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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08/06 22:04:40
Name endogeneity
Subject [일반] 사형의 억제효과에 관한 미국의 저명한 범죄학자들의 태도




이 글에선 M. Radelet, T. Lacock, "RECENT DEVELOPMENTS: DO EXECUTIONS LOWER HOMICIDE RATES?: THE VIEWS OF
LEADING CRIMINOLOGISTS"(The Journal of Criminal Law and Criminology, 2009)의 서베이 결과를 참조하여

사형의 억제효과에 대한 미국 학계의 비교적 최근 태도를 소개해보고자 합니다.

설문 결과를 간단히 요약하면, 대부분의 응답자들은 사형의 억제효과에 부정적이었습니다.

총 12가지 중에서 특히 흥미로운 것을 5개만 추려보면
















설문 결과들을 요약하면 사형은 살인범죄율 감소효과가 없고(설문 1), 다른 범죄들의 범죄율 감소효과도 없고(설문 12), 사형 집행을 좀더 자주 한다고 추가적 억제효과가 있으리라 생각되지도 않고(설문 9), 사형 존치주에서 사형을 폐지한다고 살인범죄율에 어떤 심각한 변동이 있을 것 같지도 않고(설문2), 그리고 사형 논쟁은 입법자들을 범죄문제의 진짜 해결책으로부터 유리되게 하는 부정적 효과가 있다(설문 5)는 것입니다.


저자들 자신의 표현을 빌리면



"In short, the consensus among criminologists is that the death penalty does not add any significant deterrent effect above that of long-term imprisonment."(504p)









* 이 학자들은 1996년에도 동일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는데 위 표를 보시면 96년 조사와 08년 조사에 별로 큰 차이는 없다는 것도 아실 수 있습니다.


** 이 설문의 대상이 된 이른바 '저명한 범죄학자'는 세계 최대의 범죄학 학회인 The American Society of Criminology의 총 3500여명의 회원 중(2008년 시점, 세계 50개국) (1) 석학회원으로서 (2) EDWIN H. SUTHERLAND AWARD 수상자이거나 (3) 학회장이었던 자로 총 94명이 대상이 됬고, 그 중 설문지를 받고 실제로 답변에 응한 인원은 79명이었다고 합니다.


*** 그런데 각 문항마다 응답자 총원이 79에 못미치는 모습이 보이는데, 설문지를 받은 '석학'들이 일부 문항엔 답하지 않은 데서 기인합니다. 저자들에 의하면 3명의 '석학'들은 딱 한두 문항만 응답하고서 설문 내용을 까는 답장을 함께 보냈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문항에 좀 중복이 많아보이긴 했습니다. 결론에 영향이 있는 것 같진 않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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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병기캐리어
14/08/06 22:16
수정 아이콘
영어를 모르니 뭐라 할 말이 없다
사악군
14/08/06 22:17
수정 아이콘
아무리 석학들이라 해도 석학들을 상대로 하는 '설문조사'가 크게 의미 있는 건지 잘 모르겠군요.
사형폐지론이 다수설이라는 건 이런 설문조사를 안해도 확인되는 바인데 법학에서의 학설은 자연과학의
학설과 달리 정오가 가려진다기 보다는 근거를 들어 얘기하는 주장에 가까운 것이죠.
범죄학자들이라 해도 모든 주제에 대해 연구를 진행하는 것도 아니고요.
질문이 '사형의 억제효과'에 대해 연구한 여러 범죄학자들에게 연구 결과가 어떠냐는 질문이면 몰라도
그냥 범죄학자들에게 'Do you feel~'로 시작되는 질문은 그냥 당신은 사형폐지론자 이냐 존치론자이냐를 묻는 것 이상의 의미가 되지 않을 것 같네요.

'당신의 연구 결과에 비추어 볼때, ~합니까?' 같은 질문이라면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설문내용을 깠다는 석학들이 어떤 부분을 깠는지 궁금하네요.

그리고 아주 당연하게도.. 대체로 학계는 실무자들에 비해 진보적인 경향이 있죠.
모른다는것을안다
14/08/06 22:34
수정 아이콘
실제로 폐지론이 다수설이라는 것을 입증하는것도 조금은 의미가 있지 않을까요? 다수설이라는 것도 치열한 부분 보면 교과서마다 다르기도 하니까요 크크
특히 이 설문조사는 압도적으로 다수설(이정도면 통설이라고 봐야하지 않나 싶어요.)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결과라 개인적으로는 의미가 있지 않나 싶네요.

