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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09/12 11:41:42
Name Neandertal
Subject [일반] 감기 박멸 시나리오...
출처: 본문은 Randall Munroe의 책 [What If?: Serious Scientific Answers to Absurd Hypothetical Questions] 내용의 일부를 정리한 것입니다.


감기라는 놈...짜증나죠...걸리면 콧물에 재채기에...약도 먹어야고...내가 걸리는 건 그렇다고 치더라도 애들이라도 걸리면...--;;;

감기는 여러 종류의 바이러스에 의해서 발생하지만 주범은 감기바이러스라고 불리는 리노바이러스(rhinovirus)라고 합니다. 우리 호모 사피엔스가 지구상에 발을 들여놓은 지도 어언 수십만 년이 넘어가는데 아직까지 감기하나 정복 못했다는 것은 좀 자존심 상하는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이폰 6 플러스가 출시되는 이 마당에 말입니다...



대충 이렇게 생긴 놈들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이런 상상을 해 봅니다. 사람들이 한 5주 정도 서로 멀리 떨어져서 격리되어 생활한다면 리노바이러스를 포함한 모든 변종 감기바이러스들을 절멸시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죠. 이 문제를 생각하기 위해서 우선 감기의 감염 경로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감기는 감기를 일으키는 바이러스들이 코와 목에 있는 세포들을 점령하면서 발생합니다. 며칠이 지나면 우리 몸의 면역체계는 이들의 침입을 눈치 채고 이들을 파괴합니다. 그러면 여러분들은 감기가 낫게 되고 이렇게 해서 생긴 특정 감기바이러스에 대한 면역성은 수년 간 지속된다고 합니다(물론 변종 감기바이러스가 침입하면 다시 감기에 걸리죠...).

문제는 이렇게 우리 몸이 자체적으로 감기바이러스를 처치하는 동안 이미 우리는 의도치 않게 주변 사람 한, 두 사람에게 감기를 전염시킨다는 것입니다. A -> B -> C -> D... 감기의 감염 사슬은 중간에 끊어지는 법 없이 이렇게 무한 루프를 반복하게 되는 거지요.

자 그렇다면 이러면 어떻겠습니다. 지구상의 전 인류가 감기에 걸렸든 말든 넉넉잡고 한 5주 정도 서로 격리되어서 홀로 시간을 보내는 겁니다. 그러면 그중 감기에 걸렸던 사람들은 자신들의 면역체계를 이용해서 자연적으로 감기를 치유할 것이고 감기 바이러스는 그 동안 다른 숙주를 발견할 수 없게 되므로 자연적으로 소멸될 것입니다. 여러 변종 감기바이러스들이 동시에 존재했었다고 해도 전 인류가 동시에 격리에 들어갔으므로 결국 그들은 다른 숙주를 찾지 못하게 되어 박멸의 길을 걸을 것입니다.

물론 이 계획에는 부작용도 있습니다. 전 인류가 5주 동안 경제활동을 중단할 경우 세계경제가 무너질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모든 인류가 다 편안한 곳에서 격리 생활을 한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무작위로 배정한다고 해도 어떤 사람들은 뜨거운 사하라 사막 한 가운데서 5주를 보내야 할 것이고 어떤 사람들은 살을 에이는 추위가 엄습하는 남극에서 5주를 보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이게 싫다면 좀 돈은 들겠지만 모든 인류에게 치명적인 전염병 발생 시 의료요원들이 착용하는 우주복 같은 보호 장비를 착용하게 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굳이 서로 멀리 떨어져 있지 않고 일상적인 공간에서 생활한다고 해도 똑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이것도 그리 유쾌한 일은 아니겠습니다만 하다못해 그래도 집에서 야동이라도 볼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래도 이 대단한 계획을 실행에 옮긴다고 가정해봅시다. 대략적인 계산에 따르면 이렇게 인류를 지구 전역으로 분산시켜 격리시킬 경우 나와 내 바로 옆 사람과의 거리는 약 77미터 정도가 된다고 합니다. 서로에게 감기를 점염시키기에는 너무 먼 거리이지요.

이런 식으로 전 인류가 5주 동안 홀로 도를 닦는다면 이론적으로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감기바이러스들이 박멸될 수 있습니다...(와!...만세!!!...^^)



그런데 말입니다...


