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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8/04/04 01:48:14
Name Magic_'love'
Subject [일반] 잠깐 떠오른 추억속으로..
그냥 두서 없이 기억 하나 끄적여보려고 합니다.

20살....겂없고 두려움 없던 시절...대학 새내기..

꿈에 그리던 유럽으로 배낭 여행을 떠났습니다. 33일간 오로지 혼자의 힘으로 살아남았죠...흐흐

10개의 나라를 돌아다녔고, 한국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색다른 일들을 많이 겪었구요...지금도 이것 저것 많이 생각 납니다.

황홀했던 기억도 있고, 짜증났던 기억도... 신기하고 재미있었던 기억도 있죠.

그 중에 하나만 소개해 보겠습니다.
오래전 일이라 기억에 잘 남아있지 않아서 여행을 끝마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제 나름대로 남겨두었던 글을 약간 수정해서 올리겠습니다.

배경은 오스트리아->스위스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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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의 아쉬운 여행을 다 마친 나는 일찌감치 역으로 향했다. 도착해서 보니 어디가 역인지 알 수가 없었다.
역 건물이 백화점 건물과 합쳐져 있어서 어디로 들어가야 하나... 순간 당황하게 되었다. 어디가 역인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역이라고 써 있는 것도 아니고...하여튼 다급한 마음을 가지고 찾다가 결국 역으로 들어가는 입구를 찾게 되었다.

들어가자 마자 라커에 맡겨둔 나의 짐을 찾았다. 휴~ 잘 있었네....

나는 그 다음에 음료수 한잔을 사서 마시고 역 주변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아직 출발시간까지 많이 남아있었다.
그동안 뭘 할지 생각해 봤지만 역시나 할게 없었다. 일단 밥을 먹기로 했으므로 밥 먹을 곳을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내가 뭘 알겠는가...

그냥 역 안에 있는 레스토랑에 들어가서 이름도 모르고 무슨 맛인지도 모르는 음식을 하나 시켰다.
포테이토 라는 단어가 들어가서 포테토칩 같은 혹은 프렌치 프라이 같은 음식이겠구나 생각하고 시켰는데.........찐 감자였다....(-_-;)

윽...거기다 느끼한 스프가 얹혀져 있는 비프... 하지만 불만은 별로 들지 않았다. 여러가지 음식을 먹는것도 내 여행의 한 목적이었기 때문에...그런데 역시 느끼해서 그런지 맛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곳은 중국인이 운영하는 가게 였는데 첫 보기에도 내가 중국 사람 처럼 보이지는 않았나 보다....영어로 말을 거는 것을 보니...크크

대충 계산을 치르고 나왔다. 아직도 시간이 많이 남아 있었다..

휴....앞으로도 많이 하게 될 시간 죽이기를 하고 난 뒤, 나는 열차 시간에 맞춰 플랫폼으로 향했다.
승강장에 도착한 나는 이미 들어와있는 열차의 번호를 확인했다. 음...내가 탈 차가 맞구나....확인 완료~!!!

그런데 좀 이상했다. 내가 탈 차량의 번호는 40번 이었는데 아무리 해도 차량이 40개나 있는 것 같지 않았다.

열차의 머리 부분에 있다가 끝쪽 방향으로 가 보았다.
그런데 끝에서 3번째 차량의 번호가  18인 것이 아닌가!!!

뭐지...?? 이게 18번이면 이 다음건 19번, 마지막 차량은 20번인데.....그럼 40번 차량은 어디에 있는거야...??

무슨 착오가 있었는지도 모른채 무작정 다시 왔던 곳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이제 시간이  5분 정도 밖에 안 남았는데 어쩌지...
큰일났다.... 하는 생각에 다시 한번 확인해 봤지만 나의 플랫폼은 이곳이 맞았다. 그리고 기차도 이 기차가 맞았다.

어떻게 된거야...하는 생각을 할 겨를도 없었다. 갑자기 당황하니까 시간이 얼마 안 남은 것 처럼 느껴졌다.

