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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05/29 00:44:24
Name 기아트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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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일반] 영국정치 이야기(3)- 여왕폐하, 정치문화, 스코틀랜드편


영원히 고통받는 여왕님

https://pgr21.com/?b=8&n=51934   (1편)

https://pgr21.com/?b=8&n=51949 (2편)


[나머지 이야기들 한꺼번에 갑니다!]


1. 영국여왕




1972년 선거에서 호주노동당은 근소한 차로 하원을 장악하게 됩니다. 당시 당수는 휘틀람(Gough Whitlam)이었는데, 상원 장악에 실패하는 바람에 호주 정국은 교착상태에 빠지고 말았지요. 야당연합 당수 말콤 프레이저(Malcom Fraser)는 휘틀람 정권의 법안이 하원을 통과하는 족족 상원에서 부결시켜버립니다. 이 상태로 3년이 꽁으로 흐르고 1975년이 되었는데....

어느날, 호주총독(Governor-General) 죤 커어 경(Sir John Kerr)이 영의정 휘틀람을 총독관저로 부릅니다.

갔지요.

"영의정 보소, 너님 해임."

......?

그렇게, 호주국민의 손으로 뽑힌 집권당의 영의정이 그냥 해임됩니다.

"대신 야당연합 대장인 말콤 프레이저를 임시 영의정으로 임명"

"아, 추가로 상원 하원 모두 해산명령 발동. 선거 다시 하시오. 그렇게 해서 뽑힌 사람이 다음 영의정임."

....

격분한 노동당 지지자들이 호주 전역에서 시위를 벌이고, 해임된 영의정이 선거운동하러 가는 곳마다 구름관중이 몰립니다.

노동당 정치인이 엘리자베스 2세에게 편지도 보냈습니다.

죤 커어 경의 잘못된 선택을 취소해달라구요.

하지만 결국 재선거 결과 노동당의 기록적 참패.

말콤 프레이저가 차기 영의정이 됩니다.

선거결과에 대해 여러 분석이 있지만 노동당 집권 3년간 경제가 얼마나 엉망이 됐는지 집요하게 공격한 말콤 연합정권의 선거 캠페인이 유효했고

해임 역풍에 모든 걸 걸었던 휘틀람은 이 공격에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다는 게 주요 원인으로 꼽힙니다.

선거후, 말콤은 똑똑했습니다. 사실상 자신이 움직였던 죤 커어 경을....내친거지요.

노동당 지지자들의 분노는 죤 커어 한 사람에게 쏟아졌고, 그는 결국 호주에 붙어있지도 못하고 한동안 유럽을 전전해야만 했습니다.

그가 죽었을 때에도 장례절차가 완전히 끝나고 매장한 뒤에야 일반 대중에게 사망소식을 공개했다고 합니다.

시간이 흘러 1999년, 호주에서 국민투표가 성사됩니다.

영국에서 독립해서 공화국이 되어야 하느냐, 아니면 여전히 왕국으로 남느냐의 문제였지요.

휘틀람은 당연히 공화국파가 되어 선거캠페인을 진행합니다.

웃긴건 말콤 프레이져도 공화국파로 캠페인을 벌였다는 건데... 이 시점에서 둘은 화해했다고 합니다 -_-;

거의 모든 호주 미디어들도 공화국파를 밀어주었지요.

그 결과,

왕당파가 55%의 지지율을 얻어 승리합니다 ㅡ.,ㅡ;;

이야, 호주 민주주의 클라스좀 보세요.

그래서 여전히 호주에는 총독부가 있고 총독이 있고 총독에게는 의회 해산권 + 영의정 해임권이 있습니다.

물론 죤 커어 경이 얼마나 욕을 먹고 궁색하게 지냈는지를 다들 알기에 이걸 함부로 발동할 일은 없겠지만요.

제가 들었던 것들 중 가장 인상적인 왕당파의 의견은, 정치 엘리트들이 독재정권을 세우면 누가 나서서 민주주의를 수호하겠냐는 겁니다.

자국 정치엘리티즘보다 영국 왕실이 더 믿음직하다는 건데요.

음....그렇군요.






호주 뿐만이 아니라, 뉴질랜드와 캐나다에도 정식으로 임명된(?) 총독이 있습니다. 총독은 영국 여왕의 대리인으로서 여왕이 직접 업무를 주관할 수 없는 해외 영토에서 그녀의 역할을 대신하는 이들이지요.

물론 대단히 상징적인 존재입니다. 각국 총독 임기가 끝날 때 쯤 각국 영의정이 후보를 골라서 영국여왕의 재가를 받아 임명하는 식이지요.

이 총독들은 대개 전직 영의정이라든지 아니면 뭐 유명한 정치인사라든지 그런 사람들로 채워집니다. 그리고 보통 "좋은" 일들을 하지요.

자선사업, 장학사업, 행사주재, 영연방 모임에 나가서 여왕폐하 접견하기 등등.

하지만 1975년 호주의 사례에서 보듯이, 사문화된 줄 알았던 조항이 언제 뜬금없이 발동될지 모른다는 면에서 그냥 막연히 상징적인 존재로만 치부할 수 없기도 합니다.

