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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09/27 15:19:14
Name 해달
Subject [일반] [단상] 자조하는 분위기에 대하여.
안녕하세요. 눈팅러로 일년정도를 지낸 뉴비 피쟐러입니다.
처음으로 올리는 글이 꽤나 진지한 글이라 조금 긴장이 되네요.
그동안은 좀 더 작은 다른 커뮤니티에 글을 올리곤 했는데,
오늘은 좀 더 크고 넓은 장소로 나와보기로 결심했습니다.
오늘은 사회와 우리 스스로에 대한 자조적인 분위기에 대해 생각을 나누어보고 싶은 날입니다.

우리 사회에 자조의 분위기가 만연하고 있다고 말하면 과장일까요?
저는 미래를 비관하는, 또 비관을 당연시하는 글들을 보면 이해가 가면서도 기분이 착 가라앉습니다.
예전에 끄적여 놓았던 글 중 생각나는 부분이 있어 뽑아왔는데, 혼자 생각을 정리하던 글이라 아주 매끄럽지는 못할 듯 합니다.  
편의상 반말 그대로 올리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

#1
한번은, '집단으로서의 인간'에 대한 우리의 인식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흑백이 명확한 과거의 문제들은 잘 해결해왔을지 몰라도, 현재의 복잡한 문제들을 해결하기에 ‘집단’ 이라는 개체는 너무 어리석다는 생각이 만연해있다고 한다면 과장일까?
나는 그 판단에 의문을 제기하는데, 역사상 문제의 흑백이 명확했던 시절은 없지 않았나 – 라는 것이 그 중 한가지다.
정확히는, 어떠한 문제에 대해 반대측을 대화로 설득 할 수 있을 만큼 흑백이 명확했던 적은 없다.
인종차별, 성차별 같은 문제를 생각해봐도, 문제가 해결 된 건 차별주의자가 없었기 때문도, 평등주의자들의 논리가 완벽했기 때문도 아니었다.
그저 우리 중 다수가 어떠한 가치를 굳게 믿어서, 그 가치를 어떻게든 부정하려는 차별주의자들의 논리는 그냥 ‘무시해버리고’ 세상을 바꾸었을 뿐이다.

물론 이렇게 말할 수 있다.
다수가 그러한 믿음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이 바로 당시의 문제가 답이 명백했기 때문이 아니냐고.
혹은 믿음이 있어도 해결할 수 없는 현실을 보라고. 예전과는 세상이 다르다고.

그러면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우리는 지금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관찰하는 것이다.”

#2
누구나 살면서 느껴왔겠지만, 발전은 결코 연속적이지 않다.
걸음마부터 시작해, 자전거도, 공부도, 연애도, 세상에 대한 이치도, 내가 그걸 연습하고 고민한다 해서 게임 경험치 오르듯 차근차근 배워지지 않는다.
그보다는 어느 순간, 갑자기, 나의 내면의 무언가가 눈을 뜨며 모든 것이 다르게 행해지고 다르게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나는 사회의 발전에 대해서도 그와 같은 관점을 갖고 있다.

인류 역사에 최초의 왕과 귀족이 등장한 이후, 우리는 그들과 그들의 권력이 일으키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오랜 시간 고민해왔다.
폭정을 일삼다 반란에 목이 떨어지는 것은 어느 쪽에도 좋을 일이 아니었기에, 모든 나라에서 그들의 역사를 기록하고, 그들 스스로 규범을 만들며 스스로를 통제하려 노력해왔다.
그러나 동서양을 막론한 수많은 서적들이 통치자에게 덕과 자질을 가르치려 했고, 법치주의의 등장은 일관되고 올바른 권력 행사를 강제하려 했지만, 이는 결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했다.
결국 차별적인 권력이나 계급의 존재가 문제라는, 애초에 폭정이 일어날 가능성을 허락하는 시스템 자체가 문제라는 결론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수천년간 똑같은 실패를 반복했다.
그리고 한번 수문이 열리자 사회의 변화는 봇물처럼 밀려들어왔다.

