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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06/23 10:03:36
Name OrBef
Subject [일반] [영어 동영상] 무신론자 (도킨스 etc) vs 기독교인 (크레이그 etc) 토론 몇 개.
이 연재물을 처음 보는 분을 위해서: 종종 제 관심사 (주로 시사/철학/종교/과학 등) 를 주제로 하는 영미권 (혹은 호주 쪽도...) 동영상들을 올리는 중입니다. 영어 공부 겸해서 보는 영상들인지라 되도록 한글 자막이 없는 것들로 올립니다. 사실 여러 가지 주제를 올리겠다는 것이 처음의 계획이었지만, 올리다 보니 결국 제 관심이 조금 편향되어있었는지 시사나 과학 쪽은 별로 없고 종교와 철학 쪽 글을 주로 올리게 되었네요. 해서 오늘의 동영상은 조금 다른 주제로 올려볼까 vs 기왕 이렇게 된 것, 원래 관심 있던 주제에 조금 더 집중하고 이후에는 아예 치워버릴까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후자 쪽을 선택했습니다. 요즘 일도 조금 바빠진지라, 오늘의 글 이후에는 한동안은 종교나 무신론은 다루지 않을 듯합니다.

지난 동영상:

1. 조지 칼린 스탠딩 코미디 "지구의 날": https://pgr21.com/?b=8&n=46393
2. 크리스토퍼 히친스 "종교의 폭력성": https://pgr21.com/?b=8&n=46491
3. 로버트 바론 "자유주의 신학의 반론": https://pgr21.com/?b=8&n=46577
4. 데이빗 채머스 "의식의 기원": https://pgr21.com/?b=8&n=46815
5. 칼 세이건 "내 차고 안의 드래곤": https://pgr21.com/?b=8&n=46905
6. 대니얼 데닛 "의식의 기원, 유물론의 관점에서": https://pgr21.com/?b=8&n=46987
7. "광고와 노래로 보는 천조국의 종교": https://pgr21.com/?b=8&n=48697
8. 루이 CK, "양키식 자학 코미디": https://pgr21.com/?b=8&n=48820
9. Qualia Soup, "열린 마음 != 무비판적 사고": https://pgr21.com/?b=8&n=49627
10. 로렌스 크라우스, "A Universe from Nothing": https://pgr21.com/?b=8&n=5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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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무신론자이면서도 반면에 가족의 요청에 의해 성당에 몇 년간 다닐 일이 있었는데요, 무신론자였음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교회 (제 입장에서야 천주교와 개신교는 신을 어떻게 이해하고 섬길 지라는 세부사항에서 차이가 날 뿐, 기본적으로는 비슷한 종교니까 특별한 이유가 없을 때에는 구분하지 않겠습니다) 를 다니다 보니 '한 번쯤 믿어보도록 시도해볼까?' '이 사람들도 나름대로 뭔가 이유가 있어서 믿는 것일 텐데?' 등등의 감정이 생기더군요. 그런 감정을 바탕으로 신학책도 읽어 보고 성경도 읽어 보는 시간을 꽤 오랫동안 가져보았고, 그 결과 저 자신은 원래 위치였던 무신론자로 남았습니다만, 그 와중에 생겨난 몇 가지 생각이 있어서 그 생각들을 공유하려고 포스팅을 합니다.

1. "과학이 설명할 수 없는 것을 종교는 설명할 수 있다" 라는 주제에 대해서.

아래는 유명한 (아마도 유명세로만 따지면 세계 제일일 듯한) 무신론자인 리처드 도킨스와 조지 펠 추기경의 토론 중 약 3 분 정도의 대화입니다. 펠은 로만 가톨릭이고, 아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가톨릭은 진화론을 부정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비교적 대화가 통하는 기독교 분파입니다. (진화론도 종교인데요? 라고 하시는 분들께는 죄송하지만, 저는 진화론은 '스스로 귀를 막고 눈을 가리지 않는 이상' 누구나 인정할 수밖에 없는, 증거나 충분하다 못해 흘러넘치는 이론이라고 생각하고, 따라서 이 주제에 대해서는 이야기하고 싶지 않습니다. 진화론에 대해서 진실을 알고 싶다면, 목사나 신부의 설교를 통해서만 진화론을 접하지 말고 스스로 진화론 책자를 읽기를 권합니다. 하나 추천하자면, 도킨스가 쓴 '지상 최대의 쇼' 라는 좋은 책이 있습니다.)



[8:09 ~ 10:45]

이 대화 이전에 도킨스는 진화론에 대해서 한참 설명한 상황입니다.
펠: 그거 재미있네요. 도킨스는 좀 전에는 과학은 우리의 존재를 설명할 수 없다고 하더니 이젠 설명할 수 있다고 하네요
도킨스: 왜 설명을 못 합니까? 우리가 '왜' 여기에 이런 모습으로 존재하는지에 대해서 과학은 충분히 설명할 수 있어요
펠: 못하죠. 과학은 모든 사물과 현상이 일어나는 방식을 설명할 뿐이지, '왜' 그런 일이 일어나는지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못해요. 빅뱅이 '왜' 일어났는지, 생물이 '왜' 출현했는지, 우리는 '왜' 도덕적으로 살아야 하는지 등등 이런 질문들에 대해서 과학은 아무것도 답해주지 못합니다.
도킨스: 당신은 지금 말장난을 하고 있어요. '왜' 라는 말은 원인과 결과를 설명하는 것으로 충분한 질문입니다. 어떤 원인으로 인해 생물이 출현했는지 같은 것은 매우 재미있고 어려운 질문입니다. 우린 아직 이런 질문들에 답하려고 노력 중이지요. 하지만 당신은 '왜' 라는 말 속에 '목적이 무엇이냐?' 라는 의미가 숨어있는 것처럼 가정합니다. 그런 질문은 많은 경우 의미가 없는 질문이에요. '왜 저기 산이 있는가?' 라는 질문에 대한 의미 있는 답변은 '이런저런 지질학적 운동에 의해 저기 산이 생겼다' 라는 것이지, 산이 저기 있는 것 자체에는 아무 목적도 없어요.
펠: '우리는 왜 존재하는가?' 라던지 '우리 삶의 목적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던지는 질문입니다. 이런 질문이 아무 의미도 없다뇨.

OrBef 주: 개인적으로 무신론자와 종교인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차이점 중 하나가 저 대화에서 잘 표현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왜 셀폰이 먹통이지?' 라는 질문과 '왜 심리학을 전공하기로 했니?' 라는 질문은 둘 다 '왜' 라는 단어를 포함하고 있는데, 두 문장에서 '왜' 라는 단어의 의미는 전혀 다릅니다. 첫 번째 왜는 셀폰이 먹통인 원인이 무엇이냐는 사실관계에 대한 질문이지만 두 번째 왜는 당사자의 목적이 무엇이었느냐는 의지에 대한 질문이지요. 과학자들이나 무신론자들은 두 번째 의미로 사용하는 '왜' 는 인간이나 기타 의지를 갖춘 생물에게만 적용 가능한 단어라고 봅니다. 따라서 '우리 삶의 목적은 무엇인가?' 에 대한 대답은 '그건 인간이 스스로 정하는 거지' 라는 대답이 나오기 쉽고, '우리는 왜 존재하는가?' 에 대한 이들의 반응은 1. 과학적인 대답을 하거나 2. 그 이상을 물어보는 것이라면 질문이 잘못되었다고 대답할 것입니다. 반면에 종교인들이나 추후 종교인이 될 성향을 지닌 사람들은 '아냐 그런 대답은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야. 이 질문에는 뭔가 보다 큰 대답이 있어' 라고 느끼는 듯하고, 그런 사람의 생각은 이후 신의 개념으로 이어지기 쉽지 싶습니다. 예를 들어서 유명한 기독교 변증가인 CS 루이스가 "인간이라면 누구나 채워지지 않는 영적 갈증을 느낀다. 이것 자체만으로도 신이 있다는 증거로 충분하지 않은가?" 라는 말을 했었는데, 종교인들이 이 주제에 대해서 가진 생각을 매우 잘 표현한 문장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무신론자로서의 대답은 "당신은 논리의 비약을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라고 밖에 답할 수 없지만 말이죠.