또다른 사례로 피지가 아직 영연방 소속이던 시절 군부 쿠데타가 발생했고, 여왕이 "피지 총독이 상황을 잘 중재해줄 것으로 믿는다." 정도의 취지의 발언을 했습니다. 쿠데타가 기분 나쁘다는 의향이지요. 근데 이미 발생한 쿠데타, 총독이 뭘 할 수 있겠어요. 기분이 상한 장군님이 총독 쫓아내고 영연방 탈퇴를 선언했지요.




영국에서도 역시 대단히 상징적이고 전례적인 역할이긴 하지만 영국 왕실의 역할이 많이 살아있습니다.

예컨대 [모든] 법률은 여왕의 재가(royal assent)를 받아야만 법률로서의 효력이 발동하지요.

여왕은 영국 육해공군의 원수이며

여왕은 영국 성공회의 수장이며

여왕은 정부의 최고책임자이며

등등

더 재밌는 사실은, 영국은 헌법(constitution)이 없다는 겁니다.

...-_-;;

아니 입헌군주제라면서 헌법이 없어요?

영국인들의 답변은, "아... 기존에 입법된 법(law) 전체를 퉁쳐서 헌법이라고 하지요. 뭐 그래요. 미국이랑은 참 다르지요?" 라고 합니다.

아니 그럼 개헌은 어떻게 해요!?

"아... 새로운 법이 입법되면 헌법이 약간 바뀐 것 아니겠어요? 물론 그 중 제일 중요한 법안은 의회의 기능과 권한에 대한 법, 의회법(Parliamentary Act)이 되겠지요. 근데 이것도 꽤 자주 바뀝니다."

.....

여튼, 헌법이 따로 없는 관계로,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모든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요런 말이 없습니다.

대신, 이론상이지만, 주권은 여왕에게 있습니다. 그녀가 바로 소버린(sovereign = 주권)입니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의 권력을 효과적으로 각급 기관에 위임해서 통치를 합니다.

그래서 영국행정부의 정식 명칭은 여왕폐하의 정부(Her Majesty's Government) 랍니다. 줄여서 HM 가버먼트라고 불러요.

이런식으로 이름을 들으면 알만한 입법 사법 행정부가 전부 앞에 HM이 붙습니다.

허 참... 이친구들 보게..




2. 정치문화


제가 이번 시리즈에서 프라임 미니스터(Prime Minister)의 번역어로 수상(首相) 대신에 영의정이라는 표현을 택한 이유는 한자병기 없이 수상이라고 할 경우 잘 드러나지 않는 이런 종류의 정치문화의 느낌을 전달하고자 해서였습니다.

만약 우리나라의 국호가 아직도 조선이고 어찌어찌 내부개혁을 통해 현재와 비슷한 모습에 도달했다면 "대통령" 같은 표현 대신 "영의정"이라는 표현을 여전히 유지했을지도 모르지요.

점진적인 개혁의 내용은 국왕의 권한을 점점 영의정에게로 옮겨가서 신권정치를 확립하고, 그리고 다시 그 신권을 각급 지역 대표들이 가져가는 의회정치를 확립하고, 그리고 각급 지역 대표들을 각급 지역 주민들이 선출하는 방식으로 민주정으로 이행하는 그런 그림이요.

이 과정이, 부드럽게라고는 말 못하겠지만, 그래도 거대한 규모의 충돌과 혼란 없이 진행되었다고 생각해보세요.

영국의 정치현실이 약간 그런 느낌입니다.

굳이 성문화된 규정, 직책명, 왕실의 혈통 같은 걸 바꾸지 않고 [합의된 관례]들을 하나씩 만들어간 결과 지금의 모습이 된 거지요.



영국은 지방색이 아주 강합니다. 그냥 강한 게 아니라 지독하게 강하지요. 지역감정도 어마어마하고, 정치성향도 극명하게 갈립니다.

브리튼 섬을 통일하고 하나의 국가로 운영한다는 건, 그래서 애시당초 연방제의 성격이 강했습니다.

원래 각자 놀던 그룹에서 출발해서 자기 맘대로 놀다가 어찌어찌 좀 더 덩치큰 규모의 조직을 만들기 위해서 서로간의 권력을 조금씩 제한해서 하나로 뭉쳐서 상급기관을 만들어나간다는 생각이 확고하지요.

백작령 공작령 남작령 자작령 등등 누더기 걸레조각 같은 나라를 슬금슬금 모아서 잉글랜드니 스코틀랜드니 웨일스니 하는 걸 만들고, 다시 이 친구들이 슬금슬금 모여서 연합왕국(United Kingdom)을 만들고, 이 친구들이 또 슬금슬금 모여서 유럽연합(EU) 같은 걸 만들고, 또 이 친구들이 슬금슬금 모여서 UN을 만들고.... 여튼 모여서 "연합"이나 "연맹" 같은 걸 만드는 데에 이골이 난 친구들이지요.

이건 정치적인 문제에만 국한되는 설명이 아닙니다.

맨유가 맨유인 이유는 맨체스터 지역의 축구 클럽들이 슬금슬금 연합해서 하나의 연합팀을 꾸려서이지요.

맨유 뿐 아니라 United가 들어간 모든 종류의 단체는 다 이런 연합의 역사가 있습니다.

