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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04/30 17:58:08
Name 성동구
Subject [일반] 친척 어른들을 보면서......(?!)
대부분 그렇듯 저희 친척 어르신분들은 다 시골 사람입니다. 우리 엄마도 시골 출신이고,
먹고 살려고 서울와서, 아이들을 낳았고 그 아이들인 제가 서울에서 태어나서 서울에서 자랐죠. 그래서

하시는 행동을 보면, 정말 말도 안되는 강렬한(?)일부터, 소소하지만 제 기준에서는 예의에
어긋나는일도 있고 뭐 여러가지 일들을 겪었는데 몇 가지만 간추려서 이야기하자면

1.

어르신들과 함께 수영장에 간적이 있는데, 이분들이 정말 오랜시간동안 물 속에서 재미지게 노는데 밖에
나오질 않습니다. 문득 궁금해서 화장실조차 안 가는것이 의문스러워 이를 물으니 그냥 안에서 일 봤답니다.
해수욕장 같은곳을 가도 그런데, 해수욕장은 제가 좀 양보해서 어느정도 이해해도(사실 수영장보다 낫다 뿐이지
왠만한 해수욕장들 화장실 잘 되있는데 굳이 안에서 봐야할 이유가.....) 수영장은 좀 쎄잖아요. 애들도 아니고
다 큰 어른이 나가면 바로 화장실이 있는데 왜 굳이......

2.

쇼핑이라고 이야기 하면 너무 요즘식인가요. 같이 장보러 간적이 있습니다. 시장은 아니었고 좀 번듯한 가게에
갔는데 무슨 물건을 볼 때마다 "너무 비싸다." "어디 어디가면 얼마 받는데" 라고 핀잔을 주십니다. 제가 봤을때
앞에 서있던 분이 사장도 아니고 어떻게 가격을 에누리 할만한 성격의 가게도 전혀 아니었습니다. 계속해서
물건 파는분에게 비싸다고 무안주는데, 제가 중간에서 어찌할 수도 없고....

3.

같이 식당에 갔습니다. 해산물을 먹으러 갔는데, 여기는 음식이랑 가격 사이즈가 딱딱 정해져 있어서 아구찜대
면 대, 명태찜 중이면 중 이런식으로 주문하는곳이었는데 무슨 생선 어떻게 해서 만원어치, 다른 생선 어떻게
해서 만원어치 이런식으로 주문하시더라구요. 네 당연히 안되죠. 종업원이 안된다고 이야기하자 왜 안 되는지
이해를 못하시던데, 중간에서 어떻게 중재했는데 그래도 안되는걸 납득 못하시더라구요. 식사하시는 내내 언짢아
하시더니 식사 끝날때즈음에 묵은지를 달라고 하셨습니다. 종업원이 묵은지가 없어서 깍두기나 배추김치로 대신
해도 되냐고 이야기하니 묵은지 달라고 화를 내시는데.....


등등의 일이 있었지만 제가 뒷담화나 하자고 이렇게 사례까지 드는건 아니구요, 그냥 곰곰이 생각해봤습니다.
아무래도 세대차이에서 오는 갭도 있으테고, 평생을 시골에서 사신분들이니 시골정서와 도시 정서의 차이도 있을테고
국민학교도 못나오신 분도 계시고, 국민학교까지만 나온 분들도 계시니 교육에 의한 차이 (절대적인건 아닙니다만 여러
요인중의 하나로서) 등 여러가지 복합적인 이유로 저랑 사고가 많이 다르신거겠죠. 또 제가 맞는것도 아니고, 도시생활에
조금 더 적합할 수도 있고 그런식으로 생각합니다. 어쨋든

골똘히 이해해보려고 생각했을때, 어르신분들 어렸을때 냇가에서 물장난 치면서 놀 때는 안에서 일보는게 그냥 그런가보다
정도였나 생각이 들고, 어르신분들은 보통 시장에서 장을 볼텐데 시장은 소비가 적정가가 딱 정해진게 아니라 흥정도 하고
덤도 주고 뭐 그렇기도 하고, 식당은 어르신분들이 보통 가시는 메뉴가 없는 식당에서 주문하는법의 차이가 아닌가, 그리고
거기에 묵은지는 당연히 있었나 생각도 해봤습니다. 그리고

