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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08/01 17:46:52
Name 켈로그김
Subject [일반] 야바위의 추억.



야시장이나 관광지의 천막촌에 가면, 여러 사행성 상품이 있습니다.
이제는 사라진 컵돌리기부터 장판에 동전던지기, 코르크총 사격, 다트로 풍선 터뜨리기 등등..

게중엔 정말 양심없을정도로 딜러에게 유리한 종목이 있습니다.
장판에 동전던지기가 그 대표격이라 할 수 있겠죠.
(선에 걸리면 아웃, 안걸리면 써 있는 숫자만큼의 배수 취득)

적어도 저는 그렇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종목을 보기 전까지는요.


- 이 종목 -



룰은 간단합니다.
동전이 탁자 위에 스톱하면, 던진 동전의 10배 취득. 아니면 딜러 승
문제는.. 이게 장판종목에서 딜러의 유리한 점을 극대화시킨 물리적 환경이라는 것인데..

동전의 가로방향 힘을 멈출 건덕지가 [ 전혀 ] 없습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저 유리와 동전의 마찰계수는 0에 가깝습니다.
0이 아니라고 해도.. 일단 탁자에 닿기 위해서 던지는 거리가 3m정도이고, 탁자의 폭은 1m정도라서
제동거리가 턱없이 부족하지요.

-----------

이 종목을 본 것은, 대학축제때였습니다.

당시, 저희 동아리도 나름 사악한 야바위를 고안해냈지요.

5m정도 거리에 허리-배꼽 높이에다가 나무토막을 3개-2개-1개 쌓아두고 야구공으로 쓰러뜨리는 것이었습니다.
공은 3개 주어지고, 상품은 4개 이상 쓰러트려야 지급되었지요.
4개는 참가상.. 5개는 본전에 살짝 못미치는.. 6개 쓰러뜨리면 본전, 근데 공이 남은 갯수에 따라 차등발생.
공 1개로 6개를 다 쓰러뜨리면? 진열된 모든 상품을 가져가도록 했습니다.

동기부여 쩔지요..?;;


게임 밸런스로 넘어가자면, 저와 야구부원들이 직접 베타테스트를 거쳐 "선출이 와서 덤비면 본전은 건질것이다" 는 정도로 밸런스를 맞춘,
이른 바 [ 작품 ]에 가까운 밸런스였습니다.
(..그 나무토막은 제가 축제 당일날 아침까지 아이템을 찾으러 돌아다니다가 주운 각목을 급하게 썰어 제작했습니다.)


문제의 유리탁자 동전 착륙게임은 저희의 옆옆 자리에서 뒤늦게 개장을 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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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가 먼저 개장하면서,
야심찬 과 학우들, 교수님, 대학원생, 타과 학생들의 코묻은 돈을 열심히 쓱싹하던 중이었습니다.


우리 막내 부원이 시무룩한 표정으로 저~쪽에서 털레털레 걸어오더군요.

"다 털렸엉.. ㅠㅠ"

이에 비분강개한 우리 부원들은 우리의 본업을 내팽겨치고 그쪽을 털러 우루루 몰려갔지요.
그리고 20분 후에 똑같이 시무룩한 얼굴로 돌아왔습니다.

"우리도 다 털렸엉.. ㅠㅠ"


이에 똑같이 낚인 저 역시 그 게임을 맞딱뜨리게 되었습니다.


-------------------------------------------------------


바로 덤벼들진 않았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던지는걸 보고 패턴을 파악하려 했지요.

패턴은 간단했습니다.

던진다 - 떨어진다 - 줍는다. (정말 바쁘게들 던지고 바쁘게들 줍더군요.. -_-;;)


...아슬아슬하게 떨어지는 시늉도 않고, 동전은 정말 테이블을 스쳐지나갔습니다.
그건 월급통장보다도 무자비한 속도감이었고, 물수제비를 연상캐하는 무브먼트였지요.
현질유도게임을 두고 사악하다고 욕하지만, 이 게임 앞에서는 명함도 내밀지 못할 위엄이 있었습니다.

낮게 던지면 - 진입각이 작아서 미끄러지듯 딜러 주머니로 들어갑니다.
높이 던지면 - 진입속도가 빨라서, 크게 한 번 튕겨서 딜러 주머니로 들어갑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미친듯이 동전을 던져댔습니다.
액면가의 10배.
그리고 테이블 위에 멈추기만 하면 됨.
이 두가지 조건이 사람들을 미치게 하는 듯 보였지요.


----------------------------------------------


"높이 던지는 것엔 제한이 없나?"

제가 물었습니다.
회전을 걸어서 높이 던지다 보면, 회전력이 어떻게든 해 줄거라고 믿었죠.

"괜찮습니다. 저 유리는 튼튼해요."

