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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04/27 02:27:56
Name 말랑
Subject [일반] 21세기를 시작했던 이상한 고등학생의 음악
시험기간이 끝나고 잠깐의 여유에 트랙리스트를 돌리면 제 인생은 2006년 이후 멈춘 듯 합니다.

새로운 노래는 전부 애니송인 것이 덕질의 증명이니 저는 애니송만 근 8년을 들었다는 말이 되겠네요.

듣다듣다 질린 노래들을 넘기면 마치 새로운 노래를 듣는 느낌으로 그 시절 노래를 듣게 됩니다.

제 인생에서 가장 새로운 트랙으로 가득 찼던, 중2병과 낙관이 넘치는 시절입니다.










제 친구 한 명은 노래를 잘 합니다. 그리고 거기에 대한 자부심도 넘칩니다. 당시 아카펠라라는, 누가 듣기에도 해괴한 컨셉을 잡던 동방신기에게 불같은 적개심을 불태웠던 우리들의 Spirit(....)은 꼴에 락과 메탈이었드랬습니다. 메탈도 그냥 메탈이냐 그 나이에도 She's gone은 자뻑쩌는 고음병 혐오리스트였고, Painkiller는 그 노래를 부르는 순간 다음 노래를 못 부르고 노래방을 나가야 했으며, bohemian rhapsody는 치기어린 고등학생들도 프레디의 천하일존의 내공에 혀를 내두르기 바빴고... 그리고 그 친구가 부르던 노래들은 저를 멜로딕 스피드 메탈의 길로 인도했습니다.

왜 우리는 멜스메에 빠졌을까요. 그래 너희들 노래는 우리가 이해할 수 있어 같은 느낌이었을까요. 가즈나이트와 묵향으로 단련된 판타지에 대한 적응력일까요. 사실 지금도 멜스메가 뭐냐 물으면 잘 모릅니다. 그네들 음악처럼 잠깐 즐기다 말았거든요. 오랫동안 안 듣다가 한 번 다시 들으면 미쳐버리는 것이 Two-Mix의 음악과 비스무레합니다.

요새도 Dragonforce 같은 쪽은 가끔 듣습니다만, 그 노래보다는 그 노래로 인해 발생하는 분위기를 즐긴다고 할까요. 사실 이런 노래들이 늘상 그렇듯이 뭐라고 하는 건지 잘 안들리거든요. 가끔 아주 잘 들리는 경우가 있는데 그걸 해석하면 그게 또 손발이 오그라드는 맛이 있지요.








보아의 저 올드한 느낌 물씬 풍기는 눈동자 클로즈업하는 뮤직비디오가 압박이 심하군요.

고등학교 시절 저희들을 멘붕시켰던 제 또래 여자 가수가 둘 있습니다. 멘붕이란 게 다른 건 아니고, IMF를 거쳐온 세대들의 걱정거리인 '와 쟤네들은 우리 나이에 저러고 돈버네 대단혀' 같은 류의 푸념이었습니다. 그리고 저들의 나이가 나이인 만큼 우리네들의 사정권 안이었기 때문에(...) 오만 상상을 다 했드랬습니다. 가장 강한 건 우리가 저들과 결혼하면 내가 셔터맨 백수로 살아도 되지 않을까 하는. 이 방면으로 연기쪽으로 압박을 주던 사람이 저랑 동기 문근영양입죠.

라빈이야 전형적인 헐리우드 메리지먼트중이시고, 보아는 누가 데려갈까요. 정말.

그나저나 지금 스물 먹은 분들도 김연아한테 이러고 있을런지 참 궁금합니다.







애티튜드에 그렇게 많은 스타들이 있었는데 왜 우리는 이 놈을 좋아했을까요.
그렇게 성실하고 화려하고 화끈한 슈퍼스타들이 많았는데 왜 하필 이놈이었을까요.
일순간의 퍼포먼스에 모든 걸 거는 하이플라이, 화려한 치장과 입장 퍼포먼스는 그 전에도 있었고
거기다 얘는 그런 순간순간을 빼면 레슬링을 재밌게 하는 것도 아니고 말을 잘하는 것도 아니고 덩치가 큰 것도 아니고

해설자들도 답을 찾지 못하고 그에게 붙여준 것이 2008년 Enigma.

