동 전사 건담'을 제작한, [건담의 아버지]라고 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저는 이상하게도 건담과 인연이 별로 없어서, 이분의 작품도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토미노 감독이 오랜만에 메가폰을 잡고, '건담 G의 레콘기스타'라는 새로운 건담 애니메이션을 내놓았습니다. 그래서 호기심에 시청해 보았죠.

2화까지 감상한 바로는 작품이 좀 산만하더군요. 다른 분들의 리뷰를 보니, 토미노 감독은 특유의 [연극을 보는 듯한 정신없는 연출]을 사용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저로서는 잘 이해가 가진 않지만, 그래도 감독 고유의 표현 기법이라면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정작 제가 가장 납득할 수 없었던 것은 '건담 G의 레콘기스타'에 나오는 [인종 차별에 대한 묘사]였습니다.







G의 레콘기스타에는 ['쿤타라']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위 스크린샷에 나오는 여자 아이와 하늘색 남자 아이가 '쿤타라'인데, 작중에는 설명이 나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나중에 찾아 보니, 이런 설정이더군요.

"쿤타라: 우주세기 말의 문명쇠퇴기, 식량 사정의 급격한 악화로 인해 [식량 대용품으로 이용당한 특수 인종]들의 후손. 현재는 이런 카니발리즘은 사라졌으나 그들의 후손은 여전히 쿤타라로 불리며 멸시당하고 있다. 노레드가 슬링샷을 가지고 다니는 것도 이런 역사적인 기억에 기인한 무의식적인 방어본능에 의한 것."

일단 인간을 에너지원으로 쓰는 게 얼마나 비효율적인지는 작품 설정으로 간주하고 넘어가죠. 매트릭스도 비슷한 문제가 있으니까요.

제가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은 등장 인물들의 반응이 너무 느슨하다는 것입니다. '쿤트라'라는 말이 가진 심각한 배경 치고, 이 작품에서 저 말을 들은 사람은 약간 화내는 것 이상의 반응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다른 작품에서 "이 바보 녀석!" 같은 말을 들었을 때의 반응과 비슷한 정도?) 또한, '쿤트라'라는 말을 사용하는 사람은 그 사람대로 이 말이 별로 대단치 않은 듯이 마구 말하고요.

이건 현실 상황에 빗대어 말하자면, 전라도 사람을 ['전라디언']이라고 부르거나 흑인을 ['니거']라고 부르거나 인도 하층민을 ['수드라']로 부르는 것과 비슷한 수준의 느낌 아닌가요? 실제 현실에서 이러한 인종적 욕설이 상대방에게 직접적으로 퍼부어지는 경우는 드뭅니다. 은밀하게 뒤에서 쑥덕거리고, 편견의 재확산이 이루어지니까 더 무서운 것 아닌가요.

G의 레콘기스타에 나오는 인류가 사회 혼란으로 심각한 계급 사회로 퇴화했다든지 하는 것이면 또 모르겠습니다만, 딱히 그런 묘사도 나오지 않습니다. 등장 인물 모두 같은 학교에 다니는 같은 학생이거든요. 그래서 저는 이 부분에서 현실성이 안드로메다로 날아가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습니다.

토미노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저는 기술자가 아니기 때문에 우주 엘리베이터를 설명하는 것 같은 작품을 만들 생각은 없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배경 설정을 만들어 넣고도 정작 이야기가 재미없으면 아무도 봐주지 않고 애니메이션으로도 봐주지 않습니다!"

출처: 토미노 감독의 G레코 관련 인터뷰

하지만 아무리 설정을 주저리 주저리 늘어놓는 것을 지양한다고 하더라도, 작중 등장 인물의 행동과 발언에서 개연성이 느껴질 정도의 설정은 연출로 보여 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게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재미' 또한 보장할 수 없을 테니까요.

ps: 여담이지만, 저런 인터뷰를 한 것 치고는 소위 '미노프스키 입자'(건담 세계관의 데우스 엑스 마키나죠)에 대한 설정은 좀 낯뜨거울 정도로 대놓고 등장 인물의 입을 빌어 설명하더군요. 이 부분도 좀 감점 포인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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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먹이
14/10/05 16:56
수정 아이콘
사실 건담 시리즈는 디테일로 놓고보면 스토리텔링에 강점이 있는 작품은 아니라고 생각하여...

다만 토미노옹이 진보적인 성향이 있는 사람이라는 점에서 특별히 인종차별에 대한 우파적 시선이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랜덤여신
14/10/05 16:59
수정 아이콘
아, 물론 저도 감독이 인종 차별을 가볍게 여긴다고 생각하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토미노 감독의 평소 언행으로 생각해 봤을 때 '교훈을 주기 위해' 인종 차별 설정을 넣은 거라고 생각해요. 토미노는 반전주의자이기도 하니까요.

