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에 가장 기대를 많이 하던 영화 중 하나였습니다.
저는 1편을 워낙 재밌게 봐서 2편 예고편 보고 기대를 무척 많이 했습니다.
스포없이 먼저 영화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를 하자면,
기대를 실망시키지는 않는 영화였습니다. 그러나 아쉬운 점은 있었습니다. 그게 다른 분들에겐 어떻게 다가올지는 모르겠네요.

[이 아래부터 강력 스포 있습니다. 안보신 분이라면 왠만하면 안 읽으시는게 나을 겁니다. 댓글도 스포일러성 댓글이 꽤 있습니다.]












1편을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1편에서 시저는 완전히 각성을 합니다. 그러므로 2편은 시저가 완전한 지도자로서의 행보를 풀어나가는 스토리라고 할 수 있죠. 혹성탈출 1편이 사람들에게 엄청 재밌게 다가왔던 요인은, 영화가 인간의 시점이 아닌, 유인원의 시점에서 진행된다는 거겠죠. 그러므로 주인공은 인간이 아닌 시저가 주인공이었구요.

2편에서는 정말 완전한 단독주연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영화 처음부터 나오지만, 시저의 포스는 정말 후덜덜 합니다. 침팬지의 야생적 강인함과 시저의 지능이 결합되어 보여주는 포스는 관객들에게 충분히 전달이 됩니다. 얼마나 시저가 강력한 지도자인지가 영화 전반부에 내내 묘사가 잘 됩니다. 시기 자체가 이미 1편보다 10년 후이기 때문에, 시저는 완전히 성숙한 완숙미를 풍기는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특히 시저가 말을 타고서 유인원 무리를 이끌고 진격하는 장면은 압권입니다. 그리고 유인원 세상에 아주 간단한 질서(사실상 법의 탄생처럼 보이죠)를 만들고, 자신들의 식량과 주거를 해결하도록, 그 모든걸 대략적으로라도 설계한 것이 시저임을 암시합니다. 물론 영화가 온전히 시저만을 위한 영화는 아닙니다. 많은 것을 함축하고 있다고 느꼈고, 흥미롭고 비중있는 조연들이 많습니다. 이들이 스토리 전개와 영화의 주제 전달에 많은 역할을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2인자 코바가 아주아주 흥미로운 전개를 이끌죠. 원래 시저는 인간들과는 다른, 서로 위하면서 반목이 없는 사회를 유지하려고 하지만, 결국 인간의 등장으로 인해 의견의 충돌이 납니다. 그 반발을 억누른 방식은 결국 왕의 권위에 기댄 폭력이었고, 결국 불복한 코바가 쿠테타를 일으키고 인간과 전쟁을 시작합니다. 시저의 대사에서도 나오지만, 결국 유인원들도 인간과 매우 닮아있는 걸 알게 됩니다. 음모와 배신, 잔인함, 살인 등의 속성이요.
이 2편에서까지는 어떻게 어떻게 시저 개인의 역량과 카리스마를 통해 쿠테타를 진압했습니다. 그러나 이미 코바가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제꼈기 때문에, 진화한 침팬지들은 사실상 모든 면에서 인간과 닮아갈 길을 열었다고 저는 봤었습니다. 언젠가 시저는 죽을 것이고, 그럼 그 이후의 침팬지들의 폭주를 누가 제어할 것인가? 이런 의문이 들더라구요. 애초에 혹성탈출은 침팬지가 인류를 지배하게 되는게 원작이었던 만큼, 시저가 살아있는 시기던, 죽고 난 이후던 언젠가 침팬지들이 인간을 압도하고 지배하게 될 거라고 느꼈습니다. 코바가 인간에 대한 적대성을 드러내면서, 모순적으로 침팬지들 스스로 인간의 잔인하고 교활하고 사악한 측면을 흡수해버린 느낌이랄까요. 코바의 무시무시함이 잘 드러나는데, 선동행위를 통하여 무리들을 통제하는게 너무나 인간의 정치방식과 닮아서죠. 특히 정면으로 맞서지 않고 오히려 철저하게 시저의 지도력을 이용하는 행위는 인간들에게서 일어나는 고도의 정치적 행위이자 모략이죠. 여기서 코바의 잔혹한 영리함을 잘 느낄수 있었습니다. 또한 이런 행위를 한다는 걸 보고있노라면, 절대 유인원 사회가 원시 인간사회와 비슷하다고도 생각할 수 없게 합니다. 무척이나 흉포한데 지혜롭기까지 하다니... 끝내줬습니다. 결국 시저조차도 마지막에 자신이 세운 법을 스스로 깨면서, 살인의 세계에 발들이죠.

근데 인간과 비교해서 이 똑똑한 침팬지들은 장점이 너무 많더라구요. 육체 자체의 능력이 인간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뛰어난데 거기에 머리가 인간에 필적하게 되니까 이건 정말... 게다가 침팬지는 번식력도 강하죠. 침팬지 인구가 늘어나는 속도가 무척 빠를 것 같더군요. 그 폭발력에다가 본연의 야생력 + 인간의 무기를 이용 이런 테크로 가면... 후덜덜 하더라구요.
영화끝나고 나가는데 어떤 여성분이 "침팬지가 너무 이겨서 막 소름이 끼치던데" 라고 하더라구요. 저도 그랬습니다. 한발 한발 인류가 어떻게 침팬지의 지배하에 떨어지며 몰락하는지 보는 다큐의 도입부를 보는 것처럼, 소름끼치는 면이 있었습니다. 시저가 엄청 매력적이지만, 결국 감상하는 저는 '인간'이다 보니까 너무나 무시무시한 '적국의 왕'을 보는 것처럼 그런 느낌이 들더라구요. 저게 실제라면 얼마나 무시무시할까 라고요.



