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6%, 약 삼 분의 이.
내 일이 아니라면 그 누구에게도 낮은 확률이라고 말할 수 없었을 그 숫자.
제 인생에서 가장 힘겨운 2/3를 뚫고, 오늘 공식적으로 법조인이 되었습니다.

자취방이 추운건지 배가 고픈건지
합격발표가 났다는 카톡을 받고 수험번호를 입력하는데 손가락은 왜이리도 떨리던지
며칠 전 저렴한 가격에 240G의 SSD를 구입한 후 느리다는 생각을 해본 적 없는 인터넷 로딩이었건만
그 순간만큼은 브라우저 하단의 파란 막대가 도무지 움직일 생각을 않고,
페이지가 떠오르는 그 찰나의 순간동안 정말 오만가지 상상과 망상이 머릿속을 스쳐가고,

[원시제님은 제3회 변호사시험에 합격하셨습니다.] 라는 메시지를 확인하고서도
한참동안이나 멍하게, 한참동안이나 멍하게 쳐다본 뒤에야 간신히 한숨을 내쉴 수 있었습니다.
이상하게 방안에 나 혼자 뿐인데도 기쁨의 환호성 같은건 나오지 않더군요.
메피검 먹었을때도 나오던 기쁨의 환호성인데 말이죠.

법이라면 문법밖에 모르던 문외한의 지난 3년간을 차분히 떠올리는건 시도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닥 좋은 기억도 아니고, 촌스럽게 눈물이 날 것 같았거든요.
그보다는 오늘 이 기쁨, 지금 이 기분을 좀 더 오래 간직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그래서 정말 오래간만에 피지알 글쓰기 버튼을 눌렀네요.

피지알에는 관록이 쌓인 노련한 선배 법조인분들도 많고,
특히 로스쿨에 대해 날선 비판의 시선들도 많다는걸 잘 알고 있습니다.
시간이 될때면 몇몇 잘못된 정보에 기반한 비난에는 괜한 자격지심에 한마디씩 변명을 늘어놓기도 했었지요.

하지만, 지금은 그런거 다 그냥 잊어버리고
같은 사이트를 즐겨 찾는 회원 하나가 짧지 않은 고생을 마치고, 작은 성과를 얻은 날.
더 큰 고생길로 나아갈 자격을 얻은 날이라고 축하해주실거라 믿습니다.

2014년 4월 8일.
공식적으로 법조인이 되었습니다.
왜 법조인이 되기로 마음먹었는지, 어떤 법조인이 되기로 마음먹었는지. 처음 로스쿨 지원서를 쓰던 날
그때 떠올렸던 기분을 다시 한 번 머리속에, 가슴속에 새겨넣는 날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축하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