때마침 여행책에서 급할땐 차장한테 물어보라고 한 내용이 떠올랐다. 그래서 난 근처에 있는 여자 차장한테 말을 걸었다.
표를 보여주며 이 차량이 어디 있냐고 묻자 여자 차장은 싱긋 웃으면서 저 끝으로 가라고 했다.

지금 내가 왔던 곳으로 다시 가라고 한 것이다. 무슨 소리야...거기는 20번 차량이 끝인데...내 차량 번호는 40번 이란 말야!!!

물론 영어로 말 할 순 없었지만....ㅡㅡ  난 침착하게 다시 물었다. 저기 40번이 있어요?

그러자 여자 차장은 다시 웃으며 그렇다고 했다. 이상했지만 하는 수 없었다. 다시 빠른 걸음으로 내가 왔던 곳으로 갔다. 여전히 차량 2개를 남긴채 번호는 18번 이었다. 그렇다면 저 끝은 20번이란 소린데....하면서 끝까지 가봤더니....

윽.....이런거였구나....

18 번 다음이 39번이었고 그 다음에 40번 차량이 있었던 것이었다.

에이씨...누가 이따위로 만들어 논거야...하는 생각과 안도감이 겹친 나는 바로 차량안으로 들어갔다.
차량 안에는 사람들도 좀 붐비고 있었다. 내 자리를 찾아야지 하면서 번호를 훑어보았다.
첨 타보는 쿠셋 이었기에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하기도 해서...약간 설레임이 일었다.

드디어...내 번호를 찾은 나는...안으로 들어갔다.

쿠셋이란 이런거구나...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양쪽으로 벽에 붙은 3층 침대가 보였다. 침대라고 하기는 좀 그렇고, 벽에 붙어있는 선반 이라고 하면 알기 쉬울 듯 하다.
즉 벽에 붙어있고 접을 수 있는 침대같이 생긴 선반....이랄까..??   (ㅡㅡ;)

쿠셋과 나와의 만남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내부는 좀 작았다. 침대를 다 피면 겨우 2사람 서 있을 공간밖에 없었다.
뭐 다 누워 있으니 상관은 없지만... 침대마다 번호가 붙어져 있었기 때문에 나는 내 번호를 찾기 시작했다.
입구로 들어서서 왼쪽의 가운데에 붙어있는 침대가 내 침대다.

음....별로 안좋다고 생각했다. 쿠셋을 탈 때 맨 위나 맨 아래는 상관없지만 가운데는 별로 좋지 않다. 일단 짐 놓을곳이 마땅히 없다.

맨 아래는 침대 아래 공간에 짐을 놓으면 되고 맨 위는 또 맨 위에 놓는 공간이 따로 있다. 그러나 중간은 전혀 공간이 없다.
그래서 나는 큰 짐은 바닥에 내려놓고 작은 짐...즉 중요한것만 잔뜩 들어있는 짐은 어쩔 수 없이 같이 끼고 자야만 했다.
가뜩이나 자리도 쪼그만데...가방까지 같이 끼고 자야 하니...불편할 것 같았다. 그나마 가방에 딱딱한 물건이 들어 있으면 다행 이지만....렌즈 세척액이 들어 있어서 누르면 새어나온다...그래서 제대로 건드리지도 못하고...이러나 저러나 불편한 상황이었다.




오스트리아에서 스위스로 가는 기차....


여행을 하면서 나는 수 없이 많은 기차를 타보았다. 장거리, 단거리, 출 퇴근 열차 까지 거의 모든 종류의 열차를 타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초고속 열차도 타 보았다. 그런데 그 수 많은 기차 여행 중에는 내 기억에 가장 남은 기차 여행 best of best가 바로 이 기차 여행이었다.

왜냐고?  

보통 여행자들이 자신의 여행한 경험을 책으로 낼 때 별의 별 에피소드가 다 넣는데, 정말 말도 안돼는 그런 에피소드들이 많이 있다.
나는 가끔씩 그런 것들을 읽을때마다 이 사람은 정말 특이한 경험을 했구나...? 혹은 이거 정말 겪은거 맞아...? 지어낸거 아니야..?
하는 생각을 가지곤 했다.