사실 그 이후의 수많은 변화들은, 내 관점에선 거의 ‘공짜’ 였다.
한번 스스로 움직이기 시작한 사회는 ‘내가 지금 움직이고 있어!>_<’ 라며 나르시시즘에 빠져있었고, 평등과 인권이라는 키워드를 여기저기 자유롭게 가져다 붙이며 새로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우리가 그 키워드를 처음으로 꺼내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성과 없이 흘러갔었는지 기억하면 정말로 ‘공짜’에 가까웠다.
사실 이 기간동안 수많은 변화가 가능했던 것은 시민들이 불의를 참지 않았기 때문도, 혹은 정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했기 때문도, 당시 지식인들과 정치인이 양심적이었기 때문도 아니었다.
그건 그저 맨 앞의 패를 넘어트리면 뒤의 패들은 저절로 넘어질 수 밖에 없는, 도미노 같은 현상이었을 뿐이다.
과학과 산업의 발달은 그 도미노가 훨씬 더 오래 지속되도록 만들었고, 우리는 민주주의 하에서는 문제의 해결이 원래 이만큼 쉬운 것인냥 착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우리는 아주 오랜만에 어려운 문제를, 충분한 시간과 충분한 노력을 들여야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만났다.
정확히는 경제 성장이 멈추고 쉬운 문제들이 점점 사라지며, 항상 우리 곁에 있었지만 외면해오던 문제를 이제는 직시해야만 할 떄가 된 것이다.

그리고 공짜에 익숙해진 우리는 성급히 외치고 있다.
“왜 이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거지?”

#3
사실 우리나라의 자조적이고 무기력한 현실은,
깜짝 놀라기를 좋아하는 사회학자라면 깜짝 놀랄만한 일인지도 모른다.
'무얼 해도 잠시 바뀌는 것 처럼 보일 뿐 결국 소용없어' 라는 개념을 그들은 어떻게 배웠단 말인가?
우리가 종종 대중의 집단적 지능과 판단력에 대해 중우라는 단어로 폄훼하는 때가 있음을 생각하면, 누군가 가르쳐주지도, 스스로 공부한적도 없는 군중들이, 스스로 근시안적이고 일시적인 해결책을 거부하는 현상은 놀랍지 않은가?

우리는 그에 대해 놀라는 대신 종종 ‘봉건주의에나 알맞은 국민성’ 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만, 그러한 표현은 절대로 옳지 않다.
과거의 백성들은 폭정 하에서도 그들이 힘이 없다고 생각해서, 혹은 무서워서, 변화를 이루지 못했다. 그들은 폭정에 순응해서 살더라도, 언제나 성군의 등장과 영웅의 등장을 바랬다. 그들은 지금의 영웅이 곧 미래의 폭군이 되고 말거라는 회의에 젖어있지는 않았다.
그러나 우리는 다르다.
힘이 없다고 말하는 건 같더라도, 우리는 사실 힘이 있음을 알고 있다.
안될거야 - 라고 말하는 사람도, 한국을 떠야해 - 라고 말하는 사람도, 결코 우리가 정말로 힘이 없지는 않다는 것을 안다.
다만 우리는 그에 들어가는 시간과 노력에 비해, 실질적으로 아무런 변화를 만들어내지 못할 거라는 공감대를 갖기 시작한 것이다.
오늘날 우리가 말하는 '우리는 안될거야' 는 '쓸데 없는 일에 힘을 빼지 않겠다' 라는 의미다.

이건 정말로 놀라운 일일지도 모른다.

#4.
국민보다 자신의 이익을 챙기려는 정치인의, 혹은 인간 본연의 습성은 비단 우리나라 뿐 아닌 전세계의 문제지만, 결과의 차이는 얼마나 이 체제에 대한 신념을 가지고 올바른 사회를 유지하려고 노력하느냐는 것에서 발생한다.
몇 나라들은 운 좋게도 정치인부터 국민까지 모두가 그들의 신념을 지키며 민주국가의 이상적인 모습으로 뭇 나라들의 부러움을 사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나라들은 개인의 이기심과 도덕 사이에서 끝없이 갈등하고 있다.
그리고 세계에서 돈의 중요성을 가장 뼈저리게 느끼는 국민들이 사는 우리나라는, 도덕으로 이기심을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려버린 듯, 끝없이 후퇴중이다.

