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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10/02 01:17:42
Name 애패는 엄마
Subject [일반] 내가 너 꼭 잡고만다. (부제 - 빌어먹을 페북)
평어체에 대해 양해 부탁드립니다.



페이스북이 해킹당했다.

정확히는 안 쓰는 페이스북 계정이 아주 오래전에 해킹 당해서 쓰여져 오고 있었다가 맞을 것이다. 지금은 불가능하지만 아주 예전이었던 페북 초기에는 이메일 하나면 가입이 끝이었다. 보통 새로운 기술이 적용된 사이트나 핫한 사이트인 경우는 경영학도와 경제대학원을 다니는 일념을 가지고 계정을 두개 만들어서 하나는 실험용으로 하나는 그냥 보툥 사용용도로 썼다. 그렇다고 하나로 트롤짓을 한다든가 그런건 아니고 페북을 예로 들자면 페이지도 만들어보고 다양한 그룹에 일단 가입해보고 이것저것 기능이 있다면 어떤식으로 구성되어있는지 파악하는 것이다. 뭐랄까 남들이 아는 나는 항상 최소한 내비치는 그런 쿨한 사람이기에 저런 뻘짓꺼리 하는 실험들을 보여주기 싫었고 그것들을 일일히 다 해봤다가 되돌리기도 귀찮고 그랬다. 정말 내가 사용할 계정에 써보면 마치 낙서된 장난감을 쓰는 기분이랄까. 항상 그랬다. 사이트를 파악하고 신기술을 파악하고 구성을 파악하는 그 과정이 끝나면 그 계정을 지우기도 뭣하고 그래서 그냥 방치해놓고 잊어먹었다. 페북 그 계정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몇년간 내버려뒀다.



그러다가 마찬가지로 드라이브 만들고 구글챗 등등으로 다양한 실험을 했던 지메일 계정을 몇년만에 들어갔다. 삼천개가 넘는 엄청난 메일이 날 기다리고 있었다. 이건 뭐지 분명히 내가 쓰지 않는 계정인데 그 안에 내가 해석할 수 있는 말들과 해석할 수 없는 말들이 뒤섞여서 흘러 넘쳤다. 거의 다가 페북 알림이었다. 페북이 해킹 당했구나 하고 누가 이렇게 쓴거야라는 분노와 더불어 페북으로 로그인을 시도했다. 나름 실험 계정이라고 해도 이름, 사진, 신상 명세는 내 껄로 다 걸려있었는데 하는 찜찜함이 스물스물 올라왔다. 근데 전혀 모르는 왜 동남아 여인네가 나를 맞이했다. 이 친구는 누구지 하며 이메일로 비밀번호 재설정을 받아들고 로그인하려는 순간에 딱 이제까지 접속하지 않은 지역이라고 이상한 힌트들을 요구했다. 빌어먹을 페북! 빌어먹을 it 기술! 내가 원주인이란 말이다.



낯선 지역 접속이니 페북은 나의 친구들이라며 정말 모르는 동남아 친구들의 사진을 내밀고 나한테 계속 맞추라고 요구했다. 아무렇게나 한번 계속 찍어봤지만 맞출리가 있나. 반복된 횟수끝에 페북은 나에게 차단을 선언했다. 그러면 된거야라고 생각했다. 그냥 나도 너도 서로 쓰지 말자 우리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한두달이 흘렀다. 다시 들어갔더니 페북 알림이 또 백개 가까이 와있었다. 그녀는 영민했다. 이름과 얼굴은 알지만 누군지 모르는 그녀. 내 지메일도 알고 있는 걸까.  그렇지만 지메일은 모르는 척 사용하지 않을걸까. 작전을 바꿔야겠다.