그런데 실제로...그런 일을 내가 경험한 것이다. 바로 이 기차에서...


말이 좀 길어졌군...음..하여튼 이 기차안에서 벌어진 일들은 내 여행에서 절대로 잊혀지지 않은 하나의 소중한(?) 경험이 되었다...크크크....(-_-;;)

이제부터 그 기차 안에서 무슨 일들이 일어났는지 하나하나 설명해 보겠다.

일단 들어가자 마자 나는 약간 황당한 일을 당했다..ㅜ.ㅜ

내가 객실 안으로 들어갔을때는 위 아래 모든 침대가 다 차 있는 상태였다. 즉 안에는 4명이 들어와 있는 것이다. 나의 자리는 왼쪽편 가운데 이므로 나는 그곳에 내 가방을 올려놓았다.

여기서 상황 설명을 하자면... 맨 아래쪽은 어떤 노부부가 누워 있었고, 맨 위쪽은 꼬마애들이 누워 있었다. 오른쪽 편에는 누나인듯한 여자애가, 왼쪽 편에는 동생인듯한 남자 녀석이 있었다. 둘다 초등학교도 들어가지 않은 것 같았다.

하여튼 나는 객실 안에 들어갔고 내 침대에 짐을 올려놓았다. 그런데 그 순간 남자 꼬마 녀석이 나에게 뭐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외국말......그것도 영어도 아니고..... 무슨 말인지 당연히 몰랐다.

그냥 짐 정리를 하고 있는데 녀석이 계속해서 뭐라고 하는 것 같았다.
신경 안쓰고 하던 일 계속 하려고 하는데.... 갑자기 그녀석 누나랑 아래쪽의 노부부들이 허허....하면서 웃기 사작하는게 아닌가...

뭐지...? 하는 생각에 나는 녀석을 처다봤다. 녀석은 나에게 뭐라고 하고 있었다. 그런데 무슨 말인지 알아듣기 힘들었다.
무슨 말인지 알아듣기 위해 신경을 집중했다...

조금 있으니 그 녀석이 같은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더 귀를 기울이고 자세히 듣기 시작했다.
그렇게 조금의 시간이 흐르고 나는 드디어 녀석이 뭐라고 하는지 알게되었다. 녀석은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you mapia?"



(ㅡ.ㅜ)       뭐라고 말하겠는가...할말없음...


내가 좀 우락부락하게 생겼다곤 하지만 전혀 마피아처럼 생기지는 않은 것 같은데... 충격...이었다..크흣..ㅜ.ㅜ (소심해서...)

하지만 나는 그냥 한번 씨익~웃어줬다. (애한테 뭐라고 하겠는가... 두들겨 팰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리고 다시 할 일을 하는데...그놈이 계속 “유 마피아?” 하는 것이었다. 짜식이 장난 치는거면 한 두번 할 것이지...(ㅡ.ㅡ^)

나는 무시했다...하지만 녀석은 그치지 않고 계속 "유 마피아?" 를 외쳐댔다...;;
좀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그래서 '아임 낫' 이라고 대답해 줬더니 못알아듣는지...계속 지껄이고 있었다.

에휴..졸린데 잠이나 자야지 하며..그냥 대답도 안하고 누워버렸다. 녀석은 좀더 지껄이더니 이내 멈췄다.

이제 우리 객실은 내 옆 자리만 빈 셈이었다. 누가 들어올까..? 궁금했다.
누워서 이 생각 저 생각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문이 열리고 한 사람이 들어왔다...
으잉..? 여잔데..?  그것도... 한국 여자...???

조금 전에 열차에 타면서 한국 남자 한명이랑 여자 한명을 봤는데 그 때 본 그 여자였다.

오호~~~!! 하는 생각이 순간 들었지만......뭐... 임자 있는데...어쩌겠으.....흠...;;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했다. 여자도 내가 한국 사람인 것을 알더니 반갑게 "네 안녕하세요" 라고 했다.