그런데 왕과 귀족과 국민들이 노력하면 왕권 국가도 좋은 나라가 될 수 있다.
정부와 정치인, 공무원과 일반 시민들이 모두 착하게 행동하려고 노력하면 물론 좋은 나라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그저 다음 왕이 착한 왕이기를 기도하기보다는 좀 더 확실한 걸 원했듯이,
또한 겉으로 국민을 위한다는 정치인이 실제로 우리를 위해 일해주길 기도하기보다는 좀 더 확실한 무언가를 원하지 않는가?

나는 우리가 다른 어떤 나라의 국민들보다 현 체제에 대한 믿음이나 신념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건 다른 말로, 우리가 다른 어떤 나라 국민보다 체제의 기능에 대해 객관적인 시각을 가졌다는 뜻이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가장 쉬운 상태에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나는 민주주의가 지향하는 가치를 믿는다.
그러나 누군가 그 가치를 위해 스스로의 이익을 포기해주리라 믿으며 살고 싶지는 않다.
나는 돈의 중요성을 실감하며 사는 전형적인 대한민국 국민 중 한명으로, 정치인이 우리를 위해 스스로의 이익을 포기해주기를 바라는 것이 말도 안되는 희망일 뿐이라는 것을 안다.
그들이 국민을 위해 봉사해주는 운이 좋은 몇 나라를 부러워 하는 생각이야말로, 좋은 사회를 위해 우리 모두 이기심을 버리고 규칙과 신념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야말로, 어째 봉건주의와 공산주의의 사고 구조를 꼭 닮지 않았는가?

우리는 어느 나라보다도 빠르게 민주주의에 대한 막연한 기대와 환상을 버리고 있는 것이지, 민주주의의 가치를 버리고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과거 어느때보다 빠르게 사회 문제의 본질을 파악해나가고 있고, 또한 해결책을 찾으려 노력하고 있다.
우리는 인류 역사상 수천년간 반복되었던 "급한 불을 끄느라 본질을 보지 못하는" 과정을 수십년만에 마쳤다.

우리는 도덕은 이상이고 욕구는 현실이라는 것을 공산주의에 대한 자본주의의 승리를 보며 배웠다.
그리고 이제 정치도 도덕이 아닌 욕구에 의해 운영되어야 할 때인지도 모른다.
물론 이건 나의 생각이고 아닐 수도 있지만, 적어도,
우리는 지금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관찰하고 있을 뿐이다.

-------------------------------

저는 우리 사회가 개선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믿고,
그 변화가 앞으로 20년, 30년 내로 일어나기만 해도 엄청난 일이 될거라 기대합니다.

포인트는 좀 다르지만 적어도 거짓은 아닌게, 이미 어설픈 해결책 같은건 믿어주지도 않는 나라니까 애초에 변화가 없다면 모를까 바뀌었다면 당연히 엄청난 일이 생겼을테고요.

여튼 그래서 저는 수십년동안 계속할수 있을 만큼의 시간과 노력만으로, 가끔 지인들과 혹은 커뮤니티의 사람들과 이야기를 시도하며 살고 있습니다.

피쟐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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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실격
14/09/27 15:24
수정 아이콘
참 긍정적이시네요. 저는 올해 기점으로 한국 사회는 포기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사회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포기했다는 뜻이 아니라, 이 사회가 제가 생각하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할 수 있겠다..라는 가능성에 대한 희망을 놓은 거죠. 물론 제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일들은 하겠지만요.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가슴속엔 불가능한 꿈을 가지자" 라는 출처 모를 말을 참 좋아하는데, 제가 본 이 사회 구성원들 상당수는 그 꿈이라는 걸 말 그대로 불가능한 것으로 보게끔 만드는 것 같습니다.

