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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05/01 11:08:20
Name 콩콩지
Subject [일반] 전두환은 민주화의 디딤돌인가? - 그렉 브라진스키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6800189


좋은책을 발견해서 소개해드리려고합니다.
미국 조지워싱턴대의 소장파 역사학자인 그렉 브라진스키의 '대한민국 만들기 1945~1987' 라는 책입니다. 사실 미국 수석안보보좌관이었던 즈비그뉴 브레진스키가 쓴 '거대한 체스판'을 인상깊게 읽어서 그 이름을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이 책도 라스트네임이 거의 비슷해서 이 브레진스키가 쓴 책인줄알고 읽었었는데 거의 책 반틈을 읽어가는 도중 서로다른 사람인줄 알았습니다. 알고보니 폴란드의 흔한 성씨인가 봅니다.그래도 책 내용은 거대한 체스판에 뒤지지 않더군요.


저자는 주로 한국을 비롯해서 동아시아의 현대사에 관심이 있습니다. 특히 미국의 개입이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에 관해서요. 이 책에서는 이승만부터 전두환까지 철저히 미국개입의 시각에서 역사를 분석해나갑니다. 다음은 생각해볼만한 주요한 논지들입니다.


# 왜 한국에서는 계속해서 군부지도자가 나서서 정치지도자를 자임했는가? 브라진스키는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미국의 지원이 한국군부에 집중되었기때문에, 리더십 정치역량 전문성 등에서 한국군이 민간부분을 압도했다고 분석합니다. 실제 육군사관학교 설립과정에서 한국장교교육까지 미국은 대한민국을 재건을 위한 토목술, 경제학, 통치술을 한국군에 이식했습니다. 제대로 된 대학 등 교육기관이나 시민사회적 토양이 없던 50~60년대 한국 민간부분에비해 군이 월등한 역량을 갖게 된 것이죠. 제대로된 인재풀이 군에만 몰려있던 상황에서 민간으로의 자연스러운 권력이양이 가능했을까? 저자는 장면정부는 결코 경제성장을 이루지못했을거라고 봅니다.


#언급할 필요도없이, 한국의 성장을 주시하며 미국이 지켜본 초미의 관심사는 한국의 안보상황입니다. 미국은 건국 초기 30년동안 내내 안보강화를 위한 이승만, 박정희 정권에 대한 지지와 민주화, 인권에 대해 적대적인 이들 정권에 대한 경계감, 거부감의 양가감정을
혼재해서 가지고 있었습니다.


#최근 공개된 기밀문서에 따르면, 광주민주항쟁 과정에서 미국은 자국의 대사나 특사들이 보내온 정보에 크게 의존해 중요한 의사결정을 행했습니다. 미국이 광주민주항쟁 과정에서 전두환을 소극적으로 지지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당시 대사였던 글라이스틴이 광주민주항쟁을 부정적으로 평가했기때문이라고 저자는 분석합니다.  글라이스틴은 광주의 시민들을 선량하지 않은 과격한 테러리스트로 묘사함으로써 전두환에 대해 이렇다할 판단을 내리지못하고 우물쭈물하는 미국정부에 결정적인 인상을 남겼습니다. 한 외교관, 특히 힘이 센 국가의 외교관의 역할이 역사를 뒤바꿀수도 있구나 절감하게 됩니다.


1964년 한일협정 반대시위를 보며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시위에는 이명박 대통령도 참가한걸로 유명하죠. 아니 주도했다고 하죠. 사실 저라도 반대시위를 했을것같습니다. 식민지해방된지 얼마나 지났다고 우호협정을 맺다니 무모한것처럼 보였을겁니다. 굴욕적이었겠죠. 하지만 한일협정으로 얻은 자금은 한국의 경제부흥과정에서 크나큰 도움이 되었다고 평가됩니다. 이러한 간극은 민주주의에서 어쩔수없는 걸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의 감정적으로 보면 당연하고 직관적인 것이, 장기적인 전망과 논리적인 측면에서 보면 반직관적인 경우가 빈번하기 때문이죠. 대중들의 입장에서 한일협정은 감정적으로 터무니없는것이지만, 위정자들입장에서는 경제발전을 위해 필수적으로 보이는 이 협정을 체결해야할텐데 이를 몰라주는 대중들이 야속했을겁니다. 하지만 정치야말로 이러한 대중적 감정과 이성적 전략의 이익 사이의 간극을 잘 메워야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게 아닐까요? 물론 이러한 장기적 이익이라는게 소수의 폭리인가의 여부는 또 다른문제이겠지만 말이죠.