영국의 대학들도 그렇지요.

예컨대, 옥스포드 대학은 38개의 서로 다른 컬리지(College)로 이루어져있습니다. 이들은 학생들로부터 각자 정해진 등록금을 걷어서 재정을 따로 운용하고, 기숙사를 따로 제공하고, 각자의 도서관을 따로 운영하고, 각자의 스포츠팀을 따로 운영하지요. 그래서, A 칼리지 소속 학생은 B 칼리지 도서관에 들어갈 수 없습니다.

800년 전부터 하나 둘 옥스포드 지역에 컬리지들이 설립되기 시작하고, 자기들끼리 간단히 교류하다가, 그러다가 그냥 "우리 [在옥스포드 칼리지 연방] 같은 걸 만듭시다." 하고 상호간의 독립된 권한을 중앙에 조금씩 이양하는 형식으로 하나의 대학이 되었답니다. 

캠브릿지도 같은 방식으로 구성된 컬리지 연합체이고

심지어 런던소재 대학들도 이런 시도를 하고 있지요. [런던대] 재학생이 20만명이 넘는데, 이건 런던소재 컬리지들 재학생의 총 합이고, 사실상 컬리지들은 자기들 나름대로 학사운영을 한답니다. 연합의 역사가 옥스포드나 캠브리지만큼 길지 않기 때문에 중앙으로 이양한 권력의 양이 얼마 안되서 졸업장도 알아서 주고 신입생도 알아서 뽑고.... 훨씬 느슨한 연합체이긴 하지만요.

이부분이 우리의 정치문화랑 뚜렷하게 다릅니다.

우리는 중앙을 먼저 세우고, 중앙에서 분파로 권한을 [내려보내]주지요. 그게 자연스럽다고 생각하고, 또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심지어 옳다고도 생각합니다. 대한민국 정부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대중적인 사랑을 받는 조선의 왕들은 거의 틀림없이 교과서에 [왕권을 강화하고 중앙집권을 도모했다] 라는 서술이 [좋은 의미]로 기술됩니다.

신기하지 않나요?





3. 스코틀랜드 독립운동


다시 반복하자면, 우리는 통일된 전체가 하나의 당위(norm)로 자리잡아있고, 이 통일체가 자기 자신을 몇몇 조각으로 나누어서 쥐꼬리만한 행정력을 나눠준다는 개념이 강하지요. 

때문에 부분이 전체를 위협할 만한 정치적-행정적 능력을 소유하는 것을 불쾌하고, 심지어, 부도덕하게 생각하고, 나누어진 상태로 시간이 얼마나 흘렀던 간에 그것은 통일된 상태보다 더 열등하고 덜 당위적인 것으로 간주합니다.

그래서그런지, 제가 처음 스코틀랜드 독립투표이야기를 들었을 때 받은 인상은,

[워 이놈들 정신나간 거 보게]

였습니다.

뭐라고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데, 마치 인도에 여행가서 식기도구가 아닌 손으로 밥먹는 걸 처음 봤을 때 발생하는 어떤 즉자적인 거부감, 곧 컬쳐쇼크처럼, 이성이 반응하기도 전에 그냥 즉자적으로 부정적인 감정이 생겨나는 건 어쩔 수 없더군요.

하지만 이사람들의 생각은 다릅니다.

마치 EU가 생겼다가 없어질 수도 있듯,

연합왕국(UK)이 생겼다가 없어지는 것도 딱히 이상할 일이 아니라는 거지요.

[UK가 언제부터 있었다고.... 그게 뭐 꼭 있어야만 옳은 거고 없어지면 안되는 거고 그런 법이 있니?]

없지요...

한민족이 한 나라를 이루고 살아야한다는 개념은 더더더더욱이 없구요.

애초에 영국에서 출발한 나라들이 세상 여기저기에 있는데 스코틀랜드 하나 더 떨어져나간다고 큰 일이겠어요 -_-;

내셔널리즘에 대한 비아냥과 파시즘에 대한 혐오감 역시 이런 생각과 궤를 같이합니다.

원래 없던 물건인데 마치 느닷없이 유럽인의 신체를 습격해서 가공할 사상자를 냈던 흑사병처럼, 느닷없이 등장한 이러한 이념들의 광기가 유럽인의 정신을 습격해서 양차 세계대전을 낳고야 말았다.... 뭐 그런 정도의 느낌을 공유합니다.

이 서술이 얼마나 정확한 서술인지는 차치하고, 대중적인 인식이 그렇다는 거지요.




스코틀랜드의 독립요구는 보수당의 집권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스코틀랜드는 전통적으로 좌파가 강세이고, 북유럽 모델의 복지국가를 선호합니다. 위키에서 자료를 한 번 퍼올께요.