추가로 왜 사람들이 자조적이 되었느냐, 경험이 그렇게 만든 것입니다. 스스로 자조적으로 되고 싶어서 그런게 아니라.
마스터충달
14/09/27 18:03
수정 아이콘
그거 체 게바라의 말이었던걸로 기억합니다
당근매니아
14/09/27 18:16
수정 아이콘
체 게바라 평전 작가가 덧붙였다는 말도 있고 68혁명 당시 만들어진 말이라는 얘기도 있고 분분하더라구요.
새강이
14/09/27 15:38
수정 아이콘
여러가지 생각이 들지만 각설하고..개인적으로 세월호 사고 이후 여러 국민들이 자원봉사를 하기위해 진도로 달려가는 모습에서는 희망을 보았습니다 그러나 정부 대처나 인명사고 문제를 정치문제로 끌고가서 국민들이 분열되고 9월말 현재 사고가 난지 5개월이 넘었는데도 근본적인 변화가 없는 이 모습에서 저는 절망을 보았고 점점 좌절하게 되네요..세월호 문제도 그렇고 군 문제도 그렇고 대체 몇년이 되었는데 변하지 않는건지..안타까울 뿐입니다.
종이사진
14/09/27 15:40
수정 아이콘
한국은 자정작용을 상실했습니다.

지난 정권에는 센덜, 이번 정권에는 피케티의 저서에 열광하고, 교황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을 알면서도 세월호 사태에 대한 전환점을 기대했죠. 내부의 지식인이나 종교인들에게 더이상 기대할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본문을 읽으면서 섬찟한 것이, 공직자들이 자신의 욕망을 위해 권력을 사유화하는 순간 독재자가 나타납니다. 국민의 세금으로 나라의 녹을 먹는 공직자들이 국민에게 헌신하길 바라는 것이 봉건국가나 공산주의 국가의 사고 구조라뇨. 국민이 주인으로 대접받는게 민주주의 입니다.
14/09/27 16:09
수정 아이콘
자조적이 되면 안된다는 말이 아니였습니다.
저도 현실에 대해 자조적이고, 또한 경험에 의해 자조적이 되었고, 우리 모두가 자조적인 것이 당연하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저는 우리나라 국민들이 다른 어느 나라 국민보다 먼저 시스템의 한계를 정확하게 꿰뚫어보기 시작했다고 생각합니다.
이 시스템 내에서 자조하는 것은, 착한 일은 아닐지 몰라도 매우 똑똑한 일입니다.
자조하지 않고 분노하고 노력하며 어떻게든 좀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보려 시도하는 것은, 본문을 빌려오면 '반란을 일으키고 폭군을 몰아내서' 잠시 조용한 세상을 만드는 것에 불과하죠.

저도 지금의 우리 사회를 포기한지는 오래 되었습니다.
저는 일하고, 취미생활을 즐기고, 친구와 노는 중에는 정치와 사회 문제에 눈을 감습니다.
다만 평생 이런 사회에서 살고 싶지는 않고, 장기적으로 보자면 한번 대대적인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기에, 가끔씩 이런 글을 쓰거나 대화를 하기도 하는거죠.

댓글분들의 의견에 저는 100% 동의합니다.
절대 기대할 것이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애초에 어떠한 기대를 하기에는 사실 아무런 대접을 하지 않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입니다.

저는 국회의원 기본급을 확 줄이고, 충분한 액수의 인센티브 - 국민의 평가에 의해 분배되는 - 를 놓고 서로 제로섬 게임을 벌이도록 하는 것도 꽤 좋은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데요.

다른 글의 한 부분을 또 옮겨볼테니 읽어보시고 의견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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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부정부패가 만연한 현실을 제하고 보면,
정치인이라는 직업은 그에 필요로 하는 능력과 져야하는 책임에 비하면 지나친 홀대를 받는 직업이 아닌가 싶다.
그들이 해야하는 일을 보면, 과연 오로지 당선 혹은 낙선으로만 평가받는 이 시스템이 그들에게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가?