책의 말미에 저자는 조심스럽게, 전두환정부의 7년이 민주화와 산업화 사이의 완급조절을 가능케함으로써 이후의 안정적인 대한민국의 완충기가 되지않았나 자문합니다. 자칫 4,19혁명 직후를 연상시킬수있는 혼란기없이 7년동안 서서히 대중적감정을 분출시키며
민주화를 이루어냈다고 말이죠. 하지만 저자가 전두환자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건 아닙니다. 미국정부 최악의 실수로꼽죠.


저자를 착각해서 읽게된책이지만 일독의 가치가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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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5/01 11:12
수정 아이콘
식민지 근대화론과 일견 궤를 같이하는 부분이 있는 시각이지않나 싶은데 이런류의 시각들만이 줄 수 있는 의미들이 분명 있습니다. 감정적으로 느껴지는 것들과 현실이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함의를 가지고 있거든요. 그러나 그게 다이지요. 맞는걸 맞다고 하는 것에서 그쳐야지 쓰레기를 덮는 포장으로 사용해서는 안되겠지요.
14/05/01 11:30
수정 아이콘
결과론적 해석 아닐까요? 루이16세가 프랑스의 민주주의를 가져온 것은 아닐테니까요.

그리고, 역사적으로 볼 때, 한국의 해방이후 미국은 당연히 공산주의 세력의 팽창을 저지하기 위해서라도 일본과 한국을 우방으로 끌어드려야할 필요가 있었고, 그렇기 때문에 한국내부에서 임시정부나 건준이 자치적으로 정부를 수립하는 것 보다는 미국파인 이승만을 위시한 일제시대의 기득권 세력에게 힘을 주는 것이 미국의 입장에서는 나았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낫지 않나 생각합니다.

의구심이 드는 것이 미국이 박정희를 좋아했다고 소개한 점이네요. 제가 알기로 미국은 박정희를 좋아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그리고 말씀하신 이명박 전 대통령의 시위참가는 여러가지로 뒷말이 많습니다. 고학생으로 사셨다는데 보석으로 풀려났다는 것부터 정황상 상당히 의문점이 많죠.
밀레니엄단감
14/05/01 12:49
수정 아이콘
미국이 박정희를 좋아하지않은게 아니라 당시 미국행정부와 갈등을 빚은 것일 뿐이죠.
그리고 어떤 뒷말이 많은지 궁금하네요. 그것때문에 전과자가 돼서 취직도 제대로 못하던 사람이라고 알고있는데.
솔로9년차
14/05/01 13:23
수정 아이콘
전과자여서 취직을 제대로 못했다는 건 말도 안되는 거죠. 본인의 주장일 뿐입니다.
보석으로 풀려난 후 이명박은 탄탄대로였습니다.
6개월간 복역한 것이 4학년때인데, 복역으로 인해 학업기간이 길어지지 않았죠.
도리어 일반적으로 군대를 다녀온 동기들보다도 빨리 졸업할 수 있었습니다. 2년여의 군생활을 6개월의 복역으로 퉁친거죠.
그리고 이듬해 2월에 졸업한 뒤, 현대건설에 7월부터 출근했습니다. 제대로 취직도 못했다고 하기엔 기간이 너무 짧죠.
그 사이에 대구섬유에도 입사했었으니까.
졸업하고 몇달간 막막했을 수도 있으니 그 말 자체가 거짓이라고 주장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이런 상황을 전과자여서 취직도 힘들었다고 말 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14/05/01 13:43
수정 아이콘
분명히 저는 뒷말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진위여부는 저도 판단을 내리지 않았고 내리고 싶지도 않습니다만, 그렇다고 뒷말이 있다는 말과는 연관없음을 다시한번 말씀드립니다. 요즘 이렇게 말씀드려도 항상 논란을 일으키시는 분들이 있으셔서... 그럴 의도가 아니셨다면 미리 사과드립니다.

1. 취직도 제대로 못했다고 하셨는데, 실형선고 이후 졸업도 하기 전에 현대에 입사, 다음해 군면제가 되었고 29살에 이사로 승진 35살에 사장으로 승진했죠.

2. 글에 이미 적었듯이 6.3. 학생운동에 상과대학 학생회장으로 시위에 참여했고 "내란혐의"로 구속되었으나 6개월 뒤 보석으로 풀려났다는 점. 그리고 그 돈의 출처가 상당히 흥미롭다는 소문이 있죠.

3. 6.3학생운동은 한일협상 반대운동입니다. 그런데 이명박 당시 상과대 학생회장이 고대학보에서 한 말이 "한일협정에 근본적으로 반대하는 건 아니다. 반대하면 우리 경제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매판자본과 일본자본의 예속이 우려된다. 지금 미국의 원조가 끊어지고 있는데 미국과 일본의 관계는 돈독해지고 있다. 그래서 일본과 국교정상화를 해서 미국 쪽의 원조를 우리 쪽으로 끌어들여야 한다."라죠. 협정에 근본적으로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뇨.


