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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06/29 01:05:01
Name 스웨트
Subject [일반] 소개팅을 했습니다.
"소개팅 한번 해볼래?"
갑자기 뜬금 없는 소리를 친구녀석이 하더군요. 소개팅이라.. 참 추억의 단어입니다.
아무래도 오랫동안 솔로로 살다보니 친구가 보기에 딱했나 봅니다. (후훗 제 전투력은 30년입니다) 저도 언젠가 부터 불안해 지기 시작했습니다. 진짜 이러다가 연애도 못하고 인생 끝나는건 아닌가 말이죠. 그러게 대학교때 해준다던 소개팅 다 갔다 차버린 제가 멍청이이긴 하지만 이제와서 어쩌겠습니까.. 저도 이러고 살줄은 몰랐거든요.

근데 왜 돈벌땐 안해주고 백수가 되서야 해주는거니.. 하아.. 어쩌지 걱정이 들더이다. 만약 잘되면 어쩌지. 난 아직 취직 못했는데.. 허엄..
밤하늘에 달이 뜨던 그 날 두눈을 감고 차분히 명상에 빠져 감성이라는 바다에서 이성이라는 배를 타고 찬찬히 노를 저었습니다. 생각해보면 내가 그녀를 만난다고 해서 잘된다는 보장도 없고, 또 내가 마음에 들거라는 보장도 없는 것이지요. 우선은 사람과 사람이 만나 어떤 사람인가 대화해보는 것도 나쁘진 않겠구나 싶었습니다.

하지만 제일 중요한 문제를 빠뜨렸습니다.
평소에는 멀쩡하고, 입담도 드립도 방귀대장뿡뿡이가 뿌앙뿌앙 쏴대듯 터지는 데, 꼭 마음에 드는 여자분을 만나면 하늘에서 그분이 강림을 하시거든요.

맞습니다. 찌질이의 신이요.

"넌 왜 여자한테는 어버버 대고 그러냐 헛소리 하고"
"오빠 평소에 하듯이 하면 생길텐데 왜 없어요? 그냥 평소 하듯 해요"
네네 알고 있습니다. 근데 참 말이 쉽지 그게 쉽진 안터이다. 호감이 생기면, 긴장을 하고 긴장을 하면 "찌..찌.. 찌질대버렷!!" 이 되는데
증상을 알면서도 이걸 어떻게 고쳐야 하나 이 미친 불치병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그렇더랍니다.
또 인간유형을 말하자면, 저는 탁재훈 같은 [캐리형]의 입담이라기 보단 윤종신 처럼 주워먹기를 통한 [인자기형] 과 누군가 대화에서 옆에서 조미료를 팍팍 쳐서 "아 그럼그럼~" 북돋아주는 [다시다형],대화를 하면 그걸 들어주면서 "맞아맞아" 맞장구 쳐주는 [덩기덕쿵더러러 형] 이거든요.
이 유형의 문제점은 무엇이냐. 캐리형과 만나면 으쌰으쌰 영혼의 듀오가 되는데, 누군가 대화캐리가 없으면 그걸 이끌어 나갈 능력이 좀 부족해요. 남자들간에는 나름 캐리가 되는데, 여자들하곤 뭐 대화 코드를 어떻게 맞춰야 하는지 코드연습이 되어있지 않다 보니 코드잡다가 다쳐 손가락에 맺힌 피방울이 눈에 맺혀 피눈물이 뚝뚝뚝 흐릅니다.

그렇습니다. 어찌되었든 하기로 한거, 찌질의 신이 오지 않도록 항마력을 늘리고 굳은 다짐을 하는 수밖에요.
난 지금 친구를 만나는 거다. 난 지금 거래처 직원을 만나러 가는 거다. 중얼중얼..

그렇게 주선자와 커피숍에서 만난 그녀는 하얀 블라우스에, 긴머리 끝을 약간 파마 준 모습이었습니다. 하하하 안녕하세요.
커피숍에서 이런 저런 에피타이져 대화를 하다가 주선자가 여자친구랑 영화를 보러 간다고 가버렸습니다.
그 옛날 디아블로2 문에 불이 들어오듯 진정한 전장터에 들어서게 된 것입니다. 이제 구원군은 없는 외로운 전장터로..

그래도 대화가 잘 맞아 대화는 어찌저찌 술술 되었습니다. 제가 그전 했던 소개팅 과는 달리 여자분이 대화를 주로 하는 상황이어서 제 능력치가 살아나는 느낌입니다. 슬쩍슬쩍 농담도 던져대고 뭐.. 나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 느낌입니다.
그러다가 머리를 뒤로 스윽 쓸어넘겨서 목선을 보이는데.. '허얼.... ' 소리가 마음 한 구탱이에서 나오더군요. ...
그때였습니다. 스물스물 그가 오는것이 느껴졌습니다. 찌질의 신께서 저의 어깨를 붙잡는 것이 말입니다.

