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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06/02 13:26:01
Name 王天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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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일반] (스포) 어거스트 가족의 초상 보고 왔습니다.


오래간만에 어머니를 뵈러 가는 바바라는 잔뜩 뿔이 나있습니다. 별거중인 남편과 아무 일 없는 것처럼 가장하는 것도 불편한데, 이 놈의 촌구석은 더워 미치겠거든요. 찰나의 해후가 무색하게 어머니의 입에서는 가시 돋힌 말들이 쏟아지고 오랜만의 재회는 점점 험악해집니다. 이후 영문 모를 아버지의 가출이 자살로 확실해지고, 온 가족이 모인 가운데 아버지의 장례식이 치뤄집니다. 무사히 넘어가나 했지만 어딘지 헐거워 보이던 이들의 유대는 장례식 이후 식사를 위해 모두가 둘러앉은 테이블에서 그야말로 박살이 나기 시작합니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에 버금가는 호화 캐스팅을 자랑하는 이 영화는 익숙하다 못해 지겨운 주제 ‘가족의 해체’를 그리고 있습니다. 엄마 아빠 남편 아내 자식들이 서로 으르렁대고 못 물어뜯어 안달인 이야기는 굳이 극장이 아니더라도 대한민국 어느 채널에서나 드라마로, 토크쇼로, 아니면 티비를 꺼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이야기죠. 이 영화를 제가 굳이 보러 갔던 이유는 이 배우들이 한 영화에 모였을 때 어떤 화학작용이 일어날까 하는 기대감이었습니다. 예상대로 그들의 앙상블은 뛰어났지만, 이 영화가 던지는 드라마의 무게 또한 절대 가볍지 않았다는 걸 먼저 말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 영화의 시작장면은 웨스턴 가족의 뿌리인 노부부 바이올렛과 비벌리입니다. 그러나 한 가정의 대들보라고 하기에는 아버지 비벌리는 어딘지 피로에 찌들어있는 모습이고 후두암 투병으로 몰골을 하고 있는 어머니 바이올렛은 신경질적입니다. 낡은 집을 비추는 햇볕 가운데로 먼지가 흩날리고, 이 부부의 대화는 냉소가 서려있습니다. 그리고 간병인으로 온 조나는 이 삭막한 분위기에서 애써 웃음을 꾸밉니다. 방문의 조그만 프레임에 갇혀있는 아버지 비벌리는 초라하고 나약해 보입니다. 그리고 바이올렛이 그의 서재를 들어가는 것은 어딘지 ‘침입’처럼 느껴집니다.

 웨스턴 가족은 이렇게 뿌리부터 곪아있습니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서로를 사랑하지도 책임지지도 않습니다. 여자로서의 매력을 완전히 상실하고 절망에 빠진 어머니와, 아픈 그녀를 외부인의 손에 맡기려는 아버지에게서 가족의 화목함은 더 이상 발견할 수 없을 것처럼 보입니다. 한 가족의 시작이자 가장 근본인 부부에게서 아무 애정이 순환하지 않으니, 이들이 가족 바깥의 테두리에서 누군가를 데리고 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그리고 엉뚱하게도, 가족을 돌보고 애정을 주는 사람은 외부인인 조나뿐입니다.

 비벌리의 실종과 장례식 덕택에 모든 가족이 오랜만에 한 자리에 모이지만 이들 역시도 모두 안에서 곪아터지기 직전인 문제를 끌어안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장녀 바바라는 남편과 별거 중에 있으며 딸인 진은 영 싹수가 없죠. 차녀 카렌은 아버지의 장례식장에 날티 줄줄 흐르는 신랑 후보 스티브와 오픈카를 타고 나타나 자기 자랑에 여념이 없습니다. 그나마 어머니를 곁에서 보살피던 막내 아이비는 나중에 자궁암으로 아이를 갖지 못하는 여자가 됐습니다. 바이올렛과 가장 쿵짝이 잘 맞는 여동생 마고 역시도 못 미더운 아들 찰스에 관련된 비밀을 숨기고 있죠. 한 마디로 막장입니다. 그러나, 가만 보면 우리네 가족의 현실과 별 다를 것도 없습니다. 반가움을 표하며 서로의 안부를 물을 때, 차마 묻지도, 대답하지도 못하는 그늘이 미소 뒤에 자리잡는 것은 어느 가족에나 있을 법한 일입니다. 시간이 흐르고 각자가 꾸린 가족이 삼삼오오 모여서 웃음꽃을 피우는 일이야말로 전설 같은 이야기지요.