그 여자도 짐을 풀기 시작했다..별다르게 할 일 없는 나는 이리 저리 뒹굴며.......뻥이다...그럴 자리 전혀 없다....ㅡ.ㅡ;
그냥 또 이 생각 저 생각 하고 있는데 이제 그 꼬마 녀석이 여자한테 말을 걸기 시작하는게 아닌가...

뭐라고 했는지 생각은 안나지만...  여자는 상냥하게 대답해주려고 했다. 하지만 녀석은 영어를 못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거의 대화가 안 통했다. 서로 같은 말만 되풀이하는듯했다... 나중에 한국에서 왔다는 것만 간신히 알아들은 것 같았다.

하여튼 그렇게 기차 여행은 시작되었다...열차가 천천히 출발하자 나는 문을 닫았다...불은 껐지만 조그마한 개인 등이 있어서 불 켜고 책 같은건 볼 수 있었다. 난 그럴 필요가 없었으니.....그냥 잠을 청했고, 기차는 그렇게 그렇게 천천히 가기 시작했다.
그런데.....문제는 지금부터였다.



내가 오스트리아에서 스위스로 가는 기차 여행을 잊지 못하는 이유가 크게 3가지가 있다.

첫 번째...기막힌 연착
두 번째...아까 그일...마피아...(소심쟁이...ㅡ.ㅡ;;)
세 번째...이제부터 말할...별로 대단할건 없지만 그래도 여행중에 당하면 조금은 황당하고, 돌아보면 웃기는 사건(?)...이다



내가 언제 어떻게 잠들었는지 기억이 잘 안난다.
.
.
.
.
.
.
.

순간 잠이 팍 깼다....그리고 동시에 나는 알게 되었다...   “아..씨...x됐다..”



나와 동시에 그 칸에 있는 모든 사람이 일어난 것 같았다.

아....대체 어찌 말로 설명해야 하는가!!! 이 영화에나 나올법한 일....은 아니지만....하여간 황당한 이 사건을....



음......왜.. 그런적 있지 않은가?  
그...잠깐 잠든거 같은데 갑자기 일어나면 정신이 말짱한....잠잔거 같지 않은 그런 상태....







그 녀석의 "우웨웨웨웨웨웩~~~~" 하는 소리와 함께 나는 깨어났다.


그리고 순식간에 위에서 말한 그런 말짱한 상태가 되었다.....
불행하게도 그 때 난 확실하게 상황파악을 할 수 있었다.....아...씨...

그 녀석은 맨 위에서 아래를 향해 오바이트를 남발한 것이었다...허허 고놈 참.....;;;
그런데 그게 누워있는 내 오른쪽 다리를 스치면서...(흐흑...)...  땅에 떨어진 것이다. 헉...세상에 이런 일이...!!


난 한동안 가만히 누워 있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뭐부터 해야 할까...?? 응? 응? 얼른 생각해봐...."


이미 기차 안의 사람들은 모두 깨어 있었다. 단 한 사람... 내 옆에 있는 한국 여자만 빼고...

먼저 피해 범위가 얼마나 되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몸을 일으켜보니......좀 심각했다.

내 바지는 발목 부분만 좀 젖어(?) 있었다. 불행중 다행이랄까....??
나의 안전을 확인하자 갑자기 아래쪽이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했다.

그런데...순간!!! 내 가방이 그 녀석이 오바이트한 부분 근처에 놓여져 있었다는게 생각났다.

기도하는 심정으로...ㅡ.ㅡ얼른 살펴보았다............다행이었다. 정말로....아무 이상 없었다...기적인가??ㅡ.ㅡ 평소에 착한일을 많이 해서........그런거 아닐테고(-_-;)

하여튼 정말로 대박 운 좋은 그런 것이었다.
그런데...역시 피해를 입은 자가 있긴 있었으니...옆에 있는 한국 여자 가방에는 온통 !@#$%^&*투성이었다....