갑자기 몸이 경직되고 머리속이 멍청해지면서 웃기만 하기 시작했습니다. 큰일이다 난 이곳을 빠져나가야 겠어.. 아 안되잖아!
이 신이 더이상 오기전에 무언가를 해야 합니다. "자.. 자리를 옮길까? 밥먹으러 가자"

신은 말했습니다. [들어오는것은 자유지만 나가는 것은 아니란다] 이자식아 니가 멋대로 들어왔잖아..
밥을 먹으면서 뭔가 이건 꼬여간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말하는 것에 자신감이 없고, 포크질도 긴장해서 어법버 대질 않나, 대화도 "하하하 아 그래?" 만 연신 하며 몰핀을 넣을 뿐이었죠. 으아 이걸 어쩌지.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그녀는 아까처럼 머리는 왜 자꾸 쓸어 넘겨서
접신된 찌질이가 쌈바춤을 추게 만들게 하는건가,,(이거 며칠전에 유게에서 본 여자가 호감있는 남자에게 하는 행동.. 죄송합니다 제가 연애를 글로 배워서..)

이제 남은것은 술의 힘을 빌리는 수 밖에 없겠습니다. 맥주 마시자고 한 다음에 맥주먹으면서 대화를 이어나가야 겠다.. 머리속에는 홍감독께서 박주영을 생각하듯 그것만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여기저기 찌질로 인해 사지가 파열되고 피가 튀기는 상처투성이 몸뚱이가 흔들리는 것을 부여잡고 이 최후의 대사를 언제 외쳐야 되는가 타이밍만 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찌질의 신은 저를 놓아주지 않는군요. 으아 그만 찌질대 제발.. 그 이상한 소리, 대화에 맞지도 않는 소리도 그만하고
"그러고보니.. 너 여긴 어떻게 왔어?"
"난 차 끌고 왔지 흐흐"
[어? 차가 있어? ]
"근데 xx(주선자)에게 얘기 들었어? 나 10시에 과외가 있어서 과외하러 가야해"
[이시간에????]

찌질의 신은 격하게 웃으며 저의 뒤통수를 날리었고, 머리속은 제야의 종소리마냥 데엥 데엥 구슬프게 울렸습니다.
"아.. 그렇구나. 아쉽네. 과외 아니면 더 보면 좋을텐데.. "
그렇습니다. 찌질의 신은 끝까지 저를 놔주지 않았습니다. 에프터를 신청해야지 멍청한 놈아..

그러고 헤어졌습니다. 그렇습니다. 망한 것입니다.
어버버버 대면서 그녀를 보내고 근처 벤치에서 알제리전 3:0을 맞이한 감동님 처럼 얼굴을 부여잡고 그대로 굳었습니다.
그리고 한숨한번 크게 내 쉰 후에 하늘을 보며 하하하 웃었습니다. 하하하하하하하하..ㅠ

읽어 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혼자있고 싶습니다. 다들 나가주세요.ㅠ

ps. 아 훈훈하다 ^_ㅠ 이래야 pgr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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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들도들
14/06/29 01:08
수정 아이콘
조용히 추천합니다
14/06/29 01:08
수정 아이콘
저와 함께 다음 월드컵 센터백 라인이 되어 전설적인 수비라인이 되시는건 어떠신지 퍼디 비디치 전성기이상의 방어력
탕수육
14/06/29 01:09
수정 아이콘
근데 이거 아직 인저리타임 남은거 같은데...
새강이
14/06/29 17:36
수정 아이콘
맞아요..이거 최후의 짜내기 질럿 러쉬하면 통할거 같은데..
동네형
14/06/29 01:11
수정 아이콘
얼마전 솔로 탈출 한거 글을 써볼까 했는데 제 신상이 너무 털려서 전 자제하려구요...
14/06/30 09:12
수정 아이콘
궁금합니다!
14/06/29 01:20
수정 아이콘
결말이 피지알다워서 추천합니다.
동네형
14/06/29 01:20
수정 아이콘
전 한달 되가는데!
14/06/29 01:22
수정 아이콘
역시 커플부대가 체고시죠...크크
14/06/29 01:34
수정 아이콘
????
14/06/29 02:35
수정 아이콘
아아... 남들은 연애가 이렇게 쉬운데...ㅠㅠ
스웨트
14/06/29 03:24
수정 아이콘
아 왜그래여ㅠ
14/06/29 10:29
수정 아이콘
pgr 탈퇴를 권유 합니다......
PDD에게전해
14/06/29 10:35
수정 아이콘
운영지이이이이이이인!!!!
MLB류현진
14/06/29 12:04
수정 아이콘
-0-//
사랑한순간의Fire
14/06/29 13:55
수정 아이콘
커플부대는 진리입니다.
parksamsu
14/06/29 01:27
수정 아이콘
톡이든 전화든 뭐든 좋으니 애프터 신청하세요!!!어서!!!알제리전 봤잖아요!! 우리가 화났던건 넣든 못넣든 슛을 안했던거였잖아요!! 일단 슛한번 해봅시다!!
버들피리
14/06/29 01:34
수정 아이콘
가만....포기하기엔 아직 이른것 같은데요??
좀더 용기를 내셔서 에프터하세요~!!!!!
아이유라
14/06/29 02:18
수정 아이콘
긴장하면 갑자기 어버버한다든지 대화유형 부분에서 엄청난 공감이 크크크크크크
라됴머리
14/06/29 03:21
수정 아이콘
덩기덕쿵더러러러 형에서 빵 터졌네요.
거의 댓글 수와 비례하게 추천 수가 많길래,
어쩐지 결말이 좋지 않을 것 같더라니...ㅠ
톡이랑 전화로 조금 친해지시고 만나시면,
어버버 선수 벤치로 보낼 수 있지 않을까요?

