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4/05/16 22:36:31
Name 쌈등마잉
Subject [일반] [리뷰]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2013], 벤 스틸러: 성장하는 관계와 여전한 자리의 가치를 흥미롭게 포착한 영화 (스포有)
[리뷰]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2013], 벤 스틸러: 성장하는 관계와 여전한 자리의 가치를 흥미롭게 포착한 영화


1

월터는 ‘라이프’잡지사에서 16년째 포토에디터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는 프로필에 특기할 만한 사항을 도무지 쓸게 없는 그런 사람입니다. 그런 월터는 종종 멍이 나갑니다. 멍이 나간 그는 상상의 세계를 펼치죠. 그 세계에서만큼은 그 어떤 영화의 주인공보다 용감하고 로맨틱하며 담대합니다. 물론 그런 월터의 상상이 대담할수록 현실은 곤궁해 보이기만 하죠.

무기력해 보이기만 하는 월터에게 중요한 두 사건이 벌어집니다. 그 중 하나는 회사의 합병에 의한 잡지의 폐간입니다. 단 한 번의 출간만을 남겨두게 되죠. 그런 탓에 잡지의 사진작가인 션 오코넬은 자신의 최고 사진(삶의 정수)을 폐간호를 위해 월터에게 보냅니다. 그런데 월터는 그 중요한 사진을 잃어버립니다. 합병에 의한 구조조정의 압박이 밀려오는 것도 모자라 그 동안 하지 않았던 치명적인 실수에 빠진 것이죠.

또 하나의 사건은 사랑입니다. 월터는 직장동료인 셰릴에게 마음을 빼앗깁니다. 그녀는 아들 하나를 둔 이혼녀로서 잡지사에 들어온 지 3개월도 채 되지 않은 직원이었습니다. 월터는 그녀에게 접근하기 위해 온라인 매칭 사이트에 가입하기도 했죠. 어쨌든 이 두 사건으로 인해 월터는 상상의 나래를 펼칠 여력을 잃어갑니다. 대신 상상이 점점 현실화되는 과정을 갖게 되지요.

월터는 포토에디터로서의 책무를 수행하기 위해 잃어버린 사진(월터는 오코넬이 사진을 보내지 않았다고 여깁니다)을 찾으러 떠납니다. 세계 구석구석을 누비며 작품을 찍는 오코넬을 추적하게 되죠. 그 과정은 대담한 기상이 필요했고 소심한 월터는 주저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는 셰릴이 자신을 응원해주고 있다고 상상하면서 용기를 냅니다. 직업소명과 사랑이 그의 상상을 현실로 끌어 내려갑니다.


2

이 영화는 인상적인 장면들이 여럿 등장합니다. 월터의 상상 속 장면들, 세상에서 가장 담대한 산악인이 되어 셰릴에게 로맨틱한 고백을 하는 씬이나 혹은 재수 없는 새로운 상사와 결투를 벌이는 모습 등은 유머러스하게 그려집니다. 그리고 오코넬을 만나기 위해 그린란드, 아이슬란드, 히말라야를 여행하면서 접하는 풍광은 절경입니다. 양손에 돌을 쥐고 보드를 타며 대자연을 활강하는 모습도 굉장히 인상적이죠. 하지만 그럼에도 이 영화에서 저에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월터의 상상 속 세계나 오지 여행의 대자연이 아니었습니다. 바로 월터의 삶의 자리였죠.

사진작가 셴 오코넬의 미지의 사진. 라이프 잡지의 마지막 표지 모델. 그것은 포토에디터로서 자신의 일을 묵묵히 수행하고 있는 월터였습니다. 빤한 연출일 수 있겠지만, 저는 그럼에도 이 영화가 대단해지는 순간이었다고 느꼈습니다. 이 영화는 평범하고 소심한 소시민의 성장을 담고 있습니다. 일종의 성장 영화죠.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런 별 볼일 없는 남자가 묵묵히 견디고 있었던 삶의 자리를 잊지 않고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삶의 정수’였던 것이죠.