동영상의 나머지 부분도 합해서 내용을 정리하자면, "과학이 설명할 수 없는 것을 종교는 설명할 수 있다" 라는 주제에 대해서
조지 펠: 과학은 형이하학적인 분야만 다룬다. 종교가 다루는 영역은 논리적이지 않은 것이 아니라 논리를 넘어서는 것이고, 이런 분야에 대해서 과학이 끼어들 여지는 없다.
리차드 도킨스: 과학이 설명할 수 없는 질문은 종교도 설명할 수 없다. 그런 질문의 상당수는 성립이 불가능한 의미 없는 질문이고, 의미 없는 질문에 말장난스러운 대답을 한다고 해서 그게 설명이 되는 것은 아니다.
정도로 양쪽 의견을 정리할 수 있겠네요.

2. "신 없이 도덕이 가능한가?" 라는 질문에 대해

아래는 또 하나의 유명한 무신론자인 샘 해리스가 더 유명한(?) 기독교 변증학자인 윌리엄 크레이그와 토론을 벌인 중에서 양쪽 발언을 가져온 것입니다. 크레이그는 무신론자 vs 기독교인 간의 토론이라는 이 바닥(?) 에서 엄청나게 유명한 사람입니다. 무신론자 쪽의 크리스토퍼 히친스처럼 이 사람도 상대방 진영의 중급 선수들을 그야말로 양민학살하는 포스를 보이죠. 이 사람이 신이 없다면 인간에게 도덕도 없다는 논증을 합니다. 이 논증 이전에 크레이그는 '객관적인 도덕적 기준은 인간의 의견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 신이 있다면 신 자체가 그 기준이 될 수 있으므로 당연히 객관적 도덕은 가능하다.' 라고 말해둔 상태입니다.



[13:55 ~ 16:30]

크레이그: 자 이제 초점을 무신론으로 옮겨봅시다. 만약에 무신론자들이 옳다면, 우리가 도덕의 기준으로 삼을 만한 것이 무엇이 있을까요? 무신론자들에 따르면 인간은 진화의 부산물에 불과하고, 나타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으며 머지않아 사라질 종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객관적으로 볼 때 인간이라는 종이 얼마나 잘 사느냐는 것은 별로 중요한 문제가 아니에요. 곤충이나 쥐나 하이에나가 잘 사는 것보다 더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할 이유가 없지요. 샘 해리스는 도덕이 이 세상과 유리된 기준을 바탕으로 할 수 없으며, 따라서 이 세상에서 인간이 얼마나 잘 사느냐가 기준이 되어야 한다고 합니다. 근데 이건 말이 안 되는 거에요. 이 세상은 (무신론이 사실이라면) 어떤 도덕적 기준이 있는 공간이 아니에요. 그들의 의견에 따르면 도덕은 단순히 인간의 생존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 생겨난 집단주의나 터부 같은 것이죠. 네, 물론 그런 도덕을 따르면 우리의 생존 확률은 올라가겠죠. 근데 이게 '옳다' 라는 개념과 무슨 상관입니까? 우리가 일반적으로 '도덕적이다' 라고 하는 개념과 샘 해리스식의 과학적 설명은 완전히 다른 얘기에요.

여기에 대해서 샘 해리스의 대답은 다음과 같습니다.



[35:23 ~ 38:30]

해리스: 크레이그는 제 도덕관이 '단순히 인간의 번영을 기준으로 삼는다' 라고 공격을 합니다. 어.... 그게 죄라면 뭐 제가 죄인이지요. 크레이그가 말하는 도덕이 제 도덕보다 나은 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죠. [주: 잠시 크레이그의 인용구들이 잘 생각해보면 오용이라는 지적을 함] 제 도덕관의 기본이 되는 '모든 도덕적 가치는 궁극적으로는 지성을 가진 존재들의 번영으로 환원된다' 라는 부분을 조금 더 생각해봅시다. 우리 우주에 지성을 가진 존재가 하나도 없다고 가정해보지요. 그럼 당연히 행복도 불행도 고통도 아무것도 없는 세상이 되는 것이고 도덕적 가치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여기까지 동의하신다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서 '지성을 가진 모든 존재가 상상 가능한 가장 큰 고통을 상상 가능한 가장 긴 시간 동안 겪는 우주' 란 것이 있다고 가정해보지요. 그런 우주는 나쁩니다. 당신이 만약 여기 동의하지 않는다면 난 당신과 더는 할 이야기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당신이 무슨 얘기를 하는지 나도 모르지만, 사실은 당신도 당신이 무슨 얘기를 하는지 모르면서 그냥 우기는 거거든요. 자, 여기까지 제게 동의한다면 마지막 단계로 넘어가서 '지성을 가진 존재 역시 과학적 법칙의 지배를 받는 존재이므로, 우리 종이 고통을 피하고 행복과 번영으로 나아가기 위한 합리적인 방법들이 존재합니다.' 저는 도덕을 그런 방법들에 대한 고찰을 기반으로 세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OrBef주: 샘 해리스는 단순한 무신론자를 넘어서 굉장한 과학 만능론자입니다. 약간 위험한 수준까지도 생각을 밀고 나가는 사람이기 때문에 이 사람의 생각을 제가 100% 동의하는 것은 아니고, 다만 크레이그와 해리스가 말하는 도덕관이 기독교인과 무신론자가 마음속 깊은 곳에 깔고 있는 대 전제를 잘 표현했다고는 생각합니다. 크레이그는 '인간으로부터 독립적인 기준' 이 있어야만 도덕이 의미가 있다고 말하고 있고 해리스는 '인간이 세우는 기준으로 충분하고 그 이상은 말장난' 이라고 말하죠.

위 동영상을 전부 보고 나서 정리하자면 "신 없이 도덕이 가능한가?" 라는 질문에 대해
샘 해리스: 신 없이 당연히 도덕이 가능하다. 도덕의 기준은 인간의 번영이고, 솔직히 그 이상의 기준이란 것은 불필요할뿐더러 위험하다.
윌리암 크레이그: 신 없이 세우는 도덕은 사상누각이다. 신의 명령 없이 누가 누구에게 도덕적 의무를 지우겠는가?
정도의 입장을 보입니다.