일단 페북 계정을 지워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기 위해서 로그인을 해야한다......이건 fail. 네이버 검색을 해보니 반 로그인 된 상태에서 곧장 고객센터로 들어가서 계정 삭제가 가능하다고 쓰여 있어서 그대로 해봤더니 중간 과정에서 사이트 먹통이 되어버린다. 이것도 fail. 곧장 이메일을 보내자하고 찾았는데 엄청 이메일 보내기 어렵기 해놓았다. 고객센터에서 들어가서 들어가고 들어가야 가능하다. 보통 우편으로 답장을 받는다고 한다. 한국 페북은 따로 없어서 본사 문의 같지만 보내봤는데 일주일동안 회신이 없다. 일단 포기했다. 요즘 네이버도 그렇고 왜 이리 고객센터를 다들 어렵게 해놓았나 하고 찾아보니 고객센터에 오는 스팸양이 많아서란다. 그래서 우편으로는 받나? 젠장할. 빌어먹을 it! 빌어먹을 페북! 스팸과 해킹이 느니 그것들이 어렵게 기술로 대체하고 그러니 복구 과정도 험난하구나. 역시 기술을 우리를 힘들게 한다는 투덜만 계속 늘어놓는다. 또 작전을 바꿔야겠다. 일단 계정 삭제는 포기했다.



내 계정을 쓰는 내가 모르는 그녀가 페북 업댓을 하는 걸 지켜봤다. 그러다가 단순하면서 멍청한 생각을 해봤다. 그냥 친구를 파악해서 친구를 맞추자라는 멍청하지만 나름 확실한 방법을. 그렇게 널 잡고 말리라. 몇년이 지났으니 내 이름 정도는 잊어먹을테고 보통 동남아 분들은 한국인 페북 친구에 적극적이니 친구 추가 보내면 받아줄 거라 판단했다. 다행히도 생각한대로 받았다. 생년월일이나 기타 정보를 알면 내가 로그인하기 더 쉬울거 같은데 다 비공개였다. 역시나 치밀학고 영민한 그녀. 결국 친구 얼굴들을 외워야 한다. 그렇게 내 페북보다 그녀의 페북을 살펴보고 내 친구들보다 그녀의 친구 페북들 사진을 살펴보게 되었다. 빌어먹게 똑똑하면서 멍청한 페북은 사진을 프로필만 해주지 않고 다양하게 보여주더라. 젠장할!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 태어나고 자란 그녀와 그녀의 친구들을 사진을 주구장창보고 그녀의 소식도 보았다. 사실 동남아 분들의 얼굴은 구별하기 쉽지 않아서 계속 다시 보고 다시 봐야했다. 게다가 몇개를 맞췄는지 알려주지 않는 페북이니! 계속 다시 봤다. 하루에 다 볼 수는 없고 며칠 몇십일에 걸쳐서 계속 봤다.



이것이 스톡홀름 증후군인가. 계속 그렇게 보다보니 애정이 생겼다. 전혀 모르는 이들의 얼굴과 이름을 외워가니 가까워지는 듯한 느낌이 든다. 사진도 여러개 보니 내 친구보다 더 잘 맞출거 같다. 차니카, 기잴라?, 핀치루 등등 참 그 친구들은 잘 사는 거 같드라. 학생인 그녀의 이야기와 전혀 내가 겪어보질 못할, 그리고 앞으로 없을 캄보디아의 학생 이야기는 많진 않아도 생각보단 재밌게 보게 되었다. 그러다가 그녀가 며칠전부터 사랑에 빠진거 같았다. 사랑에 빠진다면 힘들다는 글들만 자주 올라왔다. 내 계정을 쓰는, 이름도 알고 얼굴도 알지만, 전혀 모르는 영민하고 치밀한 그녀의 사랑의 아픔은 나에게 전달될 정도로 많았고 풋풋하고 진실되어 보였다. 그래! 내 페북은 해킹했어도, 그걸 어떻게든 유지하고 있어도 너는 아직 학생 시절 사랑의 아픔을 겪는 보통 귀여운 아이구나



