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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04/22 16:03:25
Name Fallon
Subject [일반] 안전한 대한민국을 바라며...
먼저, 세월호 관련 실종자 가족 및 유족 여러분께 깊은 조의를 표하며, 진심으로 마지막까지 기적이 일어나길 바랍니다.

PGR 가입 후 첫 글입니다. 많은 질타와 격려 부탁드립니다.

사실, 오늘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안전”에 관련된 것입니다. 물론 사고 발생 이 후의 구조 대책에 관한 매뉴얼이나 시스템의 부재 등 이번 사고 이후에 들어난 문제점들은 수도 없이 많지만, 그 이전에 이런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방법과 시스템은 어떤 식으로 구축하고 작동해야 하는가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키보드를 두들깁니다.

일단, 저는 안전과 관련된 업무나 단체와는 무관한 일개 회사원임을 밝혀둡니다. (전문적인 지식이 별로 없는 일개 소시민의 짧은 생각이라는 말과 같습니다)

사고가 발생하는 통상적인 상황에 관하여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정확한 수치를 말씀 드리기에는 곤란한 점이 있어 예시를 듭니다) 대략 100건의 사고가 발생하면 그중 99건은 경미한 사고일 테고, 1건의 사고가 심각한 부상을 초래하는 사고의 비율이 된다고 가정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같은 논리로 하자면 대략 10건의 심각한 부상을 초래하는 사고 중에 사망 사고의 비율은 대략 1건의 비율로 발생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즉, 통계적으로 살펴 보면 1000건의 안전과 관련된 사고가 발생하면 그 중 990건은 경미한 부상 혹은 부상이 없는 가벼운 사고이며 이중 9건은 심각한 부상 사고, 또 그 중에 1건은 사망 사고로 이어진다고 가정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이러한 사고의 비율 및 통계는 일개 회사의 작업장에서도 더 나아가 직업 군이 속한 분야혹은 하나의 산업군에서 수집되고 있는 데이터들이며 분석 관리되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러한 논리로 볼 때 중대한(사망) 사고 1건을 발생시키지 않기 위해서는 전체 사고 발생 숫자를 감소 시키는 일이 매우 중요하며 - 1000건의 사고의 발생 숫자를 대폭 경감시키는 것 - 결국은 사고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경미한 사고 발생율을 낮추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경미한 사고 발생율 하향 -> 전체 사고 건수 감소 -> 비율에 따른 중차대한 사고 방지)

그럼 이러한 사고율을 감소시키는 방법은 어떠한 것들이 있을까요? 쉽게 예측할 수 있듯이 바로 시스템과 매뉴얼을 갖추는 일이 우선시 되며, 이러한 시스템과 매뉴얼을 갖춘 이후에는 모든 조직원들이 숙지할 수 있도록 시스템과 매뉴얼을 지속적으로 교육하고 계속 꾸준히 업데이트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실제 현장에서 꾸준히 적용될 수 있도록 교육의 효과를 피드백하는 일련의 과정들도 매우 중요하겠지요. 시스템과 매뉴얼을 갖춘 이후에 매주 혹은 기타 정기적으로 안전 교육을 전 조직원에게 실시하고, 현장에서 조직원들 사이에 작업의 형태에 관한 위험성이나 아주 경미한 사고가 발생했을 때의 문제점들을 정기적, 주기적으로 리포트하게 규정하고, 이러한 현장의 사실들을 바탕으로 다시 시스템과 매뉴얼을 업데이트하고, 교육하는 일련의 과정들을 정기화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모든 일은 사람이 하는 것이라 안전율을 100% 만들 수 없기 때문에 100%에 무한대로 가깝도록 노력하는 이러한 작업이 끊임 없이 이어질 때 사고 발생율을 현저히 낮출 수 있게 됩니다. 당연히 안전 관련 담당 업무 및 부서 와 인력 또한 소요되겠지요.

즉, 요는 “돈”과 “시간” 그리고 “인력”의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깃발 꼽고 윽박지르고 인사발령내고 책임자 추궁하고 행정부서이름 바꾼다고 안전해지는 것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하지만, 일반 기업들이 이러한 돈과 시간과 인력을 투자해 가면서 안전에 관한 많은 노력을 기울일 수 있을까요? 당연히 가능합니다. 안전 사고 1건이 기업에 막대한 손해를 끼치는 경우에, 사고 보상이든 여론 악화든 사고가 날 때 들어가는 비용이 이러한 예방을 위한 시스템과 매뉴얼, 교육 및 끊임없는 피드백에 들어가는 비용보다 더욱 많이 소진될 경우에 기업들은 핏발 올려 안전을 외칠 것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요? 시간과 효율과 비용을 절약하기 위한 비정규직 근로자의 비율이 엄청나게 높아져 있으며, 조금이라도 더 받는 것 같으면 귀족 노조라 규정 짓고 몰아가는 언론들. 임금 올리기를 장려하기는 커녕 열악한 사회 환경과 어려운 국민들의 배아파 심정을 자극하며, 고임금(?) 노동자를 만들어 내는 분위기와 어떻게든 최저 임금 인상율을 낮추려는 요즘 노동 환경과 시간을 생각하면,