3. "세상의 신비는 신을 증거한다" 라는 주장에 대해서

아래 동영상은 크레이그가 크리스토퍼 히친스 (전투적인 무신론자의 끝판왕입니다. 이 사람의 토론 영상들을 보면 느끼게 되는 거지만, 이 사람은 아브라함 계열의 종교에 대해서 가진 증오심이 어마어마한 사람입니다. 이 사람의 개인사를 보면 이해할 부분도 있고요) 가 맞붙은 토론회입니다. 역시 양쪽 발언 중 제 글의 요지에 맞는 부분만 따옵니다. 이 토론회의 주제는 '신은 과연 존재하는가?' 였고, 크레이그는 본인의 영적 체험 같은 주관적인 부분을 제외하고 철학적으로 신을 논증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입니다. 그 철학적 논증 중 1 번인 제일원인 논증 부분을 보겠습니다.



[15:54 - 20:10]
크레이그: 자 우주론적인 논증에서 시작해봅시다. 우주는 도대체 왜 [주: 여기서 '왜' 라는 단어의 뉘앙스가 제가 1번에 이야기한 기독교적인 뉘앙스입니다] 존재하는 것일까요? 19세기까지만 하더라도 무신론자들은 우주는 영원히 존재했으며 그것이 존재하게 한 절대자는 없다고 주장해왔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제 우주의 시작이 있었다는 것을 잘 알지요. 일단 논리적으로 생각해와도 우주가 영원하다는 것은 말이 안 됩니다. '영원' 이라는 것은 개념일 뿐이지 실제 세상에 존재할 수 있는 실체가 아니거든요. [주: 이런저런 인용을 한참 하네요. 인용왕 크레이그] 고로 인과율의 체인은 과거의 어느 시점에서 시작한 것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20세기의 빅뱅 이론은 이런 철학적 논증을 확인해주지요. 빅뱅 이전에는 물질도 에너지도 시간도 공간도 없었는데 빅뱅으로 인해 모든 것이 시작되었습니다. '무' 에서 '유'가 생겨난 것이지요. 무신론을 기반으로는 이런 상황은 말이 안 돼요. '무' 에서 '무' 라는 방법으로 인해 '유' 가 시작된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성립할 수 없거든요. '물질도 시간도 공간도 없는 무' 에서 '유' 가 생겨나려면 결국 '비물질적이고 시간 밖의 존재이며 어마어마한 힘을 지닌 존재' 가 필요한 것이고, 그런 존재가 창조를 '선택' 했다는 점에서 유추해볼 때 이 존재는 '인격적인 존재' 이어야만 하지요. 따라서 우리는 우주의 존재 자체가 비물질적이자 시간 밖의 존재이자 인격이 있으며 압도적인 힘을 지닌 존재에 대한 증거라는 것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이게 신이죠.


[35:59 - 41:00]

히친스: 우리가 만약 이런 토론회를 19세기에 가졌다면, 크레이그씨는 우주론 같은 것은 알지도 못했을 거에요. 따라서 아마 크레이그는 신념이나 성경 문구, 구원의 약속이나 아니면 페일리의 자연 신학 같은 것을 이용해서 신을 증명하려고 했을 겁니다. 페일리는 아시다시피 '이렇게 복잡한 생명이 가득한 세상이야말로 신의 증거다. 도대체 신이 아니면 이런 복잡계를 누가 만들었겠는가?' 라고 논증을 했던 사람이지요. 꽤 그럴듯했던 논증이고, 19세기에는 많은 기독교인이 이 말을 믿었어요. 근데 오랫동안의 노력을 통해서 과학자들이 밝혀낸 진실은, 우리가 설계된 존재가 아니라 무작위 변위와 자연 선택을 통해 진화된 존재라는 사실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이런 진화론에 반대해서 교육 과정에서 진화론을 삭제하려고 그렇게 노력하던 기독교인들이 이젠 어떻게 말하는지 아시죠? '아, 진화도 사실 신의 뜻이에요' 이렇게 말하죠. 이런 식의 논증은, 확실히 말해두지만, 제가 반박할 수가 없어요. '과학자들이 무엇을 찾아내든 그 찾아낸 발견물은 신의 뜻이에요' 라고 말하면, 거기에 대고 제가 뭐라고 하나요? 하지만 이런 식의 반증 불가능한 논증은 사실 제대로 된 논증은 아니죠. 크레이그의 논증대로 신이 130억 년 전에 우주를 만들고 45억 년 전에 지구를 만들고 그 위에 생명을 창조해서 그 생명체 중 99.9% 가 멸종되기를 기다려서 [주: 잠시 별로 안 중요한 얘기를 함] 인류를 만들고 그 인류의 대부분이 빙하기에 멸종할 뻔하다가 몇 천 마리만 살아남기를 기다려서 [주: 요즈음 새로 발견된 사실인데, 인류가 빙하기에 멸종할 뻔했다더군요. 지구 표면의 대부분 지역에서는 다 얼어 죽고 한 부족 정도만 살아남았다가 그게 다시 퍼져나간 거라고... 뭐 하여튼 히친스의 논증과는 큰 관계는 없습니다] 그들이 다시 문명을 만들기를 기다려서 그제야 그 신이 인간의 모습으로 태어나고 자기가 우리를 구원했다는 사실을 우리가 증거없이 믿는 그런 일이 벌어지도록 한 것이 우리 세상의 메인이벤트라고 생각하신다면, 뭐 그렇게 하세요. 제가 보기에는 매우 흥미로운 자기중심적 사고방식입니다만. 우주의 다른 곳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일들, 그동안 멸종해버린 수많은 생물들, 인간 이외의 종들이 겪는 수많은 고통, 뭐 이런 건 난 관심없고 하여튼 신은 우주를 우리를 위해서 만들었고 우리는 구원받았다... 예 뭐 그렇게 믿으세요.

OrBef주: 히친스는 철학자가 아니고 저널리스트니만큼 신학에 대한 깊이 있는 논증/반증을 하는 사람은 아닙니다. 사실 히친스야 신학이라는 학문 자체가 잘못된 전제 위에 세운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니까 자신이 신학을 깊이 팔 이유를 느끼지도 않겠죠. 하여튼 그렇다 보니 히친스의 논증은 다분히 공격적이고 감성적인 면을 띱니다. 오히려 크레이그의 제일원인 논증은 나름대로 철학적인 느낌은 들지요. 크레이그의 제일원인론이 옳으냐 그러냐는 지금 제 글의 요지는 아니고 [주: 참고로, 제가 저 논증을 인정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여기서도 무신론자와 기독교인이 마음속에 가지고 있는 전제의 차이가 보인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즉, 크레이그는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혹은 그렇다고 자신이 느끼는) 이런 위대한 신비 뒤에는 분명히 뭔가 거대한 존재가 있음이 틀림없다' 라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고, 히친스는 '신비 같은 소리하고 있네. 실제 우주에서 우리가 얼마나 미미한 존재인데, 당신 지금 인지부조화여' 라고 공격하지요. 나중에 크레이그와 로렌스 크라우스 (저번 글에서 언급한 물리학자) 가 동일한 제일원인 논증을 주제로 논박했었는데, 크라우스는 '잘 모르겠으니 신! 이라는 식의 논증은, 그냥 게으른 거에요. 잘 모르겠으면 공부를 해야지요' 라고 공격했었습니다.

