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urice Lacroix, 이 이름을 제대로 읽을 수 있으면 시계를 어느정도 아는 분이겠지요.
이제 반세기가 갓 넘은 모리스 라크로아는 시계 브랜드 사이에서 전통과 역사를 내세우기에는 부족한 감이 있습니다.
외국에서는 그래도 알려진 편인데 한국에서의 인지도는 아직도 조금 부족하죠. 그러나 시계 브랜드로서의 성장세는 그 누구도 부럽지 않습니다.
모리스의 주력 라인은 마스터피스로 제가 저번에 소개한 문페이즈가 이 마스터피스 라인입니다.
누가 뭐라해도 소비자의 지갑이 가장 솔직한 법입니다. 모리스 라크로아는 가격적으로 보면 대략 3~400만원대에서
가장 많은 인기를 얻고 있으며 이를 기준으로 보면 오메가 보다는 살짝 아래에 위치하는 느낌입니다.
하지만 모리스 라크로아는 자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대담한 시도를 아끼지 않고 또 성공시켜 왔습니다.
그 대담한 시도 중 제가 가장 사랑하는 시계가 바로 루까레 세컨드입니다.
3시 방향의 파워 리저브를 제외하면 3핸즈의 심플 시계입니다. 하지만 이 시계를 명작으로 만들어 주는 것은 아래에 위치한 초침이죠.
바라볼 수록 빠져드는 이 시계는 동영상으로 봐야 제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시계를 볼 때 가격만 들이미는 것은 적당하지 않지만 이 루까레는 기존 모리스 라크로아의 플래그쉽보다 훨씬 높은 가격인 1000만원대부터 시작합니다.
거기에 맨 위 로즈골드 버전은 거기에 몇 배 더 줘야죠. 엔트리 모델이라고 해도 롤렉스와 경쟁해야 하는 가격대이지만 저에게는 어느 브랜드에
비추어 보아도 밀리지 않는 매혹적인 시계입니다.
모리스 라크로아는 스와치나 리치몬드 같은 거대 시계 그룹에 속하지 않은 독립적인 시계 브랜드입니다. 현재 우리가 알려진 시계 브랜드 중
그룹화되지 않은 브랜드는 의외로 얼마되지 않는데 오리스, 프레드릭 콘스탄트, 위로는 롤렉스(+튜더)가 대표적입니다.
상위 브랜드를 품고 있는 시계 그룹들과 달리 이들은 자신의 깜냥 안에서 엔트리에서 하이엔드까지의 라인업을 갖추어야 하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특히 모리스 라크로아는 ETA 무브를 자신의 개성에 맞게 수정하는데 탁월하며 거기에 새로운 디자인 시도를 아끼지 않습니다.
디자인이라는 것이 한 번 결과가 나오고 나면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지만, 초침을 저렇게 구현한다는 것은 기술적으로도 쉽지 않은 일이라고 합니다.
특히 서로 다른 모양의 톱니를 항상 맞물리게끔 설계하는게 상당히 높은 기술력을 요한다고 하네요.
옆에서 찍은 사진을 보면 심플 와치임에도 약간 두꺼운 편입니다. 여기에 들어간 무브먼트는 ml 156. ETA 6498를 수정한 무브먼트입니다.
ETA 6498은 원래 회중 시계에 사용하던 수동 무브라서 무브 크기가 상당히 큰 편입니다. 최소 40mm 이상의 케이스를 사용해야 해서
파네라이와 같은 빅페이스 시계에 사용되기도 합니다. 모리스의 ml 156은 그 수정의 정도가 상당히 높아서 나름 자사 무브로 인정받는듯 합니다.
루까레는 탁월한 디자인을 바탕으로 글로벌 디자인 어워드인 레드닷 어워드를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모리스에서는 2011~2012년에 연속 수상을 했는데, 레드닷의 선택을 받은 또 다른 시계인 폰토스 페이스 드 룬과 더블 레드로그레이드입니다.
특히 저는 더블 레드토그레이드를 참 좋아합니다. 위로는 24시계, 아래로는 날짜를 표현하고 있네요.
레드로그레이드라는 디자인은 원형 서브핸즈보다 다이얼 비중을 크게 차지하고 균형성을 탈피하는 핸즈 구성이라 쓰기가 상당히 까다로운 디자인입니다.
하지만 제대로만 얹혀지면 어떤 서브핸즈 구성보다 기품있고 강렬한 인상의 다이얼을 선사합니다.
이처럼 모리스의 시계는 일종의 충격으로 다가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대표적인 시계인 미스테리어스 세컨드입니다.
예전 연재에서 부록으로 한 번 소개한 적이 있는 것 같습니다. 보면 볼수록 신기한 시계죠.
이 역시 동영상으로 봐야 제맛입니다.
아오 수전증모리스 라크로아같이 비그룹화된 브랜드의 매력은 이런 최상위 하이엔드 시계에서부터 입문 수준의 시계까지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는 것입니다.
외려 이런 점이 모리스의 리세일 가격이나 브랜드 가치에 악영향을 미치기도 하지만, 서민 입장에서는 반가운 시계들이 있습니다.
제가 병행으로 주문했다가 배송 취소된 비운의 시계 쿼츠 문페이즈입니다. 100만원대 시계로 프콘 문페와 비슷한 위치이지만
스틸 브레이슬릿 버전이고 크로노그래프 기능까지 있는 것을 생각하면 이 가격대 쿼츠 문페이즈로는 가장 추천하고 싶은 시계입니다.
이제 다시 루까레로 돌아와봅시다.
야광도 아름다운 루까레입니다.
루까레는 누구도 인정할만큼 아름답고 기품있는 시계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모리스 라크로아를 만 달러 주고 사야하는가?"라는
현실적 물음을 피할 수 없습니다. 어떤 시계인에게는 도시락 싸들고 말릴 일일 수도 있습니다.
루까레에 꽂힌 사람들의 항변은 간단합니다. 시계를 보라!
다이얼에 올려진 두 개의 톱니. 다른 것은 없습니다. 단지, 그것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