Scottish results at UK general elections
YearLabourConservativeLib Dems/LiberalsSNP
201041 Seats 42.0%1 Seat 16.7%11 Seats 18.9%6 Seats 19.9%
200541 Seats 39.5%1 Seat 15.8%11 Seats 22.6%6 Seats 17.7%
200156 Seats 43.9%1 Seat 15.6%10 Seats 16.4%5 Seats 20.1%
199756 Seats 41.0%0 Seats 17.5%10 Seats 13.0%6 Seats 22.0%
199249 Seats 34.4%11 Seats 25.7%9 Seats 13.1%3 Seats 21.5%
198750 Seats 38.7%10 Seats 24.0%9 Seats 19.3%3 Seats 14.0%
198340 Seats 33.2%21 Seats 28.4%8 Seats 24.5%2 Seats 11.8%
197944 Seats 38.6%22 Seats 31.4%3 Seats 9.0%2 Seats 17.3%
Oct 197441 Seats 33.1%16 Seats 24.7%3 Seats 8.3%11 Seats 30.4%
Feb 197440 Seats 34.6%21 Seats 32.9%3 Seats 7.9%7 Seats 21.9%
197044 Seats 44.5%23 Seats 38.0%3 Seats 5.5%1 Seat 11.4%
196646 Seats 47.7%20 Seats 37.6%5 Seats 6.7%0 Seats 5.0%
196443 Seats 46.9%24 Seats 37.3%4 Seats 7.6%0 Seats 2.4%
195938 Seats 46.7%31 Seats 47.3%1 Seat 4.8%0 Seats 0.8%
195534 Seats 46.7%36 Seats 50.1%1 Seat 1.9%0 Seats 0.5%
195135 Seats 48.0%35 Seats 48.6%1 Seat 2.8%0 Seats 0.3%

보시다시피 보수당은 갈수록 스코틀랜드에서 발 붙일 자리가 없어지고 있고,

노동당과 스코틀랜드당, 그리고 자민련이 자리를 나눠먹고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스코틀랜드 지역구를 바라보는 보수당의 심정은, 전라도 지역구를 바라보는 새누리당 중앙당의 심정, 경상도 지역구를 바라보는 새민련 중앙당의 심정과 비슷하지 않을까요?

스코틀랜드 주민들 입장에서는 우리가 원하는 국가모델이 있는데 런던에서 보수당 정권이 의결하는 법안과 정책들이 자기들에게 그대로 부과되는 꼴이 아주 보기 싫지 않겠습니까.

반면에!

스코틀랜드의 독립을 정말로 원하지 않는 이들은 보수당이 아니라 노동당일 수 있습니다.

스코틀랜드가 영국 총선에서 빠지면...

노동당이 보수당을 어떻게 이기겠어요 ㅡㅡ;;;;

노동당이 최근 총선에서 얻은 의석수가 250여석 정도인데, 그 중 50석이 빠져나가는 셈이니까요.

이건 뼈아픈 손실이지요.

(실제로 친한 스코티시 하나는 이 걸 이유로 독립에 반대할 거라고 하더군요. 자기 자신을 위해서라면 맘에드는 정책을 내건 SNP를 지지하겠는데, 자기만 살자고 빠져나가면 나머지 영국인들이 불행해지는걸 차마 못보겠어서 자기가 희생하기로 결심했다고..... 정말이니 마샬?)

심지어 여왕도 안좋아합니다.

영국여왕은 정치에 개입하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그건 명목상 소유하고 있는 실권을 관례상 행사하지 않는다는 이야기지, 말 한 마디, 행사 참석, 해외 순방 등이 사실은 다 [큰 범주에서 정치행위]이지요.

여왕이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는 비밀도 아닐 뿐더러, 독립투표를 추진하고 있는 스코틀랜드당(SNP) 입장에서도 별로 좋을 게 없는 이야기입니다.

SNP는 이때문에 설령 스코틀랜드가 독립하게 된다 하더라도 호주나 캐나다, 뉴질랜드의 사례처럼 영연방으로 남아서 영국여왕을 국가원수로 모시겠다고 강조합니다.





스코틀랜드 독립투표 문제는 사실 영국 국내의 관심사를 넘어서서 유럽 전체의 관심사가 되고 있습니다.

예컨대, 스페인은 당면한 카탈루냐 독립운동, 바스크 독립운동가들에게 좋지 않은 선례를 만들어주는 게 아닐까 걱정합니다.

또, 우리에겐 아직 잘 알려져있지 않지만 이탈리아에서는 베니스의 독립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스코틀랜드가 어떤 선례를 남길지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입니다.



이런 분위기를 가장 싫어할 나라는 아마도 중국일 겁니다.

어디 나라에서 소수민족이 독립했다더라 카는 이야기만 들리면 늘 불안해하지요.

[어휴, 신장이랑 티베트에서 또 저거 기사 스크랩해서 써먹겠구나]

하구요.






4. [마무으리]


이제 우리의 정치문화를 생각해봅시다.

분열은 나쁜고 통합은 좋은건가.

한가지 확실한 건 그렇게 배워왔다는 겁니다.

그리고 의심하지 않고 그렇게 믿어왔다는 거구요.

왕권을 강화한 태종은 왕권을 약화시킨 최씨의 무신정권보다 더 우월한 정권이었을까요?

피는 누가 더 많이 흘렸을까요.

권력의 빈공간에서 색다른 생각이 자라나올 수 있었던 환경은 오히려 고려를 조각조각 분열시킨 무신시대가 아니었을까요?