정리하자면, 세 가지 주제 - 과학과 종교, 도덕과 신, 신의 존재 - 를 두고 벌인 토론회 모두에서 저는 한 가지 근본적인 심리적 차이를 느꼈습니다. 기독교인은 '왜' 라는 질문 뒤에 '목적이 무엇이냐?' 라는 전제가 깔려 있으니 인간이 아닌 의지적 존재가 결론으로 나올 수밖에 없고, '옳고 그름의 기준' 이 인간 이상의 존재여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인간이 아닌 도덕적 존재가 결론으로 나올 수밖에 없고, '신비로움' 의 뒤에 인간 이상의 존재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창조주가 결론으로 나올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반면에 무신론자들은 '왜' 라는 질문은 '원인이 무엇이냐?' 를 물어보는 것이니 의지적 존재를 상정할 이유가 없고, '옳고 그름' 은 인간이 판단할 일이니까 인간 이상의 기준이 필요 없고, '신비로움' 을 느낄 때에는 그 신비로움을 과학적으로 이해하려고 들어가게 되니 창조주를 떠올릴 이유가 없는 것이지요.

앞에서도 잠깐 언급한 CS 루이스가 한 말중에서 제가 좋아하는 문구가 하나 있는데, '무신론자들은 신을 찾는 우리의 노력을 현실로부터의 도피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 세상이 감옥이고 신의 세상이 감옥 바깥이라면 이것은 탈옥이라고 부르는 것이 맞다' 대충 이런 문구였습니다. 차마 재미있는게, 루이스의 전제가 참이라면 루이스의 말이 맞고 전제가 틀리다면 무신론자들의 말이 맞습니다. 근데 그 결과는 완전히 정반대로 나오지요.

4. 마치며

글을 다 쓴 시점에서 생각해보면, 제가 무신론자다 보니까 어느 정도 무신론자의 편을 든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하지만 나름대로 '정말로 아픈 곳은 찌르지 않는다' 는 원칙에 따라서 글을 작성했으니 기독교인분의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뭐랄까.... 이 글은 '당신들 기독교인은 뭔가 착각하고 있습니다. 무신론이 맞아요' 라는 이야기를 하려고 쓴 글은 아닙니다. 우리 생전에 무신론자나 기독교인이 대한민국 인구의 99% 를 차지해서 상대방 진영을 무시해도 될 정도로 밸런스가 기울 일은 없을 듯하므로, 어차피 서로 또 만나고 또 만날 사이니만큼 서로에 대한 이해의 폭을 조금 넓혀보려는 시도라고 보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지난 2년 반 정도에 걸쳐서 대충 500 ~ 1000 시간 정도의 시간을 기독교와 기타 종교, 무신론에 대해서 공부하느라 소비한 듯하네요. 뭐 텍사스 거주자로서 제 공부의 상당 부분은 텍사스 특유의 신정일치스러운 복음주의 교회를 이해하는 데 할애하긴 했습니다만..... 하여튼 이제 공부는 다 했고 기독교에 대해서 더 이상 알아볼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이제야말로 현실 세계의 일에 집중할 때가 된 듯하네요. 모두들 힘찬 한 주 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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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6/23 10:13
수정 아이콘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저글링아빠
14/06/23 10:27
수정 아이콘
누가 이겼고 졌고 더 나아가 누가 옳고 그르고를 떠나서, 저런 공개된 자리에서 저런 식의 토론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괜찮아 보입니다.
14/06/23 10:29
수정 아이콘
네 저도 그게 참 부럽더군요. 한국도 토론 방송이 나름대로 활성화된 나라인데, 그 주제가 더욱 넓어지기를 바랍니다.
스타카토
14/06/23 11:09
수정 아이콘
저도 그부분이 정말 괜찮음을 넘어서서...부럽네요...
우리나라에서도 저런 토론을 볼수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moonland
14/06/23 10:33
수정 아이콘
저도 상당기간 무신론자로 살아오며 한때 몸담았던 종교에 대한 공부를 하며 실제로 목사들과 이야기도 몇번 나누어 보며 제 생각을 정리했는데요.
이렇게 아름답게 정리된 글이 반갑고 개인적으로 매우 필요했던 글이었습니다.
나중에 궁금했던 것 물어봐도 될까요 흐흐.
14/06/23 11:06
수정 아이콘
예 뭐 저야 좋지요. 하지만 제 수준이란 것도 대충 뻔한 지라 큰 도움이 되긴 힘들지 않을까요 흐흐흐;;;
Je ne sais quoi
14/06/23 10:36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스카이
14/06/23 10:39
수정 아이콘
재밌는 토론이 많군요^^

스스로 믿는 종교가 없는거지 무신론자는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본문에 나온 무신론자들 생각이 저와 거의 일치하네요;;

신이 있든 없든 종교 자체로 존재의의가 있기에 신의 존재 여부가 궁금하긴해도 그렇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신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은 하지만요.

이렇게 쓰고 나니 정말 무신론자 같네요 흐흐


본문 중 궁금한게 과학적 입장에서 인간이 생긴지 얼마 안 됐다고 했는데, 신학적으로 보면 더 얼마 안 되지 않았나요? 신학적으로 해석했을 때 몇천년 밖에 안 됐다는 말을 들었던 것 같은데요.
우주의 탄생과 시간에 비례해서 표현한걸까요? 과학적으로 인간이 없던 시간은 149.99/150정도지만 신학적으로는 우주탄생 후 5일 정도니까요.

아무튼 흥미롭고 재밌는 글 잘 읽었습니다^^
14/06/23 11:10
수정 아이콘
말씀하신 몇천년 이야기는 문자주의자들의 신학인데, 이 신학을 기반으로 하는 교회는 기독교의 주류는 아닙니다. 주류 신학은 유신진화를 미는 중이고, 이쪽은 과학적 발견 자체는 모두 인정하고 그 위에 신학적 교리를 조화시키려 노력하지요. 근데 한국은 유달리 저런 문자주의를 채택한 교회가 많다는 건 함정...
스카이
14/06/23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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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제가 들은게 비주류 교리였군요. 요새 주류신학은 그래도 좀 더 열린 방향이라 좀 나아 보이네요.

근데 왜 우리나라는;;

답변 감사합니다^^
피에군
14/06/23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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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영상들은, 아무래도 미국이라는 사회 특성상 '무신론 vs 기독교'가 되었지만, '무신론 vs 신론(모든 종교)'의 가치관과 논리의 차이를 설명해주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기독교는 신론을 주장하는 많은 종교들의 일종의 대표격일 뿐이고, 사실 모든 종교들은 다음과 같은 물음에 대한 답을 찾다 보니 성립되었다고 볼 수 있죠.
"이 세상은 왜(여기서의 '왜'는 행동의 목적이나 이유를 묻는 의미) 만들어졌을까?"

과학도들은 '번개가 왜 이 사람에게 쳤을까?'라는 질문에 '하늘에 있는 전자들이 블라블라~, 이 사람이 피뢰침의 역할을 하는 무엇을 블라블라~'하는 답을 내놓겠지만, 종교적인 가치관으로 판단하는 사람들은 '그 사람한테 어떤 운명이 있어서 블라블라~' 또는 '그 사람이 죄를 지어서 블라블라~'.
14/06/23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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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말씀대로입니다. 제 관심사가 아니라서 지나쳤을 뿐, 기독교 vs 이슬람, 복음주의 vs 자유주의 신학 등등 다른 토론 영상도 많아요
한걸음
14/06/23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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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꼴랑 학부 전공 두 개 하는 것도 힘들어하고 있는데, Orbef님의 이 연재물을 볼 때마다 정말 대단함을 느낍니다. 이 주제를 취미로! 이렇게까지 팔 수 있다뇨.

