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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09/08 00:24:01
Name 王天君
File #1 jessica_alba_in_sin_city_2_wide.jpg (402.5 KB), Download : 63
Subject [일반] (스포) 씬시티 2 A Dame to Kill for 보고 왔습니다.


전작과 거의 동일한 배경과 인물을 가지고 영화는 시작합니다. 씬시티는 여전히 넘치는 환락 가운데 불길하고 음험한 기운이 도사리는 공간입니다. 그 안에서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은 술잔을 제껴대고 조금만 심기를 어지럽히면 누군가에게 총구를 겨눕니다. 그리고 그 수상쩍은 흑백의 세계에 인상을 구기고 있는 상대방을 향해 성큼성큼 발걸음을 옮기며 기어이 붉은 액체를 흩뿌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10년이라는 공백의 탓인지 이제는 그런 스타일이 먹히지 않는 시대가 되버린 건지, 영화는 프롤로그의 이야기부터 촌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비공식 보안관 노릇을 하고 있는 마브가, 노숙자를 괴롭힌 풋내기 대학생들을 혼내준다는 이야기로 영화는 이야기의 포문을 열지만 글쎄요. 이건 그냥 단순한 폼잡기에 불과합니다. 씬시티의 폭력은 애초에 법과 정의가 감당할 수 불의에 맞설 때 그 풍미가 살아날 수 있는 것이니까요. 벌벌 떠는 애송이들을 상대로 힘자랑을 한들 그게 무슨 감흥이 있겠습니까. 그래서 마브의 이 첫 번째 이야기는 위악의 냄새가 납니다. 씬시티에 어울리지 않는 온정을 괜한 땡깡으로 얼버무리며 비정함을 가장하는 듯 해요. 문제는, 이 과장된 분위기가 모든 에피소드에서 그대로 느껴진다는 것입니다.

비교적 비슷한 분위기의 전작은 주인공들의 감정을 매개로 씬시티라는 가상의 공간과 이를 메우는 폭력을 중점적으로 보여줬습니다. 씬시티라는 도시가 얼마나 위험하고 치명적인지 허구적으로 창조된 세계와 그 세계에서 헤매는 캐릭터를 통해 남자들의 마초적인 판타지를 자극했죠. 그러나 이번 편에서 인물들은 거의 자아도취 수준으로 자신의 감정에 빠져있습니다. 그래서 그 감정들은 인물들 안에서 맴돌 뿐 전혀 와 닿지 않아요. 씬시티라는 세계 이전에, 무게만 잔뜩 잡는 건달들 천지의 공간으로만 비춰집니다. 이를 애써 감추려는 1인칭 시점의 나레이션도 장황하기만 할 뿐 그들의 일차원적인 선택과 행동에 딱히 깊이를 불어넣어지는 못합니다.

각 에피소드들은 전작만큼 자극을 이끌어내지 못합니다. 전작에는 살인마, 부패한 권력, 차별받는 약자 등 남자다움을 위시하는 소재와 비극이 있었죠. 그러나 이번 편은 매력적인 소재들이 파편으로만 존재할 뿐 이야기로서의 완결성을 갖추지 못합니다. 도박사 죠니의 에피소드가 대표적으로 그렇습니다. 씬시티의 절대권력 로어크 시장에게 도전한 그는 승리에도 불구하고 이후 시장의 비열한 폭력에 딴 돈을 다 뺏기고 손가락마저 부러지는 꼴을 겪습니다. 최후의 동전 하나로 다시 판돈을 만들어 로어크 시장에게 도전한 그는 참고 참다가 마침내 시장을 다시 한번 꺾습니다. 그렇지만, 그는 그 자리에서 로어크 시장에게 총을 맞고 죽습니다. 그리고 이 에피소드는 끝나버려요. 이처럼 보는 사람은 에피소드의 완결에서 ‘마침내’가 아니라 ‘그래서?’ 라고 느끼게 됩니다.

영화의 중심격인 아바의 에피소드 역시도 그렇습니다. 그녀는 드와이트의 전부인이고 치명적인 매력과 불우한 운명을 지닌, 남자들이 환장할 만한 스펙의 소유자입니다. 그렇지만 이 캐릭터를 활용은 너무 적나라하고 전형적이라서, 오히려 이야기 바깥으로 관객이 밀려나버립니다. 팜므파탈에게 휘둘리는 남자의 이야기를 오로지 육감적인 몸과 그녀의 충실한 똘마니로 설득하려는 시도가 성공적이긴 어렵겠죠. 이야기는 싸움꾼 마브와 뒷골목 창녀들의 힘을 빌려 종결됩니다만 감정의 해소나 카타르시스는 전혀 느껴지지 않습니다. 캐릭터들에 대한 어떤 연민이나 공감대도 느껴지지 않아요. 특히나 이 에피소드에서 미호라는 캐릭터를 통해 드러나는 오리엔탈리즘은 스타일로 봐주기에는 황당할 정도로 구시대적입니다.

