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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06/22 19:52:28
Name Eternity
Subject [일반] [딴지 인터뷰] 안희정을 만나다 (2010.5.20)
http://www.ddanzi.com/index.php?mid=ddanziNews&search_target=tag&search_keyword=%EB%94%B4%EC%A7%80+%EC%9D%B4%EB%84%88%EB%B7%B0&document_srl=734677

예전 글의 댓글에서 어린시절로망임창정용님이 소개해주신, 딴지일보 김어준 총수와 안희정 지사의 2010년 경 인터뷰입니다. 정치인이 아닌 인간 안희정에 대해서 잘 알 수 있는 인상 깊은 대목, 가슴 찡한 대목들이 많아서 읽다가 저도 모르게 울컥했던 인터뷰라서 아직 못보신 분들을 위해 링크합니다. 안희정 지사에 대해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꼭 한 번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인터뷰 전문이 무척 긴데, 아래는 그중 가장 인상 깊었던, 노무현 대통령에 관한 부분에 대한 발췌본입니다.


------------------------------------------------------------

[여기까진 준비된 답변이다. 평생 훈련된 정치 언어로 정제된 답변. 아마 비슷한 질문에 비슷한 답변을 해왔을 게다. 그리고 본인도 그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자신을 설득하기 위한 논리를 스스로 그렇게 정리해두고 있었을 게다. 하지만 인간이 명분과 논리만으로 모든 난관을 이겨낼 순 없는 거다.

난 정치인 안희정이 아니라, 인간 안희정의 답을 듣고 싶었다.
그래서 묻고 또 물었다.]


총 : 아니 청와대에서 그 흔한 무슨 직을 맡은 것도 아니고 감옥 갔다가 국회의원도 못 나가게 하고 장관은커녕 그 어떤 자리도 없었잖아요. 그거는 명예조차 없는 거거든. 허탈하기도 하고 백수니까 경제적으로도 어렵고.

안 : 노무현 대통령이 정몽준한테 패자가 되었을 때, 패자가 어떻게 역사에 기여하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고 했잖아요. 저도 마찬가지로 큰 배역을 하고 있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저도 억울한 마음이 들 때가 있었고 화가 날 때도 있었고 시기 질투 할 때도 있었지만, 지금 내 배역은 이 배역이다. 이 배역도 가장 적극적 배역이라고 저는 생각을 했어요. 그렇게 제 자신의 논리를 만들어서 끊임없이... 그랬죠.

그러니까 저는 제가 그 정도 재목은 된다고 생각을 합니다(웃음) 노무현 대통령한테 그런 정신을 배웠고, 아까 말씀드렸지만 정몽준한테 패자가 되었을 때 아, 정치가 저런 맛으로 하는 거구나, 아 저거다, 저게 진짜다. 길게 봐서 역사를 썼을 때 볼록이만 활동하는 게 아니다. 오목이도 얼마든지 역할을 한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곳에서만, 양지에서만 역할이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을 하려고 노력을 했죠.

그리고 대선자금 수사에서 총대 메고 혼자 감옥 갔지만, 그 놈이 대통령과 맺어졌던 의리와 우정과 신념을 변치 않고 잘 버텨서, 5년이 끝나면, 그 끝나는 순간이 저는 제가 시집가는 날이라고 생각을 했어요.

총 : 거꾸로, 그렇게.
안 : 예. 그게 2004년도 감옥에 가서 했던 나름의 마음공부였어요.

총 : 글쎄요.(폭소) 지금이야 다 지나고 나서 하는 얘기지만. 당시에는 씨바 왜 나만 좆 됐어!(폭소)
안 : 하하하하하
안 : 맞아요.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데 그래도 그렇게 생각을 하기보다는...(한참을 생각하다) 그냥 대통령이 난 좋았어요.

[그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명분과 논리로 현상을 설명하는 데 평생 익숙했던 그 자신도, 처음으로 깨달았던 게다. 그 이유를.]  

총 : 노무현이 그렇게 좋았나 봐요?
안 : 예. 대통령한테 도움이 되는 길이 있다면 뭐든지 할 생각을 했어요.

총 : 그 정도로 매력적인 사람이었나요?
안 : 예. 아주 좋았어요.

···(중략)···

총 : 왜 눈이 빨개지시는 겁니까? (웃음)

안 : 대통령이 좋은 분이다 얘기를 하고 나니까 갑자기 그리워져서. (다시 일어나 휴지 뽑는다. 눈물 닦고. 침묵. 울먹인다.) 맞아요. 내가 그... (다시 코 풀고) (오래 침묵) 아, 이게 참... 하여튼 그 분 도와서 감옥 가는 역할이라도 그 분을 위하는 일이라면 저는 행복했어요.

제가 뭐 억울하다는 생각을 해볼 겨를도 없이 좋았어요. 아...(다시 한참을 울먹인다) 그날 아침에 문용옥씨한테 전화가 왔어요. 형, 대통령이 아프셔서 병원엘 갔다고. 빨리 내려오셔야겠다고. (다시 코 풀고. 한참 침묵) 다른 얘기 안 할테니까 빨리 오라고. 아침 8시엔가... 아마 병원에서 한참 난리를 치고 전활 한 거 같애. 더 이상 가망이 없다고 생각을 했는지. (한참 침묵)

그러고 내려가면서 한 총리님과 통화했던 기억이 잘 안나네. 하여튼 그 당시 가는 내내 믿겨지지가 않았었으니까. 근데 대전쯤 지나 왔을 땐가, 천안 지났을 땐가 그때 서거를 공식화했다고 (눈물...) 아, 그때부터... 언제였지 4월 30일, 31일, 그때 검찰 소환 될 때, 그때 내가 버스를 막아서라도 못 가게 했어야 하는데. 그때 막았어야 했는데.(눈물...)

