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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05/03 14:21:00
Name 마스터충달
Subject [일반] [영화토크] 케빈에 대하여 - 섬세하고 살벌한 자식과의 전쟁.
존리 : 이 영화는 제작비가 공개가 안되어 있어. 수익은 6백만불. 별로 돈을 못 벌었어. 국내에선 17개관에서 밖에 개봉을 안했고, 
누적관객 4만 3천명에, 3억 5천만원 정도 벌었어. 안타깝기 그지 없는 숫자다... 딱히 굵직한 영화제에서 수상한 경력도 없고

충달 : 일단 영화 규모가 작아, 돈이 많이 들어간 영화도 아니고, 돈을 쓸법한 장면에서도 돈 아끼기위한 연출로 처리한 부분도 있었고

존리 : 감독 자체가 아직은 펀딩을 많이 받을 만한 감독도 아니었던 것 같아. 이제서야 본인 지평을 열어가는 편이라... 
소재 자체도 그렇고, 좀 마이너한 작품이라고 생각해.
‘사이코패스 아들을 키우는 엄마 이야기’ 라는 사전 정보를 모르고 봤다면, 좀더 궁금증이 유발되었을 텐데, 
영화 보는 내내 결론하고 연결이 되니 영화를 온전히 즐기지 못한 기분이야.
사실 사이코패스 살인마의 아들에 대한 이야기라고 듣고 모성애의 잔인한 속박같은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에 
처음엔 봉준호의 <마더>와 비슷할거라 생각했었는데.. 상당히 접근이 다르더라고.

충달 : 대중을 고려한 영화라기 보단 아트무비랄까?

존리 : 아트무비?? 나는 그냥 자기만족적인 영화 같아. 음.. 아니다. 자기만족이라기 보단 
<26년>이라든가, <노리개>같은 화두를 던지고자 하는 뉘앙스가 있는 영화 같아. 
영화를 보는 내내 우리가 ‘저런 자식을 낳으면 어떻게 하나’ 얘기한 것 처럼, 지금의 많은 부모세대들이 겪고 있는 문제라고 봐. 
아이를 적게 낳으면서 한 아이에 대해 집중하게 되었지만, 그만큼 아이들이 삐뚤어진다는 소리가 많이 나오고, 
선진국일수록 청소년 범죄가 문제가 되고 있고. 그런 부분에 대해서 가정교육이 문제냐고 한다면, 
가정교육이 문제라면 부모들이 ‘내가 뭘 잘못했을까?’라는 고민을 하게 되거든. 
삐뚤어진 아이를 혼냈을 때 아이의 성격 형성이 어떻게 될지 알 수도 없고. 
사회가 점점 좁아지는데 사회가 변하는 속도만큼 육아방식이 적응하지 못하는 극단적 사례를 보여줬다고 봐. 
그리고 이런 극단적 상황에서 나의 모성이, 부성이 어디까지 존재할 수 있을 것인가, 이런 점에 대해서 화두를 던졌다고 생각해. 
<마더>가 장르영화에 ‘모성’을 소재로 사용했다면, 이건 그 점을 화두로 던지는 것에서 시작한 거라 흥행하고는 거리감이 생긴거 같아.

충달 : 나도 대중적 흥행을 노렸다고는 생각하진 않아. 그치만 사회적 이슈를 목적으로 한 영화는 아니라고봐. 
이게 2011년 작인데, 2010년 즈음부터 사이코패스를 다룬 작품들이 많았단 말이야. 그런 얘기들이 많이 피어오르고 있을 때, 
‘사이코패스의 어린시절은 어땠을까?’ 라는 점을 가지고 재밌는 얘기를 만들어보려고 했던 것 같아. 
‘사이코패스의 어린시절’이라는게 ‘슈퍼맨의 어린시절은 어땠을까?’와 비슷한 흥미를 유발한다고 보거든. 
소재 자체도 스케일이 영화치고는 확실히 작아. ‘베이츠모텔’처럼 비슷한 소재의 드라마도 있고. 
작은 규모로 현재의 트렌드를 살짝 비튼 작품이 아닌가 싶어.