더 나아가, 꼭 한 민족은 한 국가를 세워야하나요

남북통일이 당위로 받아들여지는 게 좀 이상하진 않은가요

원래 하나였고 하나여야만 하는데 둘이 되었으니 더 열등한 상태라는 생각은 어쩌면 시작부터 옳지 않은 명제일 수도 있어요.

언제부터 고구려-백제-신라가 하나의 국가였겠어요 -_-;

또 언제부터 신라와 발해가 하나의 국가였겠어요.

어쩌면, 생각을 달리하면, 우리는 한반도 남부와 북부의 통일상태라는 [이상한] 시절을 한참 보내다가 다시 원상복귀한 것일지도 모르지요.



통일이 당위일 수도 있어요.

당위가 아니라는 보장이 없는 만큼 당위라는 보장도 없을 뿐이죠.

그런데, 설령 통일이 당위라고 한다 하더라도, 흡수통일이 답이 아닐 수도 있어요.

잉글랜드가 잘나가니까 스코틀랜드가 선뜻 통합에 응하고 UK를 만들었듯,

북해에서 석유가 자꾸 나오니까 경제력에 자신감이 생긴 스코틀랜드가 독립을 요구하듯,

그냥 남한이 잘나가면 북한에서 [아이구 우리 그러지 말고 연합(United)국을 만들어봅시다] 하고 수긋하게 나올 날이

앞으로 한 100년 이내에 찾아올지도 모르지요.

이렇게 본다면, 현재의 상황은, 어쩌면, 한반도 민주주의 역사상 두번 다시 맞기 어려운 배움의 기회일 수도 있지요.

위에서 아래로 힘을 이양하는 게 아니라,

아래에서 위로 힘을 이양하는 경험을 언제 또 해볼 기회가 있겠어요.

서로 다른 특색을 가진 지역들이 무력에 의존하지 않고

합의에 의해 더 상위 규모의 정치체제를 건설하는 지난하고도 어려운 경험은, 

그게 언제 찾아올진 모르겠지만, 

훗날 우리나라 정치사 교과서에 가장 주요하고 빛나는 순간으로 기록될 지도 모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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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5/29 00:54
수정 아이콘
솔직히 3번까지는 재밌게 읽었는데, 4번은 좀 뜬금없는 말이네요. 스코틀랜드의 사례를 들어 우리나라에 비교하기엔 너무 무리가...아무튼 호주의 사례는 인상깊게 봤습니다.
기아트윈스
14/05/29 01:11
수정 아이콘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개인적으로 해외 이야기를 겉핥기로 하고서 거기서 자기가 읽어내고 싶었던 걸 읽어낸 다음 그걸 훈계조로 우리나라에 덧씌우지 말자... 라는 마음을 먹고 시리즈를 시작했는데, 막판까지 잘 지켜졌는지 반성해봅니다.

마지막 4번은 굳이 스코틀랜드의 사례를 좋은 선례로 생각해보자고 꺼낸 말이라기보다는 그냥 평소에 한국사 서술의 관습과 통일에 대한 대중적 의견에 대한 제 생각이었습니다.

개인의 일탈로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endogeneity
14/05/29 01:03
수정 아이콘
하이에크가 '치명적 자만' 2장에서 본문과 유사한 취지의 지적을 했던 적이 있습니다. 거기서 하이에크는 왕권 강화를 '중흥'의 표지로 보는 역사가들의 습관을 비판했는데, 그런 걸 보면 센터에 몰빵하길 좋아하는 습성이 조선인들만의 것은 아니었던 것도 같습니다.
기아트윈스
14/05/29 01:13
수정 아이콘
하이에크는 아직 읽어보지 못했습니다. 책 한 권 추천받아갑니다 흐흐.

센터몰빵에 대해서라면.... 사실 인간의 유전자에 그런 내용이 새겨져있는 것 같아요.

제 전공에 연결해서 보자면 중국의 통일제국 논리가 어디서 어떻게 시작되서 힘을 얻었나... 정도가 제 관심입니다.
아르카디아
14/05/29 01:06
수정 아이콘
모든 법조문이 헌법이라는 말은 웨스트미니스터 트레디션을 약간 곡해해서 전달하신 것 같습니다. 헌법적 기능을 하는(ex:기본권을 규정하는 법률) 법도 헌법으로 분류되어 특별한 지위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일반 법률과 같은 절차로 폐지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정도일 뿐입니다. 실제로 헌법과 같은 역할을 하는 법률은 따로 분류되어 다른 나라들의 헌법과 같은 지위에서 해석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와 관련된 법 개정에 컨스티투셔널이라는 수식이 붙지요.
기아트윈스
14/05/29 01:09
수정 아이콘
몰랐던 부분이네요.
지적 감사드립니다!
몽키.D.루피
14/05/29 01:07
수정 아이콘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기아트윈스
14/05/29 01:14
수정 아이콘
재밌게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
14/05/29 01:12
수정 아이콘
막연히 생각했던것보다 상이한 체계라서 정말 재밌게 읽었습니다 ^^
기아트윈스
14/05/29 01:14
수정 아이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아르카디아
14/05/29 01:13
수정 아이콘
스코틀랜드는 어차피 민족적으로 잉글랜드와 동일하지도 않기 때문에 한 민족이 한 나라를 꾸려야한다는 법칙이 있어도 독립은 당연한 원칙일 것입니다. 그리고 북아일랜드와 스코틀랜드의 원주민들은 뭉쳐서 하나가 됬다기 보다는 정복당해 강제로 병합되었다고 생각하겠지요.
기아트윈스
14/05/29 01:17
수정 아이콘
늘 좋은 지적 감사드립니다.