 조금씩 뒤틀린 가족이 모두 다 함께 모였습니다. 모두가 긴장했던 대로, 어머니 바이올렛의 쓸데없는 통찰력과 솔직함 덕에 모든 문제가 한 자리에서 화학작용을 일으키다 모조리 터지고 맙니다. 이 영화에서 가족이란, 화해의 기능을 하는 집단이 아닙니다. 오히려 모든 갈등이 시작하는, 불화의 원천지죠. 그리고 그 불화의 시작은 바로 가정을 보듬고 지탱하는 어머니라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가족들에게 신경질적인 말로 상처를 들쑤시고 비아냥과 독설로 자리를 불편하게 만드는 것은 바로 어머니, 바이올렛이거든요.

 이제 이 식사자리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봅시다. 먼저, 바이올렛과 바바라가 벌이는 기싸움에는 모녀지간, 자식과 부모 사이의 갈등이 있죠. 바이올렛은 바바라가 부모를 촌구석에 남겨두고 홀로 떠난 냉혈한이라 힐난합니다. 바바라는 독립을 위해서 당연한 선택이었다고 악에 받힌 채 스스로를 변호하죠. 카렌의 다소 늦은 정착과 결혼에 바이올렛은 자조섞인 의심을 던집니다. 결혼이라는 제도에 대해 회의가 엿보이는 대목이죠. 마고는 자신의 아들 찰스를 향해 대놓고 창피를 줍니다. 바바라와는 반대로, 독립하지 못하는 자식과 이를 답답하게 여기는 부모 간의 갈등이죠. 채식을 하는 진의 신념을 찰리는 대놓고 비웃습니다. 바이올렛은 끝없이 자신이 젊은 시절 겪은 고난을 뽐내며 젊은 세대를 무시합니다. 세대 간의 갈등 역시도 이렇게 나타나지요. 무관심과 개인주의 안에서 방치된 가족은 이렇게 남보다 못한 원수 사이로 변질되기 쉬운 공동체인 겁니다. 그리고 가족을 이루는 결혼과 출산은 가족이라는 공동체의 필요조건이지만 충분조건은 되지 못한다는 걸 보여주지요.

 아직까지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버지가 가장 역할을 하는 부계 사회를 가장 바람직하고 익숙한 가정의 형태라 여기고 있지요. 그렇지만 이 영화에서 남성들은 모두 여성에게 주도권이 잡혀있거나 무언가 부족한 사람들로 나타납니다. 비벌리는 황혼기에 자살을 택한 노년의 불우한 아버지이고, 찰스는 아내 마고의 비위를 맞추는 데 열심이며 정작 식사를 시작하는 기도 조차도 간신히 외우는 것을 볼 때 전통적인 아버지의 권위를 보여주지 못합니다. 바바라의 남편 빌은 젊은 여자와의 염문으로 가정에 금이 가게 한 죄인이고 스티브는 이상적인 남편감에서 한참 거리가 먼 모습이죠. 찰스는 보통 사람보다 지능이 약간 떨어지기까지 합니다. 이 영화에서 남성은 아내, 혹은 어머니의 눈치를 보며 사는 지위에 갇혀 있습니다. 그렇기에 바이올렛이 일으키는 식사시간에 일으키는 불협화음은 가정에서 어머니의 위치가, 그리고 여성이라는 조건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역설합니다. 그들은 푸념하고 바가지 긁는 잔소리꾼이 아니라는 거죠. 가정의 붕괴에서 여성은 결코 수동적인 존재가 아닙니다. 그리고 오늘날 가정이라는 사회에서 남성이 얼마나 제 구실을 못하고 있는지도 한번 생각해보게끔 합니다.