저도 깐 부분이 궁금하네요. '왜 똑같은질문 계속하냐!' 일까요 '나 존치론자인데 왜 빤히 보이게 폐지론쪽으로 답변 유도하냐!'일까요?
endogeneity
14/08/06 22:40
수정 아이콘
(1) 일단 Criminology는 형사법학과는 구분되는 분야라고 봐야 됩니다.
이쪽 분야 논의를 경제학자나 사회학자들이 주도하는 점이라든가,
연구방법은 법학에서 흔한 판례연구 같은게 아니라 계량분석이 중심이 된다든가 하는 점이요.
단적으로 '사형의 억제효과'는 범죄학의 주제이지만, 형사법학에선 참고자료일 뿐입니다.

굳이 따지면 미국에선 법학이 경제학이라든가 범죄학 같은 인접학문과 협업이 잘되는 편인데, 우리나라는 그런 점이 다소 부족하다는 점은 있습니다.

(2) 그리고 EDWIN H. SUTHERLAND AWARD는 주로 '범죄 원인 연구나 일탈행동' 관련 연구에 관한 상이라(이 주제에 관해서만 주어진 상은 아니지만)
이 문제에 대해 연구성과가 있는 학자들로 대상자를 좁히는 효과가 있습니다.
덤으로 저런 상을 받은 학자들은 보통 경력이 좀 된 사람인 경우가 많으니 아무래도 '학계 인사라 진보적으로 되는 효과'가 좀 줄어드는 면이 있겠죠.

(3) 그리고 사실 문항 중엔

"8. Overall, how would you evaluate the empirical support for the deterrent effects of the death penalty?"

라고 해서 현재까지의 경험적 증거가 사형의 억제효과를 어느 정도까지 지지하는가에 대한 문항도 있었습니다.
이런 류의 문항은 자기가 아는 한 학계에 보고된 경험적 연구들의 태도를 말해보라는 취지일 것인데
결과는 다른 문항들과 대동소이하므로 별도로 언급하지 않았고요.

(4) 이 모든 것을 다 고려하더라도 사실 위의 문항들은
'사형의 억제효과에 관한 미국 학계의 전체적 의견'에 불과하다고 보는게 맞을 지 모릅니다.
굳이 따지면 서베이가 1996년, 2008년에 있었으므로
"90년대 중반~2000년대 후반 사이 사형 억제효과에 관한 미국 범죄학계의 태도" 정도라고 표현할 순 있겠죠.
14/08/06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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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번은 아무래도 영미법과 대륙법의 차이점에서 기인하는것 같아요. 영미법 학부때 잠깐 연계해서 공부했는데 그쪽은 아무래도 판례가 법원이다보니, 판례를 형성하기까지 상당한 과정을 거치더라구요. 그래서 단순히 검사 판사 변호인 3인체제에서 벗어나서, 사실심변론 종결시까지 저런식으로 범죄학자, 사회학자, 법학자등등 들의 의견수렴과정을 거치고, 재판 이후에도 대륙법과 같이 법학자 위주로 당해 판결에 대해 평결들을 내리기 때문에 "형사법학 체계에서 벗어나므로 공신력 내지 논거의 강도가 떨어진다"고는 할 수 없을것 같아요.
endogeneity
14/08/06 23:05
수정 아이콘
"형사법학 체계에서 벗어나므로 공신력 내지 논거의 강도가 떨어진다고는 할 수 없다"는데 동의합니다.
굳이 따지면 우리나라 재판도 이제는 그럴 만한 사안이면 어마어마한 양의 과학 자료가 증거로 제출되는게 현실이니
사실 그런 협업이 어느 정도 이뤄지고는 있는 셈인데 좀 더 이뤄지면 좋겠다는 것이죠.