직격탄은 밑바닥에 맞은것으로 추정되었다. 즉....직격에 희생된 물체는 일단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파편으로 희생된 물체는 좀...있었다. 그 여자 가방을 비롯하여....다른 사람들 짐도 조금씩 희생된 듯 보였다.
불쌍한....그 여자 가방이 내 앞에 있었는데, 그 가방이 내 가방을 안전하게 보호해 준 셈이었다.
아마도 나를 대신에 그 분이 희생하신듯....좀 미안한데....(^0^);;


어쨌든 이제 상황 파악이 확실하게 되었다. 내가 입은 피해는 내 바지 발목 부분이 좀 젖은(?) 것뿐....별다른 건 없었다.
신발도 자기 전에 1층 침대 밑에 밀어넣었기 때문에 별 이상은 없어보였다.
방 불이 켜지고 밑에 있는 노부부가 일어나 뭔가를 수습 하기 시작했다.

나는 내 옆에서 자고 있는 여자를 살펴보았다...그런데....그녀는 깨어 있었다. 누워서 눈 감고 코를 꼭 막고 있는 것이었다.
자는 줄 알았는데...차라리 그러고 있는게 낳을것 같았다. 자기 가방을 한번 보면....으...

나는 일어났다. 그리고 그 여자한테 말을 걸었다.

“안 주무셨네요?”

그러자 그 여자는

“어떻게 자요...ㅜ.ㅜ”


일단 밖으로 나갔다. 여자도 밖으로 나왔다. 밖으로 나올때 여자의 표정은 과히 가관이었다.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있으랴...

자신의 가방을 보자 기가 막혀서 말이 안나오는 듯 했다. 불쌍하다...
일단 차장이 오고 나서 일은 수습되기 시작했다. 나이 많은 할아버지 였는데 친절한 태도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그들은 바닥에 있는 그 찌끄러기 들을 치우기 시작했다. 노부부가 치우고 있었다. 그녀는 일단 가방을 밖으로 빼 놓았다.

윽... 흉측하군... 밖에나 내다 놓긴 했지만 도저히 어쩔 수 없는...그런 상황이었다.
그녀는 어떻게 해볼 생각도 못한 채 울상을 짓고 있었다.

이 넓은 유럽 대륙에서 같은 한국 사람을 만났는데....사실 한국 사람 많다...어딜가도 볼 수 있다....ㅡ.ㅡ;
하여간 이것도 인연인데... 여자가 하도 불쌍해 보여서 나는 그녀의 가방을 갖고 화장실로 갔다.
물로 닦아내려고 했는데......물을 어떻게 트는지 모르겠는 것이다...!!  이런 초난감한일이....;;;

그래서 휴지로 닦아 내기 시작했다.....

한참을 닦았다.... 지나가는 외국 놈들이 막 비웃었다. 생각같아서는 한대 후려주고 싶었지만... 뭐 참아야지...

반 정도 닦아내고 있었는데 그 꼬마 녀석이 왔다. 무슨 말을 하고 있었지만 알아들을 수가 있나..;;;
그런데 표정을 보니 나한테 미안해 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아 나한테 사과하고 있는 거구나...’ 하고 대충 짐작한 뒤에 웃으면서 가서 자라고 했다.

사실 화가 났지만 꼬마한테 어떻게 화를 낼수가 있나.....
그저 참아야지...하는 생각으로 가서 자라고 했다.

말을 어떻게 했냐고? 당연히 못했지...왜 그거 있지 않은가...양 손바닥을 짝 붙이고 그걸 고개 옆으로 붙인 다음 고개를 옆으로 약간 숙여서 자는 포즈...엄마가 애들한테 "우리 애기 코 자야지..."하면서..하는 포즈...그걸로 했다...헐...(-_-;;;)

미안하다고 하는 애한테...뭐...그렇게 말해줘야지 어른인데....
나는 계속해서 녀석에게 그런 포즈를 취하며....자라는 신호를 보냈다.
근데 계속 이놈이 안가는 것이었다. 뭐야..왜 안가는 거야..???

알고 보니....이런 제길슨...그게 아니었다. 그 놈은 휴지를 들고 있었는데, 파편을 닦아낸 휴지 같았다.
내 앞으로 그걸 내밀고 있었다.