 참다 참다 폭발한 바바라는 바이올렛에게 달려듭니다. 그리고 모두가 일어서서 이 모녀의 싸움을 말리는 통에 어색하게나마 펼쳐져 있던 식사는 파국을 맞이합니다. 이 불화를 봉합하는 방법이요? 가족 내에서 권력과 명분을 지닌 자의 ‘통제와 간섭’입니다. 어머니 바이올렛의 약물 중독을 용납할 수 없다며 바바라는 그녀의 약을 싸그리 찾아내 버리고 담당의사를 찾아가 으름장을 놓습니다. 걱정이라는 표면 아래 딸이 어머니에게 취하는 조치는 지극히 일차원적인 보복입니다. 정치적으로 절대 공정하지 못한 횡포에 불과하죠. 너가 감히 나를 화나게 해? 네 모든 기쁨과 즐거움을 내가 다 앗아가 주마! 병원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바이올렛은 벌판으로 달려나가며 오열합니다. 바바라의 이 야만적인 쿠데타에, 그녀는 더 이상 어떤 저항이나 도피 수단도 갖고 있지 않거든요. 여자로서 망가져 버린 자신을 그나마 잊고 살아갈 수 있었던 건 약물의 힘이었는데, 그 어떤 위로도 이해도 없이 딸은 그냥 현실을 받아들이라고, 견뎌내라고 다그치기만 합니다. 누군가의 아내도, 그리고 어머니 구실도 못한 채 짐짝 취급 당하는 서러움을 바바라는 이해하려 하지 않습니다. 아니, 이해하려 해도 분을 삭이기에는 이 늙은 여자의 행패가 너무 괘씸하니 따끔한 맛을 보여주는 것이 우선이라 생각할 뿐이에요.

 어찌됐든 파문을 일으키는 어머니를 제압했으니, 가장 진하게 핏줄이 이어진 바바라, 카렌, 아이비 사이에서는 그나마 가족 같은 화목함이 싹 틀 수 있을까요? 이들 자매 관계도 이미 메우지 못할 만큼 깊어진 골이 각자의 사이에 있습니다. 아이비는 자식으로서의 책임을 다 했으니 어머니의 부양을 그만두겠다 선언하는 동시에 무려 사촌인 찰스와의 연애도 공개합니다. 이제 이 찌는 촌구석에서 어미를 내가 돌보겠다 말 할 수 없는 남은 두 딸의 이기주의, 혹은 비겁한 개인주의가 수면 위로 떠오릅니다. 도시에서 편하게 연애하고 가정을 꾸리는 것이 사실 어미를 내팽개쳐놓은 데서 오는 자유였다는 것을 뒤늦게서야 자각하지만, 이 둘 중 누구도 어머니를 향한 헌신을 약속하지 못합니다. 그리고 어머니가 홀로 남겨지는 것을 막을 힘도 자격도 없지요.

 한밤중에 스티브는 진에게 대마초로 치근대다 간병인 조나에게 이를 걸리고 다시 집안은 시끌시끌해집니다. 진력이 난 빌은 진을 데리고, 창피함과 울분을 못이긴 카렌과 스티브 커플도 황급히 집을 떠납니다. 그리고 다음날 바바라는 마기에게 충격적인 사실을 전해듣게 됩니다. 찰스는 사실 바바라의 아버지 비벌리와의 불륜 끝에 태어난 자식이며, 아이비와 찰스가 사랑하는 것은 빼도박도 못하는 근친상간이 된다는 것을요.  아이비, 바바라, 바이올렛 이 셋만이 초라하게 앉아있는 식사 시간 이 비극을 무마시킬 방법을 찾지 못한 바바라는 이윽고 바이올렛에게 밥을 먹으라고 다그치며 아이비의 말문을 막다가 결국 이 비밀을 바이올렛 또한 알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이 감당하지 못할 진실에 아이비는 흐느끼며 떠나버리고, 그제서야 바바라는 어째서 아버지 비벌리가 자살할 수 밖에 없었고 어머니 바이올렛이 약에 취할 수 밖에 없던 이유가 단지 육체적 고통뿐이 아니었음을 짐작합니다.