스코틀랜드의 내부의 지역갈등도 사실 더 배워보고 싶은데, 현재로선 제가 아는게 로랜드와 하이랜드의 차이 정도밖에 없네요.

나중에 스코틀랜드가 정말로 독립하게 되서 피쟐러들의 주목을 받게 된다면 더 공부해서 정리해보겠습니다 =_=;
요정 칼괴기
14/05/29 07:58
수정 아이콘
사실 스코틀랜드는 단일 민족이 아니죠.
로우랜드는 색슨에 가깝고 하이랜드는 노르웨이 그리고 여기에
아일랜드 캘트적 분위기가 첨가되었습니다.
그런데 중세 통일 왕국때문에 이들 민족이 뭉쳐졌고 그러다가 17세기 잉글랜드
와 통일을 통해 앙글랜드와 다른 스코틀랜드인이라는 개념이 아이러니
하게 발생하게 되었죠.
그리고 18세기 동안 아일랜드적 특성을 대폭 첨가한 하일랜드적 모습으로
스코틀랜드 민족이 만들어졌구요
기아트윈스
14/05/29 09:32
수정 아이콘
아, 몰랐던 사실 하나 알아가네요.

덧붙이자면, 스코틀랜드 민족주의가 발흥하면 동시에 잉글랜드 민족감정이 자극받습니다.

예컨대 강력한 자치권을 가진 스코틀랜드의회가 1999년을 전후로 발족하면서 잉글리시들이 "스코티시가 아닌 우리들" 이라는 아이덴터티를 형성하게 되고

전반적인 감정이 안좋아졌다고 들었어요.
요정 칼괴기
14/05/29 09:38
수정 아이콘
예. 저도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사실 스코틀랜드 민족주의는 18세기, 아일랜드 민족주의는 19세기, 웨일즈는 20세기 민족주의가 형성되는데
기실 다 잉글랜드에 대비하여 우리는 무엇이 다른가에서 시작되었다고 하더군요.
여기에 잉글랜드도 이들이 뭔가 만드니까 자신들도 뭔가 만들기 시작한게 잉글랜드 민족주의였구요.

솔까말 브리튼 섬에서 아일랜드 인 빼고 혈통적으로 민족이 존재할 수 없죠. 최소 1500년을 피를 섞고 다녔을 테고
중세 초기 기준으로 오히려 랭카스터 쪽이 켈트에 가깝지 에딘버러 같은 동네가 더 가깝지도 않지만
중세 후기 그나마 지금같은 국경선에 마련되고 난 후 이게 고착되면서
랭카스터는 잉글랜드라 그냥 앵글로 색슨이고 에딘버러는 스코틀랜드라 캘트라고 믿어 버릴 뿐이죠.

제 생각에는 브리튼 섬의 민족은 국가가 존재한 후 형성된 물건이고 그마저도 연합왕국이라는 체제 내에서
형성된 물건이라고 봅니다.

지금도 또 콘웰이 민족주의를 만들고 있다더군요. 참 희안한 동네예요.
bloomsbury
14/05/29 02:09
수정 아이콘
성문화된 법률로 관계를 정리하는 나라가 아니라 그런 것이지 영국이란 국가만의 특징이라고 보기는 힘들지도 모르겠네요. 영미법(?)common law 국가 법률의 상당부분이 판례 등으로 확립되면 따로 한국처럼 법조문을 제정하지 않기 때문에.. 물론, 여전히 의회에서 통과된 법률이 사법부 판례보다 위에 서기는 하지만.. 다른 이야기지만 사법부와 입법부를 넘나들며 활약하는 잉글랜드 판사들의 판례를 보는 것도 상당히 재미있죠.

스코틀랜드의 독립 주장은 98년 이후 이양된 권한을 보면 당연한 수순으로 보이기까지 합니다. 우리 개념으로 보면 너희 같은 나라 맞냐 수준이라 ..
기아트윈스
14/05/29 02:13
수정 아이콘
댓글 감사드립니다.

사실 최근 스코틀랜드 의회를 만들면서 꺼내들고온 권력이양(devolution) 개념도 굉장히 재밌다고 느꼈어요.

영단어 devolve와 evolve를 이런식으로 쓸 줄이야 --;;

사실 지금도 이걸 한 나라로 봐야할지 어려운 수준까지 독립하긴 했지요.
도로시-Mk2
14/05/29 02:55
수정 아이콘
토탈워나 크킹을 하면서 스코틀랜드로 플레이할때

자꾸 쳐들어와서 괴롭히는 잉글랜드가 그토록 미울수가 없었습니다 크크

게임상에도 그런데 실제로는 얼마나 사이가 안좋을까 생각하니.. 수백년간 싸우다가 강제로 합쳐졌는데 사이가 좋을리가 없을듯요


이것도 다 잉글랜드의 업보 아니겠습니까. 아일랜드 문제도 그렇고...
기아트윈스
14/05/29 03:00
수정 아이콘
음...음...

