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4/04/25 15:08:09
Name 오리꽥
Subject [일반] 드디어 신혼집을 장만(아니 빌렸...)했습니다.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는 하기 조심스러운 요즘입니다.
이번 일로 현장에 계시거나 일상속에서 슬퍼하고 수고하고 응원하는 모든 분들의 마음을
몇글자의 말로 헤아릴 수 없으나 이렇게 멀리서 위로의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저번에 결혼에 관해 많은 조언을 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오늘은 제목과 같이 신혼집을 빌렸고 마지막 단계인 잔금을 치루는 날입니다.
얼마전 사무실 근처 순대국집에서 때늦은 점심을 먹고 나오며 습관적으로 순대국집 앞의 부동산에서 매물을 훑어보던중이었습니다.
부동산 문이 열리고 지나가면서 안면이 있던 아주머니께서 "어머 총각 마침 잘 만났네. 총각이 원하던 매물 있는데 볼래?"
라는 말 한마디에 우연히 덜컥 신혼집을 구했습니다.
그 당시 제가 구하던 조건 중 가장 괜찮은 조건이었죠.(계약이 끝난 뒤로는 더 좋은 집들이 눈에 잘 보이던데 이건 왜 그런걸까요? 후후)

단독주택 1층. 방 두칸. 주차공간은 없으나 사무실 바로 앞이라 주차걱정 없는 작은 월세집.

주변에선 왜 월세로 하느냐~ 월세로 나가는 돈과 전세 이자 생각하면 전세가 낫지 않겠느냐~ 라고 말하고 저도 거기에 일정부분 동의하지만
당사자는 직접 사는 사람인데 얼마나 고민을 하고 이리저리 재보고 내린 결정일까요. 월세는 아쉽지만 지금의 제 경제적 상황을 고려한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신혼부부전세자금대출은 전세자금의 70%를 대출해준다고 하지만 주거래 은행에서 상담한 결과 70%가 온전히 나오기는
힘들더군요. 전세금의 70% Vs 부부중 대출자의 연봉의 2배(신혼부부는 2.5배) 중 낮은 금액을 대출해준다고 해서 계산한 결과 지금은 아직
전세대출을 받을 때가 아니란 결론을 내렸습니다. 계산상 전세금의 70%보다는 연봉의 2배 ~ 2.5배가 나올텐데 그 돈에 지금 제 재산을 합치면
요즘의 전세시장에서 얻을만한 집이 상당히 제한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2년동안 더 기운을 모아 전세집에 덤벼들 생각을 하고 미련없이
월세집을 구했습니다. 결혼은 올 가을에 할 계획이라 당분간은 저 혼자 지낼겁니다. 너~~무 좋습니다. 좋은 이유 중 가장 큰것은 이제 출퇴근이
몇 분 정도로 단축된다는것이죠. 제가 현재 서식하는곳은 노원구. 사무실은 목동. 이 먼거리를 약 8년 정도 다니고 있습니다. 출퇴근의 괴로움은
상당히 컸지요. 대중교통으로는 어떤 루트를 사용해도 1시간 30분 정도 걸리는 (퇴근은 배차간격등의 차이인지 2시간이 걸릴때도 있고 중간에
사고라도 있으면....어흑) 출퇴근 시간을 단축시키기 힘들었습니다. 차로 다녀도 출퇴근 시간의 도로위는 대중교통과 별 차이가 없더군요.

이제 난 하루에 약 3시간의 시간이 더 생긴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는 중입니다. 다만 마음과는 달리 제대로 집에서 나오려면 다음달 중반정도
되어야겠네요. 이유는 홀어머니를 모시고 있는데 제 동생은 제가 있으니 회사 근처 논현동에서 살고 있습니다. 퇴근하면 집에 와서 하고 싶던
공부도 더 하고 그림도 그리고 (둘 다 디자이너입니다) 작업도 하면서 삶의 질이 올라간다고 좋아하더군요. 저도 그러고 싶지만 동생이 그렇게
나가니 어머니께서는 제가 나가는것을 꺼리는 눈치입니다. 예전부터 전 외박도 힘들었고 조금만 늦어도 전화오는 등 걱정을 많이 해주시네요.
전 나와도 주말에는 다시 들어가는 생활이 되겠군요. 동생도 주말에는 가끔 들어옵니다.