존리 : 난 솔직히 사이코패스인지 아닌지에 대해서도 확신이 들진 않아. 사이코패스는 상대방의 고통을 못느끼는 거잖아. 
근데 얘는 상대방이 고통을 느낄 걸 알고 그걸 노려서 하는 거라서... 
틸다 스윈튼이 내내 모성에 갇혀서 ‘내가 어디까지 엄마여야 하는 거야?’하는 도전을 받고 있거든. 
부모라서 아이에게 계속 상냥하게 해야한다는 강박에서 고통을 받는 점에 초점을 맞춘 것 같아.

충달 : 뭐 구체적인 얘기는 나중에 해보도록 하고, 외적으로 보기에 사회적으로 화두를 던진 작품이란 말이지?

존리 : 사람들에게 ‘한번 생각해 봅시다.’라고 말하는 느낌이야. 연출에서 그런점을 느낀게 마지막에 제목이 올라오잖아. 
원제가 ‘we need to talk about kevin’ 이라고 케빈에 대해 이야기 해봐야 한다고 던지고 있거든. 
마지막에 제목이 등장하면서 끝난 다음에 영화가 만들어 나갈 파문을 노린게 아닐까 싶어. 
'내가, 또는 당신이 케빈 같은 아들을 가졌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진거라고 생각해.



명불허전 틸다 스윈튼, 기대되는 이즈라 밀러.

충달 : 연기부터 얘기를 해 볼까?

존리 : 주연이 틸다 스윈튼이었고.. 물론 그녀의 연기도 여기서 상당히 뛰어났지만 사실 나는 이런 연기보다는 말을 많이 하는 연기가 좋아.
조니뎁이나 송강호처럼 강한 캐릭터를 바탕으로 위트있는 대사를 때리는 걸 좋아하거든. 
그런데 이렇게 극도로 절제된 상황에서 나오는 연기들은, 물론 연기를 잘 해야만 가능한 연기이긴 하지만, 
취향이 아니라 평가하기는 좀 애매한 것 같아.
이 영화에서 굳이 맘에 드는 배우를 꼽자면 케빈 역할을 맡았던 ‘이즈라 밀러’의 연기가 굉장히 인상적이었어. 
잘생긴걸 떠나서 눈빛이나 시선으로 보여지는 연기들이, 다소 틀에 박힌 느낌이 있긴 하지만, 
굉장히 인상적이었고, ‘니콜라스 홀트’와 비슷한 느낌이야.

충달 : 내가 ‘니콜라스 홀트’를 스킨스에서, 아역말고, 어느정도 자란 모습을 처음 봤었는데, 
그 때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어. 잘생긴 얼굴에서 오는 장점이 충분히 있어.

존리 : 니콜라스 홀트는 좀 따뜻한 느낌인데 이즈라 밀러는 좀 악랄한 분위기가 있어.

충달 : 잘생긴 류승범 같았어 크크크

존리 : 요즘 외화를 보면서, 잘생기고 멋있고 그러면서 악랄한 악역을 별로 못봤는데, 이 친구가 크면 할 수 있을 것 같아. 
정말 카리스마가 넘치는 악당! 그런걸 할 수 있을 것 같아.

충달 : 최근에 가장 인기 있었던 악당이 로키 였는데… 로키는 악랄하진 않고 측은했지 크크

존리 : 미래가 기대되는 배우가 등장했다는 점에서 흥미 있었어.

충달 : 난 그래도 틸다 스윈튼 원탑 영화라고 생각해.

존리 : 그렇지. 난 그래서 일부러 다른 배우를 언급하고 싶어서 이즈라 밀러를 꼽았으니깐.

충달 : 아까 대사가 적다고 했는데, 그런 정적인 분위기가 틸다 스윈튼하고 잘 어울렸던 것 같아.

존리 : 말하지 않고 많은 것을 설명하니깐, 뭐 더 이상 잘할 수 없을 정도로 잘했지

충달 : 특히 좋았던 게, 페인트 테러를 당한 집을 청소할 때 느껴지는 ‘절망감’. 
그때의 행동이나 표정, 한숨 푹푹 쉬는 장면 등에서 절절하게 느껴지더라고. 
청소라는 행위 자체가 절망감을 느끼는 것은 아닌데 그때의 손동작이나 시선처리에서 굉장히 섬세하게 감정이 전달되더라구.
그리고 어른 케빈의 섬뜩한 연기도 좋았지만, 아역 케빈의 패버리고 싶을 만큼 짜증스러운 모습도… 후…. 정말 좋은 연기였지. 
아역들이 연기가 참 좋았어. 케빈 여동생도 연기 좋았고, 얼굴도 예쁘고. 앞으로 자주 볼 수 있었으면 좋겠더라구.
그런데 그에 반해 아빠 역할을 했던 ‘존 C. 라일리’의 연기는 좀 아쉬웠어. 조연으로 할리우드에서 뼈가 굵으신 분이거든. 
마지막엔 출연 장면도 적고, 무게감이 너무 없었어.