3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는 무기력한 현실과 과감한 상상 사이의 간극을 바꾸면서, 즉 그 너비를 좁히면서 상상을 현실화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 과정이 재미있고 흥미롭습니다. 다만 연출적으로 과한 느낌을 주기는 합니다. 터무니없는 월터의 상상만큼이나 현실 속 도전들도 인위적인 경향을 보입니다. 그래서 저는 영화를 보면서 중간에 다소 혼란스러웠습니다. 지금 장면이 현실에서 벌어지는 것인지 월터의 상상 속인지 말이지요. 감독은 이런 착각을 일정부분 주기 위해 의도한 것 같은데 조금 과하지 않았나 싶었습니다.

만취한 헬리콥터 운전자에게 의탁하는 장면이나 이어 상어가 있는 바다에 뛰어드는 모습. 마침 그 때 터지는 화산을 방문하게 된다거나하는 등 종횡무진 벌어지는 여행 속 사건들이 다분히 작위적입니다. 아버지를 떠올릴 수 있게끔 딱 차려져 있는 아이슬란드의 파파존스나 셸터의 아들에게 줄 보드를 얻게 되는 과정도 과하게 극적이죠. 셴 오코너를 찾는 바로 그 때 마침 만나는 눈표범도 그렇고요. 게다가 오코너는 이 순간을 자신만을 위해 보낸다며 기다리던 눈표범을 사진에 담지도 않죠. 순간을 잡지 않고 그냥 보낸다는 철학(?)은 영화의 마지막에 월터가 셰릴에게 써먹기도 하지요.

월터를 착각에 빠지게 하기 위해, 셰릴의 집에 방문한 그녀의 전남편을 보여주는(남편은 셰릴을 다정하게 ‘허니’라고 부르죠) 모습도 조금은 부자연스러운 느낌을 줬습니다. 셰릴은 남편이랑 끝났다고 분명하게 말하는데, 적어도 그 장면만큼은 그런 분위기가 아니었죠. 셰릴이 애매하게 양쪽에서 간을 보는 것이면 모르겠지만요. 물론 이런 것들은 작은 아쉬움들일 뿐입니다. 영화는 충분히 볼만하고 흥미롭습니다. 중간 중간 삽입된 패러디 장면들, 예를 들어 그린란드에 갔을 때 빌리게 되는 자동차의 색깔 등은 영화의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합니다. 빨간차와 파란차 중 빨간차를 고르게 되는 건 영화 <매트릭스>의 그것이죠. 진실을 선택하게 되는 빨간약 말입니다. 앞서 제가 상상일지 현실일지 혼선이 왔다고 했는데, 이 장면을 보면서 현실이겠거니 했었답니다.

어쨌든, 아쉬움이 없진 않지만 그래도 전반적으로는 충분히 제 몫을 해냈고, 또 재밌는 영화라고 총평하고 싶네요. 성장하는 관계와 여전한 자리의 가치를 흥미롭게 포착한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였습니다.


★★★☆ (7.5/10)


-------------------

여러분들은 이 영화 어땠나요?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asdqwe123
14/05/16 22:44
수정 아이콘
영화를 보고난후 생각나는건 음악뿐이 없더라구요. 헬리콥터에 뛰어들때 나오는 음악과 스케이트보드탈때 나오는 음악이 머리에 계속 뱅뱅도는게 그 장면들만 3번은 더 본거 같습니다.
쌈등마잉
14/05/16 23:23
수정 아이콘
아. 음악 얘기가 빠졌네요. 정말 좋았는데 말이죠. 데이비드 보이의 명곡 Space Oddity를 비롯해 좋은 노래가 많죠.
14/05/16 22:44
수정 아이콘
저도 좋았습니다. 특히 한해를 시작하는 영화로 제격이였던 것 같아요.