그래도 평일에 여유시간이 더 생긴다는것은, 그리고 완전한 형태는 아니지만 나만의 독립된 공간(그동안 딱히 각자의 방이 없던 생활이라)이
생긴다는것은 두근두근 기대가 되는 일이네요. 하고 싶던 창작욕구나 업무외의 하고싶었던 것들이 그동안 너무 오래 꾹꾹 눌러있던 참이라
결혼을 핑계로 집에서 좀 일찍 나오려고 했는데 그 시기가 어느새 코앞에 다가왔네요. 어렸을때는 어렴풋이 개념도 못잡던 큰 일들을 하나하나
하는것을 보니 이제 제법 나이먹은 티가 나는것 같습니다.

추신 : 이 글을 쓴 이유는 이렇게 쓰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실은 분노를 가라앉히려고 썼습니다. 계약서에 써있는 내용과는 달리 부동산
         아주머니와 주인할머니가 소위 말하는 빡치게 하는 요구를 많이 했는데 그냥 좋은게 좋은거라고 웃으며 편의를 많이 봐줬지요.
         부동산과 집주인만 좋고 세입자는 조금 불만인 편의들을. 그런데 오늘도 전화하더니 제가 50의 편의를 봐줬다면 100을 꽉 채운 요구를
         하여 그건 불가하다라고 말하고, 제가 요구했던 부분은 어떻게 되냐고 말하는 도중에 전화끊김을 당하고 제 이성의 끈도 끊어질뻔하여
         이렇게 차분히 글을 쓰며 마음을 다독이려고 썼습니다. 쓰고보니 진정이 되는군요. 분노를 바탕으로 한 초사이어인 실패입니다. 흐흐
         그나저나 방범창을 달아야 하는데 집주인이 안해줘서 쌩돈이 날아가게 생겼습니다. 이것 참... 나중에 이사갈때 어떡하지...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단약선인
14/04/25 15:11
수정 아이콘
축하드립니다. 신혼 첫집은 그런 불편도 다 추억과 즐거움이지요. 잘 풀어나가시기 바랍니다.
오리꽥
14/04/25 15:21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신혼생활인것이죠. 뭐~ 후후후
iAndroid
14/04/25 15:12
수정 아이콘
응? '나만의 독립된 공간'이 없어지는 게 결혼인데요.
그리고 방범창을 세입자가 설치했다면 나중에 떼가면 됩니다.
단약선인
14/04/25 15:16
수정 아이콘
떼가는건 좋은데 그걸 어디에 쓴단 말입니까... ^^
집주인은 배째라고 할테고...
소독용 에탄올
14/04/25 15:18
수정 아이콘
집주인하고 이야기가 안되면 '원복'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저도 세사는 몸인데, 이사할때 종종 '전자식 도어락'을 빼가고 원복을 안해놔서 뻥하고 구멍뚤린 집을 ㅠㅠ
iAndroid
14/04/25 15:22
수정 아이콘
계약할 때 전자식 도어락이 있었고 거기에 대해서 별도의 고지가 없었다면 집주인에게 새로 달아달라고 요구하면 됩니다.
계약할 당시의 집 상태가 중요한 거죠.
소독용 에탄올
14/04/25 15:52
수정 아이콘
버티면 집주인이 달아주긴 합니다.
저도 몇몇집에선 1주일 정도 버텨서......
오리꽥
14/04/25 15:58
수정 아이콘
그 버티는 과정이 피곤한건 세입자 뿐이겠지요... 아쉽게도..
초식성육식동물
14/04/25 15:35
수정 아이콘
제가 그런 상황에서 멍청하게 독박써버렸던 경험이 있습니다. 당연히 집주인에게 달아달라고 해야겠지만 집주인이 다른지방 사람이라 급한김에 제가 달아버렸습니다. 나중에 이사갈때 떼가면 되지 하는 안일한 생각이었죠.

그로부터 4년 후, 이사갈 때가 되어서 도어락을 떼가려고 했더니.. 못 떼간답니다. 이전세입자가 떼가서 내가 단거다 이야기해도 기억이 안난답니다. 어처구니가 없어서 이사 당일날 부동산 끼고 이야기를 시도했더니, 부동산도 집주인편이네요. 물론 집주인 편 들어주는게 고객관리 측면에서 좋겠지만, 하시는 말씀이 내가 부동산 경력이 몇년인데, 그렇게 얼렁뚱땅 일처리 한 적이 없답니다. 도어락 가지고 갈거면 전세금 못준다네요..