존리 : 백일섭씨 같은 분이네 크크

충달 : 그치. 딱히 연기를 못했다기 보다는 시나리오상 무게감이 너무 없었던 것 같아.

존리 : 그건 나도 동감. 영화자체가 아무래도 틸다 스윈튼이 그려내는 모성애 에 집중하고 있어. 
아마 그래서 케릭터 자체가 상당히 흐릿해진 게 아닐까 싶어.

충달 : 그치만 충분히 캐릭터를 살릴수도 있었잖아. 역할이 너무 존재감이 없어서 개인적으로 많이 아쉬워. 
연기보다는 시나리오에 대한 아쉬움이 되겠지만.



세련된 음악, 섬세하고 영리한 영상

충달 : 이 영화에서 꼭 언급해야 될게. 영상과 음악 부분이야.

존리 : 나같은 경우에는.. 사실 예전에는 이렇게 영상과 음악의 부조화가 세련되 보이고 좋았는데, 
최근에는 그냥 상황에 맞는 음악이 나오는게 좋은 것 같아. 그런 부조화가 싫었다기 보다는 그냥 그렇구나 싶더라고. 
뭐 그치만 이런 부조화가 주의를 환기시키긴 하는 면도 있으니 나쁘진 않아.

충달 : 그런데 멜로디는 부조화인데 가사 내용은 조화가 되었거든.

존리 : 의도된 부분도 있긴 한데, 내가 보기엔 좀 과한게 사용한 감이 있어보여.

충달 : 내가 보기엔 가사에 좀더 집중한 곡 선정이 아닌가 싶어.

존리 : 분위기를 환기시키면서 사람들이 생각을 하게 만들려고 하는 의도가 짙게 깔린 것 같아. 
난 의도가 강하면 깔리면 우선 거부감부터 갖는 습성이 있어서..크크

충달 : 난 음악자체로 좋은 영화음악이 좋거든. 장면하고 시너지가 나오는 것도 중요하긴 한데, 음악 자체가 좋아서 맘에 들었어. 
팝송이나 외국 음악들으면 부러운게 주구장창 사랑노래 하는 거 안하거든. 노래 가사들이 시적이고 좋았어. 
그리고 그 가사들이 묘하게 매치가 되는게 재밌더라구.

존리 : 난 음악보다는 영상이 더 좋았어. 전체적인 색감이 좋았어. 빨간색이 강조 되었었는데, 굳이 강조하길래 나중엔 스플래터가 되는 줄 알았거든. 
그런데 사람이 피를 흘리는 장면은 최대한 절제하는 데에 반해, 영화 중간중간에 잽처럼 빨간색이 들어오더라고. 
막상 생물체가 흘린 피는 거의 보이지 않는편이야. 햄스터도 시체는 보여지지 않았고, 활에 맞았을 때도 피는 거의 안 나왔었고. 
근데 그 대신에 초반에 극단적일 만큼 토마토를 활용한다거나 하는 식으로 빨간색을 노출 시키면서 긴장감을 조성해서, 
막상 피가 안나와도 피를 많이 본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 그런 점은 굉장히 영리하더라구.

충달 : 하긴 피가 직접적으로 나오는 장면은 돈이 많이 들어가니깐

존리 : 돈도 많이 들어가고, 직접적이 되면 세련미가 떨어지기도 하고. 
뭐 토마토 축제 씬도 그렇고, 집에 시뻘건 페인트 테러를 당한 것도 그렇고 사실 개연성은 좀 없어. 
근데 그걸 통해서 붉은색, 피나 살의에 대한 각인을 관객들 뇌리에 심어서 피를 많이 본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해.
그리고 전체적으로 호흡을 느리게 가져가는 구도도 맘에 들더라고. 이런걸 보면 기본기를 잘 갖춘 감독이라고 생각해.