[이 대목에서 그는 한참을 울었다.
아 씨바, 눈물 참느라 혼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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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보면 한낱 일개(?) 정치인의 평범한 인터뷰에 불과한데, 이게 뭐라고 읽으면서 울컥 눈물이 났는지. '그냥 대통령이 난 좋았어요.' 라는 그의 한 마디가 가슴을 울리더군요. 인터뷰를 읽다보니 안희정이란 사람의 꾸며지지 않은 인간적인 순수함과 진정성을 잘 느낄 수 있었습니다. MB정권과 현 정권을 거치며 많은 이들이 목말라하는, 순수하고 거짓없는 정직한 정치에 대한 갈망을 채워줄 멋진 정치인으로 그가 무럭무럭 성장하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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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요이주
14/06/22 20:04
수정 아이콘
인터뷰 일부에 불과하지만 국민으로서
노무현 전 대통령 이후에 참 사람냄새 나는 정치인 인거 같네요 안희정 지사..
김두관 전 지사처럼 주위의 꼬임에 이끌려서
차기 대선에 뛰어드는 선택을 하기보다 길게 내다보고 신중한 행보를 했으면 하네요.
Eternity
14/06/22 20:33
수정 아이콘
동감합니다.
충남도정을 차근차근 착실히 잘 이끈 후에 좋은 경험 많이 쌓고나서 천천히 대권 행보를 이어갔으면 하네요.
니네가 종북이야
14/06/23 11:42
수정 아이콘
아하 고성국의 꾐에 넘어간 멍청한 김두관!
아직 살아있나요?
김두관은 다시 나오지 말았으면 ...
사랑해요이주
14/06/23 14:47
수정 아이콘
이번에 재보선에 기웃거리고 계신......
오퍼튜니티
14/06/22 20:44
수정 아이콘
몇번을 봐도 조건반사처럼 눈물이 나네요. 그냥 좋았다는 말이 어떤 불순물도 없이 있는 그대로 전달되어 자꾸자꾸 울컥하네요. 이런 사람이 현실정치인으로 있다는게 그리고 변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정말 다행이고 위안이 됩니다.
Eternity
14/06/22 21:10
수정 아이콘
'어떤 불순물도 없이 있는 그대로 전달되어' 라는 표현에 공감해요. 저도 처음 인터뷰 글을 읽으면서 그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보통의 닳고닳은 정치인들에게선 쉽게 받을 수 없는 느낌이죠. 저도 안희정 지사가 이대로 변치않고 멋진 정치인으로 끝까지 성장하길 빌어봅니다.
버들피리
14/06/22 21:13
수정 아이콘
몇번을 봐도 읽을 때마다 감동이 되는 인터뷰입니다.
정치인의 인터뷰를 보면서 가슴이 뭉클하기가 쉬운게 아닌데 노대통령에게서 느꼈던 감동을 이분에게서 또다시 느낍니다.
자신의 신념과 인간에 대한 사랑을 정치라는 영역을 통해 성춰하고자 하는 열정이 노대통령과 많이 닮았습니다.
이분에게서도 계속해서 발견되고 도전이 되는 특별한 에너지는 희망입니다. 그것이 가장 좋습니다.

충남 도지사로서 도정 운영도 좋은 성과를 내고 있고 지역민들에게도 좋은 평판을 얻고 있는 걸로 아는데요..행정가로서도 충분히 경험을 쌓으신 후 더 크게 성장하는 정치인이 되시길 바랍니다.

영원님 좋은 자료 올려주셔서 고맙습니다.
14/06/22 21:16
수정 아이콘
차기대선보다는 차차기나 차차차기대선을 노려봤으면좋겠습니다
어린시절로망임창정용
14/06/22 21:32
수정 아이콘
그냥 난 대통령이 줗았단 말에 맛탱이가 완전히 갔었습니다.
세상의 모든 노빠친노들이 그랬을 거거든요. 저도 노무현이 그냥 줗았습니다.
버들피리
14/06/22 21:51
수정 아이콘
크크크크 공감 합니다~
14/06/22 22:24
수정 아이콘
저도 노무현을 좋아하는데는 많은 이유가 있습니다만,
그냥 좋았다는 말이 사실은 그 모든 이유들 때문에 노무현을 좋아한다라는 의미를 내포하지 않나 싶네요.
초보롱미
14/06/23 09:50
수정 아이콘
몇번을 봐도 같은 곳에서.
눈시울이 붉어집니다.
지켜보지요.
14/06/23 10:49
수정 아이콘
다른 건 뭐 그냥저냥 읽혀졌는데,

노통이 이인제를 어지간히 싫어하긴 했나보네요 크크크크크크 (어쩌면 3당합당때부터 피닉제의 기질을 먼저 발견했을수도...?)
14/06/23 21:33
수정 아이콘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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