자꾸 쳐들어가서 죄송합니다 -_-;;

전 늘 윌리엄으로 시작해서 스코틀랜드 들쑤시는게 일이었이죠.

지금이라도 사과드립니다.
요정 칼괴기
14/05/29 08:01
수정 아이콘
강제합병 아니지 않나요?
스튜어트 왕조가 잉글랜드 왕이 되면서 동군연합화 되었다가
메리인가 앤 여왕 때 먼저 합치자고 한쪽은 스코틀랜드 였던 걸로...
도로시-Mk2
14/05/29 09:20
수정 아이콘
앤 여왕 때에도 스코틀랜드 독립반란 마구 일어났습니다.

왕실에서는 결혼으로 합체했지만

시민들입장에선 뜬금없이 강제합체라...
요정 칼괴기
14/05/29 09:27
수정 아이콘
애초 앤 여왕은 스튜어트 가문인지라 스코틀랜드 왕위를 가지고 있어서 결혼으로 합체는 아닙니다.
스코틀랜드와 잉글랜드의 왕을 겸하는 동군연합 상태였다는게 맞습니다.
남편도 덴마크 왕자인 조지였구요.

양국이 통합된 건 Acts of Union에 의해서 인데 스코틀랜드 의회가 먼저 잉글랜드 의회에 통합에 대한
뜻을 정하고 양국 의회에서 통과되어 이루어진 일입니다.

여기에 반대한 사람은 분명히 존재했지만 강제 합병은 아니였다는 거죠.
아르카디아
14/05/29 11:26
수정 아이콘
강제합병은 앤여왕 시기가 아니라 에드워드 1세 때 부터 이어진 역사라고 보지 않습니까?
요정 칼괴기
14/05/29 11:28
수정 아이콘
일단 브루스 왕이 독립한 후 제임스 1세가 동군 연합 결성할 때는 완전 독립국이었으니까요
Je ne sais quoi
14/05/29 07:43
수정 아이콘
재밋게 잘 읽었습니다. 단점이라면 너무 빨리 끝난거? ^^ 또 써주시기 기다릴께요~
기아트윈스
14/05/29 09:24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더 길게 끌고 갈 힘이 없어서..... ㅠ.ㅠ

다음에 다른 글감을 찾아내게 다시 쓸게요-
요정 칼괴기
14/05/29 07:50
수정 아이콘
맨유의 유나이티드는 노동조합이라 그런 걸로 알고 있습니다.
아닐 수도 있지만요...

그리고 정말 스코틀랜드 독립하면 노동당은 아일랜드 독립당시 자유당꼴은
아니더라도 심대한 타격을 얻을틴데요.
애초 시작이 스코틀랜드인지라...
기아트윈스
14/05/29 09:23
수정 아이콘
음, 알아봤는데 맨유의 경우는 초기의 클럽을 어떤 사업자가 인수한 후 "맨체스터 센트럴" "맨체스터 셀틱"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놓고 고민하다가 그냥 마지막 걸 골라서 그렇게 됐다고 하네요. 제가 잘못알았습니다.

보통 다른 클럽들은 2개 이상의 클럽이 연합할 경우 그렇게 붙이거든요. 예컨대 뉴캐슬 유나이티드 FC 라든가....

유나이티드니까 당연히 연합일거라고 지레짐작했네요^^;
요정 칼괴기
14/05/29 09:30
수정 아이콘
찾아보니 제가 아는 것도 틀렸군요. 철도 노조에서 시작은 했지만 그게 유나이티드란 이름에 영향을 준건 아니더군요.
14/05/29 10:16
수정 아이콘
바바리아, 베네토, 롬바르디아, 남 티롤, 스코틀랜드, 바스크, 카탈루냐!!
그리고 이분야 끝판왕, 왈룽, 플랑드르, 브리쉘의 벨기에!!

과연 제가 할아버지가 되었을 무렵 유럽지도가 빅토리아에서 EU로 바뀔지, 아니면 아예 하나가될지 귀추가 주목되네요.
요정 칼괴기
14/05/29 11:01
수정 아이콘
벨기에는 정말 왕실 없었으면 나라가 박살 났을 지경이더군요.
영원한초보
14/05/29 14:19
수정 아이콘
유럽경제위기때 벨기에 정부가 공석상태라는 이야기를 들은것 같은데
그때 벨기에 국민들이 정부가 없어도 각자 알아서 할일하면 살 수 있다 이런 분위기였던 기사를 본것 같습니다.
이것도 왕실이 있기때문에 가능했던걸까요?
Siriuslee
14/05/29 10:44
수정 아이콘
우리에게는 생소한 개념인 동군연합(personal union)을 이해하지 못하면, 중세-근대 넘어오면서 여러 나라들의 상황을 이해하기가 어렵지요.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도 동군연합 비슷한 상황은 한번 있었습니다.
고려왕 + 심양왕이었던 충선왕 왕장

충선왕은 본인도 쿠빌라이칸의 외손자이자, 부인은 쿠빌라이칸의 증손녀(이자 몽골 10대 황제 진종의 누나) 입니다.