충달 : 나도 영상은 칭찬을 해주고 싶어. 굉장히 심리묘사가 좋은 구도가 많아. 
이즈라 밀러의 경우 항상 얼굴에 명암이 두드러지게 표현해서 케빈의 악의가 흘러나오게 한 점도 좋았어. 
그리고 틸다 스윈튼의 얼굴 선 등을 섬세하게 잡아서 배우의 매력과 엄마의 심리상태를 잘 부각시킨 것 같아. 
솔질하는 손을 포커스 한다던가 하면서 캐릭터의 감성을 섬세하게 잡더라고.

충달 : 그래도 아쉬운 점은… 규모가 너무 작다는 점이 아쉽네

존리 : 그렇지. 돈을 써야 할 곳에는 썼으면 좋겠다 싶더라고.

충달 : 한 부분 쯤에선 돈을 확 들여가지고 과감하게 표현하는 부분이 있었으면 했어.
보통 영화들이 핵심이 되는 씬들이 있단 말이야

돈이 안드는 멜로 영화 같은것도 그런 장면이
있어. <말할 수 없는 비밀>의 피아노 배틀 같은거. <숨바꼭질>에서 아파트 격투씬이라던가….

뭐 그건 결과적으로 실패였지만 암튼 감독들이 ‘이장면 만큼은 투자해야겠다.
하는 장면들이 있는데, 이 영화는 그런 부분이 없어.


존리 : 내가 보기엔 첫 토마토 축제 씬 같은데

충달 : ?! 그런가? 에이
근데 그런건 다큐멘터리 같은데서도 볼 수 있는 장면을 굳이 그래야 하나… 

영상 같은 부분에서 확실히 임팩트가 있는 부분이 없는 것 같아. ‘와~ 쩐다’싶은 건 없어도, ‘올~크’ 하는 정도는 있어야 될 것 같은데 아쉬워




사이코패스일까? 아닐까?


존리 : 이런 영화를 만들기에 최적의 연출을 했다고 생각해. 느리고 일정한 호흡이 굉장히 중요하게 작용을 한 것 같아

영상에서 긴장감을 주고, 소재가 파격적이라 계속 긴장감을 유지시키면 너무 피곤해 질 수가 있는데호흡에서 안정감을 줘서 단점을 상쇄한다고 봐, 

러한 일정한 호흡 덕분에 말하고자 하는 것을 마음대로 넣었다 뺏다 할 수 있어서 연출하기에 효과적이라고 볼 수 있지.

특히 플래시백을 사용한 연출이 이런 호흡을 효과적으로 유지하기도 하고, 또한 이러한 호흡 덕분에 산만하지 않게 사용되기도 했고

굉장히 유기적으로 잘 사용되었다고 생각해.

충달 : 나도 플래시백의 사용이 좋았어. 너는 사이코패스 엄마이야기라는 
걸 알아서 영화를 못즐긴 것 같다고 했지만 

사실 일단 이 영화는 사이코패스를 다룬다는 점을 미리 홍보를 해야만 해. 왜냐면 그 당시 트렌드였으니깐

사이코패스라는 소재를 살짝 비틀었다는게 이 영화의 전부거든

근데 이 영화를 서사순으로 진행했으면 결말을 뻔히 아는 얘기를 봐야해서 지루해 질수가 있거든

근데 플래시백을 사용해서 마지막 순간까지 궁금증을 유발시키는데 성공했어

홍보할 때 영화의 결말을 다 말해버리는 격이지만, 그러한 홍보를 자신있게 할 수 있었던건

이런 도치를 이용한 궁금증 유발로 관객들의 흥미를 계속 잡아둘 수 있다는 자신이 있었던 것 같아.

존리 : 내가 결론을 알고 있음에도 이 영화를 그런대로 재밌게 볼 수 있었던 부분이 바로 그점이야
영화가 사전에 사이코패스 이야기라는 걸 홍보했어야 한다고 말한 거에 상당히 공감하는데
사이코패스에 대한 내용을 홍보할 때 얘기해야만 하는 또 다른 이유는, 그 부분을 언급함으로써, 관객들의 피로도를 덜어줄 수 있었다고 봐.
이걸 모르고 본다면 너무 집중해야 되서 피곤했을 것 같아. 그 부분을 몰랐으면 더 재밌었을 것 같긴해
답을 알고 있어도 풀이를 해나가서 그 답에 도달하는 쾌감도 엄청나거든
10명 중에 어려운 문제를 풀 수 있는 2명만 노리기 보단, 답을 알려주고 6명을 따라오게 만드는 게 더 이득이니깐.

