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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05/04 23:59:59
Name 포포탄
Subject [일반] 오늘 한계를 목도합니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바람이 스산하게 부는 차갑고, 고요한 밤입니다.

저는 오늘 제가 모시던 후보님의 짤막한 스크린샷 하나를 받았습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경선적격심사결과입니다.

절망했습니다.
나름 열심히 했다고 생각했는데, 결과는 호락호락하지 않더군요.
며칠 전 광주시장의 공천 문제도 꽤나 시끌벅적 하더니, 오늘 그 참담한 결과를 눈으로 직접 확인하니 더욱 더 힘이 빠지더군요.
제가 본 것은 서울지역 시의원 경선적격심사결과 뿐이지만, 그 짧막한 문서 하나에도 현 야당의 실태에 대해서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결과를 말씀드리자면 몇몇 지역을 뺀 대부분은 [단수추천]으로 공천이 결정되었습니다. 부적격이 아닌...

지역정치에 관심이 많으셨던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민주당과 안당의 분열은 이른바 '기득권에 대한 저항'으로 가속화 되었던 측면이 있었고, 이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많은 후보들은 통합을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무소속으로 출마를 고심하고 있던 찰나였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통합이 되어버리고 기존의 지구당체제에서 재평가를 받아야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니 어려움을 호소하는 후보들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김한길 대표의 발언과 기존 국회의원들의 반발이 일어나는 모습을 보고 그래도 '개혁의지가 있겠구나'라고 잠시 생각했었습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정식 출범 후 그 정강에는 공천심사방법에 여론조사100, 여론조사50+일반당원50, 여론조사50+공론조사선거인단50 의 세가지 방법을 천명하기도 하며 기존 지역세력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보자는 의지도 보였었습니다.

그리고 세월호 사태가 터졌습니다.

대부분의 후보들이 사고에 안타까워하며 자발적으로 선거운동을 멈추고 다음 행보를 고심했습니다. 공식적으로 전달된 것은 아니지만 중앙에서 선거운동자제를 요구한다고 하여 모든 일정을 놓고 오로지 지역공부에만 메달렸습니다. 그리고 하루,이틀 시간은 하염없이 흘러갔습니다.
공천심사비용 150만원을 떨리는 손으로 내고 보니, 경선방법 의견제출서를 작성하라고 하더군요. 무슨 일인고 확인해보니, 기초단위공천을 결정하고 보니 선거일까지 시간이 촉박해 은근슬쩍 정강에 권리당원을 통한 공천(권리당원선거인단투표와 권리당원여론조사)방법을 끼워넣고 경선의견서에도 위 두가지 방법이 추가된 항목 중 하나를 고르라고 했던 것이였습니다.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그래, 시간도 별로 없고, 정당이란게 당원을 마냥 배제할 수 만은 없지 않겠나." 라는 심정으로 작성했습니다. 은근슬쩍 시국을 틈타 정강을 바꾼 것에 화가 나기도 했지만요.

그리고 또 그렇게 하루, 이틀 시간이 지났습니다. 금요일에 끝난다던 심사는 일주일이 지나고, 또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그리고 오늘에야 전달되었습니다. 결론은 대부분의 지역이 단수공천이라는 소식이였습니다. 세월호 사태라는, 정치계에서는 천재지변급의 일이 벌어지는 그 와중에 많은, 정말 수많은 예비후보들은 선거운동의 기회조차 잃으며 저희와 같이 심사의 문턱도 넘지 못했습니다.

며칠 전 광주시장의 공천문제로 시끌벅적했던 것이 기억납니다. 이곳에 계신 많은 분들은 아시겠지만, 가장 경쟁력이 떨어져보이는 후보를 경선없이 단수공천 해버리면서 많은 분들이 의문과 분노를 느끼셨었지요. 저는 그래도, 그때까지만 해도 "그래, 광역후보는 워낙 영향력이 큰 자리니까.. 상징적으로 나눠먹기 할 수도 있지."라고, 단순히 생각해버리자고 치부했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구의원, 시의원 공천마저 [나눠먹기]로 이루어지는 것을 보고 제 생각이 정말 안일했음을 통감합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출범할 당시, 안대표가, 그 밑의 참모들이, 또 그 밑에서, 지역에서 안철수대표와 함께 일하고 있던 사람들이 말했던 것, 그리고 그것으로 인해, 그 곳에, 찝찝하고 불쾌하면서도, 애써 참아가며 그 사람들에게 가졌던 믿음이 있었고, 이것으로 말미암아 고착화된 지역구도를 바꾸고, 국회의원 손짓 하나로 지역이 개편되는 폐단을 바꾸리라는 목표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그 한계를 목도합니다.

부족했습니다.

호흡이 길어집니다.

