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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04/19 12:38:35
Name bergy10
Subject [일반] 왜 내가 위로를 받고 싶을까.
단지 이 참사의 주인공이 학생들이라서는 아닌것 같다.

6살짜리 어린 아이가 자기들보다 먼저 나가야 한다며 길을 비켜주고,
60이 넘은. 몸을 다친 어르신을 부축하고 끌어당기며 바깥으로 내보낸 녀석들.
남학생들은 여학생들 먼저 나가야 한다면서 몸을 반쯤 물에 담근채 빨리 나오라는 구조대원들에게 길을 알리며 소리를 질렀고,
여러 학생들을 이끌고 나왔다가 아직 안에 남아있는 아이들을 구해야 한다며 그 사지에 다시 들어간 선생님도 있었다.
또한 선원은 가장 마지막이라며 아이들에게 구명조끼를 나눠주던 여자 승무원.
그녀는 그 마지막 순간에 정작 자신은 구명조끼를 입지 못한 상태에서 바다로 뛰어내렸고,
역시 바깥까지 나왔던 배의 사무장은 아이들을 구하러 가야 한다며. 부인에게 알리지 않았던 통장을 아이 등록금으로 쓰라면서 사라졌다.
그리고 넷상의 정보이지만 좋은 선생님이셨다는 이야기가 여러군데서 나오고 있는 그 학교의 교감 선생님은.
자신의 뼛가루를 그곳에 뿌려달라면서, 저승에 가서 다시 그 아이들을 데리고 선생을 할까...라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지금 책임을 내팽개친 댓가로 살아있는 사람들과,
위에 언급한 아직까지 찾지 못했거나 삶을 멈춘 이들을 생각하면...
내가 지금까지 믿고 살아온 원리와 원칙이 무너지는 기분이다.
지속적으로 사태 파악도 못하고 있는 정부와 시청률과 조회수 올리기에 급급해 자극적인 보도들을 계속하는 언론을 보면서는 절망을 느꼈고.
나와 내 가족. 내가 사랑하는 이가 이와 비슷한 사건을 겪게 될때가 온다면, 어떤일이 벌어질지가 뻔히 눈에 보였으니 말이다.
그래. 원래 사람사는 사회라는게 일단 자신부터 생각하고 움직여야 하는 곳이란걸 지나온 20대와 30대의 경험으로 알고는 있지만.
이렇게까지 상식을 벗어난 행위에서 야기된 사고와 결과. 그리고 금수만도 못한 장난질과 무능은 적어도 지금까지 내가 겪어온 사회에는 없었다.


한명이라도. 단 한명이라도 살아서 돌아와다오.
내가 옳다고 믿어온 원리와 원칙대로 움직인 너희들의 행동이 올바른 것이었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또, 고통받고 있을 너희들을 생각하며. 마음에 상처를 입고 오늘도 아침부터 눈물 글썽거렸을 많은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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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4/19 12:57
수정 아이콘
너무 슬프니까요
밀려오는 물을 그대로 떠안고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사라져 갔을 아이들 생각하니.....
왜 이런 황망한 일은 생겨야 하는 걸까
조리뽕
14/04/19 13:10
수정 아이콘
그렇게 겪고도 뭐하나 달라지지않은 현실도 문제지만 앞으로 뭐가 달라질까싶은 것때문에 화가나네요
애패는 엄마
14/04/19 13:11
수정 아이콘
버스에서 이글보다가 울어버렸네요
14/04/19 13:12
수정 아이콘
그 베테랑인 손석희 앵커가 전문가의 단호한 말에 당황을 감추지 못하면서 정적을 내보이고, 손을 턱으로 가져가던 그 모습이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심정을 대변해주는 것 같네요. 제가 배타고 제주도로 수학여행 가던 기억이 있어서, 얼마 전의 저였던 어린 친구들이 많아서 더 쓰라립니다.
14/04/19 13:14
수정 아이콘
인간사는 고통입니다. 인간은 행복하기 위해서 혹은 다른 어떤 목적을 갖고 태어난 본질적인 존재가 아니라 본질에 앞서 실존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하루하루 살아갑니다. 조금이라도 더 행복하려고 치열하게 살아갑니다.
유로회원
14/04/19 15:10
수정 아이콘
너무 악마같은 생각이지만..... 저는 그냥 빨리 이사건 잊고 싶어요 다시 오락프로보면서 낄낄거리고 싶고 그냥 빨리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뉴스도 억지로 피하고 여기 피지알에서도 관련글은 가급적 안보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저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고 싶습니다

이런건 받아들이기가 너무 힘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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