글쎄요, 사람 값이 비싸서 사고 시 비용이 아주 많이 발생하는 일부 작업장을 빼 놓고는 안전에 관하여 인도적으로 혹은 도의적으로 먼저 실천하는 기업이나 조직이 있을까요?

결국은 “사람 값”이 중요한 사회가 되었을 때, 국민 개개인의 생명의 가치를 무엇보다도 중요시하고, 그것의 경제적 가치 또한 매우 가치롭게 평가하고 산정하는(돈으로 따지는 것이 좀 비정합니다만 목숨값을 정말 비싸게 생각하는) 사회분위기와 인식이 팽배하며 실제로 그러한 비용이 지출되어야만, 진정으로 “안전”을 최우선시 하는 사회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늘 외치는 소위 선진국들에서는 이러한 시스템과 매뉴얼이 잘 정비되고 운용되고 있습니다. 이유야 다들 잘 아시리라 생각하고 넘어가겠습니다. (왠만한 분야의 메뉴얼은 다 있습니다. 제발 그런 것 좀 베껴와서 도입 좀 했으면 합니다만)

여하튼, 언젠가 빠른 시일 안에 “안전한” 대한 민국이 이루어지길 진심으로 바랄 뿐 입니다.

두서 없고,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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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이란
14/04/22 16:07
수정 아이콘
시스템과 매뉴얼을 아무리 잘 만들어도, 그것을 형식적으로 처리하는 군대용어로 소위 '가라' 문화가 몸에 배어 있다는게 가장 큰 문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 '가라' 문화는 학창시절에도 없는건 아니지만 군대가서 정말로 본격적으로 배우거든요. 엄청난 비약이지만 어쩌면 군대의 해악중 아닌가 라고도 생각해봅니다.
14/04/22 16:08
수정 아이콘
제가 대한민국 군대시스템을 제일 싫어하는 이유입니다.
좋은게 좋은거지 욕안먹고 세월 보내는게 최고라는 인식을 확실하게 대한민국 청년들에게 2년동안 주입하는 곳이 바로 군대입니다.
14/04/22 16:13
수정 아이콘
시스템과 매뉴얼은 기본중의 기본입니다. 중요한 것은 조직원들의 "시간"과 "생산성"을 할애하여 정기적인 교육(노동시간을 빼앗지요), 현장에서의 적용(안전을 우선시 하면 생산성을 하향시킵니다. 속도가 느려지거든요), 과 끊임 없는 피드백의 "정기화"(리포트 하고 검토 하고 하려면은 역시 전문적인 인력과 노동시간의 할애가 필요합니다)가 필요한 것입니다. 그래서 돈과 시간과 노력이 들어간 다고 말씀드린 것이구요.
14/04/22 16:15
수정 아이콘
저도 군대 행정병 출신이다보니 뼈저리게 느낍니다...
어릴적 군대에서 문서 조작이나 덮어놓고 눈가리고 아웅하는게 삼류 행정 시스템을 가진 군대 한정인 줄 알았는데, 나와보니 사회에서도 그대로 통용된다는게 참 실망스러웠습니다.
크리스콜먼
14/04/22 16:59
수정 아이콘
이번 사건도 보고 나니 군대에서 "배운"것들이 생각나더라구요..
레지엔
14/04/22 16:12
수정 아이콘
본문에 나온 비유에 대해서 좀 상반된 견해를 예전에 본 적이 있습니다. 사고 건수가 줄어들수록 치명적 사고의 비율이 늘어난다는 통계인데... 이는 '사고로 신고될만큼의 상황' 자체가 허들이 높아져서 그럴 수도 있고, 전체 사고를 줄여도 치명적 사고에 대응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습니다. 제가 봤던 그 글에서의 주장은 '모든 사고는 미시적으로, 개별분석하면 인재고, 전체 사고 건수의 통계는 천재다'라는 이야기였습니다. 그 점에서 '치명적 사고'에 대한 대응은 예방도 물론 중요하겠습니다만, 본문에서 의도적으로 제거된 수습 과정, 그리고 이 수습 과정으로 빠르게 이행할 수 있는 방향으로 설정된 프로토콜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고 발생 시 수습 처리가 늦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책임'의 문제입니다. 사고 그 자체가 문제가 되고 치명적인 책임을 지게 하니, 당연히 덮으려 들게 됩니다. 결국 결론은 본문처럼 사람 값의 이야기가 될텐데, 프로토콜을 복잡하게 만들면 그 수행자에 대해서 그만한 대가를 지불하고 그만한 시간과 여유를 줘야 합니다. 동시에 '책임을 피할' 방법 역시 확실하게 줘야 하고요. 어떤 인센티브에 반응해야 하는가의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14/04/22 16:25
수정 아이콘
좋은 지적 감사합니다. 반론할 부분이 별로 없네요. 실제로 현장에서 책임을 피할 방법 역시 확실하게 주어지며, 수행자에게 그만한 시간과 여유를 주는 조직 또한 많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인센티브 자체에 관한 고민은 끊임이 없으며 쉽게 결론이 나지 않는 부분으로 알고 있습니다. 다만, 레지엔님의 지적에 관하여 고민할 정도로 안전에 관해서 고민하는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가 빨리 다가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최종병기캐리어
14/04/22 16:14
수정 아이콘
“한국은 비보호 좌회전 같은 나라야. 위에서 뭘 해주길 기대하면 안 돼. 알아서 살아남아야지.” - 시사IN -
서쪽으로가자
14/04/22 16:18
수정 아이콘
백화점이 무너지고 다리가 무너지고 배가 침몰하고 가스가 터져도... 어째 나아지는게 별로 없는 느낌입니다. 이젠 좀 제대로 할 때도 됐을텐데 말이죠.
영원이란
14/04/22 16:19
수정 아이콘
그래도 철도쪽은 사고가 나고 뭔가 좀 제대로 하고 있다는 느낌은 들죠..
별지기
14/04/22 17:49
수정 아이콘
하지만 민영화되면 어떻게 될까요?
14/04/22 17:21
수정 아이콘
이런 면에서는 일본을 따라갈 국가가 별로 없죠. 물론 메뉴얼대로만 하려다보니 어떨때는 경직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응답하라1994
14/04/22 17:23
수정 아이콘
소위 산업안전보건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대한민국은 소위 하인리히의 법칙 위에 글쓰신분이 이야기한 1:29:100 의 법칙이 전혀 통용되지 않는 사회입니다.
산재사고가 발생할경우 고용노동부 감독관의 무시무시한 철퇴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2014년이면 2013년 산재 X건 이상 발생한 사업장에 대해 엄청난 단속과 트집이 발생합니다.
그러면서 사업장에선 산재가 발생해도, 공상처리 등을 통해 산재신청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 결과로 대한민국의 산재 발생률은 낮지만, 산재 사망률은 OECD국가 1등을 달리고 있지요..
중대사고가 아니면 산재 신고를 안하는 상태입니다.

