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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04/07 21:36:57
Name 켈로그김
Subject [일반] 3주차 원고를 보내고 나서..

이전에 제가 자게에 쓴 글에 잠시 언급을 했었는데,
어쩌다 보니 전공과 유관한 글을 투고하게 되었습니다.

살떨리는 첫 주가 지나고..
막막한 2주도 얼렁뚱땅 보내고 나서..
이제 약간 여유 생겼다고, 벼락치기로 3시간만에 원고를 작성해서 보냈지요 -_-;;


그 동안 느끼게 된 점 몇가지가 있어서 끄적거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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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모든 것이 준비가 되어 있더라..


유식한 말로 raw data라고 하지요?
제가 이해하기로는 대강.. "일체의 해석이 개입하지 않은, 계측한 자료. 순수한 자료. 맑고 깨끗하고 자신있는 원시 자료" 정도입니다.
첫 원고는 철저히 1차문헌(실험논문류)과 raw data를 참고한, 창작물에 가까웠습니다.

그 과정에서 가장 심혈(;;)을 기울였던 부분은
"거짓이 섞이지 않게"
"시청자의 눈높이에 맞춰"
"동시에 의뢰인의 요구사항도 만족시킬 수 있게" 였고,
그 결과물은 레알이라고 하기에도 애매하고.. 픽션이라고 하기에도 좀 애매한.. faction에 가까운 글이 되었던 듯 합니다.

그러다.. 너무나 심력소모가 심하여, 2차문헌을 기웃거리게 되었는데..

..그 곳엔 신세계가 펼쳐져 있었습니다.


저보다 학술적 소양이 몇 수는 뛰어난 사람들, 가방끈이 긴 사람들, 임상의 최전선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쓴 글이 많았던 것이죠.
(물론.. 2차 문헌을 빙자한 바이럴마케팅 스러운 글들도 꽤 되었지만서도..;;)

저는 그 중에서 제가 쓰고자 하는 방향에 합치하는 자료를 포함한 글을 몇 개 정도 엄선한 후, 재조립만 하면 되겠더군요..
모든 것은 준비되어 있었던 겁니다.
저는 창작의 고통을 느낄 필요도 없었던 것이죠. 영감을 제공받을 수 있었으니..
예컨데.. 2차 장작물에 가까운 작업. 동인지나 패러디물을 만드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라고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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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거기엔 함정이 있었다.


저는 개인적으로 강의를 듣거나, 2차.3차 문헌으로 얻는 정보에 대한 의심이 많은 편입니다.
1차문헌에서 발췌한 내용 -> 충분히 유추 가능하다고 여겨지는 내용 정도까지는 받아들이지만,
그 내용에서 같은 원리로 한 번 더 유추한 내용...은 개인적으로 B급 정보로 분류합니다.

제가 쓴 내용은 저 스스로의 기준에 의하면 B급. 혹은 C급 정보가 될거라 생각합니다.


문제는..
저 스스로는 그 정보에 대한 분류가 되어있고,
또한 의도적으로 헛점(?)을 남겨둔 채 작성하였기 때문에, 누군가가 제가 투고한 내용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더라도
이후의 새로운 정보에 의해 자연스럽게 밀려날 수 있도록 상당히 조심해서 썼다고는 생각합니다...만,

여태까지의 제 경험상..
처음 접하게 되는 정보가 아무리 허술하더라도, 일종의 "각인효과" 라는 것이 갖는 힘은 무시하지 못하는데,
그 부분을 간과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퍼뜩 들었습니다.

어쩌면.. 이건 이중잣대가 아닌가..
나 스스로도 (허술한)각인효과에 고통받은 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인사돌, 이가탄, 게보린, 제로정, 비타민C 등등.. TV를 통한 저질정보들)
"내 일" 이라는 명목 하에 다른 누군가에게 고통이 될 일을 하고있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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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이 일로 인해 꽤 많은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의뢰인이 요구한 부분과는 상당히 동떨어졌을 수도 있지만,
의뢰인의 요구와, 저 자신의 전문가로서의 양심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언급하지 않을 부분에 대해 공부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죠.

원래 기대했었던 것과는 약간 차이가 있지만,
그래도 당초의 가장 큰 목적이었던 "변화", "자기개발" 의 촉매로서의 기능은 잘 해내고 있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뭐든.. 공부하려면 계기가 필요한 것이었고,
저에게 있어 그 계기는 "마감" 이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도 집에는 '언젠가는 읽고 정리해야지..' 하고 마음만 먹고 있는 책, 분석, paper가 20kg넘게 쌓여있는데,
역시.. 누군가 채근하지 않으면 공부같은거 안할 팔자인가 봅니다.. 나란놈은..

--------------------------------------------

4. 그 것이 일상에 어떤 변화를 주었나?