정말이지
성공하시기를 빕니다.
용감하게 애프터 신청 하세요!!
껀후이
14/06/29 03:34
수정 아이콘
아으...섣부른 판단일수 있으나 글 쓰신 스타일 보니, 그리고 말씀하시는거 보니 제 친구가 떠오르고 성격도 알 것 같아요...
뭔가 아숩고 그러네요 아아ㅜㅜ
피쟐에 훈훈하지 마시길!!ㅜ크크
인저리타임 남았다는 댓글 추천임돠!
터치터치
14/06/29 07:10
수정 아이콘
정말로 괜찮은 여자분이 었다면 이글을 보내시면 적어도 기회는 한번더 얻을 수 있겠네요. 그런데 이 글 본 느낌은 상대 여자분이 엄청 맘에 드신 것은 아닌 걸로 보이긴하네요.크크
낭만토스
14/06/29 07:43
수정 아이콘
소개팅글인데 추천이 많아서
결말예상이 너무 쉽네요
제가 참
14/06/29 07:56
수정 아이콘
이로운 글 입니다. 크크
여성가족부
14/06/29 08:14
수정 아이콘
그래도 슛 한 번 해보시게요
2막3장
14/06/29 22:13
수정 아이콘
친한 친구가 광주 친구라... 이 댓글은 필히 라도 사람 댓글이다능...
Windermere
14/06/29 10:31
수정 아이콘
저는 술자리에서 얘기를 많이 안 하는 축이라,
말씀하신 [캐리형]은 아닌데요.
그런데 오히려 남자든 여자든 1:1로 만나게 되면 주도할 필요가 일단 별로 없고
적당히 장단 맞춰주고 특히 여자의 경우에는 잘 들어주고 첨언만 해줘도
대화 이어가는 데 큰 어려움이 없습니다.

스웨트님 스타일은 술자리에서 주인공이 되기는 어려울지라도
1:1, 특히 여자와의 소개팅에서는 오히려 살짝 유리한 스타일이라는 것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다만, 약간 가벼워 보이는 느낌을 주는 것만 경계하시면 분명히 잘 풀리실 거라 확신합니다 :)
착한밥팅z
14/06/29 11:09
수정 아이콘
근데 소개팅이라는게 원래 그렇지 않습니까? 잘 되기 힘들잖아요.
저는 소개팅하고 집에 들어가는 길에 연락하다가 맘에든다 좋아한다고 말해버렸던 기억이 나네요.....


그 이틀 후부터 잘 만나고 있습니다.
14/06/29 11:19
수정 아이콘
부들부들
눈바람
14/06/29 11:13
수정 아이콘
좋은 글입니다, 크크.
앓아누워
14/06/29 12:40
수정 아이콘
아직 모르지 않나요?
14/06/29 13:23
수정 아이콘
혼자계시고 싶다고 하니 나가드리겠습니다.

아참, 28번째 추천은 제껍니다^^
스웨트
14/06/29 20:18
수정 아이콘
리플 달아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인저리 얘기가 있는데 1이 사라지지 않는 걸로 보아하니 이미 경기 끝난걸로..
2막3장
14/06/29 22:13
수정 아이콘
뭐.. 32번째 추천은 제 껍니다^^
14/06/30 01:30
수정 아이콘
저랑 비슷한 스타일이시고, 맘에 드는 앞에서 찌질대는 것도 비슷해서 글에 격한 공감을 느낍니다. 어떻게 인자기급이라면 그나마 한방의 파괴력이 있었을텐데 현실은 1따봉이죠 마음에 들면 마음에 들 수록 더 그렇게 되는 기현상이;;;
14/06/30 09:58
수정 아이콘
으아아아. 마음이 아프네요. 하지만 역시 피쟐은 훈훈합니다.
Black_smokE
14/06/30 15:12
수정 아이콘
추천 수를 보고 맘 편히 먹고 읽었습니다. 물론 저도 여러 피지알러들의 심적 건강을 위해 추천을 누르는 것을 잊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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