그는 원나라 황실내에서도 순위권에드는 친족으로서, 원성종 사후 후계자 문제에 개입해서 원의 3대 무종, 4대 인종 즉위에 도움을 줍니다.
그래서 원 무종이 즉위하면서 만주의 심양왕에 봉해집니다. (심양은 현재 중국내 3대 공업도시..)

역만없이지만, 이때 충선왕이 그대로 심왕(1310년 심양왕->심왕으로 바뀝니다. 원 제국내에서 2글자왕 보다 1글자 왕이 더 한등급 높음) 직위와 고려왕을 자신의 아들에게 모두 물려주었다면,
동군연합인 상태가 지속되면서, 적절한 후속조치만 취해졌다면, 고려+만주 지역을 모두 아우르는 강역이 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거 없죠.

고려 조정에서는 답답했을겁니다. 고려왕이라는 사람이 고려에 안들어오고 심양 혹은 연경에만 있어서 모든 업무를 문서를 통해서 재가를 받아야 했고,
심양왕 본인도 고려에 별로 관심이 없었거든요.

결국 그는 고려왕은 자신의 아들(충숙왕)에게 물려주고,
심왕은 자신의 조카인 왕고에게 물려주고 연경에서 은거생활에 들어갑니다.


잉글랜드 - 스코틀랜드의 경우 매리 여왕때는 그냥 동군연합인 상황이었습니다.
잉글랜드 - 스코틀랜드가 완전이 통일된건 그보다 2세기 가량 더 지나서인 앤 여왕때입니다.

스페인의 경우에도 레콩키스타가 한창일때는 레온, 카스티야, 아라곤으로 대표하는 여러 나라로 분리되어있었습니다.
그중 레온-카스티야가 13세기에 먼저 통합이 되었고, 이후 카스티야의 여왕인 이사벨라와 아라곤의 왕 페르난도가 결혼하여 연합왕국 형태를 취하다가
딸인 후아나 - 손자인 카를로스1세를 거치면서 통일 스페인왕국이 탄생하지요.

그 카를로스 1세가 바로 합스부르크가문의 카를 5세..
카를 5세는 엄마가 카스티야 여왕인 후아나, 외할아버지가 아라곤의 왕 페르난도,
아빠는 꿀랑드르의 (미남왕) 펠리페, 할아버지가 신롬황제인 막시밀리안 1세

그리고 이 모든것을 상속 받습니다.(물론 신롬은 선제위 회의를 거쳐서 선출되는 형식을 취했습니다만..)
결국 카스티야-아라곤을 통해서 이베리아반도의 80% + 남부 이탈리아
꿀랑드르를 통해서 지금의 벨기에, 네덜란드,
신롬황제가 되면서 독일-오스트리아-북부이탈리아를 모두 아우르는 동군연합을 형성하지요.

이 동군연합이 깨진건 카를 5세가 스페인 꿀랑드르 / 신롬을 각각 분할 상속해주면서 합스부르크 가문이 분리되고
꿀랑드르는 스페인이 벌이는 전쟁에 계속 끌려다닐수 없다는 생각으로 독립운동을 시작합니다. - 네덜란드 독립운동
영원한초보
14/05/29 14:17
수정 아이콘
1,2를 못 읽고 3만 읽었고 정치, 역사에 대한 지식이 짧은 것을 양해해주시고 의견을 달아보겠습니다.
통합과 분열에 대해서는 평화에 유리한 방향으로 진행되는 거 아닐까요?
우리나라가 삼국상태로 유지되었다면 전쟁이 계속 일어났을 것 같고
원제국 시절을 지나면서 백제 고구려 지역은 이미 우리나라와 관련없는 지역이 됐을 것 같고
지금 한국이라고 할 수 있는 문화적 뿌리는 경상도 밖에 안남았을 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이면 임진왜란은 일본의 승리로 끝났을 것 같고요. 전쟁없이 항복할 가능성이 더 높았을지도 모르고요.
한민족이 완벽한 단일민족이 아니라지만 스코틀랜드와 잉글랜드 차이와는 많이 다르니까요.
또한 분리는 경제적 자립도 큰 영향을 미치는데 스코틀랜드에 석유가 없었다면 독립주장할 수 있을까도 궁금합니다.

영국정치체제의 특성에 대해서는 국토는 특정면적의 통합이 안정에 도움되지만 권력은 분산될 수록 강력해진다고 생각합니다.
왕실의 권한이 막강하지만 그 힘이 왕실에 다 몰려있지 않고 지방으로 적절히 분산이 되있기때문에 가능한것 같습니다.
한국은 권력이 골고루 분산될 수 있는 지형이 아니기때문에 헌법에서 주권이 국민에 있다는 식으로 강제로 분산시키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고요.

정치역사에 대한 지식이 학부생수준도 안되서 의견표출하기 부끄럽습니다만 제 지식수준에서
한반도 통일에 대한 인식은 이렇습니다.
그리고 남북연합국가라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건 연방제와 비슷한것 아닌가요?
단약선인
14/05/29 14:40
수정 아이콘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유로회원
14/05/29 19:45
수정 아이콘
본문이나 댓글이나... 대단합니다

다들 뭐 하시는 분들이신지.... 정말 재미있게 잘배워갑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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