일단.. 약간은 부지런해졌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시간은 더 모자란 상황인데도, 더 많은 일을 하고 있지요.
(하스스톤이나 pgr은 많이 못하게 되었지만서도 -_-;)

그리고.. 항상 느끼는거지만, 공부를 한 만큼 환자를 대할 때의 자신감이 생겨나게 되어
생업을 즐거이 행하는 데도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가장 좋은 점은..

"이 시간까지 마감 핑계대고 집에 안 들어가고 야동 다운 완료될 때 까지 기다릴 시간을 벌었습니다."

....;;;


---------------------------------------------------

제가 어떤 글을 썼는지에 대해서는 절대로 밝힐 수가 없습니다.

첫째로는 원치 않는 논란에 대한 두려움이고
둘째로는 폭망퀄리티의 글을 들키는 것을 꺼려하기 때문입니다.


...유부남 pgrer님들..

'일 할 건수' 를 만드는거.. 은근 좋습니다..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시다면, 한 번 도전해보세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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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4/07 21:45
수정 아이콘
[지금도 집에는 '언젠가는 읽고 정리해야지..' 하고 마음만 먹고 있는 책, 분석, paper가 20kg넘게 쌓여있는데,
역시.. 누군가 채근하지 않으면 공부같은거 안할 팔자인가 봅니다.. 나란놈은..]

이거 정말 공감되네요. 언젠간 읽겠다며 사놓은 책은 쌓여만가는데 그 언젠간이 언제일진 감이 잡히지 않네요 크크.
켈로그김
14/04/07 21:52
수정 아이콘
그러게요.. 크크,..
저는 몇가지 학술잡지를 받아보는데,
그 중 학술페이지를 몽땅 스크랩을 해 두었습니다.

문제는... 스크랩만 해 두었다는 것이지요 -_-;;
양이 많아질 수록 점점 읽을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예전에 봤던 만화에서 이런 현상을 두고 '멀어지는 나선현상' 이라고 하더군요;;;
14/04/07 21:57
수정 아이콘
공부하려면 계기가 필요하다.
그게 무엇이든지간에 정말 중요한것 같습니다.
저도 공부를 하는 입장에서 요즘은 그 부분에 회의감이 들어 도무지 잡히질 않네요.
어떻게 보면 앞으로 남은 인생을 좌우할 상황에 놓여있는데..
뭐랄까 너무달려오기만 했다고 해야되나 잠시 다 놓아두고 쉬고 싶네요.
켈로그김
14/04/07 21:59
수정 아이콘
저도 꽤 오랜 시간을 매너리즘에 빠져 지낸 듯 합니다.
그러다 '이대로는 뭣도 안되겠다..' 는 위기감이 들기 시작했는데, 마침 계기가 찾아온 듯 해요..
운때가 참 잘 맞았던 것 같습니다..

mcmc님에게도 좋은 계기가 찾아가길 바라고, 찾아갈거라 믿습니다.
기아트윈스
14/04/07 22:04
수정 아이콘
유학 와서 느낀 건, 제게 필요한 건 유학이 아니라 계기가 아니었나 마 그런 생각이 듭니다.

멀리까지 와서 정작 무얼 하고 있나 돌이켜보면 한국에서 하던 걸 좀 더 헐떡거리며 많이 하는 정도더군요.
켈로그김
14/04/07 22:10
수정 아이콘
기아트윈스님께서 느낀 그 자체와 현재 유학중인 상황 자체 역시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혹여나 유학생활 중에 체감할 수 있는 큰 계기 없이 한국에 돌아오게 되더라도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익숙해진 그 생활과 다른 새로운 생활의 시작이 되어 열심히 더 헐떡거리실 수 있을거에요;;
tannenbaum
14/04/07 22:06
수정 아이콘
시험과 직업에 관련되지 않은 말그대로 공부라는걸 해본지가 언제인지 기억도 안나네요
돈번다는 핑계로 너무 나태해진 것 같습니다
고등학교 적 역행렬 공식도 기억이 가물가물 합니다
켈로그김
14/04/07 22:12
수정 아이콘
정말 아이러니한게.. 돈을 열심히 버는데 나태하게 산다는 느낌을 받는다는거더라고요..
자격이나 위치에 안주하는 느낌이라서 그런가..
저도 완전 벗어난 공부를 하는 것은 아니긴 한데, 어쨌든 저 개인에게는 많은 도움이 되고 있네요.

생활이 좀 더 안정이 되면, 또 다른 것에도 도전을 해 봐야겠죠.. 그 때가 과연 찾아올지는 모르겠지만 -_-;;
14/04/07 23:02
수정 아이콘
저도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하면서 느낀거는 생각보다 쓰고나서 반응이 많이 신경이 쓰인다는 것과,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거네요. 공부를 하고 정리를 하는 느낌이 나서 좋고, 괜찮은 건 결과물을 남길 수 있다는 점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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