충달 : 하긴 애가 사이코패스라는 걸 모른다면, 어렸을 때 케빈이 했던 짜증났던 행동들 때문에 너무 피곤했을 것 같아.

존리 : 사이코패스라는 답을 안가지고 있으면, 케빈도 ‘나도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요.’라고 하는데 그 부분에서 멘붕이 올지도 모르거든.

충달 : 요 근래에 플래시백 연출을 쓰면 괜한 사용이라고 비난 받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 영화에선 효과적으로 사용해서 오랜만에 재밌게 봤어.
특히 중간중간 사고소식을 듣고 찾아가는 장면이 짧게 짧게 나온 부분이 정말 좋았어. 
과거 얘기가 나오는 것과는 별개로, 영화의 결말에 해당하는 이야기를 잘게 썰어서 영화 전반에 흩뿌려 놓았는데 
그게 굉장히 궁금증을 유발하더라고.

충달 : 우리 의견이 갈리는 부분에 대해 본격적으로 얘길 해보자. 아까 이 영화가 화두를 던지는 작품이라고 했는데, 
어떤 부분에서 화두를 던진다고 많이 느낀거야?

존리 : 아까도 얘기했지만 최근 청소년 범죄가 좀 도를 넘고 있다고 생각해. 
그런 일이 있을 때 사람들이 ‘도대체 부모는 뭐 한거야?’ 라고 너무 쉽게 이야기 한다고. 
근데 막상 ‘내 아이가 저렇게 됐을 때, 나는 뭘 할 수 있을까?’ 하는 점을 감독이 생각해 본 것 같아. 
더불어 ‘나의 아이가 이렇게 행동할 때 나는 어디까지 모성을 유지 할 수 있을까?’ 하는 점도 고민하는 것 같아. 
그래서 마지막에 ‘케빈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라고 제목을 했던 것 같아. 이 영화를 보고 집에 가는 길에 생각할게 많은 영화라고 봐.

충달 : 케빈에 대해 사이코패스가 아니라고도 했었는데, 왜 그렇게 생각을 해?

존리 : 왜냐면 케빈이 상대방의 아픔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닌 것 같아. 상대방이 고통스러워 하는 걸 너무 잘 알고 있거든. 
그리고 범죄의 대상이 무차별적인게 아니라 목적이 뚜렷하게 엄마를 엿먹이기 위해 저런 행동을 하고 있거든. 
그래서 사이코패스는 아닌 것 같아.

충달 : 난 케빈이 전형적인 사이코패스라고 봐. 케빈이 거짓으로 친절하게 대하는 게 아빠 밖에 없거든. 
아빠라는 자기를 능가하는 대상에게만 잘하고, 엄마나 여동생 같이 자기가 능가하는 대상에겐 막대하고, 동물을 험하게 다루기도 하고. 
그리고 엄마에게 잘 했을 때는 아팠을 때 뿐이기도 하고. 
그래서 케빈이 사이코패스라고 생각이 드는 순간, 이게 사회적 담론하고 연결은 안되더라고. 
왜냐면 애는 사이코패스라는 특이 케이스니깐. 이걸 요즘 상황과 연결한다면 요즘 애들을 너무 나쁘게만 보는 게 되는 것 같아.

존리 : 근데 틸다 스윈튼이 처음부터 끝까지 고민하는게 ‘내가 얘한테 뭘 잘못했을까?’ 하는 점이거든. 
캐빈이 처음에 사이코패스이기 때문에 이렇게 했다고 쉽게 해석할 수도 있지만, 사이코패스가 아닌데도 이렇게 되었다고 볼 수도 있거든. 
특히 틸다 스윈튼이 아기가 태어났을 때 별로 많이 안 좋아했거든. 
특히, 이 장면 나는 정말 좋았던 장면인데, 아기가 우는 소리보다 공사장 소음을 편안하게 느꼈던 장면이 있었거든. 
그 정도로 케빈에 대한 안좋은 감정이 있었어. 그러한 것 때문에 케빈이 적대적으로 행동했을 수도 있었거든.