최고가 될 포텐을 가졌음에도 방황하고 머무르는 것이 비슷한 걸까요. 우리 애는 머리는 좋은데...







사람을 가상세계에 빠져들게 하는 건 참 힘든 일입니다. 물론 얼마 전에 그것이 대단히 쉽기 때문에 규제하는 건 헌법정신에 맞다고 판결이 나긴 했죠. 개인적으로는 그걸 헌재로 끌고 간 순간 우리의 패배는 기정 사실이었다고 생각합니다만 다 끝난 마당에 무슨 말을 붙이겠습니까.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아바타 메신저. 지금 한국 게임의 역사를 돌아봐도 '아기자기한 완성도' 에서는 단연코 손가락에 꼽을 작품. 제가 정말로 게임에 제가 빠져들었던 느낌이 든 게임이 제 인생 초반 10년엔 마도물어, 후반 10년에 포켓몬과 블소, 중반 10년엔 이 작품. 마비노기입니다. 제 인생에서 가장 많은 돈을 투자했던 게임. 한 때 한스톤 천재설을 밀었던 적이 있죠. 마비노기 음악에서 보여준 능력은 흠잡을 데 없고, 그 전후에 다른 걸 보여준 적 있느냐 하면 딱히 없는 것이 딱 그 모양새라서요. 마비노기 2 음악작업한다는데 내가 마비노기 2 제작한다고 처음 들은 게 언제더라.

난 분명 이 게임을 접었는데 캐릭터는 아무것도 정리하지 않고 남겨두었습니다. 이 게임으로 만난 인연이 너무 많습니다. 그것은 저희 길드 마스터일수도 있고, 이상한 소리지만 나오 마리오타 프라데이리라던가...를 말하기도 하죠. 저희 세계에선 그것도 다 인연 아니겠습니까.









I've의 음악적 성취가 어땠는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아무튼 21세기는 I've - 정확히 말하면 KOTOKO의 전성기였습니다.

에반게리온으로 대표되는 세기말 상상력이 대폭발한 시기와 하루히로 대표되는 모에뽕빨(...) 라인의 시기 사이에 그들이 있었습니다.
모두가 아니메의 최전성기라고 부르는 시기와, 모두가 아니메가 덕후에게 붙잡혀 몰락하기 시작했다고 부르는 시기 사이에 그들이 있었습니다.

이 때의 덕후들은 상상력이 오바의 끝을 달려서 지금 봐도 그 약기운에 혀를 내두르는 작품이 많이 나왔습니다. 정글은 언제나 하레와 구우라던지, 월희라던지, 정장추남저라던지(...). 그게 이들의 성취와 관련이 있었을까요.









덕질이야기도 있고 에바이야기도 나오고 해서 넣어본 그룹. 전에도 언급했지만 이들은 정말 중2병을 관통하는 그룹입니다. 정확히 그 시절 감정을 자극하는 맛이 있습니다.

아루에 하니까 하는 말인데... 저는 레이의 외모에 미사토 성격을 좋아합니다.

아스카파니 레이파니 하는데 둘 다 단일 개체로 좋아하기엔 저로써는 무리입니다. 상처받고 있던지, 크게 뒤틀려 있던지. 사실 에바는 찬찬히 복기하면 복기할수록 알 수 없는 우울함이 용솟음치는 작품입니다. 그래서 쁘띠에바라던가 강철의 걸프렌드라던가 이카리 신지 육성계획이라던가 하는 작품들이 중요한 역할을 하죠.







듣기 싫어도 들어야 했던 노래. 다행히 노래가 좋아서 거부감이 없네요.