나는 상상해본다.
대기업 사장과 다른 국회의원들을 설득해 기업용 전기세를 정상화 할 능력과 인맥을 지닌 사람이 있다면, - 일단 있다고 친다면 - 만약 내가 그라면, 과연 그 엄청난 능력과 인맥을 겨우 이런 일에 소모하고 싶을까?
어쩌면 우리는 정치능력이나 인맥이라는 것이 상당히 소모적인 자원이라는 것을 인식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누군가에게 손해를 감수하도록 할 수 있는 능력이라는 것은, 그것이 언젠가 그에 합당한, 혹은 더 큰 무엇인가를 돌려줄 암묵적인 약속 - 주로 불법적인 - 이 되어 있지 않다면, 지속될 수 없다는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애초에 인맥을 가지고 자라난 상류층이 아니라, 자수성가한 엘리트가 논리와 여론을 무기로 공격적으로 선행을 강제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한 사람이 나에게 주입할 수 있는 잔소리의 양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다.
그것이 올바른 길이라 해도, 다수를 적으로 돌리는 공격적인 행동을 영원히 지속할 수 있는 정치인은 없다. - 적어도 이 세상에서는 -
하나라도 바꿀수 있는 만큼 바꿔놓고, 능력이 다하고 이미지가 소비되고 나면 물러나는 것 보다는, 남들보다 조금만 더 올바르게 행동하며 오래오래 당선되는 길을 택하는 것이 그들에게 더 이득인 이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가?
구밀복검
14/09/27 19:09
수정 아이콘
저는 좀 달리 생각하는 것이, 지난 수 년 간 한국 사회에 만연해온 것은 패배주의와 열등감이며, 이 양자가 결합하면서 하향평준화 지향성과 사해x신주의를 낳았고(너나 나나 다 x도 없긴 매한가지 아니냐), 자조는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정착한 보호색과 같은 것이라고 봅니다. '저도 여러분과 똑같은 x신이에요 ㅠㅠ'와 같은 식으로 말이죠. 조금만 진지하고 사려 깊게 이야기해도 허세, 씹선비, 진지병 같은 용어가 동원된 욕을 먹으며, 감정적인 부분을 배제하고 엄밀한 방식으로 논의를 취하기만 해도 쿨한 척 허세 쩐다 쯔쯔라며 조롱당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죠. 자신보다 나은, 사해 중에 x신이 아닌 케이스가 있는, 하향 평준화로부터 예외가 나오는 상황을 못 견디는 거죠.
14/09/27 23:52
수정 아이콘
그렇게도 생각할 수 있다는데 동의합니다.
그리고 대다수는 구밀복검님의 분석에 더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저는 국민을 대상으로 정신분석을 하기 위해 글을 쓰지는 않았습니다.
우리 사회를 위와 같은 시각으로 바라봄으로써 해결책을 찾아낼 수 있다면,
근본적이고 획기적인 해결책을 찾아내도 국민이 거부할 정도로 우리가 막장인게 아니라면,
답이 없다는 결론으로 수렴하는 현재의 프레임 대신 새로운 프레임을 제시해보자는 의도로 글을 썼습니다.
사실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한 관점을 공유하기 위해 그것을 전달할 해석을 지어낸 겁니다.

생각해보면 분석이라는 것은 애초에 허구일 뿐이죠.
어떠한 목표를 이루거나 정확한 예측을 하기 위한 목적을 위해서가 아니라면,
너도 나도 절대 진실을 알 수 없는 제 3자의 마음에 대해 누가 더 정확하게 분석했느냐를 따지는 것은 참 의미없는 일이지 않을까요?
14/09/27 20:36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무감어수
14/09/27 22:08
수정 아이콘
수 년전, 씨랜드 사태를 똑똑히 관찰하면서 저는 한국 땅을 떠나기로 결심했고, 바로 타국생활을 시작했죠. 그리고 한 동안 국내 뉴스는 쳐다 보지도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지금 제 집 마당의 테이블에는 충무공의 액자와 도산의 초상화가 걸려있죠. ㅜ.ㅜ
Judas Pain
14/09/27 23:04
수정 아이콘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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