단적으로 우리나라를 대상으로 한 '사형 억제효과' 관련 연구는 딱 한건에 불과하다고 합니다.(그 연구는 억제효과에 부정적인 결론이었고..)
그날따라
14/08/06 22:20
수정 아이콘
사형당할급의 범죄자가 범죄를 저질를 때 안돼 걸리면 사형이니깐 안해야겠다 뭐 이러진않겠죠
사형이든 종신형이든 잡힐 생각을 안할테니
14/08/06 22:23
수정 아이콘
설문조사는 해당 명제에 대한 근거라고 보기에는 너무 약하죠. 학계의 태도라는 말씀에는 부합하지만요.
14/08/06 22:23
수정 아이콘
음음.... 직접적인 통계 수치가 아니라 이런 의견 취합은 그렇게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범죄학도 사회과학의 일부이고, 사회과학이란 게 종종 한 가지 이념 (이를 테면 범죄는 잘못된 사회가 낳는 병리적 현상이다) 에 확 휩쓸리는 경향도 있는 지라.
14/08/06 22:29
수정 아이콘
학자들 설문조사로 나오는 결과 보면 재밌는거 많더라요. 뭐 그걸 꼭 들어야 하는 이유도 없고 그게 현실과 괴리되었다며 비판할 이유도 없고 그렇긴 하지만...
카엘디오드레드
14/08/06 22:34
수정 아이콘
사형제도, 낙태, 안락사 등등은 철학, 법학 등에서 오래된 논쟁거리죠. 오래된만큼 각 주장의 논거도 다 알려졌고요. 사형제도의 경우는 서로 토론을 해보면 대개 폐지쪽이 대부분의 사형제도 존치 근거를 박살냅니다만 소위 국민의 법감정, 응보론은 감정적 차원의 문제이기도해서 논리적인 논박으론 한계가 있지요.
하여튼 사형제도 관련해서는 한번쯤 책을 읽어보시면 재밌습니다.
모른다는것을안다
14/08/06 22:36
수정 아이콘
위에 댓글에도 달았다시피 실제 다수설이라도 어느정도 다수설인지 알고싶었는데 이런 재미있는 연구결과가 있었군요! 크크
우리나라도 한번 설문조사 해보면 재미있겠네요. 저정도로 압도적일지..

정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잘 읽었어요!
endogeneity
14/08/06 22:42
수정 아이콘
본문과 별개로 국내 형사법학계의 학설구도는 상당히 사형폐지론 쪽으로 기울어있습니다.( https://pgr21.com/pb/pb.php?id=freedom&no=53056&page=2 참조..)
모른다는것을안다
14/08/06 22:48
수정 아이콘
아 그 글도 읽었는데 실제로 본문과 같은 기준으로 설문돌려서 데이터를 뽑아보면 어느정도일지 궁금해서요. 9:1일지 8:2일지.
레지엔
14/08/06 22:38
수정 아이콘
의학쪽에서는 전문가 권고의 의미를 어느 정도 두긴 합니다만(소위 말하는 C급 권고...) 법학쪽에서는 어느 정도 의미일지 잘 모르겠네요. 사회과학쪽에서는 오히려 학문적 특성상(첨예한 대립에 대한 명백한 정오 확인이 어렵다) 전문가 권고가 상향조절될 수 있다고는 합니다만.
endogeneity
14/08/06 23:00
수정 아이콘
적어도 법원은 '중요한 참고자료이지만 법원을 기속하지는 않는다'는 식으로 이해하고 있는 듯 합니다.
다만 해당분야 전문가 견해가 일방적으로 한쪽으로 기울었는데 법원이 그걸 무시하기는 거의 불가능하겠죠.

(1) 근데 만약 1980년대 전문가 견해에 따라 1990년대 쯤 대법원 판례가 확립되었는데 2000년대에 전문가 견해가 정반대로 뒤집어진다면?
(2) 또는 판례도 없고 해당분야 연구도 미진한 분야인데, 어떤 학자가 자기가 이 분야 유일의 전문가라고 주장하면서 아주 강력한 주장을 펼치는데 이에 대해 학계 사람들 말은 분분하지만 반대되는 연구결과가 아직 나오질 않는다면?
(3) 그리고 해당 분야가 양대 학파로 양분됬는데, 이 학파들끼리 다투는 문제가 소송의 중요쟁점이 된다면?

이런 류의 사태가 발생하면 아주 골치가 아파집니다.
Judas Pain
14/08/06 22:45
수정 아이콘
여러모로 관심이 가는 주제더라구요. 두 글로 자료가 풍성해져서 행복합니다.
endogeneity
14/08/06 22:47
수정 아이콘
그러고 보면 본문의 설문조사는 기본적으로 '사형의 억제효과'에 관한 것인데
이건 '사형제도의 존폐'와는 구분되는 차원의 논의라고 봐야 한다고 사료됩니다.