전세금 얼른 받아서 이사갈 새 집주인한테 줘야 되는데 큰일입니다. 그래도 억울하고 답답해서 제가 없는말 지어내겠냐고 따져 댔더니 그럼 중고값 쳐줄테니 두고 가랍니다. 그렇게 전세금+3만원받고 나오면서 기필코 다음 이사할땐 내 집사서 이사한다 다짐을 했죠.

지금에서 생각하면 내가 왜 그때 사진이라도 안찍어 뒀을까 하는 후회가 드네요. 정말 사람맘이 다 제맘같지 않아요.
소독용 에탄올
14/04/25 15:53
수정 아이콘
전 '항상' 사진을 찍어서 해당하는 문제는 경험해 본적 없습니.....
iAndroid
14/04/25 15:19
수정 아이콘
젤 좋은건 퇴거시 적절한 가격을 받고 놔두고 오는 건데, 그게 안되면 남 좋은일 시킬 수 없다는 걸로 생각하고 그냥 떼가는거죠.
그 동안의 비용은 뭐 보안을 위해 사용한 소모비용이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겠지요.
방범창이나 입주전 청소, 전자도어락같은 세부 항목들은 계약서 작성 완료하기 이전에 미리 처리를 해야 합니다.
계약서 작성 이후 서로 말나오고 투닥투닥하는 게 작성시에는 생각 못한 고만고만한 일들이니까요.
오리꽥
14/04/25 15:22
수정 아이콘
아. 결혼 전에 말이지요. 몇달동안이라도. 후후.
14/04/25 15:22
수정 아이콘
계약 관계는 편의 봐주시면 안됩니다. 모든 조건은 문서화 하고, 대화와 통화는 다 녹음해야 합니다.....
세상 만만하지 않아요.

뒤에가서 딴소리 할때 녹음된거 틀어주면 그야말로 데굴데굴꿀꿀멍멍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습니다.
오리꽥
14/04/25 15:24
수정 아이콘
다 내맘같으면 좋을텐데 라는 아쉬운 생각이 종종 듭니다. 잠깐 웹상에서 살펴보니 민법도 있고 유상비 상환 청구권이라는것도 있네요. 계약 종료될 때 일부분을 돈으로 돌려받는것이라고 하네요. 그런데 이런 말을 해도 먹힐지는 모르겠네요.
14/04/25 15:28
수정 아이콘
안먹힐겁니다 아마. 집주인들은 그들만의 관행이라는게 있어서요. 입증하기도 나름 힘들고요.
자기들도 압니다. 법정가면 자기들이 지겠지만 귀찮고 돈드니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안할거라는걸 아는거죠. 그리고 판사들도 사람이다보니 칼같이 판결 내리기 보다 조정, 화해 이런걸 먼저 시도할거고 돈이 좀 깎일겁니다 아마.

차라리 떼서 고철로 파시는게 낫겠네요. 아니면 나중에 새로 이사가는집에 달만한 데가 있나 찾아보시거나...

혹시라도 나중에 떼간다 하면 x랄 할지도 모르니 미리 언질을 넣어놓고 통화녹음 해놓으시던지 하시는게 좋을거 같습니다. "저 이거 제 돈으로 다는 대신 나중에 이사갈때 떼가겠습니다. 아셨죠?" 라고요.
오리꽥
14/04/25 15:58
수정 아이콘
저도 먹힐것 같지는 않더라고요. 그들만의 리그가 눈에 보이는듯합니다. 집주인과 부동산 다들 같은동네에 오랜 이웃이고 제가 껴들어가는거죠.
데오늬
14/04/25 15:56
수정 아이콘
유익비 상환청구권이라고 하는 건데, 통상 원상회복의무와 퉁치는 걸로 보기 때문에 일상적인 주택임대차에서 큰 의미는 없습니다.
그리고 계약관계는 편의 봐주시면 안됩니다. 좋게좋게 해결한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하는 분들 많은데,
오히려 칼같이 줄거 주고 받을 거 받는 관계가 깔끔하고 좋게 끝나지 그렇게 두루뭉수리하게 해놓으면 싸움납니다.
오리꽥
14/04/25 16:00
수정 아이콘
원상회복의무라는 것도 있네요. 이런. 복병입니다. 크크크. 제가 초반에 칼같이 안한 부분이 있긴 하네요. 다음에 집구할때 도움이 될 경험입니다.
한달살이
14/04/25 15:28
수정 아이콘
지금부터 시작입니다. ^^
누구는 결혼은 미친짓이라고 하였지만, 개인적으로는 결혼해서 살만합디다.