충달 : 케빈이 저렇게 된 건 어느정도 엄마탓도 있다는 점이군.
캐릭터에 대한 해석이 갈리니깐. 주제에 대한 해석도 갈리는 것 같아. 
나 같은 경우는 ‘우리 애가 사이코패스라면 어떻게 될까?’ 하는 흥미 정도였거든. 
내가 보기엔 출산 후 엄마의 반응이 아이가 사이코패스이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거부감을 느끼는 것이었다고 봐.
그런식으로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거지. 마치 로만 폴란스키의 <악마의 씨> 처럼.

충달 : 나 같이 사이코패스라고 보게 되면 틸다 스윈튼에 굉장히 감정이입이 돼. 
그런 일이 벌어졌음에도 아들이 교도소에 있어서 동네를 떠나지 못하고 지옥 같은 곳에서 살고 있거든. 
이런 걸 보면 정말 엄마가 너무 불쌍한거야. 그나마 마지막에 ‘지금은 잘 모르겠어요.’ 하는 부분에서 울컥하고 많이 위로가 되더라구.

존리 : 근데 거기서 그렇게 위로를 하는 걸 보면 사이코패스라고만 볼 수는 없기도 하지.



총평

충달 : 규모는 작았지만 소재와 어울리는 사이즈 였다고 생각해. 
영화 전체적으로 연기와 연출이 유기적으로 잘 호응해서 섬세한 감정을 잘 표현한 작품이라고 봐. 
이게 좀더 영상미나 규모를 업그레이드 했다면 <릴리슈슈의 모든 것> 급이 될 수 있었을 것 같기도 해. 
가지고 있는 얘기를 활용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은 했다고 봐.

존리 : 하나의 텐션을 잡고 그걸 잘 유지해서 간다고 봐. 정해진 박자와 속도감 안에서 본인이 하고 싶은걸 다 하고, 
그 와중에 관객의 시선을 잘 끌기도 하고. 
재즈클럽에서 잼(즉흥연주)이 너무 길어지면 아무리 연주를 잘해도 지루해 지는 뮤지션도 많잖아. 
근데 10분 20분이 되도 지루하지 않는 연주자들도 있는데, 이 영화가 그런 기분이야. 
탄탄한 기본기 안에서 하고 싶은 얘기를 잘 풀어냈다고 생각해. 탄탄한 기본기로 쌓아올린 착실한 연출이라고 생각해.



한줄평

충달 : 캐릭터의 섬세함이 돋보인 영화 ★★★☆

존리 : 엄마와 아들의 승자없는 살벌한 전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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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공기
14/05/03 15:32
수정 아이콘
본지 꽤 된 것 같은데 스프링쿨러 소리가 날 때면 가끔씩 움찔하곤 합니다. 그리 될걸 알면서도, 결말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으면서도, 애써 부인하고 싶게 만드는.. 어찌되건 잘 만든 영화에요. 다만, 두번 보긴 참으로 힘들 듯한 영화구요.

영화를 보고나선 수많은 생각 속에 허우적대다가 머리가 피로해지면서 멍해져버리더군요.. 케빈은, 어디서부터 엇나간 것이었을까요. 어머니가 뭘 어떻게 했어야 할까요. 어머니라는 이름으로 어디까지 감내해야 하는 것일까요.

번역된 제목이 좀 아쉬워요. "We need to talk about Kevin".. 마땅히 옮길 말이 없긴 하네요.
마스터충달
14/05/03 15:39
수정 아이콘
제목을 영화 끝나고 내보낸게 정말 좋았죠. 그 부분은 다크나이트 만큼 좋았던 것 같아요.
진혼가
14/05/03 15:49
수정 아이콘
불편한 영화, 머리속이 엉망진창이 되는 영화였지요.
소시오패스를 직접 겪은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찬공기님 말씀대로 첫장면부터 결말은 대충 예상이 가지만 그래도 혹시나... 였지만 역시나인 영화이지요.

