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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09/11 01:34:31
Name 화이트데이
Subject [일반] [리뷰, 스포] <루시>가 별로였던 주관적인 이유

철저하게 계획된 낚시성 마케팅

아마 영화를 보지 못한 상당수가 이 영화를 액션 영화로 생각하고 왔을 것이다. 나도 그랬고, 같이 간 내 여자친구도 마찬가지였다. 헐리우드의 섹스 심볼 중 하나인 스칼렛 요한슨이 마치 <어벤저스>의 '블랙 위도우' 처럼 악당을 초능력으로 제압하는 모습을 밑바탕으로 그렸으니까. 하지만 내 생각은 완벽히 무너졌다. 예고편은 이 영화를 '액션 영화'로 그리고 있었다. 하지만 까보면 이 영화는 액션보다는, 오히려 철학성에 집중한 영화이다. 치킨은 맛이 있다. 하지만 김치찌개를 맛있게 끓였는데 먹어보니 치킨 맛이 난다면 그걸 맛있는 음식이라고 할 수 있을까?

혹자는 <제 5원소>를 보러 갔다가 <매트릭스>를 보고 왔다고도 했다. 하지만 매트릭스가 엄청난 인기를 이끌 수 있었던 것은 영화 내에 묻어있는 '동양철학' 과 아직까지도 회자되는 수많은 특수영상 덕분이다. 심지어 매트릭스를 안 본 사람들도 매트릭스 명장면을 이야기하면 최소 두 가지 이상은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허리를 꺾으며 총알을 피한다던가, 수 십개의 카메라를 연결해서 만든 네오의 스탑모션이라던가.) <루시>에는 제 5원소와 같은 액션도 없고, 매트릭스와 같은 철학도 없다. 그리고 두 영화는 철학과 예술이란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은 영화였다. 그저 이 영화는 철저하게 액션 영화로 포장하며, 스칼렛 요한슨이라는 배우를 이용한 낚시성 마케팅이라고 밖에는 떠오르지 않는다.


철학도 아닌, 그렇다고 액션도 아닌

사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라는 쉽지 않다. 이에 성공한 영화는 <매트릭스>, <인셉션> 등 아직까지도 회자되고 있는, 영화 역사상에 남을 만한 최고의 명작들이다. 이 영화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쳤다. 액션은 두 말할 것도 없고, 철학 또한 그다지 인상깊지 못했다. 이 영화는 인간의 존재와 진화의 방향에 대해서 논한다. 하지만 이 한계를 인간이 쳐놓은 스스로의 그릇의 한계에 찾는다. (사실 주제 자체도 초등학교 고학년 때쯤 듣는 진부한 소재기이는 하지만, 지나치게 까내리는 것 같으니 넘어가자.) 그리고 최종적으로 그 의문을 관객들에게 던진다. 이 정도 했으면 주제에 대한 의문에 대해 영화는 힌트를 주어야한다.

하지만 질문에 대한 힌트가 투박했다. 적어도 이 영화가 인간의 진화 방향에 대한 그릇의 한계를 논하고 있다면, 이를 깨고 있는 모습을 보여야하는 것이 아닌가? 너무나도 뻔했다. 사실상 인류를 컨트롤할 수 있는 루시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좁은 모습만을 보여주고 있었다. 초능력으로 환자의 병명을 판단하고, 물건을 움직이고, 사람을 조종하고, 자신의 모습을 변장하는 정도는 이제까지 수 십번은 나온 진부한 장면이다. (그나마 통화 해킹 장면이 괜찮았는데 뭐 이것도 무슨 90년대에 나올 법한 홀로그램같이 표현해놓았다.) 마치 <트랜센던스>가 밟은 잘못된 전철을 그대로 밟고 가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펼쳐놓은 판에 비해서 루시가 보여주는 모습은 새롭다기 보다는 진부했다. 정작 그래놓고서 루시 본인은 사람과 전자기계를 컨트롤할 수 있음에도 열심히 자동차를 운전해서 병원까지 가고, 비행기를 12시간동안 타고 가며, 최종적으로는 USB 라는 극단적인 형태의 결과물을 내놓는다. 맙소사.

(적어도 이 영화가 성공했다면 아마 뤽 베송은 후대에 정말 까일만한 소스를 내놓은 것이다. <이벤트 호라이즌>이 무려 25세기를 표현하면서도 아직까지 콤뱃 디스크를 저장매체로 쓰고 있는 장면이라던가.)


부족한 캐릭터, 도대체 최민식은 왜 나왔을까

뤽 베송이 올드보이를 보고난 후, 최민식에 대한 배우를 스스로 데려왔다고 '들었다'. 하지만 최민식이라는, 한국 최고의 배우 중 하나인 그를 한국까지 와서 데리고 오려고 했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 '왜?' 라는 생각이 우선적으로 들었다. 그 정도로 루시를 제외한 다른 인물들의 캐릭터가 부족했다. 그가 필요했을 정도로 캐릭터는 깊지도 않았고, 실제로 많이 나오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민식은 극 중에서 3-4 번째로 장면이 많다.) 왜 그가 필요했냐는 의문에 대한 대답은 감독만이 할 수 있으려나?

사실 루시도 인상적이지는 못했다. 이유는 상기되어있다시피 철학성이 부족한데 나온 결과물이라고 생각한다. 주연이 이 정도인데 모건 프리먼, 최민식의 캐릭터가 얼마나 뒤떨어졌을지는 굳이 부연설명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특히나 장(극중 최민식이 연기한 캐릭터)이 루시와 대립하는 위치에 서는 악당이라고 하기에는 캐릭터가 '안좋다'라기보다는 '무관심하다' 라고 표현하는게 더 옳지 않을까? 극단적인 비유로 장은 포켓몬스터의 비주기였고, 따라오는 기타 잉여병력들은 로켓단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겉포장은 빠방했지만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창렬도 아니고, 그냥 무존재였다.