이 모든 진실을 바이올렛과 공유하는 유일한 인물 바바라의 선택은 그녀 역시도 떠나는 것입니다. 어떤 마음으로 어머니가 어머니 노릇을 했는지, 부덕한 남편 옆에서 아내의 자리를 앉아있었는지, 열번은 더 녹아버렸을 그녀의 애간장에 연민을 느끼면서도 감히 위로의 손길을 내밀지 못합니다. 바바라의 이름을 애타게 부르짖는 어미를 뒤로 한 채 모든 고통과 책임을 내팽개치는 것이 바바라가 그나마 간신히 할 수 있는 것이죠. 가난과 배신의 상처로 얼룩진 어미의 과거 앞에서, 같이 울어주는 대신 허겁지겁 고개를 돌리고 뛰쳐나가는 바바라의 모습으로 끝나는 영화는 가족에 대한 슬픈 성찰만이 남습니다. 아이의 뺨을 때리고 남편이 자식을 채가도록 내버려둔 바바라, 미성년에게 추근대는 날건달과의 불확실한 결혼에 희망을 품은 카렌, 어머니가 될 수 없는 몸으로 핏줄과 금지된 사랑의 도피를 택한 아이비. 이들을 뿌리로 또 다른 가정이 생겨나고 남편, 손자손녀들과 함께 웨스턴 가의 핏줄은 이어질까요? 아무래도 전 회의적입니다.

 죄인 아니면 무지한 남자들과, 아내로서, 어머니로서도 사랑과 존중 그 어느 것도 받지 못한 여자가 만나 꾸리는 한 가족의 비극이 던지는 메시지는 통렬하기 그지 없습니다. 사실 모든 문제는 안에서부터 일어난다는 것을, 그리고 가족이라는 명찰표 하나와 핏줄의 농도 가지고서는 뚝딱 해결되는 갈등은 없다는 것을요. 그래도 가족이니까, 라는 문장이 얼마나 허망한 것인지, 안이하게 넋 놓고 있다가는 남보다도 껄끄러운 사이가 되고 만다는 경고를 이 영화는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서글픈 이야기 속에 담아내고 있습니다. 실제로 저 난장판 가운데에서도 어느 한구석은 우리네 가족과 닮았다는 생각에 뜨끔할지도 모르죠. 대책 없이 해피엔딩을 보여주는 패밀리 판타지 영화보다는, 이런 영화야말로 가족이라는 의미를 되새김질하기에 훨씬 더 좋은 영화일수도 있습니다.


@ 메릴 스트립의 연기를 극장에서 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그녀는 아카데미의 퀸이 맞습니다.


@ 쥴리엣 루이스 왜 저렇게 늙었을까요. 90년대 백치미와 도회적인 면을 동시에 갖추고 있는 독특한 스타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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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손을 잡으
14/06/02 14:21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14/06/02 14:34
수정 아이콘
베네딕트 컴버배치 때문에 보려 하고 있습니다. (이에 차마 글을 자세히 못 읽겠..)
14/06/02 15:08
수정 아이콘
영화를 본 지 꽤 되어서 제가 기억하는 것이 정확한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엔딩부분의 이야기는 저와 생각이 조금 다른듯 하네요.

이 괴상한 가족에서 어머니를 가장 닮은 것은 바로 첫재 딸 줄리아 로버츠입니다. 남편과의 불화, 딸과의 서툰 관계, 독선적이며 염세적인 성격 모두 지긋지긋하게 어머니를 뺴닮았죠. 큰딸에게 기대를 걸고 있던 아버지또한 딸이 자라면서 보이는 어머니와의 모습을 보면서 분명히 큰 실망을 했을겁니다. 영화에서도 얼핏 이런이야기도 나오고요.