통 바빠서 내 페북도 그녀의 페북도 들어가지 못했다. 오랜간만에 들어가서 뉴스피드에 뜬 그녀의 데이트 사진을 보았다. 내 계정으로 만들어진 그녀의 페북은 행복한 데이트 사진으로 도배되었다. 커버사진도 서로 뽀뽀하는 사진으로 해놓았다. 그래서 나는 다시 삭제 퀴즈를 맞추고 있다. 내가 꼭 너 찾아내서 잡고 지우리라. 이놈의 빌어먹을 페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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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루이
14/10/02 01:32
수정 아이콘
크크크 응원합니다!!
애패는 엄마
14/10/02 11:58
수정 아이콘
크크 일단 감사합니다?
14/10/02 01:43
수정 아이콘
이러다가 둘이 이루어지면 기냥 영화네요!!
애패는 엄마
14/10/02 11:59
수정 아이콘
저는 그냥 저보다는 하고 있는 그녀의 사랑을 응원하는게 좋을 거 같습니다! 크크 페북은 지울거지만..
지나가다...
14/10/02 01:56
수정 아이콘
아니 그런데 저렇게 정상적으로 쓸 거라면 해킹은 대체 왜 한 건가요? 크크크
애패는 엄마
14/10/02 12:01
수정 아이콘
저도 도대체 이해가 안가는데 구글링보다 네이버 검색했더니 이런 케이스가 종종 있더군요.
가장 비슷한 케이스로는 이렇게 남이 쓰다가 지우고 자기가 다시 쓰니 페북 친구들이 후아유하고 메시지 보냈다는 글도 봤네요.
도대체 왜 그럴까요?
王天君
14/10/02 08:52
수정 아이콘
으크킄크크크킄크
애패는 엄마
14/10/02 12:03
수정 아이콘
흑흑흑흑흑흑..
14/10/02 09:13
수정 아이콘
사랑엔 국경이 없죠. 응원합니다. 크크크크크
애패는 엄마
14/10/02 12:05
수정 아이콘
사랑에는 국경도 나이도 없지만 취향이...응원은 페북  꼭 지우라는 응원으로 받아들일 거에요 흑흑
탄산수
14/10/02 10:05
수정 아이콘
신기하네요. 제 지인도 똑같은 방법으로 캄보디아 사람이 페북을 쓰고 있었대요. 그분은 고객센터에 몇 번 메일을 보냈으나, 정책상 불가하다는 답변만 받다가, 지메일캡쳐+여권스캔+지메일 핸드폰 인증으로 비번 초기화할 수 있게 바꿔줬답니다. 그리고 로그인 후 광속 삭제 시전...

근데 이해가 안가는게 지메일 어차피 공짜인데, 페북 아이디에 왜 굳이 다른 사람이 이미 사용하고 있는 지메일을 사용하는지 정말 미스테리합니다.
애패는 엄마
14/10/02 12:08
수정 아이콘
저도 저 페북 계정 해킹 당한 것에 대해 해결 방법 찾아보려 이리 저리 검색해보니 이런 경우가 종종 있더군요.
이해가 안가요. 차라리 무슨 야동이나 광고하면 모르겠는데 왜 그럴까요. (어차피 저 계정은 친구 3명이라 광고할 것도 없지만)
여권 스캔본 보내면 해준다고는 하던데 더 찜찜해서 그냥 이런 단순 무식한 방법을 쓰고 있습니다.
블링이
14/10/02 10:27
수정 아이콘
재밌게 잘 봤습니다. 크크크
애패는 엄마
14/10/02 12:09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14/10/02 10:42
수정 아이콘
분노가 느껴지는군요 크크크크
애패는 엄마
14/10/02 12:09
수정 아이콘
그래도 자고 나니깐 열정과 분노가 반으로 줄었네요. 크크크
말다했죠
14/10/02 13:59
수정 아이콘
저도 똑같은 방법으로 해킹 당했는데 고객센터 문의 절차 밟아서 신분증 보내고 별 짓을 다해도 자동답변 외 확인 안하다가 2주 뒤에 '뜬금없이 Facebook 고객 지원팀의 서비스에 대한 의견을 알려주세요.' 란 메일이 와서 극딜을 했더니 하루 뒤 해결되었습니다. 계정을 복구받고 가장 먼저 한 것은 물론 페북 탈퇴였구요.
애패는 엄마
14/10/02 17:20
수정 아이콘
페북에 욕막 계속 나오면서 쓰고 있는 현실이죠.
세츠나
14/10/02 16:55
수정 아이콘
종종 있는 경우인가보군요. 근데 정말 이해가 안되네요. 정상적으로 쓰려고 해킹한다? 부계정을 두기 위해서 그러는걸까요??
평범하게 쓰려고 해킹하는 경우가 꽤 있다는건 뭔가 납득할만한 이유가 있다는건데...계정을 맘대로 못만드는 나라인가;;;
애패는 엄마
14/10/02 17:21
수정 아이콘
검색해보면 해킹한 나라가 미국인인 경우도 있으니 못 만드는 나라라기보다는
글쎄요. 왜 그럴까요. 사이버 상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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