글에 관한 내용을 얘기하자면, 신이 있다는 것을 논리로 어떻게 풀어나갈지 정말 의문입니다. 감이 안 잡히네요. 저기 저명한 분이 얘기한 걸 읽어도 물음표만 떠오른달까... 이 주제에 대한 제 개인적인 견해는 '무관심'(..) 입니다. 신이 있든 말든 그게 뭐 중요해? 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보니 이런 논쟁이 있으면 '논리' 자체가 궁금하지 결론이 궁금하게 되진 않더군요. 그리고 Orbef님의 글에서 꽤나 많은 논리 예제(?)를 배우게 돼서 좋네요.
14/06/23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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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그게.... 일을 해야하는데 일하기 싫어서 현실 도피중인 겁니다!! 사실 이쪽의 진짜 실력자들은 내공이 후덜덜합니다. 저는 명함도 못 내민다능. 이젠 진짜로 일을 해야겠습니다 흑흑;;;; 크레이그씨의 3 ~ 5 개의 유신 논증은 그 내용에 동의하느냐 아니냐를 떠나서 제법 재미있습니다. 영어 공부를 겸해서 한번 보시지요 :)
한걸음
14/06/23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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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알아들을 수준이 아닙니다ㅠㅠ 현실 도피중이면 보통 전 아무것도 안하는지라.............
개미핥기
14/06/23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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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항상 의문인 게... 왜 삶에 주어진 '목적'이 있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어요. 만약 목적이 있다면 본인이 그렇게 결심한 거지, 다른 누가 준 게 아니지 않나요?
그나저나... 가뜩이나 영어는 잘 못하는데, 영국 영어는 더 못 알아듣겠네요 ㅜㅠ
14/06/23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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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영어는 처음만 어렵고 저 억양에 조금만 익숙해지면 미국 영어보다 쉬운 것 같아요. 발음이 워낙에 깨끗하고 덜 굴리는(?) 느낌이라서요.

목적 관련해서 '주어진' 목적을 찾느냐 '내가' 목적을 정할 거냐에서 전자를 선택하는 성향을 가진 분들이 굉장히 많다고 생각합니다. 이해하기 힘든 사고방식이지만, 수억명이 저렇게 생각한다면 '이상하네요' 라고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지 싶습니다. 근데 정말 이 두 캠프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벽이 있는 것 같아요.
행복한남자
14/06/23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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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 없는 삶을 황폐하고 의미없다고 받아들이는 사람이라면
주어진 목적이나 미리 계획된 의도에 의지하는 것도 그럴만하다 생각합니다.
선택은 자기가 하는 거지만,
14/06/23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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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죠. 인간이 스스로 정하는 목적이라는 것에 뭐 대단한 의미가 있겠느냐! 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인간 이상의 존재가 주는 목적이 필요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14/06/23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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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런 토론이 이루어진다는 게 신기하군요.
일단 저런 토론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일정하게 존재한다는 것도 신기하고 기독교를 변론하는 쪽에서 저 정도의 논리 구사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신기하고.

전 기독교인이긴 하지만 저런 토론은 별로 관심없습니다. 애초에 토론이 불가능한 영역이라 판단하는지라. 적어도 논리적으로는 무신론자들에게 변변한 반론 하나 대기 힘들죠. 피하는게 그나마 대미지를 입지 않는 법.

[주: 잠시 별로 안 중요한 얘기를 함]
이거 왜 이렇게 웃기죠?
무려 히친스가 열심히 논거를 대고 있는데 '별로 안 중요한 얘기'라고 단언하는 OrBef 님의 포스 흐흐
14/06/23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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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 토론회에서는 히친스가 밀렸다는 게 우리 Brotherhood of 무신론자 캠프의 중론입니다. 히친스 짜응 저 날 따라 땀만 질질 흘리고 여러모로 실망이었어요. 뭐 크레이그도 나중에 다른 토론회에서 밀리는 것을 몇 번 본 지라 이게 캠프 vs 캠프로서는 별로 큰 대미지는 아니었습니다만.

예 논리나 검증의 영역 쪽은 관심 없다! 라고 딱 선을 긋는 교인 분들이 많은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제가 저런 쪽으로 관심을 가지게 된 것도 기독교인 분과 논쟁을 하려고 시작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사실, 본문에서 '가족의 요청' 이라고 말한 것이 사실 '아들의 요청' 이었거든요! 해서 본인의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는 차원에서 저도 성당을 나가는 한편, 2050 년 경의 세상에서 기독교인으로 살아갈 아들놈이 '이상한 문자주의자'가 되지 않게 해주기 위해서 공부를 한 것이었네요.
14/06/23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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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잔뜩 썼는데 마우스 클릭 실수로 창이 닫혔어요 ㅠㅜ

건조하지만 요지만 다시 적어보겠습니다. 본래 Orbef님에 대한 찬양과 풍부한 예를 잔뜩 실은 긴 글이었습니다만;;; (찬양은 진짜였습니다^^;) 다소 딱딱해보이더라도 이해 부탁드립니다.

Orbef님이 써주신 것처럼 이런 사람과 저런 사람이 있는 것이 아니라 일반적으로 인간은 '왜'라는 질문에서 과학이 답 할 수 없는 수준까지를 요구한다고 생각합니다. 사랑이라던가, 개인적인 시련이라던가, 자연재해 앞에서 과학적인 설명을 요구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사람은 원인이 아니라 의미를 찾는 동물이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종교에 대한 논의는 '신의 유무'같은 문제로 하는 것 보다는 인간의 종교성에 대한 논의로 이어질 때 훨씬 더 풍부해진다고 생각합니다.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아도 상관없다고 생각합니다. (비트겐슈타인적 의미는 전혀 아닙니다^^;)

(이 이야기를 쓰려고 조금 찾다가 실수로 창을 닫았습니다 ㅜㅡ) 기아트윈스님이 the Great Divergence에 관한 서평을 올려주셨을때 역사 발전에서 발견되는 '우연성'에 대해서 역사학계가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에 대해서 소독용 에탄올님과 잠깐 리플을 교환한 적이 있는데 (https://pgr21.com/?b=8&n=51838&c=1892378 여기부터입니다.) 제가 저기서 거대서사라고 부른 부분이 이 내용입니다. 저 리플에서는 맑스의 역사발전이론으로 잘못 이해되어 쓸데없이 글이 길어졌었는데, 사람은 일반적으로 단지 '우주의 먼지'일 뿐이라거나 '모든 것이 우연에서 비롯한다'는 논의들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합니다. 저는 모든 학문이, 심지어는 자연과학의 조상 격인 자연철학도 포함하여, 의미를 찾고자 하는 인간의 종교적 감수성에서 시작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어디서 왔고, 누구이며, 어디로 가는가?'에 대해 자유로운 인간이 존재할 수 있을까요? 물론 여러가지 수련을 통해서 자연과학의 연구 결과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이성적이고 심정적인 결론에 도달하신 분들이 없을 거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일반적이지는 않죠. 의미없는 숫자지만 1%나 될까요?