마지막 장면에서 잠옷바람 차림으로 홀로 떠나는 줄리아 로버츠의 모습은 저에게는 가족에 대한 슬픈 통찰인 동시에 줄리아 로버츠의 '어머니와 같은 삶은 절대 살지 않겠다'는 일종의 메시지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어머니의 삶은 가식적입니다. 남편과는 무늬만 가족을 이루고 있고, 자신의 동생이 남편과 부적절한 관게인 것을 못본 채 합니다. 가발을 쓰고 화장을 하며 자신의 맨얼굴을 애써 가립니다. 빗나갈대로 빗나간 상황속에서도 행복한 가족에 대한 집착은 버리지 못합니다. 가족들이 나들이 올만한 풀밭을 눈물을 흘리며 뛰어다니는 어머니의 모습은 이런 것을 잘 표현했다고 생각합니다.

황량한 사막을 향해 트럭을 몰고가는 줄리아 로버츠의 모습은 이와 사뭇 대비됩니다. 줄리아 로버츠는 마지막 장면을 통해서 어머니와 같은 삶을 살지 않겠다는 다짐을 합니다. 풀밭과 같은 가식적인 모습이 아닌 황량한 사막과 같은 가족과 삶의 맨얼굴을 향해 잠옷차림으로 사라집니다. 그렇기에 마지막 장면은 쓸쓸한 가족의 맨 얼굴이기도 하지만, 줄리아 로버츠의 새로운 출발이기도 합니다.

영화를 보고 나서 가끔 저는 줄리아 로버츠가 새로운 멋진 삶을 살고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종종했습니다. 소설을 쓰거나 더 이상 자신을 X년이라고 부르는 남편과 함께 살지 않으면서요.
王天君
14/06/02 15:47
수정 아이콘
이걸 전 새로운 출발이라고 보지 않는데, 그 이유는 다른 가족들 역시도 모두 똑같은 모습으로 차를 타고 훌쩍 떠나버렸기 때문입니다. 그녀의 표정 또한 씁쓸함을 가득 머금고 있는 걸로 전 봤는데, 이 부분이야 보는 사람의 눈에 따라 다를 수 있겠죠.(말씀해주신 미쟝센을 덧붙이면, 사막을 향해 차를 모는 그녀의 인생은 자신의 어머니보다 더 황량할지도 모른다는, 혹은 그녀의 피폐한 심정을 나타내는 걸로도 읽을 수 있겠죠.)
설령 가족을 떠나 개인으로서의 멋진 삶을 결심하는 장면이라고 하더라도, 가족의 해체는 여전히 변하지 않는 결론입니다. 어찌됐든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그녀마저도 바이올렛을 외면하고 떠나는 것이니까요. 그리고 여기서 쥴리아 로버츠의 새로운 출발이나 독립이라고 본다면, 영화는 가족의 해체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주장하는 이야기가 되고 맙니다. 그럼 이전까지 가족끼리 맞부딪히는 과정 역시도 슬픔보다는 문제거리 정도로 봐야하는데, 그러면 영화 자체의 톤이 주제에 안 어울리게 되고 맙니다.
어머니의 아픔과 진실을 외면하고 혼자서 가족을 "못" 꾸린 채 사는 바바라의 미래를 당당하거나 멋진 것으로 볼 수 있을려나요. 또한 바이올렛의 삶을 가식이라고만 해석하기에도, 그녀가 밝히지 못한 진실의 무게를 고려해본다면 이는 너무 가혹한 해석이죠. 그녀가 그렇게 모른척 해야 했던 이유는 자신 주변의 사람들이 죄를 짓고 상처를 입혔기 때문에 피해자 입장에서 겉으로나마 평화로운 분위기를 지키기 위해서 불가피한 선택이었거든요.
14/06/02 16:31
수정 아이콘
저도 정말 재미있게 봤는데 줄리아 로버츠의 찰진 욕설이 아주 인상적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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