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08/04/11 14:52:26
Name 켈로그김
Subject [일반] 20대가 나약하다고 합니다.


저는 20대 후반입니다.
국민학교를 졸업했고 노태우가 대통령이 되는걸 TV로 봤지요.
비평준화 교육을 받았고, 처음 갔었던 대학의 학생회는 운동권이었습니다.
거기서 체육부장을 하면서 한총련 출범식이란 곳도 가 보고
그 날, 경찰서에서 조사라는걸 처음 받아봤지요.


이런 저런 일들을 겪으며, 골수 운동권인 학생회장의 무책임, 무능력함에 치를 떨었고
자기 자신과 가족, 주위사람을 온통 흔들어놓는 운동권이라는 것에 회의를 느꼈습니다.
뭐.. 5공 시절을 제가 겪지 않아서 모르지만, 적어도 세기가 바뀌는 시점에서의 운동권은 충분히 한심해 보였습니다.


그리고 저는 군대를 제대하고 새로 공부를 해서 대학을 옮겼습니다.


아.. 좋습니다.
괜히 사람 피곤하게 하는 일도 없고,
나이 대접도 해줍니다.
20대 초반 동생들을 보니 내가 저 나이에 저렇게 철이 없었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래도 하는 짓이 귀엽습니다.


최근 대선, 총선을 치뤘습니다.
술자리에서 자연스럽게 정치얘기를 하게 될.... 줄 알았는데?
하지 않습니다 -_-?
속칭 대한민국 1%가 될 놈들입니다.
그런데, 정치고 뭐고 아무것도 모릅니다.


무엇이 인간답게 사는 것인가.. 라는 자문자답은 해 본 적이 있으려나 모르겠습니다.
부끄럽게도 졸업만 하면 된다는 생각에 학업이 게을러 애들에게 훈계할 입장은 되지 않습니다.
(모양새가 좀 우습게 나오죠..)


내가 그렇게 한심하게 여겼던,
이론과 개똥철학만 있을 뿐, 무책임하고 나태한 모습이
딱 나 자신의 모습이 되었습니다.


문득 드는 생각이 있습니다.
이 나이의 내 역할이란 무엇일까요..
머리 팽팽 돌아가고 겁없는 동생놈들이랑 경쟁하는데 몰두할까요..
아니면, 그나마 나이먹은 값으로 조금이나마 해 줄 수 있는 말들을 전할까요..


분명한건 귀여운 저 동생들에게
내가 말해주지 않고 스스로 깨닫길 바랄 수는 없다는 겁니다.
가르쳐주지 않고서 무지하다고 탓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요.

저도 20대입니다.
20대는 나약합니다.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누구나 나약하고 무지한 시기가 있었습니다.
그런 나약하고 무지한 20대에게 소위 말하는 아카데미즘 내지는 시대정신을 심어주는 것은 선배들의 역할입니다.
게으르지 맙시다.

- 저는 부재자 투표를 했습니다.
으례 다들 했다고 생각하고 묻지도 않았었는데, 45명 중 투표한게 10명이 안되더군요..
씁쓸합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펠쨩~(염통)
08/04/11 15:01
수정 아이콘
전공투를 마지막으로 자민당 독재 테크트리의 일본을 따라가려는 듯.

저는 솔직히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 세명이 없었으면 한국 정치도 일본과 비슷하게 갔을거라 생각합니다.
parallelline
08/04/11 15:06
수정 아이콘
국회의원들이 매일하는소리지만 이건사실입니다.. '정치인은 국민들에 따라 움직입니다' 20대가 관심안쓰면 정치인도 20대에 관심안쓰고 국민이 만만하면 정치인도 만만하게보겠죠
켈로그김
08/04/11 15:07
수정 아이콘
김영삼을 보는 마음은 참 복잡합니다..
포커에 비유하자면, 초구 에이스 트리플을 들고 풀배팅으로 손님 다 쫒아내버린 느낌..
당구에 비유하자면, 완전 똥창에 모인 공을 냅다 풀파워로 조져버린 안타까움..

그래도 초구 콜비는 벌고, 1점은 먹었는데, 그걸 죽일놈 살릴놈 하긴 그렇고..
그렇다고 잘했다고 쓰다듬쓰다듬 해주려니 것도 아니고..
재벌2세
08/04/11 15:10
수정 아이콘
켈로그김님// 비유가 속된 말로 쩌네요^^;;
08/04/11 15:33
수정 아이콘
Sad but true...
하지만, 역시나 환경은 사람을 만들게 마련입니다. "이게 아니다" 싶으면 다시금 일어나는게 또한 피끓는 20대 청년들이죠.
08/04/11 15:40
수정 아이콘
대통령제, 그것도 직선제가 아니라면 일본을 따라갈 가능성이 높겠죠. 하지만, 대통령제라는 제도가 워낙 다이내믹한 맛이 있는 제도라서 일본처럼은 안될 것 같네요.
Caroline
08/04/11 17:05
수정 아이콘
생각있는 20대가 많았다면 우리를 위한 공약이 넘쳐났겠죠. 이를테면 등록금문제같은 것들요. 비싸다고 노래만 부르지 말고 등록금 깎아줄 사람을 뽑아야 하는데 그런것도 안하면서 불평불만은 많습니다. 그래놓고 한다는 변명이 끽해봐야 정치인 바뀌어도 나랑 상관없어서, 어떤 사람이 나왔는지 잘 몰라서, 도서관 자리 잡아야 하는데 시간이 없어서, 부재자 투표를 안해서, 투표소를 몰라서랍니다. 이게 하루에 12시간 넘게 공부하고 수능 0.5%안에 든다는 잡것들이 할 말입니까. 감히 대꾸할 힘도 안나는 수준입니다.