아 볼수록 아까 날린 리플이 아까워지네요;;;

늘 좋은 글 잘 읽고 있습니다. 이런 저런 이야기들 앞으로도 자주 볼 수 있기를 간절히 희망합니다^^
14/06/23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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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중요한 내용을 빼먹었네요.

"저는 본문에서 Orbef님이 지적하신 부분이 가장 핵심적인 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제 리플 맨 앞에 넣어서 읽어주세용^^
14/06/23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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넵!
14/06/23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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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우스 클릭 실수로 창이 닫혔어요 ㅠㅜ] 오옷 듣기만 해도 눙무리.... ㅠ.ㅠ;;;; 거대서사 이야기는 그 때에도 읽은 기억이 납니다. 그렇죠. '너는 우주의 먼지같은 거고 곧 사라질 거야' 라는 말은, 자학적인 부심을 부릴 때나 '그래 그래' 하는 거지 대부분의 경우에는 받아들이기 힘든 명제이긴 합니다.

저도 인간이 대체로 '과학이 답할 수 없는 수준의 답을 요구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제도권 종교에 귀의하지 않았을 뿐, 20대의 상당 기간에 저런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서 많은 시간을 소모했었지요. 제 자신의 20대를 돌이켜보아도, 신에 대한 논의보다는 인간의 종교성에 대한 논의가 훨씬 더 풍부할 것이라는 eLeejah 님의 말씀에 동의하게 되네요. 이런 인간의 성향에 대해서도 근데 '인간은 원래 그런 거지' 라는 그럴 듯한 설명을 넘어서서 '인간이 저런 성향을 보이는 것은 왜 (과학적 의미의 '왜') 그런 것인가?' 라는 시각으로 접근하는 마이클 셔머같은 사람들도 있습니다. 심심하실 때 한 번쯤 읽어보셔도 좋을 듯 합니다 :)

제가 쓰는 글이 좋은 글인지는 모르겠지만 하여튼 그렇게 봐주시니 감사하긴 합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저도 먹고 살아야 하기 때문에 pgr 을 조금 줄여야지 싶습니다만 쿨럭 ㅠ.ㅠ;;;
14/06/23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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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트렌드인 거 같긴 하지만, 저는 뇌에 대한 이런 저런 논의들이 참 흥미롭더라구요. 종교성 뿐만 아니라 믿고 싶은대로 믿고 싶어하는 (이성적이지 않는) 인간의 뇌에 대한 다양한 논의들을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다만 전공이 전공이다 보니 의학적 논의들에 대해서는 어림짐작으로 퉁치는 수준이기는 합니다. 셔머도 적어놓고 읽어봐야겠네요.

각설하고, 건승하시기를 기도할게요~!
소독용 에탄올
14/06/23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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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윤리학은 재미나기는한데 너무 어려워 보이고 실제로 어렵다는 문제가 ㅠㅠ
14/06/23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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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자음연타하고 싶다 크크크크 절대 동의합니다. 어려워보이고 실제로 어렵죠. 크크 '신경'이라는 글자만 들어가도 제 신경이 곤두서는 느낌입니다. 크크
14/06/23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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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없으면 윤리를 세울 수 없다고 믿는 사람에게 열심히 신이 없다고 설득하는 사람을 보면 너 지금 무슨 짓을 하는거냐고 묻고싶어요.
14/06/23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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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댓글이 정확히 이해가 가질 않네요. 신이 없다는 것을 상대방에게 이해시키는 순간 끔살당할 거라는 농담을 하신 건가요?

뭐 하여튼, 샘 해리스와의 저 토론회에서 크레이그는 신의 존재를 증명하려고 노력하진 않았습니다. 크레이그가 유능한 토론가인 이유 중 하나가 그날의 주제에 굉장히 집중한다는 점인데, 저 날은 아예 '샘 해리스가 맞을 수도 있어요. 신이 없을 수도 있지요. 오늘 저는 그런 신/무신 논증은 아예 관두고, 신이 없다면 윤리가 불가능하다는 부분에만 집중하도록 하겠습니다' 라고 처음부터 못 박고 시작하더군요. 그리고 해리스도 신이 없다는 논증은 별로 하지 않았고 신 없이도 윤리가 가능하다는 부분에 주로 시간을 할애했고요.

댓글을 다 쓰고 나니 농담을 하신 게 거의 확실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래도 쓴 시간이 아까우니까 댓글은 그대로 올립니다요.
플리퍼
14/06/23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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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잘 보았습니다~! 개인적으론 예전에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막혔던 부분들인데, OrBef님의 친절한 주석과 해석을 보니 다시금 막혔던 부분들이 좀 뚫리는 기분이 들어서 기쁘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14/06/23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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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읽어주셨다니 감사합니다. 사실 동영상에서 몇 분씩만 간추렸지만 저 사람들 전부 한 가닥 하는 양반들인지라, 아무나 골라서 동영상을 조금 더 보시면 즐거운 시간이 되실 겁니다 :)
소독용 에탄올
14/06/23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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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을 잘 보았고, 정리해 주신 글도 잘 읽었습니다.
인간의 '종교성'은 그것을 근거로 신의 존재를 말하는(루이스 처럼...)것 이외에도 정말 흥미로운 주제입니다.
자연과학 영역에서도 흥미롭지만, 사회학 영역에서도 흥미로운 일이죠.
물론 '과학'이라는 도구가 '최근'에 만들어져서 아직 익숙하지 않다 정도로도 말랑말랑한 설명이라면 가능하긴 한데, 좀더 엄밀하게 설명하려면 애로사항이 꽃피는 영역인지라 저도 깊이 들어가지는 못했습니다.

물론 저희쪽에서는 종교를 '종교조직'과 같은 '사회적 현상'으로 보고, 철학에서는 '초월적 실재와의 관계'로 보는 등 종교 자체에 대해서도 미묘하게 서로다른 정의를 내리고 서로다른 측면을 보는지라 더욱 재미나기도 합니다.