이 계획에는 치명적인 약점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전 세계의 모든 인류들이 다 제대로 작동하는 면역체계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장기를 이식한 환자들의 경우 거부반응에 대한 우려 때문에 인위적으로 면역체계를 매우 약화시키게 만들기도 합니다. 환자들이나 노약자들인 경우 정상적인 건강한 사람들에 비해서 면역체계가 허약할 수 있고 이런 경우 감기 바이러스들은 이들의 체내에서 몇 주 심지어 수년 동안도 잠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전 인류의 5주 격리 후에도 어디선가 살아남은 바이러스가 다시 예정의 위용(?)을 뽐내며 세상을 정복하는 데는 그리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고 우리는 모두 쓸데없이 5주의 불편함을 감수한 셈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굳이 감기 바이러스들을 박멸할 이유도 없다고 합니다. 어렸을 때 이런 감기 바이러스에 노출이 되지 않았던 아이들은 나중에 면역체계에 장애가 올 가능성도 있다고 합니다. 약한 감기 바이러스들이 우리의 면역체계를 훈련시키고 정교하게 잘 다듬는 역할도 한다고 하는군요. 그러니까 복싱으로 치면 감기바이러스들이 나중에 마이크 타이슨 같은 놈들을 만날 때를 대비해서 우리의 스파링 파트너가 돼 준다는 말입니다.

감기라는 놈...걸리면 좀 불편하긴 해도 그냥 우리랑 같이 평생 가야할 것 같습니다...사실 이만하면 이제 서로 고운 정 미운 정 다 들지 않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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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에서
14/09/12 11:45
수정 아이콘
글 제목만 봐도 네안데르탈 님이 쓴 거라고 바로 짐작이 갑니다.
오늘도 재미있는 글 잘 읽었습니다.
14/09/12 11:45
수정 아이콘
인간만 신경쓴거고 동물들이나 기타 전염매체들도 생각해야하지 않을까요?;;;
Neandertal
14/09/12 11:47
수정 아이콘
제가 문외한입니다만 듣기로 감기바이러스는 사람 대 동물로는 전염이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몽키매직
14/09/12 11:51
수정 아이콘
감기 바이러스가 한 가지도 아니고, 인수 공통 감염도 상당히 많습니다.
Neandertal
14/09/12 11:51
수정 아이콘
그렇다면 저 시나리오는 그 자체로 붕괴로군요..--;;; 어차피 안 될 시나리오...ㅠㅠ
14/09/12 11:50
수정 아이콘
감기걸렸습니다.
저런 끔찍한 놈들이 제 몸안에 있다니...
모두 감~기 조심하세요~
Neandertal
14/09/12 11:51
수정 아이콘
본인의 면역체계를 믿으세요...^^
Siriuslee
14/09/12 11:55
수정 아이콘
추석이 지나 10일 집에 올라왔는데,
저랑 와이프랑 감기가 걸렸습니다.
심한건 아니지만.. 잘 놀고와서 왜 감기냐.. 라고 생각한 후

오늘 아침에 출근하기 위해서 준비하는 중에 한가지 깨달은것이 있습니다.

바닥에 먼지가!!! 우리가 1주일동안 집 청소를 안했구나..
Neandertal
14/09/12 11:57
수정 아이콘
Siriuslee님은 리노바이러스의 영원한 동반자...쿨럭...--;;;
영원한초보
14/09/12 11:57
수정 아이콘
감기로 단련하고 에볼라를 이기자?!??
Neandertal
14/09/12 11:57
수정 아이콘
아무리 그래도 마이크 타이슨은 좀 버겁지 않을까요?...--;;;
영원한초보
14/09/12 12:18
수정 아이콘
목숨이 위험합니다!!
MLB류현진
14/09/12 12:02
수정 아이콘
목감기 3일끝나자마자 코감기에 두통에 시달리고 있었는데.. 감기글이라니..
올해 첫 감기라 그런지 힘드네요..
Neandertal
14/09/12 12:06
수정 아이콘
빨리 쾌차하세요...^^...아무래도 이 시키들 박멸을 시키긴 시켜야겠네...--;;;
라이트닝
14/09/12 12:10
수정 아이콘
장기이식등을 이유로 꾸준히 면역억제제를 복용하는 사람도 있고
후천성 면역결핍증에 걸린 사람도 많으니 fail될수밖에 없겠군요
Acecracker
14/09/12 12:13
수정 아이콘
표면에 예쁘게 양각된 별모양을 보십시오.
저렇게 예쁜 것들을 박멸해야겠습니까?
제가 추석때 분양받아서 지금 목에 키우고 있는데 간질간질 애교도 부리고 그럽니다.
날돌고래
14/09/12 12:16
수정 아이콘
인간주제에 바이러스를 이긴다고?
켈로그김
14/09/12 12:38
수정 아이콘
그리고 의료계는 멸망하였다고 합니다.. 끝..
사티레브
14/09/12 12:46
수정 아이콘
감기나 저런 바이러스류가 사라지면(?!) 의약업계는 얼마나 축소될거같으세요?
켈로그김
14/09/12 12:50
수정 아이콘
근거없이 대충 때려잡아보면.. 임상직종은(의사,약사,한의사,간호사 등..) 1/3이하로 축소.
제약업계는 1/10 이하로 축소.. 정도 되지 않을까 합니다.