다만 연출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수준이었거든요. 사실 제가 토미노 감독의 기존 작품을 보지 않고 명성만 듣고 기대치가 너무 높아져 있지 않았나 싶기도 하고요.
단지날드
14/10/05 17:16
수정 아이콘
뭐 아무리 뛰어난 양반이라고 해도 전성기가 70~80년대니까요
드라고나
14/10/05 17:02
수정 아이콘
실제 현실에서 이런 인종적 욕설이 직접적으로.퍼부어지는 경우가 드물다고 본문에 있는데 그건 그런 차별이 겉으로나마 잘못된 거란 인식이 있을 때나 해당하는 거죠
마토이류코
14/10/05 17:03
수정 아이콘
저는 보면서 이게 대체 무슨 내용인지 아무리봐도 이해할 수가 없었어요 --; 정말 모든 내용이 '이게 왜 이렇게 흘러가?' 라는 생각밖에는..
우주뭐함
14/10/05 17:40
수정 아이콘
루리웹에서 누군가가 감상평으로 '어휴 딴 감독이 이랬으면 직싸게 욕먹었을텐데 토미노라고 장점으로 빠는 사람들이 있네'라고 하던데 말투는 거칠어도 틀린 말은 아니라고 봅니다.
안산드레아스
14/10/05 17:43
수정 아이콘
토미노 감독이 거장이긴 하지만, 모든 작품이 수작은 아니었잖아요? 게다가 전성기 이후로는.. 뭐..
꼭 토미노 아니더라도 영화감독이든 작가든..예술가든.. 전성기 지나고 노년층에 이르러서는.. 어떤 작품을 내놔도 '이게 그 거장이 만든 게 맞아?'라고 의문이 들 수 밖에 없으니까요. 전 저 애니.. 그냥 그저 그렇게 묻힐 거라고 예상됩니다.
요정 칼괴기
14/10/05 17:51
수정 아이콘
턴에이 이후는 좀 대중적인 작품에서 벗어났죠. 사실 이젠 구식이구요.
당근매니아
14/10/05 18:09
수정 아이콘
토미노는 원래 연출이 정신 없는 편이긴 하죠.
저 인종 차별 설정 같은 경우엔 일본 사회 내에서의 소수집단 차별이 그다지 큰 반발을 불러오지 않는다는 걸 생각하면 뭐......
김티모
14/10/05 18:16
수정 아이콘
저건 일본 내의 부라쿠민 차별에 대한 은유 정도로 본다면 납득이 가는 연출입니다. 대를 물려가며 차별을 대놓고 당했는데도, 또는 당하고 있는데도 아무런 저항도 못하고 있는게 현실이거든요.
전파우주인
14/10/05 18:30
수정 아이콘
+1

걸작이 될지 수작이 될지 범작이 될지 졸작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토미노 감독의 "100년뒤에도 빠지지 않는 작품을 만들겠다"라는 말과, "아이들을 위한 작품"이란 말과, 엔딩테마의 가사를 고려해보면,

일본인으로서는 나름 미래지향적인방향으로 사회비판의 목소리를 담은 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애초에 좌익 경향이 강한 사람이기도하고, 구건담의 주인공 구성을 보면 절대로 본인 작품으로 인종차별을 옹호할 사람은 아니죠.
14/10/05 19:15
수정 아이콘
보고 뭔가 했었는데 부락민에 대입하면 딱 들어맞는군요
마스터충달
14/10/05 21:23
수정 아이콘
저도 딱 부라쿠민이 떠오르더군요.
adagietto
14/10/05 18:34
수정 아이콘
2화까지밖에 안나와서 아직 판단은 이른 것 같고..
일단 쭉 보고나서 생각해보려구요..
유니콘 이후에 간만에 각잡고 보는 건담인데 애매한건 사실이예요..
14/10/05 20:02
수정 아이콘
저도 싸고 맛있는 돼지 놔두고 왜 크는 데만 10년씩 걸리고 무게도 얼마 안 나가는 인간을... 이라고 생각하긴 했습니다.
만화 자체는 토미노의 이전 작품 중 하나인 킹게이나랑 분위기가 꽤 비슷하더군요. 특히 캐릭터가 비슷한 느낌?
14/10/05 20:14
수정 아이콘
아무래도 우로부치는 애송이다 라는걸 증명하고싶은게 아닌가 싶은 토미노.

몰살의 토미노를 보여줄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절름발이이리
14/10/05 20:38
수정 아이콘
차별적 용어에 마땅히 저항 못하는건 그리 이상할 게 없습니다. 그런 경우가 분명히 많으니까요.
영원한초보
14/10/05 21:21
수정 아이콘
저는 건담은 거기서 거기 아니냐는 정도로 잘 모르지만 보통 저런 설정은 그렇게 차별하는 사람들이 잘못됐다라는 식으로 이야기가 흘러가지 않나요?
뒷부분을 보고 결론을 내리는게 좋은 것 같아요
피로링
14/10/05 21:53
수정 아이콘
저도 인종차별보다는 부락민에 대한 묘사로 봤습니다. 일본이 그렇게 인종차별에 대해서 심각한 사회도 아니고...
14/10/05 22:51
수정 아이콘
저는 이 작품을 보지 못했습니다만, 글쓴분의 설명을 들으니 오히려 매우 사실주의적이라고 느끼게 됩니다. 어떠한 차별이 일상화된 사회에서 차별의 대상은 대부분 체념하거나 순응하는 모습을 보이게 되니까요. 분노하더라도 그 표출은 대부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어나기 마련입니다. 니거를 예로 드셨지만, 흑인들이야말로 고작 일이백 년 전만 하더라도 아무렇지도 않게 검둥이라고 불리며 노골적인 차별을 받았지만 대부분 저항하지 못했습니다.
이부키
14/10/06 00:11
수정 아이콘
위 리플에서도 나왔지만 일본인의 입장에선 별로 이상한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부라쿠민으로 치환하면 딱 현실의 모습이거든요. 그리고 일본 사회는 저런 것에 일일이 크게 대응하기 힘든 사회기도 하구요.
14/10/06 02:07
수정 아이콘
(G레콘을 아직 안 봤습니다.) 설정 자체는 은유를 포함하고 있겠지만, 그 이전에 연출방법적으로 이상하죠. 어떤 의도를 위한 거라기보다 단순히 토미노 옹의 연출관이 그런 방향으로 고착된 거 아닐까 합니다. 사실 턴에이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던 문제구요. 그래서 저는 턴에이의 독특한 면은 좋아하지만 서사로는 아주 낮게 칩니다.
캐리어
14/10/06 19:22
수정 아이콘
한국 드라마도 참고 했다고 하시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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