실패한 긴장감의 유지

영화 초반의 긴장감은 상당하다. 도입부에서 노먼 박사(극중 모건 프리먼)의 강연과 더불어 오버랩되는 표범의 사냥 장면은 상당히 아름다웠고 인상적이었다. 이후, 루시가 리처드에 의해 장 사장에 의해 납치되고 루시가 최초로 초능력을 사용하기 시작했을 때, 이 영화가 어디까지 갈 것인가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들었다. 하지만 긴장감은 그 곳이 피크였고 내리 하향세만을 걷고 말았다.

혹자들은 '아는만큼 보이는 영화'라고 평한다. 영화는 소설이 아니다. 단순히 관객들의 상상력으로 토스를 해야한다면, 적어도 그 밑바탕은 영화가 그려주어야 하는 것이다. 검은색 배경에 소리만 들리는 것이 '명작'이라 평받을 수 있을까? <루시>는 지나칠 정도로 불친절하게 그려놓았다. 지나친 불편함은 몰입과 긴장에 지나칠 정도로 방해가 되는 요소로 작용되고 말았다.

- - - - - - - - - - - - -

글을 일주일 간격으로 붙여쓰니 영 엉성하기 그지없는 글이 되어버렸네요. 개인적으로 올해에 본 영화 중 제일 돈 아까운 영화였습니다. 영화 외적으로나, 내적으로나 무엇 하나 마음에 드는 것 하나 없었던 영화였습니다. 마치 샤말란의 식스센스에 낚여서 해프닝을 보았던 기분일까요? 뤽 베송은 그저 레옹이 전부였습니다.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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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충달
14/09/11 01:47
수정 아이콘
뤽 베송 <그랑 블루>도 있습니다 ㅠ,ㅠ
아.... 나의 중2병 시절을 길러준 감독이 이렇게 되버릴 줄이야 ㅠ.ㅠ

루시 평들을 쭉 보자니
뤽 베송이 만든 <성소재>라는 느낌이 드네요;;;;
오레키|호타로
14/09/11 09:05
수정 아이콘
아무리 그래도 성소재라뇨. 루시는 그래도 볼만은 해요.
一切唯心造
14/09/11 01:52
수정 아이콘
CGV 한줄평들은 철학적인 소재라고 해서 기대했는데, 안봐야겠네요 -_-;
로랑보두앵
14/09/11 02:25
수정 아이콘
루시가 갑자기 천장을 기기 시작할때부터 큰일났다 싶었습니다...

그리고 화룡정점은 마지막 용트름.

미안한말이지만 삼류라고 하기에도 너무 진부한 영화입니다 ㅠ 그리고 왜이리 오그라드는 장면 들이 많은지;;
성동구
14/09/11 05:55
수정 아이콘
전 제5원소도 많이 유치하던데..... 뤽 베송은 레옹만 최고였어요.
사랑한순간의Fire
14/09/11 07:46
수정 아이콘
그랑블루는 볼만합니다 흐흐
14/09/11 08:18
수정 아이콘
제5원소가 더 철학적일겁니다...
스칼렛 요한슨이 뒤틀린 어미가 될때 제 혼도 다 빠져나가더군요.
14/09/11 09:06
수정 아이콘
레옹만큼을 기대하고 보지 않아서인지(사실 뤽 베송 작품인것도 영화 끝나고서야 알았습니다) 저는 나름 볼만했습니다. 뭔소리를 하고 싶은건지 우리가 뭘 생각해야되는건지 영화를 보고나서 직관적으로 생각이 든다기보다는 조금 더 뜯어봐야 알 수 있다는 점이 좀 불편했습니다만, 그냥 결말이 어떻든 그러려니하고 생각해버리게 됐어요. 왠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 영화가 이순신빨로 천만찍은 명량에 비해서 [영화]로서 부족하냐고 묻는다면 저는 [No]입니다. 부족한 부분이 눈에 띄지 않는건 아니지만, 본문에 나와있다시피 깔거리만 가득한 영화는 아닌 것 같구요.
나는 조석이다
14/09/11 09:42
수정 아이콘
초반부에 왠 치타가 임팔라 사냥하는 다큐장면부터 이게 뭐지?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고, 모건 프리만 강연 중간중간 나오는 다큐장면은 실소가 나왔으며, 마지막 요한슨이 검은 USB로 변하는 과정에서 유인원과 ET의 손가락 마주하는 장면을 보고는 올해의 제가 본 최악의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상업영화를 찍으면서 이렇게 영상과 편집이 허술하다니요.
윤가람
14/09/11 11:04
수정 아이콘
와이프랑 보러 갔다왔습니다.

보고 나오는데 참..... 뤽 베송 이양반 작품은 다신 안 볼거다 다짐 했네요.
증말....
Goldberg
14/09/12 16:27
수정 아이콘
어제 앤이랑 보고 왔는데 나오면서 웃음이 절로 나더군요.....이게 뭐야!!!!!!!!!
마직막 USB는 정말 압권이었습니다....
낭만토스
15/03/22 04:10
수정 아이콘
방금 보고 피지알 검색해보네요 ^^;;

아는 만큼 보여서.....실망도 큰겁니다
저 같은 과알못, 수알못은 딱히 불편하지 않더군요 흐흐

왕천군님이나 이터니티 님의 루시글에도 댓글을 달아서 여기는 짧게 남겨봅니다

'레이디 트렌센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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