바람이 스산하게 부는 차갑고, 고요한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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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매니아
14/05/05 00:02
수정 아이콘
정말 할 말이 없네요.
14/05/05 00:03
수정 아이콘
아 공천제 진짜....
Tristana
14/05/05 00:09
수정 아이콘
시의원까지도 이런 식인가요..;
다시 생각하니 시의원이니 더 그럴거 같기도...
14/05/05 00:09
수정 아이콘
할 말이 없네요, 정말.
고생하셨단 말 밖에 전해드릴 말이 없습니다.
14/05/05 00:09
수정 아이콘
아쉬운 마음이 글 곳곳에 절절히 느껴지는군요.
사실 주말에는 거의 PGR에 들어오지 않는지라 긴 연휴동안 손놓고 있으려고 했는데 그것또한 쉽지 않네요.
현실은 이상보다 훨씬 더 녹록하지 않은 모양입니다.
제 삶 역시 그러하지만 세상을 바꿔보고자 했던 분들에게는 더욱 그렇겠지요.
매번 좌절을 느끼면서(정치 뿐만 아니라 세월호 참사에서 보듯이 개개인의 삶 역시) 다시 도전하고 또 도전하는
분들에게 제 작은 응원밖에 드릴 것이 없네요.
새정연은 아직도 미숙한 정치 집단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 미숙한 정치 집단 역시 대한민국에서 자라고 또 성장해나갈 정치 집단임은 분명한데...
언제쯤이나 보다 성숙한 정치 집단으로서 지지를 받을 날이 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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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쓸 말은 아니지만 새정연의 최근 법안 통과에 불만이 많은 분들의 글을 읽었습니다.
충분히 동의가 되더군요.
그러면서도 부족한 그 법안 내용에 대해서 정권이 바뀐다면 아마도 수월하게 다시 바뀌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새정연은 생각만큼 힘이 크지 않습니다.
미숙한 정치집단이 내 입맛에 맞지 않는 것이야 당연하겠지만서도 그 미숙한 정치집단을 보다
끌어올리고 싶어하는 분들이 보다 많아져야 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Security
14/05/05 00:12
수정 아이콘
가장 깔끔하고 개운하게 공천해서 야당쪽을 지지하는 사람 외에 무당파들까지 포용해야하는 새정치민주연합이..
지저분하고 찝찝하고 공천을 했네요. 안철수 대표는 무엇을 원하고 김한길 대표도 무엇을 원하는지 도통 알 수 없습니다.

과연 현 제1야당으로써 새누리당과 다르다라는 것을 보여야할 새정치민주연합이 새누리당이나 니네나 그게 그거다라는 모습을 보여주려는건지..
참 모든 기회를 발로 뻥뻥 차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에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현 야당을 선택하는거에 많은 고민이 있을거 같습니다.
내일은
14/05/05 00:53
수정 아이콘
고생하셨네요.

지금은 어떤 세력에 의해 '친노'라는 단어가 비하의 의미로 까지 사용되고 있지만...
민주당(새정련이 참 입에 안붙습니다) 에서 친노란 딱 꼬집어 이야기 하기 어렵지만 거칠게 구 민주당 쇄신파(이른바 천신정)+개혁당 등 지역정당주에 반대하는 세력이자 정치인 노무현에 이끌렸던 세력의 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면 민주당에서 친노를 제외한 여집합은 구 민주당계 다시 말해 후단협과 나중에 노무현 대통령을 탄핵하는데 앞장 선 세력인데, 비록 김대중 전 대통령과 민주화 운동을 같이 하기도 했지만 동시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민주적'인 세력은 아니죠. (나쁘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로버트 달 같은 大정치학자도 민주주의 국가의 정당이 꼭 민주적으로 운영될 필요는 없다고 했으니까요. 정치가 민주적이면 된거지)
그런데 지난 대선에서 자의반 타의반 '친노'의 대표가 된 문재인 후보가 패배함에 따라 이제 당 전면에 나선 이른바 비주류는 결국 위에 이야기한 친노의 여집합인데... 미안하지만 이들은 김대중 전 대통령 그늘에서 정치를 해오긴 했지만 동시에 그렇게 독자적으로 무엇인가를 보여준 적이 없죠. 외려 진영적인 단결력은 있어도 이념적인 동일성은 없는지라 대충 셈만 맞으면 정몽준을 지지할 수 있는 세력이고... (새누리당 경선이 박근혜 대통령의 암묵적인 지지를 받는 김황식 후보에게 유리하게 흘러가고 이를 참을 수 없는 정몽준 후보가 탈당해 새정련으로 올 수도?)

그리고 안철수 의원 측 역시... 안철수 의원의 개인적 선의는 믿습니다. 그러나 이른바 안철수 세력이라는게 공화당부터 이어져 새누리당 까지 이어진 하나의 소용돌이와 민주당 소용돌이에 끌려들지 않으면서도 독자적인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정치 세력이란건 통진당이나 정의당 정도 일뿐 이죠. 나머지는 사실 어떻게 보면 새누리당이나 민주당 조차도 끌여들일 매력을 못느꼈던 사람'들'일 뿐 무슨 새로운 정치적 비전을 숨기고 있던 사람들이 숨어있다 나오고 그런건 아닙니다.

그런데 지금 민주당은 이 두개의 세력이 연합해 당의 주도권을 잡고 있는 상황이니... 미안하지만 눈곱만치도 기대가 안됩니다.
14/05/05 08:49
수정 아이콘
민주라는 이름이 참 아깝네요.. 사실 이제 강령도 그렇고 여러가지 면에서 새민련이 새누리랑 뭐가 다른지도 잘 모르겠고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처음으로 새누리당을 뽑을꺼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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