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주로 눈팅만 하거나 댓글만 소심하게 달다가 처음으로 용기를 내어 글을 써봅니다.

저는 결혼을 이틀 앞둔 예비신부입니다.

저는 pgr21이라는 사이트가 있는지 조차 모르고
스타크래프트는 아무리 봐도 도통 모르겠다던(지금도 그러네요 큭)
그저 그렇게 흔한 뇨자사람 이었습니다만,
이틀 후 저와 결혼하게 될 예비신랑님 덕에 이곳을 알게되었고
어느순간 사무실 PC 한 탭에 고정시켜둘 만큼 자주 들어오게 되었드랬죠.

저와 제 예비신랑이 처음 만난 곳은 잠실야구장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스타나 콩진호는 개뿔 모르지만
쪼매 덕덕향을 풍기는 야덕입니다. 그것도 엘지트윈스...
아마 저희들이 자녀를 낳게 된다면 선택의 여지없이 그 아이도 엘지트윈스 팬이 되겠죠...
(엄마가 미안하드아!!!)

누구나 그렇겠지만, 저 역시 어렴풋이 이상형이나 결혼에 대한 상상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냥 알고지내던 교회오빠들 중, 나를 확 휘어잡고 리드해줄 오빠에게 시집가지 않을까나 하는 상상이 있었죠.

그런데 어느날 잠실야구장에 갔다가 뚜둥! 하고 만나게 된 이 남자사람은
오빠도 아니고 연하였으묘,
서울에 데이트할 만한 곳이 어디인지 거의 모르다시피 한 강원도 감자골 남자였으묘,
그렇게 막 스타일리쉬해서 눈에 훅 하고 띄는 멋짐이도 아니었습니다.

근데 연하여서 귀여웠고
나와 함께가고, 함께 하는 모든것이 대부분 처음이라며 좋아하는게 너무 사랑스러웠고
스타일리쉬 하지 않으니 꾸며주는게 또 재미나는
내가 상상하는 것을 다 뛰어넘게 만들어주는 신기방기한 남자가 되어주었습니다.

그리고 저희 아버지가 돌아가셨을때에도
묵묵히 상주노릇 다 해주고
꺼림직할수도 있었을텐데 아버지를 직접 들어 입관해드리고
아버지에게 저와 엄마를 제가 잘 보살필테니 너무 걱정하지 마시라고 말하며 울던
이 남자와 저는 평생을 함께 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되었죠.

결혼을 코 앞에 두고 생각해보니
사람의 인연은 정말 정해져있는게 아닐까 하고 생각해봅니다.
물론 살면서 설레임과 떨림도 사라지고 삶의 치열함 속에서 지금의 풋풋함을 잃어갈지는 모르겠지만
부부로서 이 사람을 만나게 된 것은 내 인생 최고의 만루홈런이라고, 그렇게 생각하며 살아가고 싶네요.

첫글이 자랑질이라 죄송하구요 크크

ASKY 하지 마시고 모든 피잘러 분들에게도 행복한 인연이 가득 넘치시길 바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