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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06/27 19:10:02
Name aura
Subject [일반] 대학 연애 시리즈1
본 이야기는 실제 있었던 얘기를 바탕으로 쓴 팩션입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소설에 더 가깝다는 사실을 알려드리는 바입니다.
제 이야기, 주변의 이야기 등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토대로 만들어졌습니다.


대학교에서 흔히 한번쯤은 겪었을 법한(?) 이야기를 토대로 공감할 만한 연애물입니다.(본인 입으로 말해 뻔뻔하지만요 흐흐.)


- - -


"김민아"
"네."
"김주민"
"네."


열 시 정각. 어느때와 다름 없이 무미건조한 교수님의 출석체크가 시작된다.
학생들은 그에 시크털털한 목소리로 '네, 네, 네' 모두 짜기라도 한 듯 대답한다.
이래서야 과연 교수님은 제대로된 출석체크를 할 수 있을까?
막말로 남자는 대충 다른 아무 남자애나 대신 갖다 앉혀놓고 '네'대답만 시켜도 모를 것이다.


"조서영."
"네."


그러나 씁쓸한 생각도 잠시다. 출석이 지읒에 이르자마자 나는 대각선 건너편 앞으로 슬며서 눈을 돌렸다.
그 곳에는 강아지마냥 자신의 이름이 불리길 기다리며 전방에 시선을 고정한 그녀가 있었다.


"지연주."
"네!"


활달하면서도 생기 찬 목소리가 강의실에 작게 울린다. 매번 이렇게 건너편 앞의 그녀를 볼때마다 생각한다.
어떻게 사람이 목소리와 생긴 것이 이렇게 잘 어울릴 수가 있을까 하고.


"차지선."


그러나 교수님은 그 확연하게 다른 생기 가득 찬 목소리를 듣고도 대수롭지 않은 듯 무덤덤하게 넘어가버린다.
나였다면 당장 고개를 들어 그 다른 한 명의 학생의 얼굴을 똑똑하게 기억해두려 했을텐데.
무심한 교수님에게 그녀가 시무룩해지기라도 하면 어쩌나 싶다.
그러나 그녀는 전혀 개의치 않은 듯이 책을 펼치고 필통에서 몇 가지 다른 색의 필기구들을 꺼낸다.


피식.


어째서인지 모르겠지만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자니 웃음이 입에 걸린다.
그렇다. 나는 그녀를 좋아하고 있다.


***


그녀를 처음 본 것은 학기 초 수업시간.
처음 봤을 때의 충격이란, 말 그대로 쇼킹이었다.
활달하고 밝은 얼굴에 그에 딱 맞는 목소리까지.
이상형이란 것이 바로 이런 것일까? 싶었다.


대리출석할 때를 빼고는 남의 출석에 귀를 기울인 적은 처음이었다.
지연주. 덕분에 그녀의 이름이 지연주인 것을 알게 되었고, 수소문한 끝에 같은 학부에 다른 과 학생이란 사실도 알게되었다.
그 사실에 괜히 혼자 뿌듯했달까. 과 CC는(군중제어기 말고 캠퍼스커플) 아무래도 부담이 큰 법이니까.
참 혼자 생각해도 부끄럽지만 배추를 사기도 전에 김칫국을 마신 셈이었다.


"야 미팅 나갈래?"
"아니."


학기 시작 후 몇 주가 지나서 여기저기 소개팅이니 미팅이니 하는 자리들이 들어왔다.
그러나 나는 그럴때마다 고민도 하지 않고 대답했다.
마음에 드는 여자가 가까이 있는데 굳이 그런 자리를 나갈 필요가 없었다.  


"나중에 후회하지마라?"


후회라... 오히려 거기 나가면 후회하겠지.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동기녀석에 웃음지어보였다.



***


날짜는 4월에 접어들었다.
날도 저녁에는 아직 을씨년스러웠지만, 낮 만큼은 완연한 봄 냄새가 제법 났다.
따뜻한 햇빛이 비추고 나무에는 파릇파릇 새싹이 돋아 났다.


그러나 그 4월의 봄은 선뜻 내게만큼은 찾아오지 않았다.
그녀는 같은 학부라고는 하나, 같은 과는 아니어서 아무래도 친해질 구석을 찾기가 힘들었다.
같은 과 내에 친구 녀석들에게 수소문을 해볼까 하다가 관두었다.
괜히 그러다 소문만 나는 건 원치 않았으니까. 최악의 경우에는 그 소문을 그녀가 들을 수도 있는 거고.