돈을 많이 벌어서 기분이 좋았던건지.. 딜러는 선심을 쓰는 듯 보였습니다.
하지만 저는 동종업자였기에 그 선심이 사실은 자신감이라는걸 간파했지요.
이미 내부 테스트를 거쳤고, 그 결과 아무리 높이 던지든 뭘 하든 유리는 튼튼하고 동전은 주머니로 들어올거라는 자신감..

하지만, 저도 나름의 자신감이 있었습니다.
그건, 학부생으로서는 드물다면 드물게 5년째 축제를 겪은 경험치의 힘.
축제의 알파이자 오메가, 천막의 존재를 처음부터 의식하고 있었고,
천막을 이용한 방법을 이미 떠올렸기 때문이지요.

------------------------------



제가 고안한 방법은 2번 방법입니다.

천막이 부드럽게 가로방향 힘을 흡수하여 동전을 수직으로 떨궈줍니다.
조준이 크게 빗나가지만 않는다면 유리탁자를 제대로 능욕할 수 있지요. 이론적으로는...

그리고, 그 이론은 보기 좋게 들어맞았습니다.

애매한 세기로 던져 천막을 미끄러져 바깥으로 날아간 경우를 제외하고는
정말 멋지게, 훌륭하게 탁자 위에 멈춰서더군요.


성공한 순간, 구경하던 사람들은 환호성을 질렀고..
저는 늪을 공략해낸 카이지의 마음을 약간이나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사실.. 이정도까지 신에게 감사하진 않았지만..;;)



-----------------------------------------------------------

그 날,
저희의 야바위는 자본금 5만으로 11만원을 만들어냈고..
다른 야바위 매장에서 저는 3만원의 순이익을 만들어냈습니다.

그리고 회식한다고 30만원 썼어요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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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니
14/08/01 17:49
수정 아이콘
결론은 세상에 공짜 없다?!
켈로그김
14/08/01 17:50
수정 아이콘
물 들어왔을 때, 노 저어야 한다..
필승법이 만들어진 이상, 최대한 뜯어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게 천추의 한이 되었습니다.
무더니
14/08/01 17:57
수정 아이콘
동업자 정신은 멍멍이나 주라죠
어차피 코묻은 돈 뺏는거나 마찬가진데 크크크
14/08/01 17:50
수정 아이콘
한눈에 이해되는 그림판 스킬 + 글의 몰입도가 절로 고개가 숙여지도록 만드는 명필이시네요..
켈로그김
14/08/01 17:53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그림판도 하다보니 점점 실력이 느네요..
언뜻 유재석
14/08/01 18:00
수정 아이콘
휴학중에 축제 놀러오라 그래서 놀러갔다가 참가한 골든벨에서 1등해서 MP3을 탔었죠.(02년이었나..)

50문제까지가면 디카를 주는데 마지막 경쟁자가 탈락하고 나서 바로다음문제 내는 와중에 "모르겠습니다. MP3 주세염" 했었죠. 30번대 중반이었는데...

MP3은 대략 6~7만원 했던것 같고 그 날 저는 술값으로 20만원 씀요.. 헤헤헤헤..
켈로그김
14/08/01 18:01
수정 아이콘
역시.. 어디서든 사람 사는 모습은 비슷비슷하군요..;
이쥴레이
14/08/01 18:17
수정 아이콘
내눈이 요즘 이상해졌구나... 이걸 아버지의 추억으로 보고 들어왔는데
야바위가 나와서 당황했습니다.. ㅠㅠ
켈로그김
14/08/01 18:24
수정 아이콘
그럴 땐 눈에 레몬즙을 살짝 뿌려주면 눈이 상하지 않습니다...??
사슴도치
14/08/01 21:25
수정 아이콘
댓글마저 야바위!
커피보다홍차
14/08/01 19:08
수정 아이콘
축제의 꽃은 회식이죠. 암요. 다들 축제때 딴 돈은 딴게 아니란걸 알지 않습니까...
다빈치
14/08/01 19:46
수정 아이콘
저 게임 싱가폴에 가레나 스타디움 바로 옆옆에 매장에서 하고있습니다 크크

정말 사람들 많이하더군요 한번도 안해보긴 했습니다만 상품도 꽤 괜찮은걸로 보였습니다.
14/08/01 20:42
수정 아이콘
결론 - 인생의 모든 활동은 술을 마시기위함
王天君
14/08/02 01:40
수정 아이콘
http://youtu.be/GKzs3QnEdbo
제가 제일 좋아하는 리쌍 노래에요
14/08/02 07:48
수정 아이콘
오오 발상의전환이군요. 흐흐
졸업하고나니 대학교축제나 주점에서 놀던게 그리운데 오랜만에 그때의 기억들이 새록새록 나게 해주는 글이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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