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살 때 한국에서 나와 이미 외국에서 산 기간이 한국에서 산 기간보다 10배 이상이 넘었습니다.
비록 군대도 안 갔고 여권도 대머리 독수리 여권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 마음에는 항상 한국에 대한 사랑은 컸습니다.
난 American이 아니라 항상 KOREAN-American이다 라고 자부하고 살았습니다.

올림픽에서 한국 선수가 메달을 딸 때마다 눈물을 흘렸고
월드컵에서 한국이 골을 넣을 때마다 환호성을 내질렀죠.
위안부 건이나 독도 건이 불거질 때마다 일본 정치인들에게 분개했습니다.
한국이 어디 있는지 사람들이 몰라도 자랑스럽게 난 한국에서 왔다고 선언했으며
대한민국의 발전을 자랑스러워했고 대한민국의 실수에 창피해하며
희로애락을 같이 느꼈습니다.

그런데 이번 세월호 사건 때문에
너무나도 큰 실망감, 너무나도 큰 슬픔, 너무나도 큰 아픔 때문에
미쳐버리겠습니다.

도대체 내가 그렇게 자랑스러워 했던 나라는 어디 있는 것인가요?

도대체 채 피지도 못한 200명 이상의 어린 고등학생들이 인재로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이 세상을 떠났는데
이 나라는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인가요?

이 학생들의 죽음은 그 부모와 친인척 그리고 친구들의 마음만 갈가리 찢어버린 것이 아니라
모든 대한민국 국민, 전 세계에 사는 교포들의 마음을 무너뜨렸습니다.

도대체 이 나라의 언론과 기자는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가요?
이 사건의 전말, 구조의 문제점 등 이 사건에 관한 모든 정보를 명확하게 취재하고
분석해서 국민에게 전달할 생각을 안 하고 무엇을 하고 있는가요?

무엇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구별할 수조차 없고 언론과 정부에 대한
불신과 실망감만 증폭시켜 주는 작금의 사태에 비통의 감정을 감출 수가 없습니다.

200명 이상의 아이들이 죽었는데도 불구하고 어른들은 서로에게 책임을 넘길 생각만 하고 있고
200명 이상의 아이들이 죽을 수가 있는데도 한 회사는 돈을 더 벌려고 양보해달라고 했다는 말도 안 되는 뉴스가 나오고 있고
200명 이상의 아이들이 죽었는데도 언론과 정부의 정보는 너무 모순되어서 믿을 수가 없습니다.

그저 지켜 주지 못해서 이 아이들에게 너무너무 미안하다는 마음밖에 안 들고
비록 자식도 없는 저이지만 이 아이들과 그 부모님들의 마음을 생각하면 머리를 들 수가 없습니다.

많은 것을 바라지도 않습니다.
1)        아이들의 안전을 지켜주는 정부와 사회를 바라고
2)        문제가 터졌을 때 정확하고 명확한 뉴스와 분석을 전달해 줄 수 있는 언론
3)        최소한 아이들의 목숨이 걸렸으면 머리에서 두들기는 손익계산서로 움직이는 어른이 아니라 마음으로 움직일 수 있는 어른을 원합니다.

그런데 현실은 완전히 정반대네요. 너무 무섭습니다.

미국에서 총기 사건으로 몇 년 전에 거의 30명의 초등학생이 무참히 사살당했는데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총기 소유권리만 어떻게든 보호받으려는 궁리를 하는 인간들을 보고
또 그 인간들 때문에 별 변화가 없는 것을 보았을 때 미국이라는 나라가 무서웠는데…
이번에 똑같은 이유로 한국이라는 나라가 무섭네요. 조두순 사건 때도 12년형이라는 말도 안 되는 판결을 보고
피가 머리꼭지까지 올라올 정도로 화가 났었고 한국의 법에 너무 큰 실망을 했지만 그래도 무섭다는 생각은 안 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한국이 무섭네요.

너무 슬픕니다.

제가 그리 사랑했던 한국은 이 아이들과 같이 잃어버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