더 심각한것은 한국 원전의 고장률이 프랑스보다 낫다는 점이죠.... 앞으로 원전쪽에서 한건 터질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이 듭니다.
박초롱
14/04/22 17:50
수정 아이콘
낫인가요 낮인가요 -_-;
14/04/22 18:02
수정 아이콘
낮다는 의미일 듯 싶어요.
하인리히의 법칙이 통하지 않으니 고장률이 낮다고 나오는데 실제로 들어가면...
아 그러고보니 크게 사고가 안 난 건 원전이 있었군요.
원전은 정말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것도 안될만큼 대책이 없는데... T.T
응답하라1994
14/04/22 18:12
수정 아이콘
낮다는 의미인데.. 잘못적었는데 수정이 안되네요...
14/04/22 18:06
수정 아이콘
저도 비슷한 생각을 했습니다. 이번에 사고를 낸 선장과 항해사들은 최소한의 직업의식과 윤리를 갖추지 않은 천하의 몹쓸 놈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그들의 처우를 보았을 때 그들이 그 정도 대우를 받고서 제대로 된 직업의식을 가질 수 있겠나 생각이 들덥니다. 그들의 처우도 처우지만 일단 사람 목숨이 걸렸는데 일단 대피시켰어야지 그렇게 무책임할 수 있냐 질타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처우가 좋아야 그만큼 훌륭한 사람들이 해당 직종에 종사할 수 있고, 또 자기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올바르게 일을 할 수 있죠. 반대로 처우가 나쁘니까 이번에 세월호 선장처럼 자질미달의 사람이 몇백명의 사람의 안전을 좌지우지하는 선장을 할 수 밖에 없는 겁니다.
14/04/22 18:15
수정 아이콘
누구나 알고 있지는 못하지만 누구나 알아야 하는 사실이죠.
결국 규제를 완화하고 돈을 몰빵하고 경제성장률을 올리는데에만 급급한 대한민국의 현주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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