'아~~~ 휴지 바꿔달라고~~~'

그것도 모르고.....(@.@).... 얼른 휴지를 새걸로 바꿔 주니까 그제서야 갔다.....ㅡ.ㅡ 이씨... 순간 창피했다...혼자 쑈를 하다니...

다시 닦기 시작했다.... 뭐가 이렇게 사방으로 퍼져있는지.....닦기도 힘드네.....
대충 한 90% 정도 제거 하고 나니 이제 좀 깨끗했다.... 나머지는 객실로 가서 닦을 수 있을 듯 해서 가방을 가지고 다시 컴백했다...

그곳은 아직도 제거 하고 있는 중이었다. 여자는 아무것도 못 한 채 밖에 있었다. 내가 가방을 보여주니까...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듯 고맙다고...정말 고맙다고 했다. 문득 내 가방에 있는 손수건이 생각나서 "이걸로 닦으세요" 하고 내밀었지만 그녀는 거절하면서 됐다고 했다. 이제 자기가 닦는다고 하면서...

난 재차 권했지만 그녀는 피해주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가방을 가지고 화장실로 향했다.

난 뭐 할게 없었다. 바닥도 대충 치워졌고 이제 다시 잘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객실 안으로 들어가자...냄새가 좀 났다...
음...그리고 내 침대에...즉 내 오른쪽 발목이 놓여있는 그 부분이 아직도....그 게 남아있었다....난 휴지로 닦아냈다..
시간이 좀 더 지나뒤 이제 객실은 완전히 정비 되었다.

사람들은 하나둘씩 눕기 시작했다. 꼬마 녀석이 기차 멀미로 토한 것 같다고 생각한 차장은 그 녀석이랑 다른 칸으로 가서 자자고 한 것 같았지만 녀석은 싫다고 했다. 그 놈 누나도 그런 표정이었고....

이건 내가 알아들은게 아니고....그 여자가 차장한테 물어본거 내가 여자한테 들은거다....크크크

하여간 그렇게 다 정비되어 꼬마들은 올라갔고 노부부들은 1층 침대에 누웠다. 여자도 누웠고...차장은 여자한테 괜찮냐고 물었다... 여자는 괜찮다고 했다. 그런데 그때까지도 내 발목 부분이 놓여있던 침대 근처가 좀 젖어 있었다. 닦아내기는 했지만 그 위에서 자려니 영 그랬다...그래서 나는 차장한테 말했다...저기요...저거..좀...어떻게....

그러자 차장은 고심하더니...밖으로 나갔다. 그리고는 담요 하나를 가지고 와서 (...왜...그 군대에서 쓰는..아니 고스톱 칠때 쓰는 그런 재질의 담요...) 파편의 흔적 위에 덮었다. 그러면서 나한테 미안하다고 하며 괜찮냐고 물었다. 난 괜찮다고 했다.

다시 누웠는데 차장이 다시 나한테 괜찮냐고 물었다.. “I am ok" 라고 해준 뒤에 고맙다고 했다. 차장은 방안을 살펴본 뒤 불을 끄고 나가려고 했다. 그 때 방안에 냄새가 날 것이라고 생각한 나는 창문을 좀 열어 달라고 했다. 열쇠로 열 수 있는 창문이었다. 차장은 열쇠로 창문을 살짝 열었다. 이제 좀 냄새가 빠지겠지...

차장은 불을 끄고 문을 닫은뒤에 나갔다. 그리고...조금 뒤에 나는 다시 꿈나라로 향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다시 이상한 소리가 들려 나는 살짝 잠에서 깨었다. 문이 열려 있었고 그 사이로 빛이 새어 들어오고 있었다.


"우웨웨웨웨웨웨웨웨웨웩~~~~"


'헐...이놈....또 쌌구나.....'(뭘??)

그래도 이번엔 다행히 복도에서 일을 저질렀기 때문에 객실은 안전했다...

다시 차장이 달려왔고 밑에 있는 노 부부는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뭐...내가 상관할 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나는 그냥 다시 잠을 청했다. 시간이 조금 흐르자 일은 대충 마무리 됐다. 복도를 다 치우고 꼬마는 차장한테 이끌려 다른 칸으로 가버렸다.