헬기를 타면서 상상은 없어지고 격식있던 차림은 후즐근하게, 딱딱하던 서류가방도 자유분방한 천가방으로 뭔가 잘 짜여진 소품들에서도 즐거웠습니다.
쌈등마잉
14/05/16 23:24
수정 아이콘
맞아요. 연출의 유기성이라는 차원에서는 완성도가 높진 않지만, 각 소품의 활용 같은 디테일을 보는 재미도 있었어요. 저는 어제 본 영화가 새해의 감각을 느끼진 못했는데, 유쾌한 감동은 여전했답니다.
학부생
14/05/16 23:04
수정 아이콘
어떻게 보면 아주 뻔한 메시지를 우리에게 던져주는데 뻔한 메시지인 만큼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다는 점, 누구에게나 있는 월터의 소시민적 찌질함이 저와도 닮아있다는 점에서 편하고 재밌게 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노래와 함께 헬리콥터로 뛰어드는 장면은 정말 명장면이었네요. Vich님 말대로 한 해를 시작할때 마음가짐 다시 하는데 좋은 영화였습니다.
쌈등마잉
14/05/16 23:26
수정 아이콘
정말 그런 것 같아요. 영화에서 극적으로 표현했을 뿐, 우리도 그를 많이 닮아있죠. 그래서 닿게 되는 자장의 폭이 만만치 않았던 것 같고요.
사랑비
14/05/16 23:05
수정 아이콘
어제막 본 영화네요 재미있었습니다 8점 이상은 주고 싶네요
쌈등마잉
14/05/16 23:26
수정 아이콘
저도 어제 봤는데, 경우에 따라 8점도 충분히 받을 만한 영화죠.
흰호랑이
14/05/16 23:06
수정 아이콘
좋은 리뷰입니다

다만 엔딩을 언급했으니 제목에 [스포일러]는 추가해주는게 좋을꺼 같네요
쌈등마잉
14/05/16 23:26
수정 아이콘
표기 했는줄 알았는데 빠졌네요. 지적 감사합니다.
김성수
14/05/16 23:08
수정 아이콘
스켑에서 롱보드도 눈독들이고 있었는데... 그 롱보드 타고 내려가는 장면이 참 부럽더군요. 로망입니다 ! 유튭가면 시원한 롱보드 주행 영상들이 참 많죠. 제가 좋아하는 영상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흥분되더군요. 그래서 좋았습니다.
쌈등마잉
14/05/16 23:27
수정 아이콘
저도 굉장히 인상적인 장면이었어요. 초자연의 절경을 배경으로 활강하는 모습이 참 시원하더군요.
시네라스
14/05/16 23:43
수정 아이콘
새해를 시작하는 영화로써는 최고였던것 같습니다. 진행되면서 점차 고조되는 로망과 뻔하지만 진한 마지막 연출... 그 마음 그대로 새로운 시작을 했으면 좋았을텐데 그 영화를 봤던게 소개팅의 마지막 만남이 되면서 잊지 못할 영화가 되어버렸다는게 함정이네요 크흑.
쌈등마잉
14/05/17 15:14
수정 아이콘
헉. 그렇군요. 심심한 위로를...
王天君
14/05/16 23:43
수정 아이콘
벤 스틸러의 의도를 잘 반영한 영화라고는 생각합니다. 감성적으로 터치를 잘 하더군요. 다만 모든 이에게 위로를 던지려는 영화 자체의 의도와 방법이 구태의연하다는 생각은 들었습니다. CG로 점철한 상상 장면이나 광활한 자연이 화면에 담기면 담길 수록 메시지의 소박함이 더 대비가 되는 바람에 '그럴 줄 알았어!!' 하고 뻔한 감을 지우기가 어렵더군요.

http://www.extmovie.com/xe/index.php?mid=review&search_keyword=%EC%9B%94%ED%84%B0%EC%9D%98&search_target=title&document_srl=3254209
다른 곳에 제가 올린 후기입니다.
쌈등마잉
14/05/17 15:14
수정 아이콘
그렇긴해요. 뻔한 연출이었죠. 그래도 그 뻔함을 아기자기한 디테일로 재밌게 살린 것 같아요.
김여유
14/05/17 00:09
수정 아이콘
초반 자막들을 영상 구석구석에 깨알같이 박아 넣는 장면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지루할 수도 있는 초반 전개를 재밌는 기법으로 즐겁게 만들었죠
저지방.우유
14/05/17 00:11
수정 아이콘
그냥 한마디로 '힐리영화'죠

근데 저는 마지막에 '이 모든 게 다 상상이었어!'라고 뒤통수 칠 줄 알았어요
그게 아닌 걸 보고 '내 속이 이렇게 썩었었나'하는 생각을 했다는 ㅠㅠ

근데 나중에 영어 제목을 보니까 전혀 아니었어요;;
영어 제목을 봤다면 혼자 영화 끝날때까지 이상한 상상 안 했을 텐데 크크크크
14/05/17 01:06
수정 아이콘
음악이 대단하죠!!!! 대략 한달정도 계속 들었던 기억이 있네요
역시 잊지못할 롱보드 타고 내려가는 장면이 정말 시원-했습니다!