윤리를 '신'에게 위탁한다지만, 윤리의 내용을 보면 사회가 '신'으로 보이는 부분도 잘 다루지는 않지만 재미있는 영역입지요.
14/06/23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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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학 전공하시는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 쪽에서는 사회적 현상으로 보겠네요. 역시 사람은 전공이 뭐냐에 따라서 가치관이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윤리의 기반을 대의명분 수준에서 뭐에 두든, 결국 현대 사회의 실질적인 윤리관은 말씀하신 대로 사회를 신으로 두는 것 맞다고 생각합니다.
저 신경쓰여요
14/06/23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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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차드 도킨스: 과학이 설명할 수 없는 질문은 종교도 설명할 수 없다. 그런 질문의 상당수는 성립이 불가능한 의미 없는 질문이고, 의미 없는 질문에 말장난스러운 대답을 한다고 해서 그게 설명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 말이 참 인상적이네요. 어떤 기독교인들은 무신론자와 대화를 나눌 때 현재의 과학이 설명할 수 없는 것이 존재한다는 게 곧 종교의 결정적인 승리인 것처럼 생각하더라구요. 그런데 히포크라테스가 자신의 저서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하죠, "사람들이 간질을 신이 내린 것으로 여기는 이유는 그 병의 정체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해하지 못하는 것들을 모두 신이 내렸다 여긴다면, 그 목록에 어디 끝이 있겠는가?" 물론 이것 역시 하나의 시각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과학이 안개 너머를 바라보는 시각은 종교와는 다르다는 것만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Orbef님의 영어 동영상 시리즈 감사히 잘 보고 있어요^_^
소독용 에탄올
14/06/23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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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 설명하지 못하는 영역으로 후퇴하는것을 '틈새의 신'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종교인 중의 일부도 해당하는 방식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 일부에는 아주 대조적인 두 집단인 '과학적 지식'과 자신의 '신앙'을 조정을 통해 공존가능하게 하려는 온건한 '종교인'들과, 근본주의자들이 들어있습니다.
저 신경쓰여요
14/06/23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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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보충 감사합니다. 전자에 해당하는 집단은 도킨스의 저서에도 여러 번 나왔던 창조론을 학교에서 가르치는 것에 반대를 표하기 위해 진화론자들과 연대한 몇몇 성공회, 카톨릭 신부들을 생각할 수 있겠고, 후자에 해당하는 집단은 지금 이 순간에도 AK를 기름칠 하고 있을 중동의 어떤 사람들과 문창극...이려나요? 저렇게 대조적인 집단이 서로 다른 이유로 같은 곳에 머물러 있다는 게 재미있네요 흐흐
우주뭐함
14/06/23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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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킨스 같은 떠벌이(이 표현이 딱 어울리는 사람이라고 생각함)가 무신론자의 대표인것마냥 알려진게 참 통탄스러운 현실입니다. 방향만 정반대일뿐 근본주의자들과 다를게 없는 사람인데 말이죠. 그나마 요즘은 좀 뒤로 한발 물러나서 부드러운 주장을 펴고 있는 모양이지만...뭐 우리나라의 극단적인 개신교가 마치 기독교의 전부인것마냥 여겨지는 것과 비슷하다고 보면 될라나요. 언제나 극단적인 쪽의 주장이 가장 튀게 보이는 법이지요.

OrBef님은 아들의 종교의 자유도 인정해줄 정도로 너그로운 무신론자로 보이시는데, 오늘날 눈에 보이는 무신론자들은 대부분 '전투적 무신론'을 주장하면서 자신의 가족이나 자녀에게도 무신론을 '전파'해야겠다는 사명론에 불타고 있는 것 같아서 참 안타깝습니다.

크레이그에 대해서는 예전부터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온지라 익숙하네요. 논리를 떠나서 토론 스킬로는 만렙에 가까운 사람인지라 무신론 진영에서는 '공공의 적'에 가까운 사람이죠 크크. 도킨스를 한번 데꿀멍하게 만든 적도 있고...크레이그와 비슷한 포지션에 있는 사람으로는 맥그라스의 논증도 볼만합니다. 이미 보셨겠지만요.
14/06/23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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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무신론자들이 도킨스를 보는 감정은 이중적입니다. 굉장히 공격적인 주장을 펴는 데 비해 이 사람이 가진 철학적 깊이는 별로 없는 지라... 무신론 담론을 쌓아올리는 데 도킨스가 공헌한 바는 사실 별로 없거든요. 뭐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신론을 미국에 널리 알려서 수백만의 무신론자들이 커밍아웃할 수 있는 토양을 조성해 준 공 만큼은 인정해줘야하지 싶습니다. 지난 10년간 미국의 무신론자가 1% 에서 5% 로 늘었다는 통계가 있는데, 이건 개종한 것이 아니라 원래부터 무신론자였던 사람들이 그동안 차별이 무서워서 숨어지낸 것으로 보아야 하거든요. 미국에서 무신론자라고 공개적으로 말하고 다니는 것은 조금 과장 섞어서 취직 안하겠다는 소리나 마찬가지인지라.

자녀에게 자신의 종교관 - 그게 기독교든 무신론이든 - 을 강요하는 것은 폭력입니다. 근데 자녀가 교회에 다니겠다는데 그걸 못하게 하는 무신론자가 얼마나 많은 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교회 다녀보니 거기 어린이들의 절반은 강요에 의해 나오는 것으로 보이던데요...

크레이그 진짜 좋아합니다. 제 입장에서는 적의 장수인데, 적이 강해야 토론이 불타오르는 거지, 이상한 사람이 나오면 재미 없거든요.
14/06/23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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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 분들은 이런 토론을 한국에서 보고 싶다고 하셨는데 저는 사양합니다. 이런 토론이 내로라 하는 학자들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미국 사회가 지나치게 종교적이라는 증거죠. 인식론 논쟁을 통해서 신이 학문적으로 긍정도 부정도 될 수 없다고 한게 이미 칸트 때 부터입니다. 철학적으로 유신/무신론 논쟁은 이미 정말정말 오래전에 해체되었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생각하는지라; 크레이그의 논리도 사실 중세시대에 토마스 아퀴나스와 뭐가 그렇게 다른지도 모르겠고; 죽자고 달려드는 도킨스 같은 학자들도 주장하는 내용들을 보면 너무 과하다고 느낄때가 많은데 그건 순전히 미국사회가 저런 흥분을 불러 일으킬 만한 환경이기 때문이죠. 창조과학을 교과서에 싣네 마네 하는 동네라.
우주뭐함
14/06/23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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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근본적인 입장에서 저런 토론과 논쟁이 필요없다고 생각합니다. 무신론이건 유신론이건 결론도 안날 문제이니 개인취향으로 냅두고 같이 밥이나 먹으러 가는게 훨씬 생산적이겠죠. 하지만 다른 입장에서는-기독교라고 해서 꼭 창조과학을 주장하는 멍청이만 있는건 아니고, 무신론자라고 해서 꼭 종교의 모든 것에 반대하는 극렬주의자는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오해를 하고 있는 대중들이 한국사회에도 정말 많거든요.

다만 도킨스 같은 학자들처럼 종교를 '쓸모없는 것'으로 격하시키고 사회에서 없어져야 한다고 주장해온 건 계몽주의 시절부터 이어져내려온 나름 유서깊은(?) 것이기에, 그게 꼭 미국사회의 종교성에 대한 반발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크레이그의 논리에서 토마스 아퀴나스를 보듯이 저는 도킨스류의 학자들에서 종교에 적대적이던 선대 학자들의 모습을 봅니다. 어차피 터질 논란이었죠. TV에서 나오는 토론이 아니더라도 책으로는 이미 여러번 꾸준히 거론되어 온 문제니까요.
14/06/23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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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골수 무신론자인 저 역시 도킨스의 스텐스에 그다지 공감하지 않습니다.

제가 저 토론에 비판적인 이유는 우주뭐함님께서 말씀하신 그대로 저 토론은 대중적 요청에 따라서 진행되는, 대중들을 앞에 두고 하는 기싸움의 연장선이지 애초에 진지한 학문적인 논쟁의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사회적 환경을 들먹인 이유도 사실 유일신을 기반으로 한 종교적 관념이 그렇게 지배적이지 않은 동아시아 문화권과 다르게 저쪽은 그런 대중적 요구가 어마어마하기 때문이겠죠. 근데 우주뭐함님께서는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역으로 필요하다고 주장하시는 것 같은데 다시 생각해보면 그 역시 일리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 토론장에 나온 사람들의 학자적 전문성이 이 토론에 있어서 가지는 의미는 거의 전무하다고 봐야겠죠. 마치 아인슈타인이 신에대서 이러저러하다고 얘기한게 물리학적 관점에서 이야하게 한게 이니듯이요.
14/06/24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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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 분들은 이런 토론을 한국에서 보고 싶다고 하셨는데 저는 사양합니다. 이런 토론이 내로라 하는 학자들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미국 사회가 지나치게 종교적이라는 증거죠.]