가령 경제학에서 '재정승수가 일반적으로 1보다 큰가?' 문제하고 '정부는 재정정책을 얼마나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하는가' 문제는
분명히 상당한 연관이 있지만 구분되는 것과 유사한 것입니다.
사악군
14/08/06 23:48
수정 아이콘
그렇죠. 사실 사형이 억제효과가 없다고 하더라도 꼭 폐지되어야 하는 것도 아니고,
반대로 억제효과가 있다 하더라도 꼭 사형제를 유지해야 하는 것도 아닌 것이죠. 각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근거가 되기는 하지만요.
14/08/07 06:15
수정 아이콘
사형을 개인적으론 범죄 억제효과나 경고보다는 피해자, 피해자 가족에 대한 위안, 사회적인 앙갚음으로 보는 면에서 사형이 법정최고형으로서 존재해야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실제 집행하는건 항상 신중하게 고려해야 하는 문제구요
인간실격
14/08/07 12:19
수정 아이콘
사형 찬성론을 범죄 억제 효과 논리로 끌고 가면 답이 없습니다.. 라고 밑에 쓸려고 했는데 비슷한 의견이 있네요.

앙갚음이라는 면으로 가면 감정적 복수에 불과하다는 면에서 정당성이 성립되기는 힘들다고 보고요 (개인적으로는 복수의 대리 역할 또한 형벌의 역할 중 하나라고 봅니다만)...

저는 형벌의 본질적 목적이 교화나 범죄의 억제 효과가 아닌 범죄 행위에 대한 응징, 징벌 (복수와는 상관없는 범죄 자체에 대한 징벌)이고, 특정 악질 범죄의 죄값은 사형 미만의 징벌로 정당한 처벌이 성립할 수 없다.. 이런 논리로 가는 게 맞다고 봅니다.

제가 사형반대로 돌아선 '유일한' 이유는 형 집행 후 억울한 희생자에 대한 최소한의 보상도 불가능하다는 근본적인 문제 때문입니다. 그거 외에는 사형이 존재하지 못할 이유는 전혀 없다고 봅니다.
타임트래블
14/08/07 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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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인생을 끝낼 수도 있다는 각오없이 살인이 이루어지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렇지 않은 경우는 사이코패스나 해당되겠죠. 그래서 사형이 살인을 억제할 수 없는 거라 봅니다.
그런데 사형이란 수단 자체가 범죄억제효과가 없을까요? 이순신 장군이 군기위반을 참수로 다스려 강군을 만든 건 어찌 설명할 수 있을까요? 만약 강간이나 화이트칼라 범죄에 사형을 적용했을 때도 범죄 억제 효과가 없을까하면 전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사람은 인센티브에 반응합니다. 행위에 대해 감당할 수 있는 수준 이상의 대가를 지불하도록 해야 범죄가 억제될 수 있겠죠.
금연건물에서 흡연했을 때 벌금이 500원이라면 사람들은 여전히 담배를 피겠지만 10만원이다 보니 감히 그러지 못하는 거와 마찬가지라 봅니다.
이카루스테란
14/08/07 07:04
수정 아이콘
많은 경우 살인은 우발적으로 일어나고 이 경우 아무도 머리 속에서 형량 따위는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계획적인 살인의 경우에도 명확한 의도를 가지고 있고 살인을 행하는 것이고 이미 잡혔을 때의 결과와 자신의 살인의 결과를 저울질하여 살인 여부를 결정하게 되는 것입니다. 연쇄 살인은 뭐 말할 것도 없겠죠. 잡혀봐야 종신형이니까 한번 질러볼까?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요? 다른 측면에서 봐봐도 살인을 하고 일부러 증거를 남기는 경우는 극히 드물죠. 가능하면 최대한 증거를 없애서 완전범죄를 추구합니다. 과연 사형과 종신형에 따라 이런 범죄자의 행동이 달라질까요? 사형 당하지 않는다고 99% 완전 범죄를 시도하진 않죠.

그리고 군대 이야기는 사회 내에서의 사형 논의와 너무 동떨어진 상황입니다. 대한민국 국민 전체를 특정 목적에 목숨바치도록 할 필요가 있는 건가요? 집단 전체가 위험에 빠져 있는 상황이라 명령에 따른 정확한 행동이 필요한 상황인가요? 여기 아무도 전시 중 군법 위반에 대한 즉결처분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어보입니다.