저는 가장 먼저 빠져나가서 군고구마 장사나..
사티레브
14/09/12 12:52
수정 아이콘
여름엔...

답변감사합니다!
켈로그김
14/09/12 12:53
수정 아이콘
생과일쥬스... ㅠㅠ
레지엔
14/09/12 14:00
수정 아이콘
전 반대로 늘 거라고 보는쪽입니다. 위에도 나왔듯 저거 없어지면 다른 면역 능력 저하로 문제가 발생할 거라... 그리고 감기는 양으로 커버해야 돈이 되지만 이런 문제는 치료도 길고 약도 비쌀 가능성이 높음.
소독용 에탄올
14/09/12 15:12
수정 아이콘
의료비수요증가와 지출여력증가는 함께하지 않기 때문에, 현재 빈곤국가에서 나타나는 "뭐 죽으면 어쩔수 없지"가 확산될 가능성이 있어서......
레지엔
14/09/12 17:26
수정 아이콘
그쯤 되면 어차피 현대의 EBM 풍조가 나오기 어려워서, 돈 벌기는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켈로그김
14/09/12 17:21
수정 아이콘
근데.. 일단 수요창출을 하려고 해도 일단 사람들을 오게는 만들어야 그게 가능한데,
객단가가 높아질지언정 객 수가 줄어버려서..

레지엔님 말씀대로 면역쪽 파이가 커진다면 총 소비액은 유지가 될 수 있을거 같기도 하네요.
근데.. 난 아마 살아남지 못할거야 아마..
레지엔
14/09/12 17:27
수정 아이콘
스테로이드를 일반의약품으로 팔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오히려 총 질환 유병률이 늘고, 대부분 난치 질환이라서 소수의 단골 장사로 동네별 분업화가 가능할 거라고 봐요 저 상황은. 감기는 기껏해야 내원 두 번에 약국 세 번...
켈로그김
14/09/12 17:39
수정 아이콘
동네에서 짱먹으면 아름다운 그림이 될거같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단골도 못잡고 손가락만 쪾쪾 빨고있을 그림도 그려지네요 -_-;;
놀라운 본능
14/09/12 12:44
수정 아이콘
처음에는 이게 머야 하면서 봤는데
이제 언제쯤 글을 또 쓰시나 기다리게 하시네요
토쁜이
14/09/12 12:45
수정 아이콘
진지빨자면.. 숙주를 하나만 두는 애들은 잘 없어요. 증상이 나타나는 종숙주와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중간 숙주로 나뉘지요.
인간이 걸리는 감기의 종숙주가 인간이라면, 그것을 매개하는 다른 중간숙주들이 많습니다. 인수공통감염되는 조류독감같은 것도 있고요..
그래서 사람간 격리로 인간에게서 감기바이러스를 다 걷어낸다고 하더라도 다른 동물들이 와서 득달같이 또 감염시킬거에요.
Plague Inc.를 해보시면 감염에 대해서 보다 더 이해하시기 좋을겁니다 흐흐

아 물론 인간 격리 + 중간숙주 싹 다 멸종 시키면 아마 감기도 같이 멸종되지 싶습니다. 모기 멸종되면 말라리아도 같이 멸종되듯이요.
토어사이드(~-_-)~
14/09/12 12:46
수정 아이콘
저 바이러스 모양 참 비쥬얼 예쁘네요;
맛스럽게 생긴 쌀과자처럼 생겼습니다 크크
Neandertal
14/09/12 12:48
수정 아이콘
아무리 그래도 드루와~! 드루와~! 하지는 마시길...--;;;
azurespace
14/09/12 14:45
수정 아이콘
잡스가 OS를 오픈하지 않은 건 매킨토시 이전에 애플 2 호환 기기를 허용해줬다가 그쪽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한 클레임은 클레임대로 받고 정작 자기네 수입은 줄어들었던 전례가 있었기 때문으로 알고 있습니다.
Legend0fProToss
14/09/12 16:59
수정 아이콘
콧물찔찔하면서 이글 읽으니 뭔가 묘하네요
크크 매우짜증나긴 하지만
가꿈 요정도는 아파줘도 사는데
지장은 없는듯합니다 크크
ArcanumToss
14/09/12 18:36
수정 아이콘
감기 치료제를 만들려다 포기한지 이미 오래라고 하더군요.
감기는 치료할 수 있는 게 아니라 견뎌내는 것이라고. 흐흐
Neandertal
14/09/12 18:47
수정 아이콘
아마도 변종이 너무 많아서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에볼라바이러스가 감기바이러스 같지 않다는 점을 다행으로 여겨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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