말씀을 듣고보니 공감이 가네요. 돌이켜보면 지난 10년간 불붙었던 신무신론 운동도 결국 미국이라는 '세계 최강국이자 최고의 기술 국가인데 신정일치인 나라' 인 존재가 가진 극단적인 모순에서 비롯된 것일 뿐, 일반적인 현상은 아니지 싶습니다. 사실 도킨스의 평생에 걸친 키배도 돌이켜보면 '진화론? 그거 사기임' 이라고 들어대는 근본주의자들에 대한 개인적인 분노로 인해 시작된... [너의 시작은 미약하나 끝은 장대하리라] 의 무신론 버전이려나요..???

근데 다른 관점에서 보면, '비록 학술 수준에서 답 안나는 논쟁일지라도' 개인 차원에서는 한 번쯤 접해보는 것이 좋다고는 생각합니다. 종교를 가진 사람이라면 저 멀리 사이비의 세계로 떠나지 않게 되는 브레이크가 될 것이고, 무신론자라면 종교인들이 단순히 망상에 사로잡힌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계기는 되지 싶거든요. 일단 조지 부시부터가 근본주의자가 아니었다면 (이 사람은 정말로 지구가 6천년 되었다고 믿는 사람이거든요) 21세기는 조금 더 나은 세상이었겠지요.
빌리진낫마이러버
14/06/23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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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런던 유학 때 들은 얘기인데, 서양에는 무신론자를 2개로 구분한다고 하더군요.
atheist 와 agnostic 으로 나뉜다고 합니다.

전자인 atheist 는 말 그대로 신은 없다, 종교 필요없다 라고 주장하는 쪽이고,
agnostic 은 신이 있고 없고는 중요하지 않다. 단지 바이블 (불경, 코란 등등 다른 종교 교리서 포함) 내용 중
살아가는데 유익한 내용이 많으니 난 그것을 지키고 살아가겠다.

우리나라에 agnostic 을 정확하게 나타내는 말은 없다고 합니다만,
전 이 얘기를 듣고 정확하게 알게 됐어요. 제가 agnostic 이라는 걸.
14/06/23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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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agnostic 은 불가지론, 즉 신이 있는 지 없는 지 우리로서는 알 수 없다고 보는 사람들입니다. agnostic 중에서도 말씀하신 실천 사항을 가지고 사는 분들이 있고 반대로 제도권 종교에 대해서 강한 반감을 가진 사람들도 있지요. 유학중에 만나신 agnostic 이 전자에 속했던 분 아닌가 싶습니다. 신이 있고 없고는 '중요하지 않다' 에 방점을 찍는 사람들은 apatheist 들입니다. 이 사람들은 모든 실천적인 수준에서 atheist 들과 다르지 않습니다.
honnysun
14/06/23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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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다음은 철학이야라고 항상 생각하면서 정작 발을 못뻗고 있는 무신론자입니다.
밥먹고 살기 바빠지니 철학은 커녕 LOL도 못하는 하루하루에 PGR자게만큼 Refresh되는 곳도 없네요.
오늘도 잘 읽고 갑니다.
우주뭐함
14/06/23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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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보니 도킨스와 크레이그 관련해서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었네요. 링크합니다.
http://271828.egloos.com/343582
http://271828.egloos.com/356612
14/06/23 21:36
수정 아이콘
예 이런 일이 있었지요. 제 기억에 도킨스가 몇 년 전에 '나 이제 종교인들과 키배... 아니 토론하는 거 그만 둘래. 토론으로 뭔가 의미있는 결론이 나오는 거 같지 않아' 라고 선언한 일이 있었습니다. 크레이그의 도전을 거절하는 것이 저 선언 이전인지 이후인지에 따라서 도킨스를 이해할 수도 있고 그냥 겁쟁이라고 할 수도 있는 건데, 시간 순서가 어떻게 되는 지 잘 모르겠네요. 자세히 알아보기는 너무 귀... 귀찮....

저도 보고싶긴 합니다만. 흑흑
우주뭐함
14/06/23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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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토론하고 말고야 도킨스 맘이긴 하니 저도 그거 관련해서는 뭐라 할 생각은 없는데
저 글의 내용대로라면 진화론자인 크레이그를 창조론자라고 잘못 말하고, 크레이그의 신학을 예전에 봐놓고도 마치 '우연히' 최근에 알게 된것처럼 말을 바꾼 셈인데 이건 좋게 봐주기 힘드네요. 그냥 깔끔하게 "나 이제 토론 안해" 한마디 하면 될 것을 왜 저러는지 모르겠습니다;;
14/06/23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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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죠 저 글이 사실이면 도킨스는 좀 욕먹어야합니다. 근데 크레이그정도 되면 굉장히 유명한 사람인데 도킨스가 크레이그를 몰랐다는 게 너무 말이 안되기 때문에 문서의 신빙성에 조금 의문이 가는 거지요. 도킨스 관련해서 반대 진영에서 이 사람 발언의 취사 인용, 순서 조작과 동영상 합성 등으로 음해하는 일이 한 두번이 아닌 지라. 도킨스가 크레이그와의 토론을 피하는 것 자체는 확실한데, 세부 사항은 잘 모르겠습니다. 제 시간 투자해서 알아볼 만큼 도킨스에 대한 애정이 샘솟는 사람도 아닌 지라 아마 영원히 물음표로 남을 듯하네요.
소독용 에탄올
14/06/23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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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크레이그와 '무신론자' 사이에 의견차이가 나타나는 가장 큰 이유는 '전제'의 문제라서,
서로 전제와 기본적인 개념에 대한 '정의'가 달라서 '토론'이란것이 잘 굴러가기 어렵습니다.
극단적인 경우에는 사용하는 거의 모든 '개념어'에 대한 정의가 서로 다를수도 있어서 ㅡㅡ;
이정도 되면 사실 서로 (상대방이 모르는)다른 '언어'를 쓰며 토론한다고 주장하는 정도가 될 수 있어서요.

뱀다리. (통역 없이) 한국어로 토론하면 도킨스건 크레이그건 한마디도 못할 겁니다?
14/06/23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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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습니다. 본문의 해리스 vs 크레이그 토론도 '객관적' 이라는 것이 '인간의 의견으로부터 독립적인' 것인지 '개인의 의견으로부터 독립적인' 것인지 두 명이 다르게 정의하고 두 시간 내내 싸우죠. 어떻게 보면 상대 진영을 설득하기 위해 발언하는 게 아니라 자기편 들으라고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14/06/24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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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 입학하고서 처음으로 기독교 과목을 듣게 되면서 항상 관심을 가졌던 주제인데 OrBef님이 이렇게 정리해서 올려주시니 감사합니다~ㅠㅠ 스크랩해두고 꼼꼼히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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