제 생각에 요즘 20대들은 정말로 자기 하나 잘먹고 잘사는 그 문제가 아니면 아예 아웃 오브 안중인 것 같습니다. 사회가 심각한 경쟁체제로 돌입하긴 했다지만 이건 너무 한게 아닌가 싶을정도로요. 민주화 투쟁이나 광주항쟁운동할때 우리나라를 민주주의로 인도; 했던, 정의를 외치던 그 젊은 청년들은 모두 어른으로 성장해 이나라의 중추가 되었는데 우리같은 사람들이 나라의 실세가 되면 이 나라 꼴이 어떻게 될지 그게 더 무섭습니다. 한심합니다, 정말이지. 왜 제가 투표한게 자랑스러운 일이어야 하는지 모르겠단 말입니다.
08/04/11 18:39
수정 아이콘
한심합니다, 정말이지. 왜 제가 투표한게 자랑스러운 일이어야 하는지 모르겠단 말입니다. (2) 당연한건데 말이죠 -_-;;

학내 언론사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1년에 4번 발간을 하는 영자신문사라서, 언론활동이 그렇게 많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학내 영향력 또한 그리 크지는 않구요.) 그래서 이런 한심한 현실을 학우들에게 일깨우기에는 좀 부족한 관계로, 신문사 내에 있는 동기나 후배들에게라도 이런저런 얘기들을 합니다. (떡밥이 생기면 무조건 썰을 풀어내는 식이죠.) 정치적 이슈가 생기면 주위 사람들에게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식의 질문으로 시작하죠. 물론, 제 생각을 주입하는 건 아닙니다. 그들의 입장도 들어보고 ('모르는데요'로 일관한다면 초난감-_-), 그러다가 자연스레 현 상황에 대한 토론으로 넘어가기도 하죠.

개인적인 바람이지만, 글쓴 분께서는 조금이라도 (인생의) 후배들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많이 해주셨으면 합니다. 주위에 있는 사람이라도 일깨워 주셨으면 합니다. 그것이, 계란으로 바위치기라고 할 지라도요.
Anarchie
08/04/11 18:52
수정 아이콘
학교에서 정치 이야기 꺼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괜히 이야기 꺼냈다가 재미없는 사람취급 당하기도 하고, 뜬금없이 '넌 어디출신이라서 정치에 관심이 많나보구나?'라는
묘한 뉘앙스의 말을 듣기도 하구요...(뭘 숨기겠습니까, 저는 전남 목포출신입니다-_-;)
동네노는아이
08/04/11 19:12
수정 아이콘
야 너 투표했냐
형 했어요.크 그거 귀찮은데 왜 해요.
이러더군요.
켈로그김
08/04/12 01:48
수정 아이콘
BluSkai님// 물론 일방적으로 가르치려는 입장에서 말을 하는건 효과적이지도 않고 또 그 모양새가 좋지않지요.
이런 저런 얘기가 나오면 잘못 알고있는 부분을 지적해주거나 쟁점에 대해서는 어렵지 않게 말해줍니다.
그런데 꼭 열을 올려서 얘기하다 보면 서너살 많은 형들이랑 얘기하게 되더군요 -_-;
KDX3GreatSejong
08/04/12 02:37
수정 아이콘
그 변명 사실 우리나라에는 뭐라고 할 입장이 안되는게 더욱 슬플 뿐이죠 ㅜㅜ
후보자들이 진짜 어떤 사람인지 가르쳐 주는 곳은 없고(아예 쓰X기거나 진짜 '사람'이 아니면...) 그놈의 도서관 자리는 학생들 숫자에 맞춰서 못 만들었고 부재자 투표 하려면 온갖 골치 다 썩히고 손발 다 팔아야 하는데요 뭐 -_-;;;;
사회가 심각한 경쟁체제로 접어들었으니 그 뒤레 따라오는건 더 심해야 정상이죠...-_-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5459 [일반] 괜한 걱정을 해 봅니다. [4] 켈로그김3294 08/04/24 3294 0
5249 [일반] 20대가 나약하다고 합니다. [12] 켈로그김3819 08/04/11 3819 1
5043 [일반] 타고난 목소리라고 개인적으로 느끼는 분들입니다.. [12] 켈로그김6110 08/03/30 6110 0
4998 [일반] 아래 3872 게시물을 보고 [11] 켈로그김3758 08/03/27 3758 0
3529 [일반] 고교 교육과 대학교육. [4] 켈로그김3047 07/12/08 3047 0
2214 [일반] 개인적 경험담입니다. [3] 켈로그김3699 07/08/05 3699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