영화는 각 배우들의 익숙한 이미지를 활용하고 있지만 거기에서 멈춥니다. 이야기랄 것은 없고 아귀가 들어맞지 않는 폭력과 섹스만이 듬성듬성 끼워져 있을 뿐입니다. 늙다리 아저씨들의 질펀한 술안줏거리를 두시간 동안 극장에서 보기에는, 눈도 귀도 전혀 빠져들지 못하네요. 프랭크 밀러의 작품들은 아무래도 시리즈로 보기에는 적절치 않은 이야기들인 게 분명합니다.

@ 암만 그래도 그렇지, 도박에서 돈 잃었다고 보는 앞에서 돈 딴 사람한테 해코지를 한다면 누가 그 도박판에 끼겠습니까? 최소한의 미학도 없으니 악역들도 전혀 공감이 되지 않아요.

@ 제시카 알바는 춤을 정말 잘 추네요.

@ 제이미 정의 헐리우드 활약을 응원하지만, 이렇게 신비의 동양 무술녀로 기억되는 게 정말 이득일련지요.

@ 부제 번역이 저게 뭡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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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니별일이
14/09/08 00:31
수정 아이콘
에바누나 어떤가요
NeverEverGiveUP
14/09/08 00:36
수정 아이콘
원작 코믹스 자체도 전편의 그것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퀄러티를 가지고 있었기에 기대없이 봤습니다.
코믹스를 영화로 옮긴 테크닉 측면에서는 사실 잘 만들었다는 평을 하고 싶습니다만, 중학생 머스마 수준의 섹시즘과 마초이즘을 토대로 하고, 데들리 미호같은 케릭터로 별 울림도 없는 오리엔탈리즘에 기대는 얕은 원작으로는 감동을 주긴 힘들죠.
마스터충달
14/09/08 00:39
수정 아이콘
요즘 은근히 볼 영화가 없는 기분입니다... 루시도 별로라는데 씬시티2도 별로라고 하시고;;;
열심히살자아자
14/09/08 01:19
수정 아이콘
루시 완전 재밌었는뎅..ㅠ_ㅠ
오도바리
14/09/08 01:46
수정 아이콘
에바그린의 캐릭터 자체는 전형적이긴 했지만 그걸 훌륭히 소화해냈다고 생각합니다. 흑백 배경에 빨간 입술, 파란 눈동자로 고혹스럽게 유혹하는데 안넘어갈 남자가 없겠더군요. 이정도의 제대로된 팜므파탈을 영화에서 내가 본 적이 있었나? 싶었습니다. 그리고 전 3D로 이 영화를 봤었는데, 꽤 괜찮더군요. 초반장면에 3D로 공을 많이 들인게 느껴졌습니다. 라이프오브파이 다음으로 볼만하더군요. 그리고 저는 전체적으로 이 영화의 영상, 분위기 등이 나름 신선해서 볼만했습니다 흐흐

ps 그리고 초반 도박사 죠니의 여자친구만 컬러로 나오는데, 그게 감독의 어떤 의도인지 혹시 왕천군님은 파악하셨나요? 전 잘 모르겠더군요.
王天君
14/09/08 06:57
수정 아이콘
이 영화에서 컬러로 나오는 게 별 의미가 있을려나요. 굳이 의미를 찾자면 씬시티의 어둠에 아직 물들지 않은, 순진한 사람 정도?
王天君
14/09/08 07:00
수정 아이콘
예전에 이동진 평론가가 한 말을 그대로 옮기자면, 섹시한 이미지의 배우가 섹시한 캐릭터를 맡을 때의 심심함이라고 할까요?
그리드세이버
14/09/08 10:57
수정 아이콘
다크히어로의 귀환이었나요..진짜 제가 배급담당자였으면 제목지은사람 시말서 내라고 했을 듯
자전거도둑
14/09/08 11:00
수정 아이콘
좋았던거... 에바그린은 진짜 여신임... 그리고 조셉고든래빗은 뭘해도 간지
빡인유케이
14/09/09 08:17
수정 아이콘
봐야겠네요..
maverickus
14/09/08 14:23
수정 아이콘
역시 원작이 최고죠
모지후
14/09/08 15:53
수정 아이콘
어제 씬시티 2 대신 다른 영화를 봤는데...전편을 못넘는 영화로 남게 되나봅니다. 북미에서도 흥행참패라고 하고.
불량공돌이
14/09/08 22:31
수정 아이콘
비슷한영화중 씬시티를 성공적이었다고 보고 스피릿을 실패라고 봅니다. 아직 신시티2를 보진않았지만, 리뷰를 보아하니 신시티보다는 스피릿에가까운가보군요. 십년전의 신시티는 정말 센세이션했습니다만 그 양식의 신선함만으로는 감흥을 느끼기어려워졌나봅니다.
14/09/09 20:02
수정 아이콘
전작 진짜 좋아해서 기대 엄청 많이 했는데 별론가 보네요...-_- 왜 내가 기대하는 작품들은 다 이러는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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