조용한 새벽에 이런 묵직한 영화를 보는걸 좋아한답니다.
비슷한 영화를 추천드린다면 그을린사랑, 프리즈너스,크래쉬 같은 영화가 있습니다

특히 전 그을린 사랑을 추천해 드립니다....
찬공기
14/05/03 15:55
수정 아이콘
.......나쁘다...!!!...........
마스터충달
14/05/03 16:08
수정 아이콘
나쁘다 크크크
리니시아
14/05/03 15:57
수정 아이콘
정말 재밌는 화두를 던져주었죠.
다른 것 보다 붉은색으로 표현되는 그 섬득함이 영화를 보는 내내 머리에서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영화의 구성도 괜찮구요
현재와 과거, 그리고 대과거 까지 회상되는 모습들..
악마가 있다면 그의 창조주까지 악마일까 라는 생각을 해보게 되는영화
틸다 스윈튼의 연기만으로도 이 영화의 가치는 정말 충분한것 같습니다.
We Need to Talk About Kevin
영어 제목이 더 끌리지요..
마스터충달
14/05/03 16:08
수정 아이콘
정말 플래시백을 효과적으로 잘 사용했어요.
찬공기
14/05/03 15:59
수정 아이콘
그러고보니 이 영화에서 무척 강하게 와닿던 씬이 있었네요. 여동생이 눈을 다친 후에 그.. 열대과일 씹던 장면.. 클로즈업, 소리...
곧내려갈게요
14/05/03 16:31
수정 아이콘
피곤한 영화지만 재밌게 봤어요. 영화의 첫부분의 토마토씬이 정말 적절했던거 같아요. 영화 전체의 긴장감을 잘 이끌어냈다고 해야하나...
영화를 다 보고 머리가 좀 복잡해서져서 정말로 다른사람들과 케빈에 대해서 얘기를 좀 해보고 싶었는데 주위에 본사람이 별로 없더군요.
마스터충달
14/05/03 20:54
수정 아이콘
그래서 앞으론 주위에 본 사람이 많은 영화좀 해볼라구요 ^^;
영원한초보
14/05/03 16:34
수정 아이콘
[강력 스포 주의]


싸이코패스와 소시오패스 정의가 저는 항상 애매모호 하더군요.
반사회적 성격을 가진것을 이야기한다면 테러리스트들이나 아나키스트들도 싸이코패스라고 할 수 있는지
단순히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는 적용하기 상당히 힘든것 같습니다.
강호순도 부성애는 있거든요.
넓게 잡으면 이번 세월호 침몰 사건에서 선원들의 뻔뻔함도 싸이코패스라고 할 수 있고
유병언 회장도 아무런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 듯하고
세부적으로 따지면 세월호 피해자 가족들의 아픔을 공감 못하는 공직자들도 꽤 있고요.

뭐 서론이 길었는데
케빈은 어떤 아이인가가 영화의 첫번째 핵심인것 같습니다. 영화 제목도 그렇죠.
이 영화에서 플래쉬 백이 흥미 유발로도 효과가 있지만 산만한 느낌을 줘서 오히려 역효과를 주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플래쉬 백이 중요한 이유는 궁금증을 유발시키면서 케빈이 왜 그랬을까에 대한 원인을 강조합니다.
처음에 우리는 케빈이 단순히 엄마를 싫어하는 구나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게 어머니의 피드백이 반복되면서 점점 강화되 나가죠.
케빈이 처음 태어났을 때 아이 울음소리를 어머니가 싫어합니다.
산후 우울증 비슷한 상태죠. 동물같은 경우는 새끼를 물어죽이거나 그냥 버리고 가는 경우도 존재합니다.
아이 울음소리가 너무 싫어서 굴착기 옆으로 가서 편안함을 느끼는 장면은 어머니에 대해 이해시키는 측면도 있지만
아이는 울음으로 의사소통을 표현하는데 무지막지한 소음으로 아이를 차단시키는 장면은 잔인함을 표현하기도 합니다.

이 후 케빈은 자라면서 어떻게 하면 엄마를 엿먹일까 궁리만 하죠.
그 방법중 하나로 택한게 아버지와의 관계는 좋은 것 처럼 꾸밈으로서
가족관계에서 어머니가 잘못한 것이라는 이미지를 아버지에게 심어줍니다.
저도 어머니 미울때는 아버지 편들고 아버지 미울때는 어머니 편들기도 합니다...
케빈은 아버지에게 힘 때문에 굴복했다기 보다 아버지를 어머니 엿먹이는데 이용합니다.