그리고 "미국이 박정희를 좋아하지않은게 아니라 당시 미국행정부와 갈등을 빚은 것일 뿐이죠."라는 말씀은 바꾸어 말하면 미 대통령을 포함한 행정부도 포함되는 것이겠죠. 갈등을 빚은 것이 외교적으로 좋아하지 않는 것과 무엇이 다른지 궁금하군요. 당장 화폐개혁만 보더라도 미국과 얼마나 갈등이 심화 되었는지 아실 듯 한데요.
밀레니엄단감
14/05/01 14:52
수정 아이콘
외교적으로 갈등을 빚는거하고, 상대를 좋아하고 싫어하는건 다른 겁니다.
요정 칼괴기
14/05/01 15:40
수정 아이콘
아이젠하워 행정부때는 약간 싫어한 거 같고

케네디-존슨 때는 우호적.(베트남전)

닉슨 때는 대중 관계 개선 때문에 점차 나빠졌고(특히 전임자 존슨 당시 김신조 사건도 컸죠.)
박정희가 미국에 대한 신뢰가 박살나 핵무기나 미사일 개발을 시작했으니 말이죠.

카터 행정부때는 싫어한 거 맞죠.
핵무기 만들고 있는데 미국과 갈등으로 끝내는게 우스운 거죠.

심지어 카터 대통령은 와서 청와대 쌩까고 노골적으로 미군 부대에서 자고 갔는데 말이죠.

거기에 김형욱 관련 코리안 게이트 사건 등 아주 뻥뻥 대미관계에서 터진 시기가 77~79년이었으니가요.
요정 칼괴기
14/05/01 11:51
수정 아이콘
저는 이러한 저자의 관점이 좀 아랍의 세속주의 국가 분석과 유사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거기도 서구식 교육을 받은 인사가 군에 몰렸기에 군부독제가 가능했다고 하죠.
그런데 한국에 적용하기에는 관료라는 다른 축이 좀 무시된 느낌이 드는군요
Quelzaram
14/05/01 11:55
수정 아이콘
아무리 좋게 봐줘도 전두환은 민주화의 걸림돌이라고 생각합니다.
14/05/01 12:20
수정 아이콘
좋은 책이긴 한데, 전두환에 대해 재평가를 요구하거나 혹은 그 근거로 사용될만한 책은 아니죠.
미국 외교사에서 살펴 본 한국 현대사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중요한 시사점을 줄 수 있지만 딱 거기까지라고 생각해요.
유로회원
14/05/01 12:29
수정 아이콘
똑같은 논리로 일제시대를 한반도 근대화의 완충기로 보자면 어떨까요?.... 그럼 일제가 근대화의 디딤돌인가요?
영원한초보
14/05/01 12:47
수정 아이콘
책을 안읽어서 반론은 아니고요. 궁금한 점 질문합니다.
전두환이 민주화와 산업화 사이 완충시키기 위해 시도한 정책이 뭐뭐가 있죠?
겨울나기
14/05/01 13:22
수정 아이콘
이런 식으로 따지면 워터게이트도 미국 민주주의에 크게 이바지한거네요. 닉슨부터 재평가합시다.
최종병기캐리어
14/05/01 13:30
수정 아이콘
일본의 진주만 공습, 대한민국 독립의 디딤돌
wish buRn
14/05/01 13:40
수정 아이콘
맞는 이야기 아닌가요?
14/05/01 13:44
수정 아이콘
일본천황 요정설.
최종병기캐리어
14/05/01 13:55
수정 아이콘
도조 히데키, 독립유공자설?
anic4685
14/05/01 14:05
수정 아이콘
무다구치 렌야를 적극 기용했다는거만 봐도...자격은 충분합...
홍승식
14/05/01 15:34
수정 아이콘
소개한 책을 읽어보지 못해서 정확하게 어떤 표현인지는 모르겠지만 [의도는 불순했지만 결과는 좋았다] 정도가 아닐까 추론해 봅니다.
실제로 세계대전 후 많은 독립국들이 민주화를 이루기 전에 독재화되는 것은 거의 정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구요.
제목은 [디딤돌]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지만 본문에선 [완충기]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계신데, 전자라면 받아들이기 힘든 표현이지만 후자라면 그렇게 보는 것도 가능하다 라고 생각합니다. - 우리가 받아들이기는 힘들지만요.
14/05/01 17:39
수정 아이콘
저는 개인적으로(사견입니다)...
전두환이 날자 민주화가 떨어졌는데, 몇몇 사람들이 전두환이 민주화를 가져다 주었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전비민락이라고 해두죠
물론 이러한 견해가 완전히 '틀리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그저 제 견해와는 '다르다'고 정리하고 싶습니다.
저글링아빠
14/05/01 17:42
수정 아이콘
저도 읽어보고 싶네요. 좋은 책 소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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