그 누구도 대가에 따라 인간이 반응하지 않는다고 하지 않았습니다. 500원과 10만원 이야기를 하셨는데 종신형이 500원인가요? 정말 종신형과 사형의 차이가 500원과 10만원의 차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지금은 (억지로라도 예를 들자면) 벌금 100억와 500억이 과연 범죄 억제 효과에 차이가 있냐 이런 논의 같습니다만...
endogeneity
14/08/07 07:42
수정 아이콘
미국에서의 '사형 억제효과 연구'는 대부분 '살인 범죄율'을 그 대상으로 삼습니다.
그건 애초에 사형 구형 및 집행은 최소 살인급 이상(단순 살인 정도론 어림없고)의 범죄를 대상으로 이뤄진다는 점에 기인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살인 범죄율'이 '사형이 실제로 구형될 가능성 있는 범죄'에 대한 유용한 대용지표가 된다는 것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이 댓글의 관점은 좀 엉뚱한 면이 있는 것입니다.
본문의 12번 설문은 '살인급 이상의 흉악범에 대한 사형이, 그 이하 레벨의 잡범들에 대한 억제효과를 갖는가'에 대한 질문입니다.
'사형이 잡범들에게까지 적용되는 경우'는 애초에 상정도 하지 않은 것이고요. 아마 그런 경우를 상정한 별도의 연구도 없을 겁니다.

당연히 '사람은 인센티브에 반응'할테지만, '현실적으로 발생할 리 없는 인센티브 상황'에 대한 연구를 사회과학자가 굳이 진행할 필요는 없으니 말입니다.
타임트래블
14/08/07 08:40
수정 아이콘
제 글의 요점은 사형은 살인에 비해 약한 페널티기 때문에 사형의 범죄 억제효과가 없다는 결과가 나왔을 가능성을 제기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건 인센티브에 반응하는 인간의 본성에 비추어 일말의 가능성은 있습니다. 연구결과만으로는 살인을 억제하기 위한 형벌로서 사형제를 폐지하는 게 타당한지 더 고통스러운 형벌을 설계하는 게 타당한 지 판단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사형제의 존치여부는 형벌의 억지력이 아니라 철학적인 문제로 접근해야 합니다. 인간의 인권, 정의, 국가에 의한 살인인 사형을 허용할 수 있는가와 같은 물음들에 대한 사회구성원의 합의가 필요합니다. 사형제 존치를 주장한다고 해서 합리적이지 않다고 취급될 사안이 아닙니다.
endogeneity
14/08/07 09:50
수정 아이콘
근데 '사형보다 더한 형벌의 가능성'을 말씀하시는 시점에서
'인간에겐 생명보다 더 귀한 것이 있다'는, 어떤 상황에선 맞지만 대부분의 상황에선 적용하기 어려운 직관을 도입하시는 셈이 됩니다.
'죽음조차 두려워하지 않는 인간'에게조차 '형벌'이 될 수 있는 건 무엇이며, 또 그런 인간조차 두려워할 법한 형벌을 '집행'하는 국가는 어떤 선을 넘어버렸단 의미에서 더더욱 부정의한 존재인건 아닌가 등등의 문제들은 아예 차치하더라도 말입니다.

사형을 횡령, 배임 같은 류의 범죄에 적용한다는 생각이 엉뚱하다고 평가될 수 있는 점도 같은 이유입니다.
이런 생각들은 전적으로 틀렸다고 할 수는 없지만 날것 그대로 공적 토론에 투입될 수는 없는 성질의 것들입니다.

철학적 논의의 지평, 사회철학적 논의의 지평, 그리고 공적 토론의 지평은 모두 구분되는 것입니다.(대체로 뒤쪽은 앞쪽에 포함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타임트래블
14/08/07 11:15
수정 아이콘
고통의 강도라는 측면에서만 보자면 단순한 사형보다 더 한 형벌은 얼마든지 만들 수 있습니다. 제 논지는 단순합니다. 범죄억제효과는 사형의 존치 여부의 논거로 적합하지 않습니다. 형벌이 범죄억제효과를 위해서만 만들어져야 한다면 고문과 같은 가혹한 형벌도 도입가능한다는 반대의 주장도 가능해지기 때문입니다.
endogeneity
14/08/07 12:30
수정 아이콘
'억제효과 문제'를 사형제 존폐 관련 논쟁에서 완전히 배제해야 한다는 입장인가요?
그게 사실이라면 이 논쟁에서 유일하게 '경험적 근거'와 관련되서 논의되는 부분을 완전히 도려내자는 주장이신 셈입니다.
그게 아니라 '억제효과 문제'가 사형제 존폐를 가르는 '유일한 근거'가 될 수는 없다는 입장이라면
저도 동의하는 입장입니다.(아마 누구도 부정하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저 위에 제가 달았던

"그러고 보면 본문의 설문조사는 기본적으로 '사형의 억제효과'에 관한 것인데
이건 '사형제도의 존폐'와는 구분되는 차원의 논의라고 봐야 한다고 사료됩니다."