차장이 더 이상 우리에게 피해를 줘서는 안되겠다라고 생각한 것 같았다. 위에 있는 누나랑 그 꼬마는 함께 밖으로 사라졌고 노부부는 다시 자리에 누웠다. 그리고 우리는 날이 밝을때까지 아무런 방해 없이 잘 수 있었다.

그 때 당시에  좀 신기했었다. 난 분명히 위의 꼬마들이랑 아래의 노부부들이랑 할머니 손자 관계인줄 알았다.

그들이 어린애들을 데리고 여행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생각하니 좀 이상했다. 만약 노부부가 그 꼬마들의 보호자라면 그 꼬마들이 다른 칸으로 갔을때 같이 따라가야 하지 않나....? 애들을 혼자 냅두지는 않을텐데...

뭐...거기까지는 이해가 되지만 날이 밝았음에도 불구하고 할머니 할아버지는 그 녀석들을 찾으러 갈 생각도 안했다. 그리고 나는 일어난 다음에 그 녀석들을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다. 벌써 내렸나? 둘이서..?? 그럴 리가 없는데..

그 일은 아직까지도 미스테리한 사건으로 남아있다. 어쨌든 그렇게 피곤한 밤의 나머지는 지나가고 있었다.


날이 밝고 모두 다 일어났다. 잠시 뒤에 아침 식사가 나왔다. 뭐 별다른게 아니다. 홍차랑 빵 2 덩어리 그리고 버터랑 포도쨈이다.
유럽 어딜가나 그런 식으로 먹는다. 난 별로 식욕이 없었다. 그냥 홍차를 마신뒤 빵은 먹지 않았다. 못 먹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냥 먹기 싫었다. 하긴..밤에 그런일을 당했으니... 어쨌든... 아침이 시작된 것이다..

그런데 말이지..난 여기서 한가지 더 황당한 사건을 경험하게 된다.
다시 한번 위로 올려 내가 오스트리아를 잊지 못하는 3가지 이유를 보기 바란다.

거기서 첫 번째 항목을 보면 이렇게 되어있을 것이다.   '기막힌 연착'

정말로 기가 막히는 일이었다.
내가 전날 기차를 탄 시간이 대략 9시 30분 정도다. 유레일 패스 타임 테이블을 보면 내가 탄 기차는 다음날 6시 40분경 스위스 중앙역에 도착한다고 되어있었다. 그런데...우리가 결국 그 날 몇시에 도착한줄 아는가?

12시다...12시...

무지 황당했다. 원래대로 하면 8시간 반 정도 여행이 14시간 여행으로 바뀐 셈이다...

어제 다시 잠에 빠지면서 나는 생각했다. '6시 40분에 내려야 하는데 어떡하지? 일어날 수 있으려나...?
그렇게 잠에 빠져든 나는 다음날 7시 경 사람들이 부스럭 거리는 소리를 듣고 일어났다.
무의식적으로 시계를 보니 7시였다.

순간 깜짝 놀랐다. 이거 어떻게 된거지? 이미 역을 지나쳤나...?? 아닌데...지금 열차는 달리고 있는데...아직 안도착했나...?? 뭐지??

곧 이유가 밝혀졌다.
유럽 기차는 워낙 다양한 기차가 운행하다 보니 연착되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이다.....
뭐 몇십분 정도는 오차가 생길 수 있다고 하기에 나는 안심했다. 그리고 얼마 뒤에 스위스에 도착하겠거니....라는 생각으로 짐을 대충 다 챙겼다...

아침 식사를 하고 좀더 기다렸다. 시간이 흘렀다. 좀... 이상했다..
너무 늦네..?? 이제 8시가 다 돼가는데...??

사람들도 이상하게 생각했나보다.... 한국 여자가 차장한테 왜 안도착하냐고 물었다.
둘이 뭐라고 뭐라고 말하더니 이내 여자는 자리로 돌아왔다.