아쉬운 걸 말씀드려보자면, 중후반까지는 정말 잡생각이 필요없을 정도로 몰입해서 잘봤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쯔음에 오니까 시저가 무리에게 재신임을 받는게 살짝 신파적이었습니다. 인간으로 보자면, 시저는 말그대로 능력있지만 철저하게 중앙집권적인 독재자입니다. 강한자가 지도자가 되는게 침팬지의 특성이긴 하지만, 워낙 2편 내내 침팬지들이 인간과 다를바 없는 사회를 보여주는데, 시저에 대한 절대적 충성이랄까 그런게 현대인의 입장에서 보기엔 조금 위화감이 있었네요. 그래서 마지막에 가니까 약간 유치한 마무리라는 느낌이 들더라구요. 시저는 그렇게까지 오버적인 연출을 안해도 이미 위대한 지도자인게 관객에게 잘 전달이 되있던 상태였거든요. 그러나 그 마지막 장면만 제외한다면 스토리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없습니다. 오히려 그 마지막 아쉬움만 제외한다면 저는 영화의 시나리오의 완성도가 무척 만족스러웠습니다. 리부트 작에가다 1편의 성공을 뒤로한 속편의 압박감이 장난아니었을텐데, 속편 시나리오 잘도 뽑아냈구나 싶더군요. 3편은 대체 어떤식으로 전개될지 궁금했습니다. 2편에서는 너무 자신의 카리스마에만 의지해 독선적인 부분이 있어서, 3편에서는 그래도 침팬지 사회가 더 발전하는 걸 보여줘야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드네요. 거기에 시저는 또 잘 적응해서 극복하면 재미있을거 같네요. 쉽게 말해 인간이 몇천년에 걸쳐서야 발전시킨 정치적 발전을 시저는 당대에 몇단계를 거치면서 적응해버리면 괜찮겠지요. 물론 그건 말도안되는 발전이겠지만, 영화 자체가 상상과 가정에서 시작한거니까 그런 류의 진행도 못할건 없겠죠.

<추가>
아까 글 작성때는 생각이 안나다가 정리된게 있어서 추가로 올립니다. 이건 영화 자체의 단점이라고 보기엔 무리고, 관객에게 심리적으로 불편함을 줬던 요소입니다. 그것은 바로 인간이 2편에서는 철저하리만치 피해자의 입장이었던데 있습니다. 1편은 어느정도 인간이 우위에 있으면서 가해자의 위치여서 부담없이 시저와 유인원들에게 응원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2편에서는 상황이 바뀝니다. 인간들도 처절하게 생존을 위해 몸부림 칠 뿐이고, 초반에 우발적인 총격 한번을 제외하면, 인간은 피해자였고 유인원들이 가해자였습니다. 결국 인간을 공격한 명분도 유인원들 스스로 만들어 낸 것이죠. 한마디로 철저한 약자의 입장 비슷했습니다. 댐 출입조차도 시저의 자비(?) 덕분이었죠.
특히 철문이 파괴되고 유인원들이 입성하는 장면은 인간의 완전한 몰락을 상징적으로 느껴지게 하는 장면이었습니다. 저는 의도적인 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관객이 그렇게 느끼라고요. 그런 부분 때문에 영화가 끝난뒤에도 불편함이 남아있었던 것 같습니다. 전 인간이니까요. 2편에서 인간들은 거의 정당방위, 생존을 위한 목적으로 행동한게 대부분이었어요. 무기를 준비한 것도 유인원을 깔본다기 보다는 외부의 위협에 대한 생존방어기재에 가깝게 느껴졌죠. 그마저도 먼저 공격하지는 않았고, 공격을 당했죠. 그나마 시저는 유인원을 통제해서 유인원의 '인간다움?'을 보여주는 캐릭터라면, 코바는 침팬지 본연의 야수적인 속성을 더 보여주는 캐릭터였죠. 이 두 캐릭터를 통해서 유인원들의 두가지 속성을 관객에게 전달하면서, 이 불편함을 관객에게 잘 전달해줬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시저는 응원했던 저를 보면, 시저라는 주인공이 정말 매력적이었네요.





1편과 참 자연스럽게 스토리가 잘 이어졌던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9점 주겠습니다. 아쉬운게 있다해도 올해 본 영화 중에서는 가장 만족스러웠습니다. 3편에서 이 시저는 또 어떻게 더 발전할지 기대가 되더군요. 무엇보다도 이제 '분열과 갈등' 이란걸 자각한 유인원들을 어떻게 갈등없이 앞으로도 시저가 이끌지가 저의 흥미 포인트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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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을 재미있게 본 분이라면 틀림없이 2편도 재미있으실 것 같습니다. 그러나 무슨 다크나이트 급 기대는 버리시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제가 다 말로 표현하기 어려움을 느껴서 그렇지,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수 있겠다 싶더라구요. 유인원의, 유인원에 의한, 유인원을 위한 영화인 셈이라... 그리고 1편을 안보셨다면 꼭 1편부터 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2편에서는 관객이 알고있겠거니 생략된 요소가 좀 있습니다. 그런걸 알고 있어야 영화가 더 몰입이 잘되거든요. 물론 몰라도 영화감상 자체에 심각한 장애가 생기지는 않겠지만, 이해도가 다를 거에요.

어쨌건 재밌게 잘보고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