라는 댓글이 딱 그런 취지입니다.

덧붙이면 사실 억제효과가 형벌의 효과로서 주된 고려대상이 되는 데는
19세기 후반 이후, 형벌의 목적에 대한 형법학계의 태도가 '응보'보다는 '예방'으로 기울어가는 점과도 관련이 깊습니다.
이건 다분히 감정보다는 이성적 진보에 이끌리는 계몽주의적 정향의 영향이었다고 볼 수 있고요.
꼭 인센티브와 효용-비용 계산으로 대변되는 경제학 논리에만 입각한건 아닙니다.
타임트래블
14/08/07 13:23
수정 아이콘
네 맞습니다. 완전히 정반대의 주장을 할 수 있는 사실은 논거로 타당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억제효과는 논리적으로나 경험적으로나 사형제 폐지의 논거로 타당하지 않습니다.
제가 볼 때 사형제 폐지의 주된 논리는 국가라 하더라도 사람을 죽일 수 있는가에 대한 개인적 신념 또는 신이아닌 인간이 타인의 목숨을 거둘 수 없다는 종교적 신념에 기초하고 있다고 보입니다.
그리고 억제효과라는 말 자체가 형벌의 제정에 있어 인센티브에 대한 논리를 적용한단 의미로 분리될 수 없는 사안입니다.
endogeneity
14/08/07 14:40
수정 아이콘
1. "정반대의 주장을 할 수 있는 사실은 논거로 타당하지 않다"는 부분은

"억제효과 연구는 그 결과가 사형-살인범죄율 인과관계의 '존부문제냐' '형량의 부족문제냐'를 식별하지 못한다."

라는 뜻으로도 해석됩니다.
그런데 '사형 V 사형보다 더한 형벌'의 비교연구는 없어도 '사형 없는 V 사형 있는'의 비교연구는 많습니다.
만약 하필 사형까지는 '형의 고통-범죄율' 함수의 기울기가 0이다가 사형을 넘어서는 순간부터 갑자기 양의 값을 갖는다는 기이한 가정을 하지 않는 한 전자의 연구가 이뤄지지 않은 것을 누락이라고 보긴 어렵습니다.(물론 솔직히 말하면 '실험연구'가 불가능한 사회과학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인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고보면 억제효과 연구결과에 근거하여 사형을 무기징역 등으로 대체하자는 설은
암묵적으로 '사형의 고통=무기징역의 고통'이라는 태도를 취하는 것입니다. 본문의 마지막 줄이 단적인 예이죠.


2. 아마 타임트래블님은 1.에서 얘기된것들 보다는
'이 문제는 철학의 문제요 신념의 문제이기 때문에, 일정한 사실이 인정되고 말고 하는 문제와 구별되야 한다'

는 점에 좀더 핀트를 맞추고 싶어하는 듯 합니다.
그런데 저는 이 문제가 단순히 '철학'의 문제라기보단
'사회철학' 내지는 '공공철학'의 문제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전자에선 말 그대로 사유와 함께 어디까지든 나아갈 수 있다면, 후자에선 '공동성'이나 '합의'가 그 외연을 정합니다.

그리고 제가 아는 한 일정한 경험적 사실 문제가 공공 토론에서 일정한 지분을 차지한다는 점을 부정하는
현대 정치철학자는 존재하지 않는 것 같고, 실제 공공 토론의 현실도 거리가 멀다고 생각됩니다.
그러니까 '공적 토론'에 대한 그런 종류의 합의가 형성되어 있는 셈입니다.

그와 별개로 '사형에 대한 철학적 정당화 문제'는 또 별도로 흥미로울 법한 문제라고 보입니다.
타임트래블
14/08/07 20:10
수정 아이콘
자연현상이나 사회현상에서 임계점에 다다르기 전까지 상태가 변하지 않다가 특정한 임계점 이후에 변화가 일어나는 일은 상당히 일반적입니다. 그래서 그다지 기묘한 가정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저 역시 처음부터 사형제 존폐는 사회구성원의 합의에 달린 문제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공동선이나 합의에 대해 부정하는 입장이 전혀 아닙니다.