나는 왜 그러냐고 물어봤다. 그러자 그녀는 기차가 연착이 되어서 좀 늦을 거라고 대답했다.
뭐 어쨌든 더 기다려 보지....하며 자리에 앉았다. 이제 1층 침대를 제외한 2층 3층 침대는 다 접은 상태였다.

자리에 앉아 밖을 내다보며 스위스의 풍경을 감상하고 있었다. 뭐 별로 그렇게 우리 나라랑 차이가 나지는 않았다.
얼마쯤 시간이 지난뒤....그 여자랑 어제 함께 기차에 탔던 그 남자...가 찾아왔다.
둘은 인사를 하더니 여자가 어제 일을 말하기 시작하면서 그동안 못했던 대화를 나눴다.

얘기를 대충 들어보니 둘은 여행 도중 만나 동행하고 있는 듯했다.

남자는 이탈리아에서 파리를 거쳐 오스트리아로 왔다가 스위스로 가는 중이었고, 여자는 독일인가..체코인가...하여튼 그곳에서 스위스로 가서 이탈리아가 갈 계획이었던 것 같았다.

둘은 계속 얘기를 나누고 나는 가이드 북과 타임 테이블을 보면서 앞으로의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시간이 흐르고 흘렀다. 기차는 여전히 속도를 줄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재차 차장을 재촉했다. 아니 그러려고 했는데....영어가....;;;
차장을 보는 것 자체가 힘들었다. 여러 객실에 불려 다니며 연착의 이유를 설명해 주는 것 같았다.

나중에 알았지만 오스트리아에서 취리히로 가는 열차가 취리히로 가는 중간에 딴 길로 새서... 취리히 반대쪽 국경까지 갔다가
오느라고 그렇게 늦어진 것이었다. 이게 뭐여.....;;;


거꾸로 뒤집어놔도 국방부 시계는 간다고 했는데 스위스 시계라고 안갈리가 있나...

그렇게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흘러 나는 12시에 스위스 땅을 밟았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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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나라를 다니고 수 없이 많이 이동하면서, 그리고 여행을 즐기면서 이런 저런 기억이 많이 남는데요...

이 때의 기억은 좀 독특하고 여행이 끝나도 계속 기억에 남을만큼 인상적이었던 것 같습니다...(인상적이라니...;;)

한달의 시간동안 그래도 많은 일들을 경험했고 여러가지로 즐거웠던 기억이 아직도 머리에 맴돕니다.
전혀 경험없이 무작정 뛰어든 배낭 여행이었고 준비 기간도 적었기 때문에(20일 준비하고 떠났습죠...)
고생도 많이하고 힘들었지만...

지나고나니....지금보다 조금 더 젊었던 날의 아름다운 추억이 되었네요...

한가지 아쉬운건...제가 조금 어리석어서 그랬던 걸까요.....여행 도중 보고 듣고 느낀점을 글로 남겨두지 않았고...
여행이 끝나자마자 한가지 한가지 더듬으면서 컴퓨터에 써놓긴 했지만...전체 여행의 분량에 비해 너무나도 적은
기억만을 남겨놓았다는 것입니다. 그 때 글쓰는게 너무 귀찮아서......넘 후회되네요...ㅜ.ㅜ

많은 분들이 제각각 기억에 남는 일들이 있을 것 같은데요...
살아가면서...한번쯤은 그런 기억들 떠올리며...씨익~ 웃을 수 있는 여유를 가지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럼 평안한 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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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4/04 03:48
수정 아이콘
very good
우리고장해남
08/04/04 04:14
수정 아이콘
대단하시네요

저도 배낭여행 가고 싶은데

지금은 바뻐서 내년 3월달에 군대 가니깐

2학기 끝내고 돈 좀 모아서 일본여행이나

홍콩쪽 으로 생각 중인데

좋은 경험 하셨네요 흐흐

부럽네요~

저도 꼭 가보고 싶네요

나중에 취직하게 되면 그때는 여유가 없을 거 같으니깐요 흐흐
라벤더
08/04/04 05:53
수정 아이콘
글 잘 읽었습니다, 소중한 경험을 하셨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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