결국 누구에 기대기 보다는 스스로 해결해야했다.
쉬는 시간에 은근히 쪽찌를 놔볼까? 보는 눈이 너무 많다.
수업 시간이 끝나고 따라가 볼까? 섣불리 용기가 나지 않는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나는 그녀와 함께 듣는 시간이 끝날 때마다 멀어지는 그녀의 뒷모습을 차마 잡지 못한 채
씁쓸한 웃음만 흘리고 있었다.


***



그러다가 어느 날 정말 뜻밖에 기회가 찾아왔다.


"오늘은 다다음 주부터 있을 발표 수업 조를 짜는 날이에요. 조는 4인으로 짜겠습니다."


교수님의 입에서 그 소리가 처음 나왔을 땐 혹시하는 마음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정말 같은 조만 된다면 하늘이 내리신 기회가 아닌가.
그러나 이내 나는 살짝 체념한 채 고개를 도리질쳤다.
보나마나 친한 애들끼리 짤 것이다.


"조는 여러분들이 짜지 않고, 제가 임의적으로 짜겠습니다."


그때 귓가에 한 줄기 광휘의 빛이 내리쬔다.
혹시? 하는 마음이 다시 불쑥 불거진 것이다. 그러나 또 너무 큰 기대를 했다가 그녀와 조가 되지 못한다면
큰 실망을 할 것 같아 애써 커져가는 혹시를 꾹꾹 눌러 버틴다.


이윽고 교수님의 입맛대로, 눈맛대로 4명의 이름들이 한 묶음으로 묵여갔다.
벌써 몇 묶음이 만들어졌지만 그녀와 나는 어디에도 속하지 않았다.
어쩌면, 정말 어쩌면 오늘만큼은 내게 천운이 따를지도 모른다. 이제 마음 속의 '혹시'는 막을 수 없을 정도로 커져버려
꾹꾹 눌러 참을 수 없는 수준이 되어버렸다. 이렇게 기대하게 만들어 놓고 그녀와 조가 되지 못한다면 괜히 교수님이 미워질 것만 같았다.


"한재민..."


꿀꺽 하고 목으로 침이 넘어간다. 내 이름이 나와버렸다.
나는 고개를 푹 숙인 채 눈을 딱 감고 간절히 빌었다.
비나이다, 비나이나 천지신명께, 예수님, 부처님 제발!


"김현주."


아직 괜찮아. 아직 두 번의 기회가 더 있다.


"이민호."


하. 이제 확률은 더욱 줄어들었다. 마지막 남은 자리에 과연 그녀가 뽑힐 수 있을까.
묘한 기대감과 안될 것 같다는 실망감이 버무려져 이상한 기분이다.
고개를 들어 교수님의 입에 시선을 집중한다. 제발!


"지연주."


만세!
아무도 모르게 나는 속으로 크게 웃었다.
혼자 있었다면 기뻐서 소리지르며 방방 뛰어다녔을 것이다.



***


롤챔을 봐야 하므로 여기서 끊어 갑니다. 흐흐.
아마 시리즈1은 두 편? 또는 세 편에서 끝날 것 같네요.
반응 좋으면 좋은 대로 연참하고 시리즈2, 3도 생각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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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집백수총각
14/06/27 19:15
수정 아이콘
부들부들
14/06/27 19:15
수정 아이콘
닉댓일치!
사슴도치
14/06/27 19:28
수정 아이콘
전에 연재하시던건 연재중지인가요?ㅠㅠ
14/06/27 19:32
수정 아이콘
네. 팩트 바탕으로 쓰다보니 연재중지 요청이 들어와서...
죄송합니다. ㅠㅠ
부족한 글 기억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꾸벅.
14/06/27 20:38
수정 아이콘
부들부들(2)
14/06/27 20:41
수정 아이콘
왜 다들 부들부들이죠 ... ㅠㅠ
14/06/27 21:23
수정 아이콘
차지선이라는 이름이 강려크하네요
14/06/27 21:25
수정 아이콘
!?charge선인가요? 크크.
14/06/27 21:59
수정 아이콘
14/06/27 23:34
수정 아이콘
휴덜덜.....
14/06/28 10:50
수정 아이콘
제 이름이 나와서 깜놀:-)
야율아보기
14/06/28 12:35
수정 아이콘
빨리 다음편 올려 주세요. 현기증 난단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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