이제 이 노래에 공감을 못하는 사람이 점점 늘어나겠습니다만, 음악으로 모두가 즐거운 장면을 추억한다는 건 그 제작자와 가수에게 어떤 기분일까요. 저도 직업이 창작자라면 그런 뽕에 한 번 취해 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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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lncentz
14/04/27 03:00
수정 아이콘
노스텔지아라고 하나, 그런 감성이 듬뿍 들어가있는 글은 언제 읽어도 흥미롭네요. 잘 읽었습니다.
기상캐스터 잔나
14/04/27 05:17
수정 아이콘
좋아하는 노래가 몇몇 겹쳐서 반가운 마음이 드네요. Emerald Sword... 언제 들어도 불타오르는 곡입니다. 덧붙여 멜스메 좋아하시고 일본어에도 거부감이 없으시다면 Galneryus의 곡들을 추천해 봅니다. 알게 된 이후로 트랙리스트에 항상 꽂아넣고 있습니다.
럭키쿠키
14/04/27 06:55
수정 아이콘
좋은 노래 잘 듣겠습니다. 글에 정성이 묻어나네요.
opxdwwnoaqewu
14/04/27 08:57
수정 아이콘
내가썼나 싶은 글이네요
지금 파워메틀 폴더 까보니 그룹 폴더가 100개...
화잇밀크러버
14/04/27 09:02
수정 아이콘
이 분 음악 좀 아시는 분.

저와도 성향이 비슷하시네요. 크크.
14/04/27 09:16
수정 아이콘
중간에 KOTOKO하니까 문화 충격을 가져다 주었던 노래가 기억나네요. 사쿠란보 키스였나 하여튼 그렇습니다.
*alchemist*
14/04/27 12:56
수정 아이콘
요새는 취향이 인디쪽이나 편하게 듣는 쪽으로 선회하긴 했습니다만
아직도 락키드의 피는 어디 안가더군요... 크크크
가끔 기분 안좋고 세상이 우울해질때면 몇몇 곡들 골라서 듣곤 합니다..그러고 나면 인생이 다시 즐거워지더라구요

전 멜스메보단 하드락이랑 LA메탈쪽을 선호했었습니다 흐흐 그래도 반가워요
히라사와 유이
14/04/27 13:34
수정 아이콘
제가 대학 초기에 들었던 곡들이랑 비슷하네요..
멜스메는 본문의 그룹들과 Nightwish, Avantasia, Evanesence 같은 그룹들도 참 좋아했는데 말이죠..
최근엔 멜스메는 아니지만 Fear, and Loathing in Las Vegas에 꽂혀있습니다;
14/04/27 13:44
수정 아이콘
에반에센스는 bring me to life 때 커버사진에 낚였던 기억이 있습니다.

개인적인 기억이라면 이걸 타이틀로 쓴 2003 노웨이아웃에서 에릭비숍한테 터진 스터너가 역대 최고의 스터너라는 거 정도...
히라사와 유이
14/04/27 13:51
수정 아이콘
마지막에 스터너 3방 꽂은 그 경기 맞나요 크크
핀 하고 투 카운트에서 일부러 캔슬시키고 다시 스터너 꽂던...
14/04/27 14:35
수정 아이콘
해설자들이 BIG ONE을 외치던 그거죠

오스틴의 시전 비숍의 접수 스킬 시전까지 보여준 서사 모두 완벽했던
내일의香氣
14/04/27 14:26
수정 아이콘
고 2때부터 I've 음악을 접하고 군대가기 전까지 버닝했었던 기억이 나네요....
그 덕분에 접해버린 "신무월의 무녀"를 보고 전 그 당시에 새로운 세상(?)에 눈을 떠버린 원흉...크크크크...
이상하게 어느순간 언제 잊었는지도 모르고 있다가 이 글 덕분에 다시 불타오를려고 합니다....
아... 댓글쓰면서도... 그리워 미칠거 같습니다.... 당장에 가지고 있는 음반도 없는데 어떡하지....크크크크...
HeroeS_No.52
14/04/27 18:08
수정 아이콘
아아 헬로윈... 헬로윈의 뒤를 에드가이가 있는 느낌이라 에드가이도 마음에 들더군요. 그래도 전 아직까진 메탈입니다 하하
Samo.302Tank
14/04/27 21:08
수정 아이콘
저도 한스톤은 천재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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