미리 축하드립니다.
오리꽥
14/04/25 16:00
수정 아이콘
결혼은 미친짓이라는 영화도 생각나는군요. 축하 감사합니다. 잘 살아보겠습니다.
14/04/25 16:30
수정 아이콘
그래도 집 구한거 축하드립니다- 사실 쉽지가 않은 일인 것 같아요. 저도 출퇴근이 최근 1.5시간이 되어버리는 바람에 (거의 한 시간 사십 여 분이 걸립니다.흑) 회사 앞에 반하숙이건 고시원이건 오피스텔이건 나오려고 이래저래 알아보고 있습니다. 쉽지 않네요.
사랑한순간의Fire
14/04/25 18:53
수정 아이콘
제가 지금 태릉에서 목동으로 출퇴근중인데... 부럽군요. 결혼도 이사도.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54600 [일반] 내가 영원히 기억할 신해철 노래 Best 20 [29] 리콜한방18013 14/10/30 18013 9
54542 [일반] 예시로 알아 보는 데이터베이스의 4대 원칙 [15] 랜덤여신6938 14/10/27 6938 5
54524 [일반] 주식투자에 대한 몇가지 이야기. [68] Love&Hate12908 14/10/26 12908 14
54447 [일반] 주식투자로 등록금 만들기. [81] 스테비아10528 14/10/22 10528 3
54385 [일반] [일드] 한자와 나오키 2는 언제쯤 볼수 있을까? [28] 비타에듀10648 14/10/19 10648 1
54216 [일반] 요즘 핫한 직구에 대해 아주 간단히 정리해 봤습니다. [63] ArcanumToss9994 14/10/09 9994 1
54128 [일반] 휴면예금 자동으로 기부? [5] 호접몽7211 14/10/04 7211 1
54102 [일반] 기업, 경남은행 이용하시는 분들 미리 현금 대비를 해 두세요. [9] 니시키노 마키6206 14/10/02 6206 0
53991 [일반] 온라인 결제를 위한 고행의 길 [72] 사과씨6666 14/09/26 6666 4
53903 [일반] 낼모레 사십인 아저씨 일주일 동안 집에서 컴퓨터 못 쓴 이야기 [10] The xian7373 14/09/21 7373 0
53847 [일반] 저성장, 적은 고용, 그리고 왜? [22] nickyo5841 14/09/18 5841 10
53813 [일반] 보이스피싱 간신히 막았습니다.... 아이고;;; [49] 압도수7796 14/09/16 7796 3
53802 [일반] [본문내용(2)추가] 밥 안 하는 전업주부, 어찌 해야 합니까~~ [115] 산타15961 14/09/15 15961 1
53594 [일반] 울랄라세션/퓨어킴/라붐의 MV와 네스티네스티/신지훈/틴탑의 티저가 공개되었습니다. [6] 효연광팬세우실3671 14/09/02 3671 0
53577 [일반] 미드 <멘탈리스트> 리뷰 : 과장의 내적 리얼리티 [38] 헥스밤9643 14/09/01 9643 5
53439 [일반] 奇談 - 아홉번째 기이한 이야기 (4) [9] 글곰2759 14/08/26 2759 5
53061 [일반] [영화리뷰?] 앤디 듀프레인은 무죄인가? (쇼생크 탈출 스포그자체) [55] 김연아10126 14/08/05 10126 3
52904 [일반] 보이스피싱 당할 뻔 했내요 [33] 자판커피6221 14/07/25 6221 0
52794 [일반] 국대감독으로 김호곤 or 김학범 전감독 추천합니다. [28] 막강테란4628 14/07/18 4628 1
52179 [일반] 미국 뉴욕 빈민가에서 가난한 흑인으로 산다는 것... [16] Neandertal10767 14/06/10 10767 17
52075 [일반] 불평등의 증가가 2007-09년 경기 불황이 길었던 원인인가? [24] 낭만토토로5497 14/06/03 5497 4
52056 [일반] 75kg 감량기 -4- [166] 리듬파워근성19462 14/06/02 19462 122
52021 [일반] 신간 경제학책 몇 권 감상 [22] endogeneity6380 14/05/31 6380 1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