제가 보기엔 이 문제에 있어 경험적, 논리적 근거가 마련된 바탕에서 사형제 폐지의 주장이 제기되었다기 보다 사형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신념이 먼저 형성된 다음 그 근거를 찾은 측면이 더 강한 것 같습니다. 그런 방식의 주장이 타당하지 않다거나 문제가 된다고 비판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다만, 그 근원을 따지고 들면 사형제 폐지 주장 역시 개인적 또는 종교적 신념에서 비롯된 것이고, 주장되는 근거들은 그걸 합리화 또는 정당화하기 위해 끌어온 것이라는 측면이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사형제 폐지가 존치보다 도덕적으로 더 우월하다거나 더 합리적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소 험하게 말한다면 폐지나 존치냐의 문제는 단지 사회적 합의에 의한 선택의 문제에 불과할 수도 있습니다.

님과 토론 덕택에 여러모로 생각할 거리를 많이 얻은 것 같습니다. 이 얘기는 이쯤에서 마무리해도 될 것 같습니다. 성실한 댓글에 감사드립니다.
endogeneity
14/08/07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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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개인적으론 이 토론을 통해서 억제효과에 관한 연구 배후에 일련의 작업가설들이 깔려있었구나 하는 점을 새삼 느끼게 되었습니다. 사실 사회과학 분야에선 이런 작업가설이, 사회철학적 합의로부터 기원하는 바도 많고요.(언젠가 폴 새뮤얼슨이 '경제학은 정치가 해결하고 남은 영역을 연구할 뿐'이라는 촌평을 했던 적이 있었는데 아마 이 점을 지적했던 것 같습니다.)

전에 제가 쓴 IMF 위기 글이나 피케티 글에서도 그렇고, 주로 실증분석과 관련된 부분에서 인상깊은 코멘트를 자주 뵙는 것 같습니다. 피지알 자게에서 흔히 보기 힘든 지적이라 늘 잘 보고 있습니다.
Judas Pain
14/08/07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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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체계에서 죄와 벌의 양팔저울은 평형을 이루도록 기본적인 형평성을 가져야 할 겁니다. 이것이 정의의 원칙이었으니까요. 이 논리는 서구의 법을 따온 법조계 분들이 더 잘 아시겠지요.

2000년도 전에 법가가 통찰한 바대로 소인은 인센티브에 따라 움직이지만 법가가 아니라 법이라면 형벌은 1차적으로 정의가 아닌 인센티브의 원리로 책정되진 않을테지요. 그러므로 살인죄에 대한 사형은 우선 그것이 살인에 대한 형평성이 맞는 형벌(무기징역 등) 등의 하나로서 고려되고 다시 부차적으로 그것의 범죄 억제 효과를 논했다고 판단됩니다. 그러므로 강간, 배임, 절도 등등에 대한 사형은 그 억제 효과가 있더라도 인정될 리가 없고, 죄와벌의 형평성을 총족하는 벌들을 비교하고 선택하는 가운데서 억제력이 부차적인 판단의 근거가 될 수 있을 겁니다.

살인죄에 대해 사형보다 강력한 벌이라면 지속적인 치료를 동반한 평생의 잔혹한 고문이나 연좌제에 따른 친족사형과 친족고문이 있을 겁니다. 행위-책임 문제가 있는 후자는 제외하더라도 치료&평생고문이 살인죄에 대한 형평한 벌이 되긴 어렵습니다. 또 애초에 그런것들이 살해되어지는 것보다 더 험한 것이라고 생각해서 그런 말씀을 하셨기도 하고요.
눈물고기
14/08/07 08:26
수정 아이콘
저 설문조사 대상이 누군가요?
저 설문의 효력이 발휘되려면 사형수들 대상으로 해야할 거 같은데, 사형수들이 자신한테 불리하게
사형이 효과가 있다고 할 것 같지 않아서요
endogeneity
14/08/07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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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의 마지막 부분을 참조하십시요
미오X히타기X하치만
14/08/07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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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부분이야 위에 많이 언급하셨지만,
'사형 논쟁은 입법자들을 범죄문제의 진짜 해결책으로부터 유리되게 하는 부정적 효과가 있다(설문 5)'는 생각해볼 여지가 있지않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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