이 영화를 끝까지 보기전까지는 정상적인 모자 관계가 아니구나 서로 좋아하는 감정보다 싫어하는 감정이 크고
가족이라는 형식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같이 사는구나라는 느낌을 받습니다.

그러나 영화 결론에서 어머니만 살아남습니다.
어머니에게 고통을 주기위한 인간이 생각할 수 있는 최악의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나머지 가족들은 도구에 지나지 않았죠.
케빈은 다른 가족들에게 별다른 감정을 느끼지 않은 것 처럼 나옵니다. 이 점은 확실히 싸이코패스입니다.
그러나 어머니한테는 말로 표현하기 힘든 감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케빈을 보면
이 모든게 어머니의 관심을 받기 위한 행동이였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어찌보면 아버지는 질투의 대상이였을 수도 있겠죠.
어머니도 결국 그걸 안 것이고요.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싸이코 패스의 미친짓에 주목하기 보다
자식의 어머니에 대한 욕망이 얼마나 크게 작용하는가 생각하게 됩니다.
영화에서 어머니는 자식의 이런 행동을 이해하고 풀어주는데 실패했습니다.
또한 어머니는 자식의 범죄때문에 인생을 송두리채 날리는 피해를 받지만
자신의 죄인 것 처럼 그 지역을 떠나지 않습니다.
빨갛게 물든 집이 방치 되있다가 닦는 장면은 아픔을 치유하기 위한 노력으로 보여서 가슴이 아팠습니다.

소재가 충격적이다보니 충격적인 소재에만 집중하게 되는데
실제로는 이런 사건에서 가족의 아픔과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생각해 보자는 것을
거리를 두고 바라 볼 수 있게 만든 영화라는 점에서 잘 만들어진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Abrasax_ :D
14/05/03 16:52
수정 아이콘
일단 아나키스트에 대해서는 잘못 이해하고 계십니다. 아나키스트들은 반정부주의자라서 정부를 전복시키기 위해 무엇이든 한다고 생각하신다면 오해입니다.

사이코패스에 대해서는 [진단명: 사이코패스]라는 책을 읽어보시면 유익할 것 같습니다. 사례 중심으로 되어 있어서 흥미진진합니다.

사실 자녀가 소시오패스라면 비전문가인 부모로서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고 합니다. 진단을 받게 되면 전문가의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그나마 할 수 있는 것이지요. 그렇지만 부모들은 자신의 잘못이라고 생각하며 자책에 빠집니다.

저는 오히려 영화에서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겠는가?'라는 절망적이지만 지극히 현실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고 봅니다. 소시오패스 같은 현상은 전통적인 가정교육이나 부모의 관심, 의지로 해결할 수 있는 범주에서 벗어난 것이기 때문입니다.
영원한초보
14/05/03 17:03
수정 아이콘
아나키스트 정의를 내린적은 없고요. 단순히 특정 사회적 가치 무시 정도의 예로 들었습니다.
이 영화의 사이코패스를 의학적 관점에서 접근해서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영화 내적에서는 의학적 접근은 없었던것 같습니다.
Abrasax_ :D
14/05/03 16:37
수정 아이콘
영화의 내용과 전개도 되게 훌륭하지만 색이나 장면의 의도적인 배치가 인상적인, 기술적으로도 뛰어난 정말 대단한 영화예요.

기본적으로 (특히 자유분방한 삶을 지향하는 여자에게) 출산과 양육은 반드시 행복하고 아름다운 것이라는 고정관념에 문제를 제기하는데, 원래 제목처럼 다루어질 필요가 있는 주제라고 생각합니다.
노네임
14/05/03 18:34
수정 아이콘
그동안 아름다운 단어라고 생각했던 모성애 라는 단어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간만에 영화가 끝난 뒤에도 곱씹었던 작품이었네요.
낭만토스
14/05/03 19:25
수정 아이콘
우연히 영화채널에서 하는거 봤는데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꼬라박
14/05/03 23:32
수정 아이콘
마지막 케빈의 대답과 틸다 스틸던의 포옹..
이 마지막 씬만으로 저에겐 모든 게 설명되는듯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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