이분들과 제 가치관은 당연히(?) 많이 다릅니다. 친척 어른들은 당연히 결혼해야 어른이 되는거고, 결혼전까지는 부모님과
함께 사는것이고, 결혼 후에야 독립해서 남자가 돈 벌고 여자가 집안일 하면서 얘를 낳아서 아이를 키우고 뭐 이 정도로 생각
하시고 간혹 결혼 후에도 부모님을 모시는게 당연하다 생각하시는분들도 있고 하여간 이분들에게 가장 큰 건 [결혼]입니다.
저는 성인이 되면 언제든 독립을 해서 살 수 있고 가급적 빨리 하는게 좋다고 생각하고 (아직 아이도 없지만, 아니 아니는 커녕
여자친구도 없지만.....ㅠ_ㅠ 제 아이들도 빨리 독립 해버렸으면 좋겠네요. 언제까지 같이 살 수도 없고 종종 밥이나 같이 먹으면 되죠.)
결혼은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뭐 제 또래가 다 저처럼 생각하는건 아니겠지만 그래도 옛날 시골사람들 만큼 결혼과 양육을
[의무]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는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한편

PC도 아니고 개인용 스마트폰으로 언제 어디서 열차시간을 확인하고 갈아타는 환승구까지 확인하고 영화 시간도 확인하고
예매도 할 수 있는 시대에서 전통적인 농경시대에 이분들이 가진 경험에서 나오는 지혜 (가 값진 재산이지만)가 더 이상 절대적이지
않고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정보에 뒤쳐지시는걸 보면서 갑자기 두려워졌습니다. 제가 늙을때쯤에는 신 기술이 나올테고,
새로운 가치가 생길텐데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옛날사람이 될 것 같아서요. 사실 제가 봤을때 영화 개봉 언제 하는지 확인하려고,
예매하려고 영화관까지 오는 어르신분들, 명절에 열차 예매 오프라인으로밖에 할 줄 몰라서 다 놓치시는 어르신분들
명백히 손해보시면서 같은일을 힘들게 낮은 효율로 하시는것 같거든요. 그래서

생각이 많습니다. 어느 정도까지 이해를 해야할까, 아니 내가 뭐 이해를 해주고 말고 할 자격이나 있을까, 그래도
좀 아닌건 아니지 않나 이런저런 생각이 많습니다. 결론을 못내겠네요. 뭐 어쨋든

앞으로 어찌될지 모르겠습니다. 영화 백투더퓨쳐에서 예상하던 미래와 지금이랑 완전 다른것처럼 생각보다
별로 발전 안했는데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혁신적인 발전이 이루어져서 무언가 굉장히 사이버틱해지는 새로운 패러다임에
적응하지 못해서 제가 어르신들을 보면서 안타깝다고 생각하는 손해를 제가 보면서 살 수도 있고, 사고방식의 변화로 인해
지능을 가진 안드로이드를 사랑해서, 결혼하겠다는 딸 놈과 갈등을 겪을 수도 있지 않을까 뭐 이런 잡 생각도 드네요.

ps. 우리 부모님은 고등 교육을 받아서 나보다 더 똑똑하다. 외국어도 엄청 잘하시고 전문적인 지식을 많이 가지고 계시다.
우리 친척들은 모두 엘리트 집안이라 나이 80인 할머니도 스마트폰, 태블랫 PC 잘 쓰시고 우리 외삼촌이 스마트폰 개발하고
계시는 분들은 물론 예외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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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할배
14/04/30 19:01
수정 아이콘
배우고 못배움과 상관없이 어르신들이 가장 실수 하시는게 우리 손자 잠지가 얼마나 영글었나하고 만지시는거죠
아케르나르
14/04/30 19:51
수정 아이콘
그거 참, 당하는 입장에선 트라우마고, 제가 당한 때야 몇십년 전이라 그냥 넘어갔지 요즘 그러면 성추행이죠. 아무리 손주가 이뻐도 그렇지.
14/04/30 20:25
수정 아이콘
위의 예시에 나온 사례, 특히 2번과 3번은 저도 가끔 겪는데… 저는 친인척이라도 예외없이 바로바로 갈궈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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