영상도 참 예쁘고, 음악도 예쁘고.... 정말 예쁜 영화였다는 기억이네요
넥센히어로즈
14/05/17 03:52
수정 아이콘
정말 재밌게 봐서 두번왔어요 흐흐
스터너
14/05/17 04:07
수정 아이콘
전 8점이상으로 생각해요.
14/05/17 09:08
수정 아이콘
극장에서 봐서 정말다행이었던 영화였어요 음악,영상미도 좋았고 내용도 담백하니 여친도 참좋아하더라구요.
쌈등마잉
14/05/17 15:17
수정 아이콘
여친도, 네. 참 좋았겠습니다. 영화가요.
쌈등마잉
14/05/17 15:16
수정 아이콘
의외로 혹평하는 분이 없이, 다들 평이 좋네요. 제가 참석하고 있는 영화회에서 다뤘던 영화인데, 비판도 꽤 많이 나왔었거든요.
14/05/17 19:26
수정 아이콘
전세계 쭈구리들의 공감을사서 호평이 나온건 아닐까 생각합니다.크크
의외로 제목에 낚여서 분노한분들이 많더라구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53577 [일반] 미드 <멘탈리스트> 리뷰 : 과장의 내적 리얼리티 [38] 헥스밤9676 14/09/01 9676 5
53568 [일반] 레알 마드리드 치차리토 임대 영입등.. 해외축구 소식 [46] hola2675194 14/09/01 5194 0
53031 [일반] 레드벨벳에 대한 잡담. [28] 카랑카10847 14/08/03 10847 0
52913 [일반] 좋다. 하지만... 그럼에도.... [37] HOOK간다6305 14/07/25 6305 18
52871 [일반] [해외축구] 여름 이적시장 뉴스 , 그외 루머.. [77] V.serum6391 14/07/23 6391 0
52816 [일반] 형제갈등 [43] 기아트윈스7647 14/07/19 7647 7
52756 [일반] 독일음식 용어사전 (분량문제로 분리합니다) [4] 중년의 럴커6739 14/07/16 6739 0
52753 [일반] 독일에서 굶지 말라고.... [29] 중년의 럴커10623 14/07/16 10623 7
52492 [일반] 한국 개신교를 바라보는 신학도의 주관적 비판. Part 2 - 성장과 결과 중심의 개신교, 희망의 신학 [38] 피에군5132 14/07/02 5132 8
52346 [일반] 아이돌. 그중 태연양의 연애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 [40] Bergy107975 14/06/22 7975 0
52303 [일반] [연예] 인스타그램 댓글로 남긴 태연의 편지 [236] 비상의꿈12999 14/06/20 12999 0
52268 [일반] 우리는 조금 더 정치적이어야 한다 [39] 당근매니아7116 14/06/16 7116 20
52037 [일반] 이게 말이야, 막걸리야? [50] 뀨뀨10936 14/05/31 10936 0
51798 [일반] 말로 할래 VS 글로 쓸래 [28] 기아트윈스5656 14/05/17 5656 7
51789 [일반] [리뷰]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2013], 벤 스틸러: 성장하는 관계와 여전한 자리의 가치를 흥미롭게 포착한 영화 (스포有) [25] 쌈등마잉5258 14/05/16 5258 1
51606 [일반] 만약에 내가 스페인 축구대표팀 감독이라면? [39] 최희6065 14/05/08 6065 0
51574 [일반] [아스날] 올시즌이 거의 끝나가네요. (스압) [51] pioren5690 14/05/06 5690 6
51511 [일반] 김황식 폭탄발언. 대통령이 출마권유. [158] 곰주9715 14/05/02 9715 10
51301 [일반] 우리는 과연 미개한가 [31] 콩콩지5495 14/04/24 5495 15
51239 [일반] 안전한 대한민국을 바라며... [18] Fallon3730 14/04/22 3730 1
50436 [일반] MBC가 정말 맛이 갔군요... [89] Duvet11956 14/03/13 11956 5
50391 [일반] 일전에 말입니다. [23] 김아무개5434 14/03/11 5434 2
50365 [일반] 취사병의 추억 [32] 제리드8137 14/03/10 8137 3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